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 원흉 대면 1
* * *
우르릉……!!
천둥소리.
번개가 치는 날이면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자연현상.
그 웅장한 소리엔 동물도 사람도 압도되곤 하다.
그런 위장까지 떨려올 듯한 천둥소리가 허공에 고고히 울려 퍼졌다.
하지만 기묘한 일이다.
천둥이 치기 위해선 먼저 번개를 머금은 구름이 모여야 한다.
그러나 그날은 지극히 맑은 날이었다.
세상이 멸망해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지극히 밝고 화창하며 평화로운 날씨였다.
우르르르릉……!!!
그럼에도 천둥소리는 울려 퍼졌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것도 지극히 드문 확률이다.
하물며 이렇게 연달아 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우르르르릉!!! 과과아앙!!!
제그로드 왕국 왕실직속공방.
그곳에 소속된 장인들은 귀를 멀게 할 정도의 천둥소리에 고막을 틀어막았다.
천둥소리는 하늘에서 들리는 게 아니다. 공방 내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들려왔다.
신이 내린 대장장이라 불리는 에이드멀의 전용 대장간이었다.
몇 달 동안 그의 대장간 굴뚝에선 피어오르는 연기가 끊이지 않았다.
잠도 자지 않고, 식음마저 전폐한 채 그는 오로지 무구 하나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 전날까지만 해도 대장간의 소리는 이 정도로 시끄럽지 않았다.
에이드멀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인들의 작업실이 모여 있는 공방이다. 방음 대책은 확실하게 하고 있다.
우르르릉!!!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그런데 그런 방음벽 너머로도 요란한 천둥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공방 전체로 퍼지는 진동과 소음에 다른 장인들이 작업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였다.
도저히 참지 못해 개인 작업실에서 뛰쳐나온 장인 하나가 귀를 틀어막은 채 소리의 근원지로 달려갔다.
굳게 닫힌 에이드멀의 대장간문 앞에는 부공방장이 서성이고 있었다.
장인은 천둥소리에 묻히지 않도록 최대한 복부에 힘을 주어 외쳤다.
“도대체 공방장님께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이 천둥소린 뭐고요!?”
“에이드멀 님은 지금 한참 작업 중이시다! 방해하지 마라!”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시끄럽습니다! 왕궁에서도 항의가 들어오겠어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다른 부하 장인 하나가 허겁지겁 부공방장을 향해 달려왔다.
“왕궁 쪽에서도 항의가 날아왔습니다! 소음 때문에 견디지 못하겠다고!”
“에이드멀님이 왕궁 사자가 찾아오면 이렇게 전하랬다! ‘내 작업 방해하면 국왕이라도 대가리 깨버린다.’라고!!”
“역모죄로 단체로 목 날아갑니다!”
“누가 곧이곧대로 전하랬냐!? 알아서 잘 순화시킨 뒤에 전달해!!”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천둥소리가 더욱 커졌다.
소음에 익숙한 대장장이들조차도 기절해버릴 것만 같이 커더란 소리였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던 부공방장은 소음에 작업이 멈춰서 시간이 남아도는 장인들을 불러모았다.
“어서 움직여!! 방음벽을 더 두껍게 쌓아야 한다!!”
부공방장의 지시에 장인들은 구멍이 일정한 간격으로 송송 뚫린 벽을 들고 와 대장간 외벽에 덕지덕지 붙였다.
벽에 있는 구멍은 소리를 흡수하는 용도였다. 이것으로 퍼져나가는 소리를 최대한 잡자 천둥소리도 조금은 약해졌다.
“안 그래도 요즘 공방장님이 뭔가 이상하더라고! 허락만 주어지면 신의 병기까지 만든다던 양반이 슬럼프라도 온 듯이 한숨 푹푹 내쉬더라니까!”
“요 며칠간 계속 공방을 드나들던 그 두 이방인 때문 아니야!? 자꾸 재료를 전달해주기래 뭔가 하면서 봤더니, 황금색 번개가 번쩍이는 파편 같은 거였어!”
“그리고 이 난리인가!? 소리가 점차 커지는 걸 보니 슬럼프는 확실히 탈출한 모양이네!!”
