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Hells? Health! 4
* * *
냉정히 생각해보자.
레반과 레테라가 사라졌다. 그리고 눈앞으로 묘한 분위기에 여성이 나타났다.
정황상으론 이 여성이 무슨 짓을 한 게 분명하다.
그 둘이 당했다?
그럴 거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그 둘이 얼마나 강한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내가 눈을 떼고 있던 단 몇 분 사이, 소리조차 없이 무력하게 당했을 가능성은 생각하기 힘들다.
하지만 문제는 뭐가 되었든 결국 그 둘은 이 자리에 없으며, 일을 벌인 장본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홀로 남은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웃는 낯이긴 하지만 어딘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시선.
마치 이쪽을 탐색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캐릭터인가? 아님 플레이어?’
뭔지 몰라도 이쪽과 관계가 깊다는 예감이 들었다.
진혜라는 여성은 헬스클럽에 자주 오기라도 하는 건지 내가 최근부터 다니기 시작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채고 물어왔다.
그 물음에 답해준 건 내 옆에 있던 안범석이었다. 그는 그녀를 익히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이번에 한 달 무료 체험하러 오신 분이야.”
“혹시 지인이랑 같이 오셨나요?”
“어떻게 알았어? 남녀 둘과 같이 오셨는데, 그 사람들 운동신경이 아주 뛰어나더군! 벌써 인기스타야.”
사라진 레반과 레테라가 내 지인이라는 걸 알자 나를 향한 여성의 시선에 묘한 압박감이 더해지기 시작한다.
내가 그들의 플레이어라는 걸 직감한 걸까.
나는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여기서 그녀에게 확신을 주었다간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그 두 사람은 어디 있죠? 헤어지기 전에 같이 식사하기로 했는데 안 보이네요.”
갑자기 사라진 레반과 레테라의 소재를 묻는 건 부자연스러운 행동은 아닐 것이다.
그들에겐 미안하지만 지금은 그들과 새빨간 타인인 척 해야 한다.
그저 우연히 알게 된 사람들과 같이 헬스클럽을 다니기 시작한 정도의 타인.
어떻게든 그러한 인상을 상대에게 새겨줘야 했다.
“알던 사이가 아닌가요?”
진혜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헤어지기 전, 식사 약속 등등……. 별거 아닌 단어의 조합이었지만 거기에 담긴 미묘한 거리감은 효과적으로 그녀에게 어필된 모양이다.
사라진 두 사람과 내가 관계가 있다고 확신으로 넘어가려던 것이 의심으로 되돌아온 듯 진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 친한 사람을 통해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이인데, 마음에 잘 맞아서 같이 다니고 있어요.”
“어? 그랬습니까? 안지 얼마 안 된 것치곤 무척 친해 보이던데요?”
“……마음이 잘 맞으니 친해진 거죠.”
쓸데없는 말 좀 하지마쇼, 트레이너 양반.
여기선 작은 의심의 씨앗도 내 숨통을 조일 수 있단 말이야.
“아마 급한 일이 생겨서 떠났나 보네요.”
진혜가 그렇게 정리하려고 했지만,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녀의 시선은 무언가를 판별하려는 듯 나에게 고정되었다.
웃는 낯이긴 해도 나에겐 전혀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돌변해 나를 덮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몸속의 피가 메말라가는 듯한 몇 초가 지난 뒤, 그녀는 겨우 나에게서 시선을 떼고 안범석을 돌아보았다.
“범석 씨. 오늘 일은 몇 시에 끝나나요?”
“응? 평소대로 10시에 끝낼 생각인데?”
“그럼 그때까지 기다릴게요.”
“뭐? 이제 겨우 5시인데? 평소처럼 집에서 기다려도 괜찮아.”
“아니요. 여기서 기다릴게요. 나중에 할 얘기도 있고요.”
그렇게 말한 진혜는 나와 안범석의 옆을 지나쳐 헬스장 사무실을 향해 걸어갔다.
가기 전에 한 번 더 힐끔 나를 살폈지만 그밖에 별다른 행동은 없었다.
한 가지 특이한 행동을 하나 하긴 했는데, 오른손으로 사무실 문손잡이를 잡으려다가 도중에 왼손으로 바꿨다는 것 정도.
저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묘하게 신경 쓰인다.
‘일단은…… 세이프인가?’
일단 반응을 보아하니 아직 수상함을 느끼긴 하지만 당장 내에게 무슨 짓을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사무실 문 너머로 사라지는 진혜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려니 누군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찔러왔다.
안범석이었다.
