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 고인물이란 1
* * *
거대한 짐승이 내려다본다.
누군가 상처 입은 짐승이 가장 무섭다고 하던가.
확실히 그건 보스의 체력이 적어질 때 보이는 패턴이 사납다는 의미로 끝나지 않았다.
특히 그 몬스터와 현실에서 마주한 지금은 말이다.
“크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율이 부숴먹은 레반의 최강 무기, ‘붉은 자의 특대검’이라는 게 있었다.
평소엔 밋밋한 돌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 형태. 그러나 전투 상태에 들어가면 검신에 용암이 뒤덮여 붉게 변한다.
그 특대검의 재질은 알 수 없지만, 혹자는 암글라드의 신체 일부로 만들어낸 게 아닌가 추측한다.
왜냐하면 온몸에서 열기를 끌어올린 암글라드의 모습은 용암 흐르듯 붉게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난 암글라드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놈의 움직임을 인식하기보다 먼저 나를 짊어진 레반이 갑자기 땅을 박찼고, 온몸의 피가 한쪽으로 쏠리는 듯한 관성을 느꼈을 땐 이미 공격은 일어난 뒤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첫 번째로 닿은 것은 열기, 두 번째로 닿은 것은 풍압, 세 번째가 폭음이었다.
우리가 방금 전까지 멀쩡히 서 있던 자리에 파괴라는 현상이 원형으로 퍼지는 광경은 가히 소름이 돋을 정도 충격이었다.
나를 비롯한 레테라와 하티도 빠르게 암글라드의 공격을 감지하고 발을 빼낸 상태였다.
모두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를 느끼면서도 나는 심장을 압박해 오는 위기감을 실감했다.
“레반! 레테라! 하티!”
나를 짊어진 레반의 위에서 세 사람 모두에게 큰 목소리로 외쳤다.
“도망갈 수는 없어! 생각만큼 힘을 빼지 못한 게 아쉽지만 여기서 끝장을 봐야 해!!”
그렇다. 도망이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주변 일대는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졌다. 암글라드의 시야를 가로막는 게 현저히 적었다.
암글라드에게 있어선 이곳만큼 최적의 싸움터는 없었다.
여기서 도망친다는 건, 로켓 같은 부스터로 잠시 동안 비행조차 가능한 녀석을 마음껏 뛰어놀도록 놔주는 셈이다.
그것만큼은 안 된다.
암글라드는 발을 묶은 상태로 쓰러뜨리는 게 가장 효과적인 공략법이다.
“크르르륵……!!!”
반경 10m가 넘는 크레이터를 만들어낸 암글라드는 내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가장 거슬린다는 듯, 그 녹색 안광엔 나를 반드시 죽이겠노라는 살의가 굳은 각오처럼 서려 있었다.
암글라드가 나를 향해 몸을 기울인다.
그게 놈의 신속과도 같은 돌진이 일어나기 전의 준비 자세라는 걸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그쪽 보지 말고 이쪽을 봐!”
그것을 레테라가 관망할 리가 없었다.
암글라드의 몸이 대포의 탄환처럼 쏘아지기 직전, 그녀가 몸을 날려 낫을 휘두른다.
목표는 투구 같은 암글라드의 외피 사이에 새겨진 작은 틈새, 녀석의 눈이었다.
카강!!
그러나 암글라드는 빠르게 반응해 고개를 뒤트는 것으로 눈을 지켰다.
낫은 눈 대신 그 주변의 외피만을 긁고 지나갔다.
그것만으로도 균열이 가 있던 녀석의 얼굴에 금속성이 일어나며 잔해가 떨어졌다.
얼굴을 비롯한 몸 여기저기에 균열이 생긴 것을 볼 때 혹시나 했지만, 역시 녀석도 몬스터들과 격전에서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모양이었다.
그 견고한 육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롸아아아아앙!!!”