때 아닌 비상사태에 땀을 뻘뻘 흘리며 벽을 나르던 장인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던 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두껍게 쌓은 방음벽으로 비로소 잦아든 줄 알았던 천둥소리가 다시 커졌다.
그리고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방음벽 전체가 당장이라도 터져나갈 듯 둥글게 휘어지기 시작했다.
불길한 징조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스파크가 튀기 시작하더니, 벽에 걸어놓은 병장기들은 자석으로 변한 듯이 저절로 움직여 서로 달라붙었다.
“부, 부공방장님!?”
“모두 밖으로 대피하라!!”
이곳에 있으면 위험하다고 판단한 부공방장이 공방 내 인원을 대피시켰고, 그와 동시에 휘어진 벽이 완전히 터져나가며 공방의 한구석이 날아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지금까지 들려온 천둥 중 가장 큰 천둥소리가 주변인들을 덮치고 지나갔다.
그 직후에 찾아온 침묵에 사람들은 드디어 자신의 귀가 맛이 간 건가 걱정했다.
하지만 그리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는지, 청력은 금방 회복되고 주변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핫!!!!”
가장 먼저 들려온 건 호탕한 웃음소리였다.
공방에서 일하는 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소리이기도 했다.
폭발에서 몸을 지켜낸 그들은 날아간 대장간이 있던 자리를 돌아보았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곳 중심지에 인간이라고 하기엔 거대한 실루엣이 드러났다.
“이거 참! 이 정도의 걸작을 만들어보는 건 처음이군!!”
거인 대장장이 에이드멀이었다.
수염을 포함한 온몸의 털이 삐죽삐죽하게 솟고, 피부는 까맣게 그을려 있었지만 그의 눈은 생기가 넘쳤다.
그 생기 넘치는 시선이 향하는 것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한 자루의 검이었다.
“파천뇌황이 과거에 버렸다던 신을 죽이는 검을 어느 정도까지 재현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멸신검이라 칭할만하지.”
흡족한 표정으로 멸신검을 바라보던 에이드멀은 자신이 실패할 때마다 포기하지 말라는 듯 재료를 조달해주던 두 이방인을 떠올렸다.
이 검은 그들의 성의에 보답하기 위해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자들이 이것을 찾아갈 때의 표정이 기대되는구나.”
***
에이드멀은 멸신검 제작을 맞긴 두 사람 중 아무나 빨리 와서 물건을 찾아가길 기다렸다.
이방인은 이 세상에 나타나고 사라지고를 반복한다.
지금은 그들이 없는 타이밍이었던 모양이다.
에이드멀이 멸신검을 제작하면서 쌓인 피로를 폭면으로 푸는 동안에도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막 잠에서 깨어날 시점, 누군가 멸신검을 찾으러 왔다는 소식을 듣고 천으로 감싼 멸신검을 가지고 나갔다.
“……?”
그런데 접대실을 찾아간 에이드멀은 곧 의아해질 수밖에 없었다.
생각했던 이들이 아닌 웬 중무장한 기사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갑주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뒤덮고 있긴 하지만, 에이드멀은 그 갑주 안에 있는 얼굴이 자신이 아는 사람과 다를 거라고 확신했다.
“그대는 누군가? 난 이 검을 찾으러 온 사람이라고 들어서 왔는데?”
“……그 검을 찾으러 온 게 맞다.”
남자의 목소리는 갑옷 속에서 음산하게 울렸다.
에이드멀의 시선이 좁혀졌다.
아무리 봐도 수상했다.
사칭하고 있는 거라면 저놈의 모가지를 베어다 멸신검에 장신구로 달아줄 생각까지 했다.
본래의 주인들이 질색하는 건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전장을 누비던 시절의 버릇으로 늘 등에 달고 다니는 거대한 양날 도끼에 슬며시 손을 가져다 대며 에이드멀이 물었다.
“증거는 있는 거겠지?”
그 말에 갑옷의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아무것도 없는 손바닥에서 홀로그램처럼 떠오르는 건 엠블럼.
특정 길드를 상징하는 증표였다.
