〈 88화 〉 혼돈을 만들어라 3
* * *
빌딩 옥상에서 주변을 바라보던 내 낯빛이 어두워졌다.
티켓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황금 아우라를 품은 몬스터.
하나는 우리의 전력으론 상대하기 어려운 암글라드, 하나는 돌파하기 까다로운 헬데트 무리 한가운데에 있다
헬데트라면 한 놈씩 유인해 각개격파로 쓰러뜨린다는 공략법이 있긴 하지만, 암글라드 같은 경우는 그게 되지 않는다.
일격 일격이 치명적인 파괴력을 가진 주제에 방어력은 걸어 다니는 철벽 요새와 다를 바 없이 높다.
괜히 레이드 몬스터가 아니다.
파티 플레이를 강조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만으로 암글라드를 이기는 건 힘들었다.
옆에서 내 부정적인 견해를 들은 레반이 턱을 매만지며 놈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내게 물었다.
“하지만 형님은 솔플 레이드를 성공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응?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레반이 묻는 말에 오히려 내가 더 큰 의문이 들어 그에게 되물었다.
솔플 레이드.
솔로 플레이 레이드의 줄임말대로, 혼자서 레이드에 도전하는 행위였다.
하지만 SoR의 레이드를 솔플로 깬다고 추가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상은 레이드를 클리어 했을 때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보상과 같았다.
그냥 어려움을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혹은 영예, 개인적인 만족일까.
그렇기 때문에 솔플 레이드는 고인물 전용 도전과제라 불리는 것이고, 성공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난 그런 손에 꼽을 정도의 사람 중 한 명이다.
분명 나는 솔플 레이드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그건 레반으로 플레이했을 때가 아니다.
그가 알 리 없건만, 놀랍게도 레반의 입에서 그 얘기가 튀어나왔다.
“형님과 자주 정신이 연결되었잖습니까? 예전에 멀리 있던 레이드 몬스터를 지켜보는 형님에게서 강한 호승심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짧은 이미지도 머릿속에 전해졌습죠. 그건 누군가 거대한 레이드 몬스터에게 홀로 맞서 끝내 숨통을 끊는 광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이외에 다른 캐릭터로 솔플 레이드 경험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만…….”
“아~.”
확실히 나도 기억나는 광경이 있었다.
레아로 한참 플레이할 당시의 일이었다.
어느 레이드 몬스터의 패턴과 공략법을 연구하던 나는 이 정도 조건이면 레아의 능력치만으로 혼자 싸워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생각만 하고 끝났으면 다행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때 한참 SoR에 열정을 쏟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지만 결국 도전했고, 확실하게 승리를 거머쥐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그땐 충분히 목표를 연구하고 준비할 시간이 있었어. 설사 실패해도 몇 번이든 다시 도전할 수 있었지. 그 레이드도 300번 넘게 실패하다 겨우 성공시킨 거야.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
이게 정말 평소와 같은 컴퓨터 안에서 펼쳐지던 게임이라면 문제없다.
암글라드건, 헬데트건 몇날 며칠을 지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모조리 사냥할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여기가 현실이라는 것.
이번 세 번째 웨이브 안에 끝장을 봐야하는 한정된 시간.
캐릭터들의 목숨은 하나뿐이라는 압박감.
무엇보다 더 이상 그들을 컨트롤은 할 수 없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점이었다.
“한 번 죽으면 난 너희와 영영 헤어져야 해. 실패는 용납할 수 없고, 또한 이번에 너희를 컨트롤 하는 건 이제 내가 아니야. 너희들의 싸움은 내가 게임으로 접하던 것보다 훨씬 사실적이고 복잡하게 세분화 됐어.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기엔 몬스터들도 더 빠르고 예측불허의 움직임을 보이지.”
캐릭터가 죽으면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는 걸 알았기에 부담은 더 증폭되었다.
멸망이 확정된 세계에서 그들이 죽어가게 두고 싶지 않았다.
이런 압박감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자잘한 서포트와 플레이어로서 공략법을 찾아내는 게 전부야. 그게 안 되니까 지금 이렇게 골치를 썩고 있는 거고.”
“저희에게 승산은 없는 겁니까?”
“없어.”
레반의 물음에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가드’, ‘머릿수’, 그리고 무엇보다 ‘화력’이 부족해.”
가드는 우리를 지킬 수단. 암글라드의 광폭한 일격 앞에선 레반의 불안정한 탱킹으로는 버티기 힘들다.
