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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게임 캐릭터가 살아났다!-127화 (127/173)

〈 127화 〉 사람을 찾습니다 ­ 1

* * *

그 녀석과 처음 만난 건 세상이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을 무렵이었다.

고3으로 올라가는 중요한 시기였지만, 수능은 개뿔, 공부는 뒷전이고 자는 시간마저 아껴가며 여전히 SoR에 열정을 쏟았다.

내가 SoR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이 2018년 3월경이었으니까, 1월 중순인 그때는 대략 10달의 시간은 게임과 함께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날 또한 내 인생의 진로보다는 첫 캐릭터인 레아의 육성에 대해 더 고민하고 있었다.

이름: 레아 레벨: 102 직업: 기사 서약: 이름 없는 자의 계약 생명력: 40 지구력: 40 체력: 45 근력: 36 기량: 34 지성: 10 신앙: 8 행운: 10

“동레벨 적들을 상대할 땐 이 정도로 충분하겠지만……. 좀 더 큰 효용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화면에 떠오른 레아의 스테이터스 창을 보며 중얼거렸다.

레벨이 같다고 해서 그 캐릭터의 스탯 수준마저 같다곤 할 수 없다.

레벨을 올리지 않은 채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방법이란 여러 가지니까.

고난도 퀘스트를 클리어해서 분배 가능한 추가 스탯을 얻는 것도 있고, 특정한 방법을 써서 사용하지 않는 잉여 스탯을 다른 스탯으로 옮기는 방법도 있다.

혹은 스탯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치 자체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중 하나가 서약으로, 어떠한 신적 존재와 계약을 맺는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너스 능력이 달라진다.

현재 나는 새로운 서약 대상을 찾아 글레이그 대륙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초보를 갓 벗어난 때에 맺은 ‘이름 없는 자의 계약’은 한 부서진 석상을 통해 맺은 계약이다.

본래 신을 모신 석상이었을 터인 그것의 이름은 없었다.

이름조차 잃은 옛 신이었지만, 그 신성은 아직도 남아 있어 자신과 같이 몰락해가는 자들을 위해 힘을 내려준다는 설정이 있었다.

효과는 최대 HP 증가.

뭣도 모르고 맞을 일이 많은 초보시절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계약이었지만, 일반인과 고수를 나누는 경계인 레벨 100을 돌파한 이후부터는 아무래도 부족함을 느꼈다.

좀 더 전투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확실한 능력치 보너스를 받고 싶었다.

다행히도 이름 없는 자의 계약은 약자를 돕기 위한 계약.

충분히 강해진 이에게 필요가 없다는 걸 인지한 건지 멋대로 계약을 해지해도 페널티가 없다.

나중에 원하는 계약으로 바꿀 수 있다는 메리트 덕분에 더더욱 뉴비에게 추천되는 계약이다.

아무튼, 초짜 졸업이라는 심정으로 새로운 계약을 찾아 여정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이게 영 순탄치 않았다.

프린터로 인쇄한 글레이그 대륙 지도에 빼곡한 메모를 들여다보며 나는 답답한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세상 끝에서 잠드는 용’이 어디에 있다는 거야?”

신들의 도시에서 우연히 찾아낸 고대 서적.

수호 기사들에게 쫓기며 하염없이 벽에다 곡괭이질을 하던 미친 짓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

서적 안에 적힌 건 널리 알려진 사대룡과는 다섯 번째 용의 존재에 대해서였다.

설마 새로운 레이드 몬스터에 대한 정보일까 놀랐지만, 자세히 읽어보니 그것은 레이드 몬스터가 아니라 계약용 NPC이었다.

책에는 그 용과 맺은 계약으로 힘을 얻은 영웅이 놀라운 힘으로 대륙을 평정하였다고 나와 있었다.

소울즈 오브 라그나로크가 출시된 지 5년째.

아직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새로운 계약을 발굴해낼지 모른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계약이 가능하다는 뉘앙스만 있을 뿐, 그 용이 어디 있는 지까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단서라고는 용이 세상의 끝에 있다는 말 하나뿐이었다.

이것에만 의지해 글레이그 대륙 한 바퀴를 일주하는 대장정을 치렀지만, 결국 아무런 소득도 얻을 수 없었다.