그것이 자신에게 멸신검 제작을 의뢰한 그들의 길드가 맞다는 걸 확인한 에이드멀은 도끼자루에서 손을 뗐다.
길드 엠블럼까지 제시했다면 의심할 이유가 없다.
단 둘뿐인 길드라고 들었지만, 나중에 새로운 길드원이 생긴 게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 둘이 오지 못할 사정이 생겨 대리인을 보낸 걸 수도 있었다.
“확인했다. 가져가라.”
그러나 왠지 모를 찜찜함을 가슴에 남긴 채 에이드멀은 멸신검을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
멸신검을 받아든 남자는 한동안 그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하게 보일 법도 하지만, 이방인들은 새 아이템을 얻을 때마다 그것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저렇게 제자리에서 굳는 일이 많았기에 이젠 대수롭지 않을 뿐이었다.
멸신검의 능력치를 보고 그것이 진짜라는 걸 확인한 건지, 남자가 살짝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로 됐군.”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다.”
무뚝뚝한 어조로 대화를 끊어버린 남자는 그대로 몸을 돌려 공방을 나섰다.
볼일만 마치고 쌩하며 사라져버리는 것도 이방인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에이드멀에게 신경 써주던 그 둘이 특이한 부류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쩌서인지 에이드멀의 눈에는 멀어지는 남자의 뒷모습이 마치 일을 저지르고 도망치는 듯한 모습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런 인상일 뿐이었기에 가서 남자를 붙잡을 이유는 되지 못했다.
‘기분만 잡쳤어.’
본래 의뢰자들과 직접 만나며 함께 자축하는 걸 기대했건만, 이상한 놈이 끼어들어 그것을 다 망친 기분이다.
돌아가서 술이나 진탕 마시며 잊어버리자.
에이드멀이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돌린 순간이었다.
“이야~ 이걸 진짜로 해버리네?”
“……!!”
분명 아무도 없던 자리였다.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도 뭣도 없었다.
그런데 에이드멀 바로 옆에 놓인 소파 위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처음 보는 생김새에 후즐근한 차림을 한 남자.
다른 장인이 봤다면 웬 잡상인이냐며 쫓아내고도 남을 모습이었지만, 에이드멀이 느끼는 건 달랐다.
에이드멀은 이 남자가 스스로 입을 열 때까지 전혀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전장을 겪어오며 감이 날카롭게 단련된 에이드멀에게 있어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누, 누구시오?”
에이드멀의 물음에 후즐근한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이걸 제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참 애매해. 핵이나 버그를 쓴 것도 아니야. 굳이 따지자면 이곳이 게임이 아니라 또 하나의 현실이기에 벌어질 수 있는 작은 어긋남을 이용해먹은 거지. 방법이 상당히 어이없긴 하지만 별 수 있나. 원래 현실이라는 게 개연성이 끝내주게 떨어지는 것을. 안 그래?”
“그러니까 무슨 말을…….”
동의를 구하듯 돌아보며 물어봤자 에이드멀이 답할 수 있는 게 있을 리 없었다.
“난 이것을 유효하다고 판단했어. 정작 이딴 수법에 당한 당사자들의 고생길은 훤히 열리겠지만…… 내가 알 바 아니고.”
이 후줄근한 남자가 무슨 소릴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알 수 없지만…….
에이드멀은 이 녀석이 방금 엄청나게 무책임한 소리를 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소파에 깊이 몸을 기대고 탁자에 버릇없이 신발을 올려놓던 그 남자는 말을 이었다.
“진실과 거짓은 항상 대립하지. 어느 쪽이 강한 지 알 수 없지만, 유리한 쪽은 ‘좀 더 악의적인’ 쪽이야.”
그렇게 말한 남자는 손가락을 뻗어 창문 밖을 가리켰다.
그곳으로는 방금 멸신검을 가져간 남자가 공방을 나서고 멀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있었던 일은 애먼 녀석들 갈등의 씨앗이 될 거야. 보통이라면 그 순간 사이가 틀어져 다신 회복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지. 하지만……. 글쎄다, 양쪽 다 상대를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미련한 녀석들이라면 혹시 다를지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말만 지껄이던 남자는 갑자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러며 에이드멀을 돌아보았다.