머릿수는 말 그대로의 의미다. 아무리 강력하다 한들 사람의 팔은 두 개뿐. 해일처럼 밀려오는 헬데트 무리를 모조리 상대했다간 목숨이 남아나지 않는다.
화력은 우리가 적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법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금속으로 이루어진 암글라드답게 웬만한 공격으론 데미지가 잘 들어가지 않는다.
화력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마법사가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캐릭터가 타이밍 좋게 우리를 돕겠다며 나타날 리가 없었다.
이 모든 요소가 참담한 결과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니…….”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절망할 법도 하지만 내 시선은 계속 빛을 쫓고 있었다.
황금빛 아우라, 혹은 절망적인 상황을 타도할 광명일지 모르겠다.
단호한 대답을 듣고 침울해진 듯 고개를 숙이고 있던 레반을 돌아보며 내가 말했다.
“엎어버리자!”
내 입은 어느새 묘한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 가지고 주저앉을까 보냐. 아직 율 그 자식을 이기지도 못했는데.
“……?”
처음엔 그 말을 이해 못 했지만, 이내 내 미소의 의미를 눈치 챈 레반이 눈을 빛냈다.
“엎어버린다……? 아하! 엎어버리는 겁니까!”
레반 또한 나를 따라서 웃었다.
동심으로 돌아가기라도 한 듯 즐거워 보이는 미소였다.
***
“그거 진짜 위험한 놈이네요.”
레테라를 통해 율의 정보를 얻은 하티의 감상이었다.
율이 했던 말들 통해 짐작되는 그의 사고방식, 사상, 그리고 레반과 레테라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던 그의 끝을 알 수 없는 능력.
율이 가진 위험도는 하티와 그녀의 주인이 짐작했던 정도를 아득히 능가하고 있었다. 그것이 사상이로든, 무력이로든 간에 말이다.
돌아가서 주인에게 보고할 게 늘었다.
복잡해진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무렵, 황금빛 아우라를 품은 몬스터를 찾으러 나갔던 요현과 레반이 돌아왔다.
아니, 돌아오는 줄 알았다.
“레테라! 하티!”
그들은 레테라와 하티 곁으로 다가오지 않고, 근처에 어느 지붕 위에서 멈춰 섰다.
당장이라도 다시 움직일 듯 요현은 업혀 있던 레반의 등에서 내리지 않은 채 그녀들을 향해 외쳤다.
“저쪽 네 블록 아래로 가면 헬데트 무리가 모여 있어! 정확히 70초 뒤까지 그놈들을 저기 우뚝 서 있는 건물 아래로 데려올 수 있겠어?”
남쪽을 가리키던 요현은 바로 손가락을 동쪽으로 꺾인다.
그곳엔 방금 전 그들이 다녀온 건물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거리가 꽤 되지만 그녀들이라면 아슬아슬하게 1분 안에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란 말인가?
헬데트 무리를 데려오는 것도 그렇고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하티가 요현을 올라다 보며 외쳤다.
“무슨 일인가요!?”
“전부 뒤집어 엎어버릴 거야! 서둘러! 앞으로 60초밖에 안 남았어!”
그 말만을 남기고 요현은 레반과 함께 또 다시 어디론가 달려 나갔다.
아직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하티가 황급히 그들을 부르려는 때였다.
덥썩!
“따라와.”
“네? 우왓!?”
레테라가 다짜고짜 하티의 어깨를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어정쩡하게 딸려가던 하티도 자세를 고쳐 잡으며 그녀를 따라 달렸다. 하지만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지 레테라를 향해 물었다.
“뭐예요? 대체 뭘 하려는 건데요!?”
“나도 몰라.”
“네!?”
“오라버니가 시키시는 일인데 어물쩍거릴 수야 없잖아. 게다가 뭘 원하시는지는 대강 알 거 같아.”
레테라는 달려가면서 말을 이었다.
“엎어버린다는 건 우리끼리 통하는 용어인데, 주로 빠져나갈 때 없이 답이 없는 상황에 쳐했을 때 써. 도저히 승산이 없는 몬스터를 마주쳤거나, 포위 되어 도망칠 구석이 없을 때 말이야.”
“지금이 그런 상황이라는 거예요?”
“그렇지. 아마 티켓을 가진 몬스터 중 하나가 헬데트인 모양이야. 그래서 유인하게 하는 거고.”