그러나 그것이 암글라드의 공격성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상처 입은 짐승답게 녀석은 더더욱 살벌한 기세를 뿜어대며 표적을 레테라로 바꿨다.
눈을 노리기 위해 막 뛰어오른 상태인 그녀가 번개처럼 휘둘러지는 암글라드의 앞발을 피할 길은 없어 보였다.
“디바인 더 바인!”
그러나 레테라가 아무런 보험도 없이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킨 건 아니었다.
레테라의 허리엔 어느새 빛나는 식물의 줄기가 휘감겨 있었고, 그 끝을 쥐고 있던 하티가 줄기를 힘껏 잡아당겼다.
후우욱!!!
결국 열기를 품은 암글라드의 앞발은 아슬아슬하게 레테라를 스쳐 지나가며 허공을 때렸다.
그 풍압에 몸을 맡긴 레테라가 더욱 빠르게 바닥에 내려왔다.
그 사이에 나를 하티의 옆에 내려놓고 온 레반이 그녀의 옆에 서며 전투에 가세했다.
내 호위 겸 힐러의 역할로 곁에 서 있던 하티가 목에 건 방울을 울린다.
“푸른빛을 품은 여신이여, 저희를 지킬 힘을 주소서. ‘엘드라의 축복’!”
신비로운 빛이 우리들의 머리 위에서 떨어진다.
엘드라의 축복. 성직자를 대표하는 버프 마법 중 하나이다.
축복을 받은 대상의 힘을 평소 이상으로 끌어낼 수 있다.
아군이라고 인식한 모든 이에게 효과가 적용되는지 나 또한 그 동안의 피로가 사라지고 평소보다 힘이 넘치는 기분이었다.
힘이 강해져 봤자 비전투원인 내가 뭘 할 수 있겠냐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인벤토리를 열었다.
지금 레반과 레테라가 가진 무기는 암글라드와 싸우기에 적합하지 않다.
“웨폰 체인지, ‘고대 석상의 대형망치’! 웨폰 체인지, ‘푸른 결정의 레이피어’!”
레반이 들고 있던 나무 몽둥이가 이끼가 낄 정도로 오래되어 보이는 거대한 배틀 해머로 바뀌었다. 그 크기만 해도 레반의 덩치와 비견될 정도다.
레테라의 또한 무기가 검은 낫에서 푸른 결정으로 검신이 이루어진 긴 레이피어로 바뀌었다.
암글라드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최선의 무기는 없었다.
이로써 현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마쳤다.
남은 건 레반과 레테라, 두 사람에게 달렸다.
두 사람의 전투능력이 암글라드를 뛰어넘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크롸아아아아아앙!!!”
암글라드가 포효를 내지르며 등에서 부스터를 뿜었다.
달리려고 하는 것이다.
붉은 불길이 암글라드의 몸을 감싸 혜성처럼 몸을 감싸면 손쓸 길이 없어진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폭주 기관차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레반과 레테라의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신속했다.
콰아아아앙!!!
암글라드가 앞발을 내디뎌 부스터의 기세에 몸을 맡기기보다 먼저, 레반이 전력으로 휘두른 망치가 그 앞발을 후려쳤다.
아무 부위만 노려서는 안 됐다.
암글라드가 질주하는 걸 방해하도록, 망치의 면은 정확히 녀석의 앞발과 다리를 잇는 관절을 노렸다.
“크르르륵……!!!”
막 내달리려는 순간 들어온 방해에 암글라드가 신경질적인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치명적인 데미지는 아니었지만, 그 충격에 스텝이 꼬인 것만으로도 충분한 방해가 되었다.
그 순간 레테라의 레이피어가 빛을 뿜었다.
보통 검보다 얇고 예리하게 단련된 칼날이 암글라드의 외피, 바위 같은 표면에 새겨진 균열을 파고든다.
콰가각!!
참격은 깊게 들어가지 못했다.
겨우 피가 약간 뿜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성과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레테라의 일격은 분명 암글라드의 균열을 넓히고, 그 밑을 지나가는 근육과 혈관을 베어내었다.
