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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게임 캐릭터가 살아났다!-140화 (140/173)

〈 140화 〉 트릭 ­ 2

* * *

별 특별할 것 없는 치즈버거였다.

그리 좋은 재료를 쓴 게 아닌지 조금 질긴 두 빵.

그 사이에는 상추, 토마토, 고기 패티, 다시 상추, 피클이 탑처럼 쌓여 있다.

그리고 고기 패티 위에서 이것이 치즈버거임을 증명하는 노란 치즈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흔하고, 간편한 주제에 칼로리는 높은 패스트푸드의 몸체를 하얗고 가지런한 이빨 하나가 베어 문다.

덥썩! 우물우물!

“흠! 겉만 멀쩡해 보이는 싸구려 재료의 집합체 특유의 풍미! 정말 못 참겠다니까!”

극찬하는 말투치곤 신랄한 내용을 주를 이루는 감상을 내뱉으며 율은 치즈버거를 맛나게 씹었다.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던 나와 레아는 그 모습을 어이없게 바라보았다.

“치즈버거를 사달랬을 땐 또 무슨 꿍꿍이인가 했더니…… 그냥 평범하게 먹는구나?”

“그럼 평범하게 먹지. 물구나무 공중제비를 돌면서 한 번에 세 개씩이라도 먹겠냐?”

별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듯 율은 남은 치즈버거를 마저 먹어치우며 말했다.

“햄버거 먹는 방식이 뭐겠어? 그냥 포장 뜯어내고 입을 크게 벌리고 베어 물면 되는 거 아냐? 그 외의 건 필요하진 않아.”

율은 입을 몇 번 움직이는 동안 한 줌밖에 남지 않는 빵조각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난 이래봬도 최선을 다해 너희들에게 맞춰주고 있는 거라고? 밥 먹는 행위 또한 그렇지. 치즈버거 30개를 얇은 종이처럼 압축해서 한 입에 씹어 먹는 만화 같은 행위를 실제로 보이면 같이 먹기 거북하잖아? 합석한 상대방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신경 쓰는 건 예의 아니겠어?”

“네 입에서 예의라는 말이 나올 줄이야…….”

올해 들었던 가장 고약한 농담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이게 아닐까 싶다.

예의를 가장 밥 말아먹은 녀석이 예의 타령을 하다니.

하지만 그런 내 띠꺼운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율은 다른 치즈버거의 포장을 풀었다.

30개까지 아니더라도 녀석의 앞에는 총 10개의 치즈버거가 쌓여 있다. 상대적으로 양호할지 몰라도 역시 먹는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녀석 맞은편에 있던 나와 레아의 앞에는 함께 주문한 감자튀김이 놓여 있었다.

우리쪽 테이블에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건 어색해보여서 함께 주문했지만, 레아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저 숙련된 사냥개처럼 침묵을 유지한 채 율을 노려볼 뿐이다.

뭔가 작은 자극이라도 전해진 순간 장소를 불문하고 전투가 벌일 준비를 하는 것처럼.

정작 율은 그럴 마음이 없는지 먹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 또한 도저히 음식을 먹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

집에서 점심을 먹고 온 것도 있고, 율은 예의라면서 적당히 얌전하게 햄버거를 먹고 있지만,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식욕이 안 난다.

불가사의한 존재는 그 자체로 생물을 긴장시킨다.

패스트푸드점 한가운데에서 평범하게 햄버거나 씹는 이 녀석은, 그저 시야 내에 들어오기만 해도 거북함이 올라올 만큼 괴기한 존재였다.

“넌 대체 정체가 뭐야?”

“처음 만났을 때도 얘기했을 텐데? 알아서 생각하라고.”

“그로부터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지. 설마 인간을 가지고 놀고 싶어서 직접 강림한 신이라도 되는 거냐?”

“신이라…….”

이번엔 율이 고약한 농담을 들었다는 듯 어이없게 웃었다.

그 반응을 본 나는 의아해했다.

“아니라는 거야?”

“글쎄……. 너와 같이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론을 토의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난 그렇게 불리는 게 조금 불쾌하거든. 차라리 인간 오타쿠라는 소리가 더 낫지.”

“너에게도 호불호의 영역이 있을 줄 몰랐는데?”