확실히 표적 중 하나가 헬데트라면, 그것도 이미 무리를 이루고 있다면 난도가 확 올라가긴 했다.
“유인하면 승산이 생기나요?”
“그럴 리가 없잖아.”
무슨 바보 같은 소릴 하냐는 듯 묻는 레테라의 말에 하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불만이 가득한 그녀의 시선을 뒤로 한 채 레테라가 말을 잇는다.
“승산이 없다는 건 모든 상황이 우리에게 불리한 상태로 정체되어 있다는 거야. 그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려고 했다간 이미 나자빠져 죽기 십상이지. 그래서 우리는 반대로 하는 거야. 정리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휘저어 어지럽히는 거지.”
전세를 불리한 채로 놔두기보단 오히려 혼돈 상태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건가.
마치 게임판 자체를 뒤집어엎는 것처럼.
무식한 전법이긴 하지만 확실히 불리함을 타파하기엔 그것만 한 것도 없어 보인다.
일례로 한 바둑 기사는 자신이 불리할 때는 정석을 따르는 게 아니라 상대가 싫어할만한 전법을 생각하며 바둑을 둔다고 한다.
이들의 사고도 그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었다.
문제는 그를 위한 작전은 대개 자살 행위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의 무모함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하티의 주인도 그와 비슷한 부류였기에 잘 알고 있었다.
“꽤 자주 해보신 거 같네요.”
“오라버니와 함께 하는 여행은 언제나 위험하고 아슬아슬 했으니까.”
“고인물이신가요?”
“고인물이시지.”
하티는 알만하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물었고, 레테라는 그것을 자랑하듯 으쓱거렸다.
동시에 한 곳에 모여 있던 헬데트 무리가 그녀들의 눈에 들어왔다.
몬스터들의 시체로 저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헬데트들을 가리키며 레테라가 말했다.
“어그로 한 번 시원하게 끌어봐.”
“자살 행위는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제 목숨은 보장해주시는 거겠죠?”
“오라버니가 첫 번째, 내가 두 번째야. 네 목숨은 적어도 근육돼지보단 우선시해줄게.”
“……그 말만이라도 고맙네요.”
세 번째인 게 어디냐는 듯, 하티는 반쯤 포기한 표정을 지으며 목걸이를 쥐었다.
그녀가 끌어 모은 신성 마법이 한창 식사 중이던 헬데트 무리에게 뿜어진다.
“퍼져나가는 신성!”
***
어렸을 때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공룡이 움직이는 모습은 어린이의 시선으로도 가히 충격이었지만, 그중 가장 충격적인 광경을 뽑으라고 한다면 역시 티라노 사우로스와의 추격전이었다.
집채만 한 동물이 적의를 내뿜으며 쫓아오는 광경은 놀라움을 넘어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 뒤 한동안은 이불에 폭 숨어 언제 티라노 사우로스가 나타나는 게 아닌가 벌벌 떨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런 것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런 동물이 현실에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매머드 같은 건 멸종한 지 오래였고, 호랑이 같은 맹수조차 더 이상 한반도에 없다.
내가 살던 동네에서 가장 커다란 동물이라고 해봐야 뒷집 살던 대형견뿐이었다.
심지어 온순하기로 소문난 골든 리트리버라서 무섭지도 않았다.
위험한 동물과 길에서 마주칠 리 없는 현대사회에서 거대한 동물에게 쫓기는 공포 따위 느낄 리가 없었다.
적어도 조금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크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쿠콰와아아아앙!!!
어느 작은 저택의 모퉁이에서 꺾으며 달리자 암글라드가 그 집을 쳐부수며 쫓아왔다.
마치 스티로폼 덩어리로 만든 가짜를 부순 것처럼 놈이 다니는 길에 놓인 모든 물체가 허무하게 박살난다.
그러나 묵직한 무게와 함께 근처에 떨어지는 잔해는 결코 가짜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살의를 사정없이 뿜어대며 뒤를 쫓아오는 암글라드의 모습을 레반의 등에 업힌 채 똑똑히 바라보았다.
“저 새낀 왜 나만 보면 신경질이야!! 발정기냐!!!”
어차피 녀석의 어그로를 끌어 유인할 생각이긴 했다. 돌을 던지거나 레반이 자잘한 공격을 하는 것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난 어느 것 하나 사용하지 않았다.
그냥 눈이 마주치자 “안녕”이라고 한 것뿐이다. 딱 그거 한마디만 했다.
그리고 이 꼴이다.