“어떻습니까? 정말 예쁘지 않습니까? 제가 변할 계기를 준 여성이 바로 저 진혜 씨입니다.”
“네?”
조금 전의 안범석과 나눴던 얘기를 떠올렸다.
스스로가 걸어 다니는 비계 덩어리라고 자조할 정도로 심각한 비만이었던 그를 바꿔준 계기가 되었다던 여성.
그게 눈앞에 여성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생기고 만다.
“……저기, 저 사람과 만났을 때가 언제라고 했었죠?”
“5년 전입니다. 왜 그러십니까?”
“아뇨. 저라도 근육 키워서 잘 보이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분이라서요.”
“하하하! 뭘 좀 아시는군요, 신요현 회원님! 하지만 이미 저라는 임자가 있습니다?”
내 아부가 마음에 들었는지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만족스럽게 웃는 안범석.
하지만 난 혼란에 빠졌다.
‘5년 전부터 만났다고?’
시기가 맞지 않는다.
게임 캐릭터가 현실에 출현한지 한 달이 겨우 지났다.
진혜가 정말 게임 캐릭터라면 현실에 있을 리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플레이어?
그녀는 사실 평범한 일반인이고, 그녀의 게임 캐릭터가 어딘가에 숨어서 레반과 레테라에게 술수를 부린 것일까?
‘그런 것치곤 눈빛이…….’
나를 지긋이 응시하던 진혜의 눈빛을 떠올려본다.
그것은 분명 레반과 레테라를 닮아 있었다.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주인 이외에는 전부 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던가.
하티라는 예외가 하나 있었긴 해도, 진혜의 것은 그 기본적인 것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자신이 지켜야하는 영역 안으로 들어온 수상한 것을 바라보는 눈빛이다.
그 경우 진혜가 지켜야할 건 무엇일까.
나는 옆을 돌아보았다.
진혜를 본 것만으로 얼굴에 근육이 풀어져 헤벌쭉해진 남자가 하나 있었다.
‘이 점에서 보면 플레이어로 가장 유력한 건 이 양반인데…….’
온몸을 갑옷처럼 무장한 근육.
도저히 게임에 관심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본인 입으로 5년 전까진 이런 근육질 몸매가 아니라고 밝혔다.
SoR을 플레이한 그가 자신이 만든 캐릭터에게 사랑에 빠져서, 그것을 계기로 살을 빼기 시작한 거라면…….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간 거 같다.
현실 여성도 아니고, 겨우 컴퓨터 속 캐릭터에게 잘 보이겠다고 살을 빼는 사람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지금 그가 거짓말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젠장. 더 모르겠네. 레반과 레테라는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알아내야 하는데…….’
머리를 싸매며 고민해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나오기 전에 신발장 근처를 살펴보았지만 전투가 일어났거나 하는 흔적은 없었다.
할 수 없이 나는 일단 헬스클럽을 나서기로 했다.
지금 나 혼자 이곳을 얼쩡거려봤자 할 수 있는 건 없을뿐더러, 괜한 의심만 받을 수 있었다.
지금 도움을 구할 만한 상대라면…… 역시 그녀밖에 없겠지.
‘순순히 도와줄 지 자신은 없지만.’
헬스클럽을 나선 나는 곧장 한 건물로 향했다.
이전에 레테라가 언급했던, 우릴 지켜보는 감시자가 있는 건물이었다.
***
대략 15층 정도 되어 보이는 직육면체형 건물 두 개가 나란히 서 있었다.
레테라가 가리켰던 쌍둥이 빌딩이었다.
그녀 말대로라면 이 건물 옥상에 레아가 있는 모양이다.
그곳으로 향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지만 입구에서부터 경비원에게 제지당했다.
어느 회사 소유건물인데 사원증이 없는 자는 출입이 불가하다고 한다.
곤란한 일이었다.
이 건물 옥상에 이쪽 지인이 있다고 말해봤자 전혀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내 시선은 이웃한 건물로 향했다.
크기는 쌍둥이 빌딩의 절반 밖에 오지 않는 작은 건물.
곧 철거예정이라는 현수막이 증명하듯 건물 내부엔 아무도 없었다. 쌍둥이 빌딩에 들어갈 수 없던 나에겐 절호의 장소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틈을 노려 차단선을 넘었고, 그대로 옥상을 향했다.
옥상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낡아 녹이 쓴 문을 열자 제법 넓은 옥상의 풍경이 보였다.
그대로 옆을 올려다본다.
예의 그 쌍둥이 빌딩이 하늘 높게 뻗어 있었다.
지금은 저녁 시간대.
