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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게임 캐릭터가 살아났다!-104화 (104/173)

〈 104화 〉 나의 스테이터스 ­ 2

* * *

“두 번째로 측정할 건 ‘지구력’ 스탯입니다.”

“지구력이란 일정하게 유지되는 운동을 오랫동안 버티는 힘. 체력과 혼동해서 쓰이는 경우도 있고, 확실히 연관도 되어 있지만, 스탯에선 엄연히 따로 구분해요.”

“이번 측정은 직접 몸을 움직이는 걸로 하겠습니다. 생명력을 치명적인 대미지 후 죽음에 이르는 시간까지로 측정한 것처럼, 이번엔 지구력이 모두 소모되는 시간을 잴 겁니다.”

“방법은 심플해요. 오래달리기. 대신 속도는 일정하게 유지해야 해요. 일정 스피드 이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저희가 뒤쫓을 거예요. 더 이상 테스트를 진행할 여력이 없다고 봤을 땐 그 즉시 끝낼 거고요.”

그 말을 듣고 달리기 시작한 지 고작 10분이 흘렀다.

“허억!! 허억!! 허억!!”

나는 대로변에 쓰러져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절여 있고, 팔다리가 간헐적으로 움찔거리는 모습이 딱 길가에 밟혀 죽은 개구리 꼴이었다.

옆으로는 레반과 레테라가 쓰러진 내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았다.

“설마 달리기를 10분 이상을 유지하시지 못할 줄이야…….”

“지구력 쪽도 심각해. 잘 쳐봐야 1 수치 정도야.”

“잠깐 기다려, 개자식들아……!!!”

호흡이 가쁜 와중에도 나에게서는 거센 쌍욕이 튀어나왔다.

조금 전에는 차마 겨를이 없어서 내지 못한 이의를 제기한다.

“내가 고작 10분 달리기로 뻗은 것마냥 얘기하지 마! 앞에 ‘전력질주’은 왜 빼는 거야!!”

그렇다.

아무리 게임 폐인이라서 바깥활동을 삼간다고 한들 내가 몸 관리를 소홀히 하는 건 아니었다.

몸이 건강해야 게임을 좀 더 오래 할 수 있는 법.

내 건강조차 찬란한 게임 인생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였다.

아주 건강하다고는 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어디 가서 비실거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내가 고작 10분 달리기로 뻗은 이유는 지금도 팔다리가 후들거려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전력질주를 해왔기 때문이다.

“뭔 놈의 지구력 측정을 이렇게 해! 시작부터 전력질주인 마라톤이 있다면 도달하는 건 골인지점이 아닌 황천길이라고!!”

“하지만 형님, 마라톤인가 뭔가 하는 것처럼 긴 호흡과 페이스 배분 같은 건 지금 측정에 필요한 게 아닙니다.”

“맞아요, 오라버니. 마치 생존이 걸린 듯 최대한으로 끌어낸 운동량을 육체가 감당하지 못하면 그건 지구력이라고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칼 들고 내 뒤를 쫓아온 거냐?”

그리고 내가 이 막장 같은 테스트에 어울려줄 수밖에 없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정말 목숨을 걸고 달리지 않으면 제대로 측정이 안 된다면서 레반과 레테라는 집에서 가져온 식칼마저 뽑아 들고 나를 뒤쫓아 왔었다.

나를 향해 흉기를 향하는 건 끔찍할 정도로 괴롭지만, 전부 나를 위해서라는 듯 스스로 감내하는 모순된 표정으로 뒤쫓아 오는 그들의 모습은 어느 의미로는 공포이고 광기였다.

결국 위협만 한 거고, 정말 칼에 찔릴 뻔한 순간에는 스스로 물러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테스트를 위해서였다고는 하나, 형님을 위협한 것은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진심이 아니었다고 해도, 오라버니께 칼을 휘두른다는 건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었어요.”

레반과 레테라는 그렇게 말하며 반팔 티의 한쪽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 그들이 반쯤 몸을 돌리자 정면으로 바라보았을땐 보이지 않는 상처가 드러났다.

무언가에 쥐어뜯긴 듯한 그 상처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건지 지금도 흥건한 피를 흘려대고 있었다.

“그래서 형님에 몸에 칼이 닿을 뻔한 횟수만큼……”

“……저희의 살점을 뜯었습니다.”

“빨리 치료해, 미친놈들아!!! 왜 늬들이 자해하고 지랄이야!!!”

그 정도로 하기 싫었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지.

가뜩이나 포션도 이벤트에서 전부 소모해버려서 쓸 수도 없는데 뭐하는 짓이야.