결국 정비를 위해 거점이라 할 수 있는 로드제란 왕국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챙! 채앵!

“응?”

처음에 포착한 건 소리였다.

낮은 인기와 인지도에 비해 퀄리티가 쓸데없이 높다고 평가받는 SoR에선 소리의 유동까지 잘 구현해 있었다.

그렇기에 소리의 방향과 높낮이만으로 적의 기습을 미리 알아차리는 걸 가능하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게 아니라서, 어두운 공간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적이 서서히 접근하는 소리가 울릴 땐 게임의 장르가 공포물로 변모한다는 단점이 있다.

어쨌든 지금 소리를 들어보면 무기를 부딪치는 소리였다.

화면을 움직이자 보이는 건 평화로워 보이는 초원.

세계수와 가까운 위치이기 때문인지 아직 이곳엔 멸망의 기운이 침범하지 않았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낮게 솟아 있는 언덕 쪽으로 올라가보았다.

지대가 확 낮아지는 곳 끝에서 누군가 싸우고 있는 게 보였다.

보이는 인영은 셋.

두 캐릭터가 맞붙고 한 캐릭터가 약간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는 모양새다.

PvP야 어디에서나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특히 SoR 속 세계는 아포칼립스가 진행 중이다. 인류의 영역을 아주 조금이라도 벗어난 순간 그곳은 무법지대였다.

이러한 필드에서 싸움은 별로 특이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휘말려들 수 있으니 내빼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묘하게 신경 쓰이는 점이 있어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버려진 기사 갑옷 세트…….’

세 인영 중 한 캐릭터가 입고 있는 낡고 금이 가 있었으며, 고정 끈이 너덜너덜하여 끊어지기 직전의 상태였다.

다른 두 캐릭터의 장비는 멀쩡하고, 심지어 기능성이 뛰어나 보이기까지 한데도 말이다.

‘초보자잖아.’

버려진 갑옷 정도야 어디에서나 주울 수 있으니 특별할 것도 없다.

하지만 버려진 갑옷 풀세트를 입고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저걸 풀세트를 갖추고 입고 있다면 두 가지 경우 중 하나다.

초보자인 척 하고 있는 심심한 고인물이거나, 아니면 진짜 초보자이거나.

왜냐하면 저걸 가장 처음에 접하게 되는 장소가 튜토리얼 지역인 봉인된 탑이었기 때문이다.

탑 내를 돌아다니는 보스 몬스터, ‘추악한 골렘’을 피해 무기와 장비를 얻고 녀석을 쓰러뜨리는 게 튜토리얼 목표이다.

여기서 초보자의 심리를 이해해보자.

어려운 게임이라고 해서 얼마나 어려운 게임이겠어? 하며 방심하다 맨주먹 맨몸으로 보스 몹 앞에 던져지는 기분을.

이쪽이 공격하면 대미지가 쥐꼬리만큼 들어가는 데 비해, 저쪽의 공격은 HP의 절반을 이상을 깎아먹는 핵주먹이라니.

물론 부캐 키우는 고인물이라면 손이 아니라 발을 써서라도 잡는다.

소위 ‘찍먹’이라는 걸 해보려 접한 사람은 손도 못 써보고 계속해서 죽자 짜증을 내며 게임을 꺼버린다.

무식하지만 의욕 있는 사람은 악조건 속에서도 고인물처럼 보스 몹을 때려잡는다. 그리고 나중에 자신이 한 짓이 병신 짓이었다는 걸 깨닫고 후회한다.

의욕이 있고, 게임의 요점을 빠르게 파악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미리 공략을 보고 접한 사람이라면 도망치면서 장비를 모으는 게 목표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충분한 장비를 맞춰서 골렘에게 도전할 수 있고, 대충 급하게 맞춘 장비로 도전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골렘을 쓰러뜨린다면, 초보자가 느끼는 건 다음 스테이지에 대한 염려였다.

시작부터 다짜고짜 보스 몹과 싸우게 되는데 걱정이 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렇기에 튜토리얼 지역을 나서기 전에 최대한 좋은 장비를 찾아내고 나가려 한다.

그게 바로 버려진 기사의 갑옷이었다.

마침 이곳은 봉인된 탑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위치. 버려진 갑옷을 착용한 캐릭터가 있다면 초보자를 떠올리는 건 당연하다.