주변이 어둑어둑해지자 야근을 준비하려는 불쌍한 회사원들의 흔적이 곳곳에 불 켜진 창들을 통해 나타난다.
그 건물을 올려다 본 나는 두 손을 입가에 모은 뒤 큰소리로 외쳤다.
“야! 거기 있지? 내려와서 대화 좀 하자!”
내 목소리는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공허하게 울릴 뿐이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겐 웬 개가 짓나 하고 싶은 소리일 테고, 건너편 건물의 회사원들에겐 너무 멀어서 소리가 아예 닿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초월한 오감의 소유자라면 얘기는 달랐다.
쿠우우웅!!!
그 소리는 내 뒤편에서 울렸다.
그대로 떨어졌다간 충격을 견디지 못한 옥상 바닥이 그대로 꺼질 것을 염려한 것일까. 그녀는 옥상 외곽을 감싸는 철제 난간 위에 떨어졌다.
그것만으로도 가슴 높이까지 올라와 있던 난간이 찰흙을 밟아 뭉갠 것처럼 처참히 휘어져 그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다.
나부끼는 황금색 머리카락.
풍압에 밀려 올라간 그것이 다시 내려앉으며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을 드러냈다.
“레아…… 컥!”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멱살을 잡혔다.
시야가 순식간에 수많은 선으로 변하고, 아찔한 풍압과 중력이 내 몸을 쥐어짜내듯 흘러간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는 것치곤 환영 인사가 심할 정도로 격했다.
설마 다짜고짜 옥상 바깥으로 집어던질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무슨 짓이야, 임마아아아아아아!!!!”
아무리 나에게 앙금이 남았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잖아!
내 몸은 순식간에 부서진 난간 밖으로 날아가 지상을 향해 떨어졌다.
상식을 벗어난 경험을 자주 해본 덕분인지 나는 패닉에 빠지지 않고 찰나의 순간 동안 무언가 붙잡을 게 없는지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그러나 현실은 절망적이었다.
내 몸이 떨어지는 곳은 정확히 이웃한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
어디를 둘러봐도 손으로 붙잡기는커녕 발끝이 닿을 곳조차 없었다.
“으아아아아악!!!”
지상이 팽창하듯 눈앞에 가까워졌다.
최소한 머리만이라도 보호하자는 식으로 두 팔을 교차하고 있을 때, 시야 끝에서 황금색 그림자가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레아였다.
내가 떨어지는 속도 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던 그녀는 이웃 건물의 벽을 한 번 박차고 단숨에 지상 위에 착지했다.
그리고 떨어지는 나를 받아내었다.
푹신!!
단단한 바닥에 깨져나갈 뻔했던 머리는 대신 푹신한 그녀의 가슴에 떨어지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자기가 던지고, 그대로 받아주고.
병 주고 약 주고인 거야 뭐야?
아무리 내 취향의 가슴으로 받아줬다고 한들 내가 용서할 거라고 생각…….
……으음, 커스터마이징을 할 때 내 욕망을 너무 많이 첨가했나.
쌍욕부터 박아줄 생각이었는데 부드러운 감촉과 묘하게 좋은 향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안 나타나네.”
내 두 다리는 이미 땅에 닿았건만 아직 머리를 감싸 안은 두 팔을 풀지 않던 레아는 주변을 경계하듯 두리번거렸다.
문뜩 이 모습과 자세에 대해 깊은 현자타임이 밀려왔기에 그녀를 떼어내며 물었다.
“뭐가?”
“네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충견 두 마리 있잖아. 어딘가에 숨어 있다면 진작 눈깔 뒤집힌 채 튀어나왔을 텐데 말이야.”
이 녀석, 레잔과 레테라가 숨어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날 집어던졌다는 거야?
또 다시 짜증이 치밀어 오르려 했지만, 그것보다 먼저 확인해야 하는 사실이 있다.
굳이 이런 짓을 하면서까지 두 사람의 유무를 확인하려 했다는 건…….
“두 사람이 사라진 걸 알고 있는 거야?”
“당연하지.”
웬일인지 레아는 이를 갈며 노골적인 분노를 드러냈다.
“지난번에 그 덩치 녀석이 내 신경을 박박 긁고 그대로 튀어버렸거든. 어떻게 본 때를 보여줄까 생각하다가 네 앞에서 잘근잘근 밟아주는 게 가장 좋겠다고 생각되더라고. 그래서 적당한 타이밍을 노리려 감시하고 있었지.”
“…….”
설마 야산 1200평을 초토화 시켰던 그때 일을 말하는 건가.