그렇게 잔소리를 해가며 나는 인벤토리에서 붕대로 써먹을 만한 천을 꺼내 찢고 그들의 상처를 지혈했다.

어쨌든 이렇게 생각 이상으로 과격한 지구력 테스트를 끝내고, 곧바로 다음 테스트로 넘어갔다.

“다음은 ‘체력’ 스탯입니다.”

“체력이란 말 그대로 신체의 강함이에요. 보통은 방어력에 큰 영향을 주는 스탯이긴 하지만…….”

“혹시 이번엔 때리는 걸 견디는 정도로 측정하는 거라면 안 한다.”

이미 도가 지나친 테스트를 한 번 경험한 터라 나는 도끼눈을 뜨고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진 하지 않는다는 듯 레테라는 한숨과 함께 말하였다.

“그 전에 저희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최대한 안전한 방법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체력 스탯은 방어력뿐만이 아니라 장비할 수 있는 아이템 무게에도 영향을 주지 않습니까?”

“뭐, 그렇긴 하지.”

“그래서…….”

쿠웅!!

레반은 어디서 가져온 건지 사람 머리통만 한 돌덩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는 가져온 돌덩이를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돌덩이를 들고 10번 스쿼트가 가능한가로 측정하고자 합니다.”

스쿼트?

무릎을 굽혔다 펴며 몸 일으키기를 반복하는 그 하체 운동?

돌덩이가 꽤 무거워 보이긴 하지만 스쿼트 10번 정도라면 문제없을 듯싶다.

오히려 걱정하던 것보다 훨씬 쉬워서 김이 빠질 정도다.

“그게 다야? 꽤 쉽네?”

“네. 그리고 단계적으로 무게를 올리는 겁니다.”

“뭐?”

레반은 손가락으로 뒤편을 가리켰다.

그곳엔 두 사람이 미리 준비한 듯한 돌덩이들이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었다.

제일 왼쪽에 있는 게 가장 작았는데, 그것만으로도 레반이 앞으로 가져온 돌덩이의 두 배는 되어 보였다.

돌덩이는 오른쪽으로 갈수록 크기가 점차 커졌다.

가장 끝에 있는 건 돌덩이가 아닌 바위 덩어리였다. 내가 팔을 둘러도 다 안을 수 없을 정도의 크기다.

설마 저걸 나더러 들라고 가져왔을까. 그냥 우연히 그 자리에 있는 바위를 착각한 게 아닐까.

눈앞의 현실을 부정하려 해보았지만, 그런 헛된 발악은 바위 표면에 묻어 있는 흙을 보고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정말로 내가 들기를 바라며 산 중 한곳에 얌전히 박혀 있던 거대 바위를 직접 뽑아온 것이다.

“우선 가장 작은 이 바위를 들어보도록 하죠. 성공하면 체력 1스탯과 규격이 맞을 거예요. 다음 바위부터는 2, 3, 4 스탯 순이고, 마지막에 있는 건 10스탯이에요.”

“……그냥 1스탯으로 확정해줘.”

그 순간, 나는 누구보다 냉정히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고 판단을 내렸음을 자부한다.

열 번째는 고사하고, 두 번째 돌덩이만으로 스쿼트를 했다간 내 무릎이 아작 날 것이다.

이로써 나는 생명력, 지구력, 체력 세 스탯 모두 최하점을 받았다.

그런데 그 사실이 전혀 비참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증명에 안도감마저 감돈다.

지성, 신앙, 행운은 측정할만한 기준이 부족해서 패스한다고 했으니 확인해야 할 남은 스탯은 두 개다.

근력과 기량.

각각 레반과 레테라가 엄청난 자부심을 품고 있는 스탯이다.

‘이 둘 중 그나마 나은 스탯을 중점으로 나를 단련시킨다고 했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그 두 개도 뻔할 것 같은데…….’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테스트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가장 먼저 근력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근력이란 말 그대로 근육이 낼 수 있는 모든 힘. 근육의 용도가 신체를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해볼 때, 모든 움직임과 그 위력은 근력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하면 강할수록 어떤 압력에도 밀리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나아갈 승부를 제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강()의 힘이며, 그렇기에 근력은 원초적인 무기로…….”

레반답지 않게 장황한 설명이 이어진다. 자신의 전문 분야라서 들뜬 모양이다.

그의 말이 한 마디, 두 마디를 넘어 열 마디를 넘어가자 참다못한 레테라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떠들다 날 지새울 거냐, 근육돼지?”

그런 레테라의 지적에 레반도 말이 길어졌음을 인지한 모양이다.

무안함을 털어내려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드디어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갔다.