거대한 암글라드에겐 미약한 상처일지 몰라도 분명하게 새겨진 상처였다.
그것을 느낀 암글라드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그저 아무 방향 없이 활화산처럼 날뛰는 줄 알았던 녀석의 기세가 정확히 레반과 레테라, 두 사람에게만 고정된다.
그들을 거슬리는 족속들이 아닌 명백한 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크롸아아아아아아아앙!!!!!”
포효를 지르고, 격전이 시작된다.
일격이 이어지며 남은 잔상은 선이 된다. 그 선이 꼬이고 맞부딪치는 광경은 살의의 충돌일 것이다.
거대한 괴물과 거기에 맞서는 두 남녀. 하티까지 지속적인 버프로 보조하고 있으니 셋이라고 해야 할까.
마치 흔해 빠진 용사 이야기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용사의 전설을 전하는 음유시인이 직접 그 전투를 목격했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허황된 일인지 실감한다.
뭐가 보여야 목격하든 말든 하지!
전투가 빠르게 이어지고, 거기에서 일어나는 충격파와 풍압 때문에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겠다.
그러고 보니 이들이 전력으로 싸우는 모습을 이렇게 지근거리에서 목격하는 건 처음이던가.
마치 전쟁터에서 내가 숨은 참호 근처에서 쉴 새 없이 총격과 폭발이 난무하는 기분이다.
그저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정신력이 깎여나가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
“젠장! 얼마나 싸우는 거야!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거 같은데!”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투에 답답해진 내가 외쳤다.
그런 내 어깨를 끌어당기며 날아오른 돌조각을 피해낸 하티가 외쳤다.
“아직 10분밖에 안 싸웠어요!”
“겨우 10분!? 1시간은 싸운 줄 알았는데! 내 시간 감각이 망가진 거냐!?”
“원래 극한의 전투에선 시간이 응축된 듯 느껴지는 법이에요!”
10분이 1시간처럼 느껴진 건 1시간 분량에 맞먹는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였기 때문일까.
저 격전지 안에 있는 두 사람은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느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저들이 잘 싸우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캐릭터의 상태가 전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는 게 이렇게 답답할 줄이야!’
캐릭터의 남은 체력, 보스의 체력, 패턴 변화, 무기 내구도 파악, 남은 소모 아이템 파악.
감안해야 되는 것만 해도 몇 개인가.
평소에 내가 해왔던 일을 저들이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그런 생각이 나를 스쳐 갈 즈음, 끝이 올 거 같지 않았던 싸움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크롸아아아아아아앙!!!!”
암글라드가 마음대로 움직일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쉴 틈 없이 이어가던 레반과 레테라의 연격.
그 사이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간 암글라드가 기어코 그들을 떨쳐내었다.
“크윽!!”
“쿨럭!!”
스스로의 안위를 도외시한 무모한 돌진에 레반과 레테라도 피해가 없을 순 없었다.
특히 암글라드의 머리 부근에서 돌진을 직격타로 맞은 레테라가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날아갔다.
“레테라!!”
“괜…찮아요!”
바닥을 거칠게 굴렀던 레테라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말과는 다르게 피해가 큰지 몸을 일으키는 동작이 굼떴다.
그녀의 레이피어도 조금 전 충격에 부러진 것인지 손잡이 부근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순간에 암글라드가 공격해 왔다면 치명적이었겠지만, 녀석은 이미 네 발을 놀리며 이곳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런 암글라드의 뒷모습을 보고 하티는 의외였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 달아나는 건가요?”
“아니…….”
암글라드의 특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은 하티가 중얼거리자 내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저놈은 절대 달아나지 않아.”
저건 그저 예비 동작에 불과하다.
놈의 최대의 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예비 동작.
쿠오오오오오오오……!!!!
암글라드의 등가시에서 강렬한 불길이 뿜어진다.