무엇보다 움직임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초보자다.

갑자기 상대가 공격해 와서 당황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스태미나를 다 소모할 때까지 마구 무기를 휘두르는 모습이 틀림없었다.

저게 고인물의 코스프레라면 솔직히 박수치며 인정해줘야 할 만큼 처절함이 느껴졌다.

‘반면 저쪽은…….’

갑옷을 입은 녀석에 비해 다른 둘은 중견 이상쯤 되어보였다.

초보자보다 훨씬 여유 있는 움직임으로 상대를 농락한다.

아무래도 둘은 한 편인 모양이다.

한쪽이 초보자를 공격하고 있을 때, 다른 한쪽은 구경하는 듯하다가 돌멩이 등을 던지며 초보자를 놀라게 한다.

저건 결투도 뭣도 아니다. 그냥 괴롭히는 게 목적이다.

아포칼립스의 세상에서 스스로의 몸을 지키는 건 필수이다.

게임 속 세상이라고 그건 다르지 않다.

적은 함정과 몬스터뿐만이 아니라 같은 플레이어도 포함된다.

여행하다 보면 같은 플레이어에게 공격 받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그게 저런 비매너 행위를 인정하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

습격해오는 놈들은 원래 이러라고 있는 게임인데 왜 그러지 않느냐며 비선공을 중시하는 플레이어들을 비웃는다.

“엿 같은 새끼들.”

저 새끼들은 자기의 플레이 스타일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다른 이과 함께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플레이 스타일은 무시하는 놈들이다.

가뜩이나 뉴비가 적어 많은 고인물이 허덕이는 게임 환경에서 새로이 나타난 뉴비를 배척하는 게 말이나 되는가.

승리하는 쾌감을 얻고 싶으면 싸울만한 강적은 사방에 널렸다.

저건 그저 자기보다 약한 놈이나 괴롭히며 우월감을 느끼고 있는 것뿐이다.

꾸욱.

“……!”

불쾌한 마음에 마우스를 살짝 강하게 쥐고 있던 나는 묘한 열기가 느껴져서 손을 뗐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분노하고 있을 때, 똑같이 분노하는 누군가의 감정이 흘러들어온 기분이라고 할까.

말도 안 된다는 소리라는 걸 알지만, 정말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이었다.

다시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초보자 농락의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금발의 캐릭터, 레아의 뒷모습만 보였다.

‘설마……? 에이, 말도 안 돼.’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꽝스러운 망상이었기에, 그냥 기분 탓으로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레아와의 첫 정신 교감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기묘한 기분은 기분이고, 저놈들을 어떻게 혼내줄까 고민했다.

초보자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으니 빠르게 인벤토리에서 적당한 무기를 찾아 손에 무기와 바꿔 낀다.

자이언트 배틀 액스 등급: 희귀 분류: 도끼

공격력: 330

내구력 180/200

필요 스텟: 근력 30

「장인 린바드가 만든 자이언트 시리즈 중 하나. 그는 언제나 규격 외의 무기를 좋아했다. 때문에 그가 만든 무구는 항상 인간이 사용할 목적이면서도 너무나 거대하게 만드는 습성이 있었다.」

손에 쥐어진 것은 레아의 몸집만 한 대형 도끼였다.

실제 거인이 사용하기엔 너무 작고, 인간이 사용하기에 너무 크다는 아이러니를 가진 도끼를 레아는 가볍게 어깨에 걸쳤다.

“좋아. 일단 이걸로 대가리부터 깨줄까.”

준비를 마친 난 레아를 달리도록 하며 언덕을 크게 돌아갔다.

초보자 괴롭히기에 열중하는 놈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기 위해서였다.

2대 1로 초보자 괴롭히는 네놈들이 등 뒤에서 일격을 비겁하다고는 하지 않겠지.

***

콰아아아아아앙!!!!

승부는 순식간에 났다.

떨어진 곳에서 돌멩이를 던지던 놈부터 도끼를 내리찍어 처리한 뒤 바로 초보자와 싸우던 녀석에게 달려든 것이다.

장비를 보고 예측은 했지만 이쪽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녀석들이었다.

몇 합을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려는 녀석에게 도끼를 때려 박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후우.”