“좋아하는 게 있으면 싫어하는 게 있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니겠어? 난 너희가 개고생하며 방황하는 꼴은 좋아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무기력하고 허무하게 살다 간다면 혈압 오를 거야. 그땐 내가 직접 나서는 한이 있더라도 그딴 재미없는 인생을 스릴 있게 만들어줄게.”

가볍게 하는 말이었지만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이 녀석, 설마 플레이어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의미 없이 집단 자살이라도 하는 조건으로 출현하는 최종보스는 아니겠지?

“이 얘긴 그만하자고. 기껏 밥맛인 녀석에게 치즈버거를 사준 목적은 따로 있잖아?”

“그랬지.”

빨대로 콜라를 쪽 빨며 율 녀석이 화제를 돌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거기에 응했다.

“진실은 알려줄 수 없지만 조언은 해주겠다고 했지? 그게 뭐지?”

“너무 기대하진 말라고. 신문지 한구석에 적힌 오늘의 운세 같이 앞으로 뭘 하면 좋다는 두리뭉술한 조언이니까. 그것과 다른 점은 정확도가 끝내준다는 거?”

“알았으니까 말해봐.”

내 재촉에 율이 씨익 웃으며 새 치즈버거 포장을 벗겼다.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뭐, 이 새꺄?”

만족스러운 대답은 해주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예상 이상으로 빈약한 대답에 말투가 거칠어지는 걸 참을 수 없었다.

분위기가 안 좋게 흘러가자 레아 쪽에서도 심상치 않은 기세가 일어난다.

그 모습을 의자에 비딱하게 앉은 채로 바라보던 율이 치즈버거를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반항기 찾아왔던 멍멍이치곤 주인과 호흡이 잘 맞네. 너한테도 딱밤 한 대 날려주는 것도 괜찮겠지만, 난 남은 치즈버거 다 먹을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 없으니 잠자코 들어.”

말을 이어가던 율이 치즈버거를 집던 손가락 중 하나를 뻗어 나를 나리켰다.

“지금 네 캐릭터들이 내 비서를 닦달해가며 진실을 찾아 헤매는 중이야.”

“그 녀석들이? 오서연 씨를?”

레반과 레테라가 어디로 사라졌나 했는데 율을 찾아 갔던 건가?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레아를 돌아보자 그녀는 시선을 피했다.

아무래도 진짜인 모양이다.

역시 내 문제로 가만히 있지 못했던 건가.

다짜고짜 연성화를 찾아간 건 아니니 다행이었지만, 그렇다고 율 쪽을 노린 것도 그리 칭찬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

나중에 그들에게 한 소리 해줄 생각을 하며 율에게 물었다.

“진실을 어떻게 찾는다는 거야?”

“딱 하나 남아 있던 글레이그 대륙과의 연결선을 던져줬거든. 게임 환경을 그대로 구현해 놓았지.”

“그 녀석들은 지금 뭐하고 있어?”

“네가 풀지 못하고, 있다는 것조차 증명해내지 못했던 트릭을 두고, 네가 겪었던 심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

내가 겪은 걸 그대로 답습한다는 사실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내 기분을 훤히 안다는 듯 율이 말하였다.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지? 게임에 대해 많이 파고들고 있었으니까. 동료가 자신을 뒤통수 치고 함께 노력한 결과물을 훔쳐간 게 아니라는 가능성 하나를 찾기 위해 자신이 아는 모든 게임 법칙을 동원해보았지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상대방에 대한 용의가 선명해지는 기분은 참 개 같았지?”

율의 말이 이어질수록 내 기분은 점차 가라앉았다.

지금 이놈은 하룻밤 사이에 겨우 덮어 놓았던 마음의 상처를 쿡쿡 지르는 중이었다.

“……지금 날 약올리냐?”

“응. 약올리는 거야. 배신한 건지도 모를 동료를 더 의심하게 되는 게 싫다고 생각을 그만둔 미련하고 멍청한 자식이면 놀려먹기 딱 좋지.”

덥썩!

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손을 뻗었다.

녀석의 멱살을 잡은 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레아의 어깨를 붙잡은 것이다.

그 주제는 레아에게도 민감한 것이라 더는 들어줄 수 없던 모양이었다.

“……? 어째 좀 가슴이 답답해지지 않아? 숨쉬기 힘들어.”