“오늘 일은 잘 기억해둬. 그리고 만약 먼 훗날 누군가 너에게 멸신검에 대해 물어본다면 잘 대답해주라고. 네가 진정으로 그 두 사람을 돕고 싶다면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사라졌다.
멋대로 가버렸다던가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 했다던가, 그런 단순한 게 아니다.
그냥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설사 사막의 신기루조차도 이것보다는 현실감 있게 사라질 것이다.
“…….”
짜악!!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던 에이드멀이 자신의 뺨을 힘차게 후려쳤다.
얼얼한 통증이 퍼진다.
적어도 꿈은 아니었다.
“대체 뭐였던 거지…….”
결국 멸신검을 가져간 갑옷의 남자도, 그런 놈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고 사라진 후줄근한 남자도 당최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 일을 기억하라는 남자의 말과 상관없이 오늘 겪었던 일은 에이드멀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았다.
“멸신검이 제발 자신에게 어울리는 주인을 찾아갔기 바래야겠군…….”
***
레테라를 통해 에이드멀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멸신검을 가져간 건 역시 나도, 연성화도 아니었다.
“스콜. 책임은 내가 질게. 그러니…….”
그렇다면 율이 했던 말과 모순이 생긴다.
그는 멸신검을 가져간 이와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고, 이곳에서 연성화와 마주치자 이 상황 자체가 상대가 범인이라고 고하는 것처럼 느꼈다.
그런데 여기서 제 3의 용의자가 숨겨왔던 존재를 드러냈다.
“지금 당장 이곳으로부터 반경 1km 이내를 전부…….”
만약, 아직 율이 했던 말이 유효한 것이라면.
우리가 그저 조금 빨리 온 것뿐이라면.
진작 무대 위로 올라와야 할 그 빌어먹을 자식은 어디 숨어 있을까?
“불태워버려.”
“네.”
연성화의 말에 스콜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한 손으로는 크리스탈이 박힌 완드를 허리춤에서 뽑아들었다.
마법의 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맨손보단 마력 사용을 보조할 도구를 사용하는 게 더 나았다.
스콜은 레아와의 싸움 내내 완드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누가 죽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거칠게 싸우긴 했지만, 실제로는 죽일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주저앉고 완드를 꺼내들었다.
침착한 그 또한 이번만큼은 감정을 주체 못 한다는 증거였다.
우웅……!!
완드에 박힌 크리스탈일 빛을 품었다.
스콜이 중얼거리는 영창과 함께 더욱 커지던 빛은 마지막 시동어에서 절정이 되었다.
“파이어 애로우. 장전.”
그 순간 검은 하늘이 밝아졌다.
하늘을 가득 매우는 건 눈으로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나열되어 있는 불꽃의 화살이었다.
하늘 어느 곳도 아닌 정확히 지상을 향하고 있던 화살 끝이 스콜의 신호에 함께 일제히 쏘아졌다.
“발사!”
쿠과과과과과과아아아앙!!!
화살비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내렸다.
나무도, 땅도 모두 불길에 휩싸인다.
소돔과 고모라를 불태웠다던 불화살를 재현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
그렇게 주변 일대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던 와중, 레아와 스콜이 동시에 무언가를 포착한 반응을 보였다.
레아가 나를, 스콜이 연성화를 안고 바로 그곳을 향해 몸을 날린다.
깊은 구덩이를 벗어나고 그들이 멈춘 곳은 불타는 수풀이 있는 곳.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는 앙상한 가지들 사이로, 무언가 있었다.
펄럭!!
망토를 크게 펄럭임과 동시에 그 주변을 불태우던 불길이 일제히 물러났다.
그렇게 생긴 빈 공간을 통해 천천히 걸어 나오는 그것의 모습을 우리는 바라보았다.
그것이 걸을 때마다 울리는 철그럭 거리는 소리가 불쾌감을 더욱 자극한다.
“중갑주를 두른 남자…….”
에이드멀이 말한 특징과 일치하는 모습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