마치 꼬리처럼 이어진 불길은 곧 녀석의 몸을 휘감았고, 암글라드의 모습은 혜성처럼 무너진 도시 위를 크게 돌았다.
스피드가 일정 궤도에 오르자 녀석의 몸은 살아있는 흉기가 되었다.
몸에 걸리는 장애물들을 모조리 분쇄한 채 달리던 녀석의 몸이 점차 이곳을 향해 꺾여 온다.
“젠장! 저 상태가 된 암글라드는 스스로 멈출 때까진 답이 없는데!!”
“저건 최후의 발악이에요.”
바닥에서 겨우 몸을 일으킨 채 숨을 헐떡이는 레테라가 말했다. 그녀의 시선은 바닥을 향하고 있었고, 거기엔 그녀나 레반의 것이 아닌 피가 흥건히 뿌려져 있었다.
설마 이게 다 암글라드의 피라고?
레반과 레테라의 분전은 전혀 의미가 없던 게 아닌 모양이다.
“마지막에 부딪칠 때, 녀석의 이마에 난 균열에 칼날을 깊숙이 박아놨어요. 조금만 더 파고들면 뇌를 관통할 수 있을 정도로요.”
레테라가 부러진 레이피어를 보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사라진 칼날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암글라드에게 박혀 있던 건가.
확실히 녀석이 달리기 직전에 언뜻 녀석의 이마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본 듯하다.
“그럼 내가 마무리로 박아 넣으면 되겠군. 하지만…….”
대형망치를 짊어지며 말하는 레반. 그가 말하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안다.
암글라드의 스피드는 지금 극에 달해 있다.
녀석의 앞으로 나선다는 건 맨몸으로 달려오는 열차 앞에 서는 것과 다름없는 자살행위다.
“하다못해 녀석의 움직임을 일순 멈추게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큰 원을 그리듯 돌던 암글라드가 서서히 이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 어서 판단을 내려야 했다.
되든 안 되든 도주를 시도해보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저놈과 정면 승부를 해보든.
하지만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데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일순 멈추기만 하면 되는 거죠?”
그 순간 앞으로 나선 건 하티였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을 때, 그녀가 목걸이의 방울을 울렸다.
“빛나라, ‘광휘의 창’.”
띠이잉!!
청명한 소리가 울리고, 머리 위로 들어 올린 하티의 손바닥 위에 나타나는 건 빛으로 이루어진 창이었다.
그걸 본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광휘의 창.
공격용 신성마법이지만, 그것을 쓰는 성직자 유저는 드물다.
위력에 비해 효율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것보단 파티원을 서포트하는 신성마법 쪽이 더 이득이라서, 보통 성직자는 대부분 그런 걸 익히는 편이다.
그런데 성직자인 하티에게서 공격용 신성마법이 나왔다.
창의 크기가 그녀의 몸집보다 큰 걸 보니 결코 낮은 성취도가 아니었다.
“남은 마나를 모조리 쏟아 부은 특대 광휘의 창이에요! 이거 실패하면 절대 안 돼요!”
“……너, 엄청 의욕적이구나?”
하티가 맡은 일을 게을리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직접 나서서 기회를 만드는 모습은 상상하지 않았기에 의외였다.
그러자 하티가 하소연하듯 외쳤다.
“그야 저 두 사람이 최악의 경우 저만 버리고 탈출하자는 눈빛을 하고 있으니까요! 제 몫인 티켓은 확실히 벌어야죠!!”
난 그녀와 티켓을 나눌 생각이었지만, 레반과 레테라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두고 있던 모양이다.
고개를 돌리니 두 사람은 나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이런 반응이면 확실히 불안해할 만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대지를 울리는 소리가 순식간에 다가온다.
암글라드가 완전히 방향을 바꾸어 우리를 향해 쏘아진 것이다.
부상을 입은 레테라는 내 곁으로 물러나고, 레반이 하티의 옆에 나란히 섰다.