근력 측정은 어떻게 할까 했는데, 레반은 체력 측정용으로 가져왔던 바위 중 중간에 있는 하나를 옆으로 눕혔다.

한쪽 면이 평평한 바위는 적당히 우리의 가슴 높이까지 올라왔다.

레반은 거기에 팔꿈치를 대고 손을 나를 향해 내밀었다.

“테스트 내용은 팔씨름입니다.”

“팔씨름? 승부 자체가 성립 안 되지 않아?”

맨주먹으로 다리 기둥을 박살내는 녀석과 팔씨름이라니, 죽으라는 건가.

나를 향해 내밀어진 레반의 손이 악어의 입처럼 느껴졌다.

그런 내 걱정을 알았는지 레반은 괜찮다는 듯 얘기했다.

“어디까지나 근력 테스트 용도입니다. 전 버티기만 할 테니 형님은 마음껏 힘을 내시면 됩니다.”

“그런 거라면야…….”

적어도 팔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일 염려는 없겠다고 판단한 나는 레반의 맞은편에 섰다.

그처럼 바위 위에 팔꿈치를 올리고 손을 맞잡는다.

순간 내가 붙잡은 게 사람 손인지 철판에 뒤덮인 건틀릿인지 알 수가 없었다.

손의 크기도 크기지만, 견고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단한 굳은살이 그가 얼마나 험난한 역경을 넘어왔는지 알려주는 것 같았다.

이게 사람 손이라는 걸 증명하는 건 손바닥을 통해서 전해지는 열기뿐이었다.

강하고 뜨거운 손.

이것이 바로 강자의 손이라는 걸 실감했다.

그런 자와 팔씨름이라니, 두려운 한편 호승심이 일어났다.

“시작!!”

심판 역할을 맡은 레테라의 외침과 함께 나는 팔에 모든 힘을 쏟았다.

레반의 팔을 넘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가 예상하고 있는 내 자신을 깨부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셈이다.

그런데 팔씨름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투웅!!

철벽처럼 견고할 거라 생각했던 레반의 팔이 너무나도 쉽게 넘어갔다.

동시에 레반의 몸이 풍차처럼 회전하며 공중에 떠올랐다.

“아, 아니, 이럴 수가!”

공중을 맴도는 동안 놀란 듯한 레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어딘가 인위적으로 꾸민 듯한 어색함이 남아 있는 목소리였다.

털썩!!

레반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흔들림 없는 강자가 갑작스러운 신성의 등장에 꺾여 땅에 나뒹군다는 비장함을 온 몸으로 표현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한 단어뿐이었다.

할리우드 액션.

간혹 스포츠 등에서 보이는 비매너, 과도한 액션 연출이었다.

“…….”

“…….”

나와 레테라는 할 말을 잃고 쓰러진 레반을 내려다보았다.

솔직히 보는 사람이 뻘쭘해질 정도로 과하면서 어색한 연기였다.

“서,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형님! 형님은 근력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습니다!”

바닥에 쓰러진 상태로 고개만 든 채 나를 우러러 보며 말하는 레반.

나를 근력의 길로 끌어들이려는 그의 눈빛은 부담스러울 만큼 반짝였다.

그 시선을 두고, 나는 별 다른 말없이 레테라의 이름을 불렀다.

“레테라.”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 귀신같이 속뜻을 알아들은 모양이다.

아니면 본인이 그러고 싶어 했던가.

반사적으로 튀어나간 레테라의 발은 결정적인 승부차기를 날리기 직전의 축구 선수처럼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빠아아아악!!!!!

맹렬한 기세로 휘둘러진 레테라의 발은 그대로 레반의 머리를 걷어 차 하늘 높이 띄워 올렸다.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레반은 지상 20m 정도에서 정점을 찍었고,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 아래로 떨어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자, 다음 테스트로 넘어가죠, 오라버니.”

“응.”

레테라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나를 돌아보았고, 나는 바로 수긍했다.

근력 수치는 잘 모르겠지만, 레반이 굳이 저런 오버 액션을 하는 걸 보면 그리 높은 건 아닌 모양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확인할 스탯은 기량이었다.

***

회사에 출근한 오서연은 입구에 꽂혀 있던 광고지 몇 장을 쥐고 평소와 같이 사장실로 출근했다.

사장실의 문을 열자 그녀를 반기는 건 너무나도 기묘한 광경이었다.

“어, 그래. XX빌라 ‘다’동 302호로 페페로니 피자 하나랑 콜라 하나 배달해줘.”

상사이자 사장이자 정체 모를 외계생명체A, 율이 한 손으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어딘가에 접속해 글을 남긴다.