무답무용의 추격전이 시작된 것이다.
의도대로긴 하지만 어쩐지 억울했다.
그리고 암글라드가 쫓아오는 공포는 긴장감과 공포는 어렸을 때 보았던 티라노 사우로스를 아득히 능가했다.
“형님! 이제 곧 도착합니다!”
좁은 길을 빠져나와 큰 도로로 나왔다.
넓게 뚫려 있지만 곳곳이 파헤치고 부서진 4차선 도로.
본래 도심을 관통하는 신월시에서 가장 큰 도로였지만, 지금은 몬스터 신체와 무너진 건물의 잔해만이 나뒹굴 뿐이었다.
그런 도로 반대편에서 작게 꾸물거리는 덩어리들이 보였다.
헬데트 무리였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쫓기듯 달려오고 있는 두 개의 인영은 레테라와 하티였다.
‘늦지 않았구나!’
나는 레반이 달리면서 일어나는 아찔한 바람의 압력을 견디며 휴대폰 시간을 확인했다.
58……, 59……, 그리고 다시 00로 회귀.
12시 정각.
세 번째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할 시간이다.
그러나 몬스터들은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짙은 먹구름 사이에서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한 검은 점들.
웨이브가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다. 그건 이미 시작됐다.
처음 웨이브 때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약간의 시간 오차가 있는 것이다.
‘충분해!’
이제 모든 재료가 다 모였다.
목소리가 닿을 거리가 되자 맞은편에서 달려오고 있던 레테라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어떡할까요, 오라버니?!”
“일단 모두 모여! 뒷일은 생각 말고, 빨리!”
그 말에 나를 업은 레반, 레테라와 하티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급하게 달리던 몸에 제동을 걸었다.
남아 있는 관성에 위장에 내용물이 올라올 것 같았기에 참았다.
한쪽을 바라본다.
암글라드가 좁은 길에서 넓은 도로로 나온 탓인지 제대로 달리려는 낌새가 보인다. 당장이라도 등에 있는 가시에서 부스터를 뿜어낼 듯 몸에서 열기가 감돌았다.
반대쪽을 바라본다.
레테라와 하티를 쫓아오던 헬데트 수십 마리가 나를 보더니 더욱 광분하며 달려들었다. 이놈도 암글라드와 마찬가지로 내가 싫은 모양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머리 위를 바라본다.
먹구름에서 떨어져 내린 몬스터의 소나기는 이제 땅에 닿기 직전이다.
앞, 뒤, 위 모두 답이 없는 절체절명인 상황.
내가 기다렸던 상황이다.
이 불리하고 고착화된 게임판을 뒤집고 혼돈 상태로 만든다.
“단, 그 혼돈을 겪는 건 네놈들 만이다.”
찌익!!
나는 그 말과 함께 손에 든 종이를 찢었다.
그것은 방금 인벤토리에서 꺼낸 스크롤이었다.
딱 하나밖에 없는 거라도 웬만한 일이 아닌 이상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확신했다.
스크롤에 담긴 건 고등 마법 ‘텔레포트’.
나를 중심으로 바닥에 반경 2m 가량에 원형의 마법진이 떠오르며, 거기서 뿜어진 빛이 레반, 레테라, 하티, 그리고 나를 감쌌다.
그리고 사라졌다.
“크륵!?!”
“키킥?!!”
갑자기 표적이 사라지자 암글라드도, 헬데트도 놀란 소리를 흘렸다.
그러나 이미 한껏 속도를 탄 자신들의 신체를 바로 멈출 수는 없었다.
붉게 달아오르며 부스터를 뿜어대던 암글라드, 동족들끼리 뭉쳐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처럼 덮쳐오던 헬데트가 멈추지 못하고 서로 부딪친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달려오던 자동차끼리 추돌한 것 같은 광경이었다.
바닥에 금을 새길 정도의 충격은 자동차의 추돌 이상이었지만 말이다.
덩어리로 달려들던 헬데트 무리가 폭발하듯 사방으로 흩어졌다.
암글라드는 큰 데미지를 입은 것 같진 않지만, 한 번 제동을 걸었던 몸에 헬데트라는 방해물이 끼어들면서 균형을 잃고 아스팔트 바닥 위를 사납게 굴렀다.
그런 그들 위로 세 번째 웨이브의 몬스터들이 쏟아져 내렸다.
주인공은 쏙 빠진 무대에서 그들만의 잔치가 시작된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