“나도 왠지 모르게 오한이…….”

살짝 새어나간 살기만으로 매장 내 모든 사람들이 원인 모를 이상현상을 느꼈다.

하지만 그 모든 살기가 집중된 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했다.

“이거 왜 이래? 내가 말했잖아. 내 조언은 리스크와 리턴을 동시에 품고 있다고. 이 정도 놀림으로 과민반응 하지 마.”

“리턴이 있긴 한 거냐, 그거?”

날뛰기 직전인 레아를 겨우 진정시키며 물었다.

그러자 율은 마지막 치즈버거 포장지를 뜯으며 말했다.

“네 충성스런 멍멍이들은 여전히 헤매고 있지만 결국은 결과에 도달할 거야. 그 결과가 네가 납득할 수 있는 것이든, 아니든 말이야. 그런데 그런 그들의 고생을 헛고생으로 만들어버리는 쪽이 더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

“……?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율이 말하는 저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남은 버거 조각을 높이 던져서 입안으로 골인 시킨 녀석이 말을 이었다.

“풀이과정 다 생략하고 멸신검을 가져간 장본인과 만나게 해줄까? 이게 내가 제시하는 리턴이다.”

***

“…….”

오서연은 집안에 감도는 불온한 분위기에 함부로 말을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신공 에이드멀을 만날 때까지는 그나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친해진 에이드멀로부터 그의 직인이 찍힌 출입허가증을 얻고 자유로이 공방을 출입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공방 안밖을 오가며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실험이 문제였다.

일단 앨리스 혼자서 개인 길드를 만들고, 길드 이름으로 아이템 제작을 의뢰한 뒤 별의별 시도가 이어졌다.

신요현과 연성화 외에 멸신검을 가져갈 수 있는 방법. 정상적인 방법과는 다른 그 편법을 찾기 위해.

그를 위해서 변장도 해보고, 명의 사칭도 해보고, 도둑 길드의 NPC를 돈으로 고용해 제작된 무구를 도중에 빼 올 수 있는지도 실험해보았다.

그러나 전부 실패였다.

에이드멀은 의뢰자가 아닌 이상 절대 제작 아이템을 넘겨주지 않았고, 변장 정도는 쉽게 꿰뚫어 보았으며, 주인이 와서 찾아가길 기다리는 무구에 손대려는 간악한 도둑 NPC를 붙잡고 직접 모가지를 썰어버렸다.

진짜로 방패에 장식되어버린 도둑 NPC의 얼굴이 보란 듯이 장식되는 모습을 보았을 땐, 이 대장장이 진짜로 괜찮은 걸까 하고 오서연은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이 방법도 아니에요.”

에이드멀에게 제작 부탁한 단검이 인벤토리에 들어와 있는 걸 확인한 오서연이 피곤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에이드멀에게 직접 수주 이외의 방법으로 얻는데 성공한 단검이었지만, 대신 관련 퀘스트의 달성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아무 대장장이에게 가서 단검 10개를 만들어와 달라는 간단한 심부름 퀘스트였다.

설마 퀘스트를 의뢰한 NPC는 길거리 대장장이도 아니라 왕궁에서 가장 유명한 대장장이에게 단검을 만들어 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퀘스트 자체가 다른 곳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도.

­퀘스트: ‘단검을 구해와 줘!’ 난이도: F (단검 획득 0/10)

대장장이에게 무기 제작을 맡겨야 하는 퀘스트는 직접 무기를 건네 받지 않는 한 퀘스트에 카운트 되지 않는 모양이다.

조수 대장장이를 설득해서 몰래 빼내온 단검을 얻었음에도 퀘스트 달성 수치엔 변함이 없었다.

이렇게 14번째 시도도 실패였다.

처음엔 다양한 수단을 생각해온 캐릭터들은 시도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통하지 않자 표정이 굳어져 갔다.

보석을 철통과 같은 보안을 자랑하는 금고 안에 가두고, 열쇠를 쓰지 않는 방법으로 보석을 훔쳐가 보라는 난제가 던져진 것 같았다.

‘정말 편법이 있긴 한 거야?’

이쯤 되면 사실 진실을 가까운 데에 두고 자신이 괜한 고생을 하는 게 아닌가 의심될 지경이다.