비매너 유저들을 처리한 뒤, 멍하니 선 채 움직이지 않는 초보자를 돌아보았다.

낡은 투구에 가려진 시선이 이쪽을 향한다.

설마 사실은 초보자 코스프레하는 고인물이고, 저 투구를 벗으면 피부가 보라색인 괴물이 튀어나온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나 보다.

그의 머리 위에서 홀로그램과 같은 사각형이 나타나더니 글자가 드러났다.

­스콜: 감사.

채팅이었다. 아직 기능이 익숙하지 않은지 잠시 헤맸던 모양이었다.

스콜.

그게 저 캐릭터의 이름인가?

나는 마찬가지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채팅으로 답했다.

­레아: 사후 질문이 되긴 했는데, 동료는 아니지? 하는 짓이 엿 같아서 일단 때려눕혔는데.

­스콜: 동료 아님. 다짜고짜 공격했음.

­레아: 저런 놈들이야 어느 게임을 가든 항상 있지. 보니까 초보자 같은데, 너무 이 게임을 싫어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어. 여긴 항상 신선한 뉴비가 고프거든.

­스콜: 호기심에 해봤다가 아까 놈들 하는 짓이 기분 나빠서 때려 치려고 했는데,

이 개 같은 새끼들 때문에 오늘 또 한 명의 뉴비가 떠나는 건가.

슬픈 일이긴 하지만 게임을 하고 안 하고는 본인 마음이기에 내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아직 상대방의 채팅은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스콜: 그래도 아까 님이 통쾌하게 날려버리는 모습 보고 생각 바꿨음. 어렵긴 하지만 재미있어 보임.

예스! 하고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온 SoR의 고인물 동포들이여, 기뻐해라. 여기 신선한 뉴비가 한 놈 올라간다.

­레아: 소울즈 오브 라그나로크에 온 걸 환영한다. 금방 봉인된 탑을 나온 거야? 근처 마을까지 데려다줄까?

­스콜: 여긴 뭐 초보자용 마을 같은 건 없는 거임? 탑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음.

­레아: 뭐, 이 게임이 좀 심하게 불친절하긴 하지. 탑을 나온 이후부턴 완전히 복불복이야. 아무나 한 방향을 정해 뭔가가 나올 때까지 진행해야 하지.

­스콜: 웃기는 겜임.

­레아: 익숙해지면 그만한 매력이 있어. 게임계의 불닭볶음이랄까. 일단은 처음 시작할 때 성장하기 좋은 장소로 안내해줄게. 로드제란 왕국이라고, 이 막장 같은 세계관 내에서 그나마 사람 사는 곳 같은 나라지.

그렇게 나는 로드제란 왕국까지 스콜을 안내해주게 되었다.

가는 도중에 여러 가지 조언이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신기하게도 줄기 잘 맞아서 우리는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레아: 아, 포션 남아 있어? 회복 아이템 줄까? 네 레벨에 좋은 방어구도 몇 개 있어.

­스콜: 왜 이렇게 잘 해주는 거임? 부담스러움.

­레아: 뉴비 돕는 것도 일종의 컨텐츠거든.

그렇게 친해진 우리는 훗날 둘이서 길드마저 만들게 되었다.

실제 이름도 모르고, 그저 게임에서 만났을 뿐인 타인.

그러나 그 녀석과 만나고 여행하던 나날은 분명히 즐거웠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러했던 친구는, 이제 만날 수 없다.

***

“…….”

아직 하늘이 보라색 상태인 새벽녘 고요 속에서 눈을 떴다.

레아와의 일 때문인지 그립기도 하고, 별로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추억을 떠올려버렸다.

머리 좀 식힐 겸 발코니로 나가본다. 새벽의 공기가 제법 쌀쌀해짐을 느꼈다.

그 바람을 맞으며 떠올리는 건 레아와 나눈 약속이다.

스콜.

그 게임 친구와 만나서 화해하는 것.

“아니, 게임에서 만나 친해진 게 전부인 녀석하고 어떻게 다시 만나라는 거야?”

그땐 비상사태라 급하게 약속하고 말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막막한 일이었다.

한탄하듯 발코니의 몸을 기대며 점차 색을 되찾는 주택가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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