“잘 부탁한다! 제대로 기회를 만들면 널 형님의 명예 부하로 인정해주지!”
“필요 없거든요! 전 끝나는 대로 제 주인님께 돌아갈 거예요!”
그렇게 말한 하티가 투척 자세를 잡았다.
“크롸아아아아아아아아앙!!!!!!”
섬뜩한 포효가 닿아 내장을 울릴 정도로 암글라드가 가까워졌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오는 암글라드가 다음 순간 우리를 믹서기마냥 갈아버리면서 지나갈 것 같은 공포가 일어났다.
그 순간, 녀석을 향해 하티가 광휘의 창을 날렸다.
파아앗!!!
물리력을 가지게 된 창이 공기를 꿰뚫으며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각도가 이상했다.
정면으로 달려오는 암글라드의 머리를 살짝 빗겨나간 것이다.
설마 긴장한 나머지 실수를 한 건가 하고 내가 경악하고 있을 때였다.
콰아아아아앙!!!
쏘아져 나간 광휘의 창이 무언가를 부쉈다.
그것은 암글라드의 등, 부스터를 뿜어대던 바위 가시였다.
기나긴 격전 속에서 한계가 온 것은 이쪽만이 아니었다.
녀석의 등가시에도 새겨졌던 균열이 격전을 통해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넓어져 있었다.
광휘의 창이 그곳을 노린 것이다.
“크르르르륵!?!!”
부스터를 뿜어대던 가시가 부서지자 암글라드의 몸이 크게 흔들거렸다.
불길이 균등하게 뿜어지지 못했기에 균형이 흔들리는 것이었다.
억지로라도 버티려 했지만 레반이 쉴 새 없이 발과 다리를 때리며 쌓아놓은 데미지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쿠콰과과과과아아아아아앙!!!!
결국 암글라드는 넘어지며 맹렬한 기세로 굴러오기 시작했고, 녀석이 굴러오는 자리의 끝엔 레반이 망치를 거머쥔 채 대기하고 있었다.
“하아아아압!!!”
기합성과 함께 망치를 휘두르는 레반.
그것은 정확히 암글라드의 이마에 박힌 레이피어 칼날을 노렸고, 그곳을 기점으로 암글라드의 단단한 머리를 유리판처럼 깨트렸다.
“크억!!”
결국 달려오는 기세를 완전히 멈추지 못하고 레반은 암글라드의 몸체에 휩쓸려 날아갔다.
그러나 임무는 분명하게 달성했다.
해머와 레반의 몸에 부딪친 충격으로 붕 떠올랐던 암글라드의 몸이 긴 포물선을 그리며 우리들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그리고 땅으로 처박힌다.
쿠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진동.
사방을 흙먼지를 팔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견뎠고, 이내 잠잠해지자 그 너머를 바라보았다.
“크……르……!!”
사나운 안광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암글라드는 바닥에 뒤집힌 채 깨진 머리를 이쪽으로 향했다.
죽지 않았다. 그렇게 전력을 때려 박았는데도 여전히 살아 있다.
투지가 꺾이지 않는다. 살의가 멈추지 않는다.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하듯, 녀석은 흙먼지와 잔해 속에서 몸을 일으키려 거대한 앞발을 내딛었다.
파스스스……!!
하지만, 그 내딛은 앞발에 균열이 가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암글라드는 부서지는 자신의 몸을 분한 듯이 바라보았다.
그것은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라기엔 어딘가 이상했다.
가령 심판에 의해 강제로 퇴장당하는 선수처럼, 결과를 납득할 수 없음에도 육체는 그의 퇴장을 종용한다.
“크롸아아아아아아아앙!!!!”
자신을 쫓아내는 누군가에게 불만을 토해내듯, 암글라드는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고, 그런 그의 몸은 완전히 재가 되어 사라졌다.
거기에 남은 건 그 잿가루에 흩날리는 한 장의 종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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