그 뒤 한쪽에 있는 티슈를 뽑아들고 크흥!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코를 풀어냈다.

그대로 둥글게 만 덩어리를 휴지통에 버리는 게 아니라 굳이 창문까지 걸어간 다음 활짝 열린 창밖으로 쓰레기를 집어던졌다.

“휘익!”

직후 율은 휘파람을 불었다.

그 소리에 끌린 건지 양옆으로 넓게 펼쳐진 창문에 작은 그림자가 몇 개가 빠르게 지나간다.

율은 망설이지 않고 그림자에 손을 뻗었다.

덥썩!

“짹짹?!”

설마 붙잡힐 줄 몰랐다는 듯 율의 손에 붙잡힌 비둘기 하나가 새된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친다.

그러나 완벽하게 붙잡힌 비둘기는 날개 한 번 펄럭이지 못하고 벌벌 떠는 게 할 수 있는 일 전부였다.

율은 그대로 방의 정반대편 창문으로 걸어갔다.

그 뒤 망설임 없이 그쪽 창문에서 붙잡힌 비둘기를 풀어주었고, 비둘기는 무서운 경험했다는 듯 허겁지겁 날아갔다.

보다 못한 오서연이 입을 열었다.

“뭐하고 있어요? 정신 나갔어요?”

치매 걸린 노인네도 아니고, 율의 모든 행동엔 두서가 없으며 의미조차 파악하기 힘들었다.

저대로 놔두면 벽에 똥칠까지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오서연은 율을 불렀다.

“어, 왔냐?”

“뭐하고 있냐니까요? 다음 이벤트는 적어도 한 달 뒤에 한다면서요?”

한 번 상상을 초월한 짓거리를 벌인 율이었기에 그가 또 위험한 이벤트를 벌이지 않을까 경계하던 오서연이었지만, 율은 당분간 이번트는 없으니 걱정 말라는 말로 일축했다.

이런 건 완급조절이 중요하다나 뭐라나.

그래도 당분간 이상한 짓은 안할 거라 안심하자마자 하는 짓이 바로 이것이다.

“게임 마스터의 역할 중 하나는 게임 자체가 재미없게 침체되는 걸 막는 거지.”

“……?”

“나비효과라는 말 들어봤어?”

나비효과.

어느 기상학자가 사용한 용어로, 한 지역에서 나비가 작은 날갯짓으로 일으킨 바람 하나가 지역을 넘어가면서 큰 태풍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보통은 작은 사건 하나가 생각지도 못할 거대한 사건으로 커질 때 사용하곤 한다.

“알긴 아는데, 그게 왜요?”

“게임에 참가한 플레이어는 총 57명. 이 한반도 땅이 세계 기준으로는 좁아터졌지만, 57명의 인간과 그들의 짐승들이 섞이기엔 너무나도 넓은 곳이지. 이 땅에서 플레이어들이 우연히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야…… 엄청 낮겠죠?”

“그렇지. 그래서 내가 나서는 거야.”

율은 오서연이 가져온 광고지 중 하나를 빼앗듯 가져갔다.

마치 어린애처럼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광고지를 접은 율은 곧 종이비행기 하나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들고 창문으로 다가간다.

“물이 고여 썩어버리지 않도록, 적당하게 퐁당퐁당 돌을 던져서 섞이게 하는 거거든. 이건 그것을 위한 나비효과야.”

오서연은 율의 말을 해석해보았다.

그러니까 율에 의도를 알 수 없는 이상행동들이 전부 무언가의 트리거가 된다는 건가?

별 거 아닌 행동이었지만 연쇄작용으로 플레이어에게 작용될 만큼 커지는…… 응?

“플레이어끼리 일부러 마주치게 한다고요?”

“응. 좋게 풀리면 서로 친해지겠지.”

“만약 좋게 풀리지 않는다면요?”

휘익!

종이비행기를 바람에 태워 날려 보낸 율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뭐, 피 터지게 싸우는 것 말고 더 하겠어?”

“이럴 줄 알았어!! 역시 또 음흉한 짓 꾸미는 중이었잖아요!!”

“음흉한 짓이라니! 녀석들의 일상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새로운 자극을 선사해주려는 것뿐이야! 난 그걸 구경하면서 재미 좀 보려는 거고!”

“그게 음흉하다는 거잖아, 이 관음증 환자야아아아아아아!!!!”

흥분한 오서연이 율의 멱살을 붙잡듯 말든 종이비행기는 이미 율의 손을 떠났다.

한 번 펄럭인 나비의 날갯짓을 되돌릴 수는 없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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