겨우 짜내어 생각해 방법조차 앞뒤가 맞지 않거나 실현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타났을 때마다 마음이 깎여 나간다.

왜 신요현이 더 이상 파고들지 않고 그만두었는지 이해가 갈 정도다.

그러나 캐릭터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신요현, 연성화와 관련된 셋이 특히 그러했다.

레반은 다른 방법이 없나 고민하는 듯 오서연의 뒤편에서 뚫어져라 모니터를 응시하였다.

레테라는 캐릭터인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의 한계가 있음을 직감하고 SoR 공략 사이트에 들어가 소소한 팁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있었다.

하티는 연성화가 했던 말에 단서가 있을까 하며, 그녀가 했던 말을 사소한 것 같지 떠올려 메모하고 있다.

지그문트와 진혜는 더 이상 조력할 만한 게 없는지 약간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침체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오서연이 입을 열었다.

“저기, 슬슬 해도 지고 있으니 이쯤 하는 건 어떨까요?”

그녀는 쉬고 싶었다.

가뜩이나 게임 조작을 다른 이에게 맡길 수 없고 자신이 다 하고 있으니 피로감은 더 했다.

하지만 아직이라는 듯 메모지를 들여다보던 하티가 말했다.

“기다려 보세요. 아직 저희가 깨닫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지 몰라요.”

“더 이상 시도해볼 만한 게 없는 거 같은데요…….”

“그렇게 되면 저희는 신요현 씨를 의심한 채 끝날 수밖에 없단 말이에요.”

살짝 짜증이 섞인 목소리.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답답함에 그런 소리가 나왔으리라.

하지만 문제는 신요현 측 캐릭터들 또한 그 발언을 이해해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어이. 그게 무슨 소리냐? 왜 형님이 멸신검을 가져간 것으로 결론이 난다는 거지?”

“저의 입장을 말했을 뿐이에요. 제 3자도 아니고, 멸신검이 저절로 사라진 게 아니며, 우리 주인님이 가져갈 일은 더더욱 없으면 생각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잖아요.”

“우리 또한 그쪽에 대한 의심을 참고 있는 걸 모르겠어? 오라버니가 신경 써주지 않으셨다면 여기가 아니라 그쪽 주거지에 찾아갔을 수도 있어.”

“우리 주인님이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건 이 세상 누구보다 제가 가장 확신하고 있어요!”

“네 믿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은 흔들리는 건 네 신뢰도도 마찬가지야.”

“뭐가 어째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율의 회사로 쳐들어가기 위해 챙겨왔던 각자의 무기들에 손이 점차 가까워지고, 오서연 집안의 공기가 터질 듯이 팽팽해진다.

“그만해라!”

“진정하세요!”

당장이라도 싸움이 벌어질 것 같던 그 순간, 지그문트와 진혜가 사이로 끼어들어 그들을 말렸다.

시간이 늦었음에도 가장 동기가 약한 지그문트와 진혜가 돌아가지 않은 건 이 때문이었다.

방황이 길어질수록 짙어지는 불편한 분위기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의 기운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게 당장의 격돌은 피했지만,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각자 자신의 주인을 믿는 마음과 제 3자 개입 가능성이 희미해진 것이 합쳐지며, 이내 상대를 향한 의심으로 변질되었다.

신요현이 가장 우려하고 피했던 그 사태였다.

집안을 가득 메운 살기에 오서연이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치려 했다.

그러나 등 뒤로는 컴퓨터 책상뿐이라 더 나아갈 곳이 없었다.

결국 그렇게 겁을 먹을 상태로 더듬거리는 손에 마우스가 닿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두려워하는 마음에 다른 무언가가 섞여 든다.

오서연은 그것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우연인지 게임 화면 속 앨리스는 오서연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맞닿은 마우스에서 흘려드는 감정은 마치 앨리스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오서연이 불안해하는 걸 느끼고 ‘괜찮아?’라고 묻는 것 같았다.

그것을 느끼는 순간, 그녀의 뇌리에서 무언가 번뜩였다.

“저기!”

오서연이 외치자 시선이 집중되었다.

통제가 풀리기 직전이었던 맹수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는 건 상당히 공포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잠자코 있어도 더 나아질 것 없었기에 오서연은 용기를 짜내며 외쳤다.

“있어요! 아직 시도해보지 않는 방법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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