레반이 이 놈이 무슨 짓을 했기에 레아가 이런 반응인 거야? 그냥 레벨 업한 자신을 시험하겠다며 레아와 싸웠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 알면 좀 알려줘. 그걸 물으려고 찾아온 거야.”
레반을 아예 갈아 마셔버릴 생각인 건지 이를 갈고 있던 레아가 이쪽을 돌아본다.
잠시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아니, 이 년이?
내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노려보자 레아는 노려보면 어쩔 거냐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너에게 순순히 협력해줄 정도로 사이좋아진 기억은 없는데.”
“전에 우리 집에서 쉬다 갔잖아. 그걸로 퉁 치면 안 되냐?”
“그건 네가 제발 쉬다가라며 간절히 부탁한 거고.”
아무래도 순순히 나를 도와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잠시 미간의 주름을 긁적이던 내가 물었다.
“원하는 게 뭐야?”
“알고 있잖아?”
역시 그거냐.
예전에 싸우고 헤어졌던 게임 친구와 다시 화해하는 것.
레아가 까칠해진 이유가 그간의 방치라면, 게임을 접은 계기가 된 그 사건은 그녀에겐 트라우마다.
그 근본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건 이해한다.
문제는 그저 게임으로만 알게 된 인물을 어떻게 현실에서 찾느냐이며, 설사 찾더라도 꽤나 처참하게 헤어졌던 녀석과 과연 화해할 수 있느냐다.
잠시 고민하던 난 겨우 대답을 내놓았다.
“……되든 안 되든 한 번 녀석을 찾아볼게. 지금은 그걸로 안 되겠어?”
“뭐. 겁쟁이처럼 찌그러져 있던 놈이 움직이겠다고 말하는 거면 장족의 발전이지.”
완전히 개운하지 않지만 그 정도면 수긍할 수 있다는 듯 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곳에서 헬스클럽은 꽤 거리가 있었다.
지상으로 내려온 지금은 저 멀리 간판의 윗부분만 겨우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앞서 말했다시피 난 너희들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어. 건물 내부는 보이진 않지만 그곳에만 신경을 집중하면 강한 힘을 가진 자의 기척 정도는 구분할 수 있거든. 네가 여기로 오기 전 내가 느꼈던 기척은 딱 두 개. 레반, 레테라 녀석의 것이었지.”
고개를 헬스클럽에 향한 상태로 레아의 눈동자만 다시 나를 향했다.
“그런데 그게 갑자기 사라졌어. 은신 스킬이라도 쓴 것처럼 감쪽같이 말이야. 그 뒤 시간이 지나고 네가 날 찾아왔지.”
그래서 일단 날 무작정 집어던지고 본 건가.
은신 스킬로 모습을 감춘 두 사람을 데리고 내가 뭔가를 꾸미고 있는 건지 확인하기 위해서.
“두 사람에게 은신 스킬은 없을 뿐더러 은신 스크롤도 쓴 적 없어.”
“그렇겠지. 하지만 실제로 두 녀석은 사라졌고, 네가 나를 찾아왔어. 둘이 스스로 모습을 감춘 게 아니라면 뭔가에 의해서 지워졌다고 봐야겠지. 필시 그놈이 범인일 테고.”
범인.
또 다른 플레이어와 캐릭터인가.
“혹시 캐릭터의 기척을 가진 녀석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거나 하지 않았어?”
머릿속에서 잠시 스치는 건 진혜라는 여성의 모습.
헬스클럽에 그녀가 나타났을 때 은신이고 뭐고 없었다.
그녀가 캐릭터라면 분명 그곳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던 레아가 감지했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플레이어고, 주변에 캐릭터가 은신 스킬로 숨어 있었다고 하여도 상관없었다.
은신 스킬은 잠입과 기습 이외로는 활용하기 힘든 스킬이다.
다른 유기체에 간섭하게 되면 은신은 풀린다.
설령 기습으로 레반과 레테라를 사라지게 한 뒤 빠르게 뒤 바로 은신을 재시전 한다고 해도 그 찰나에 들어난 기척을 레아가 놓칠 리 없었다.
레아의 대답을 들으면 명확해질 것을 기대한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고, 뭔가를 망설이는 듯했던 그녀의 입이 겨우 열렸다.
“……없었어.”
“뭐?”
“없었다고. 그 시각 헬스클럽에 있던 건 사라진 두 녀석이 전부야. 그 외의 캐릭터의 기척은 전혀 없었어.”
레아의 대답은 내 기대를 배신하는 것이었다.
사건이 명확해지기는커녕 더욱 미궁으로 빠져든다.
레반과 레테라가 감쪽같이 사라진 순간 헬스클럽 내에 다른 캐릭터는 없었다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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