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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차버린 소꿉친구와 전 여친이 같은 반이라 곤란하다-1화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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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기적 같은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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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적으로 생각해 보자.

이름뿐인 귀족 가문에서, 아무런 재능도 없이 태어난 그저 그런 혈통의 자식이 여기에 있다.

재능이 없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온 세상이 그 사람을 부정하듯 안쓰러울 정도로 무능하다.

슬픈 일이다.

머리론 알고 있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은.

때문에 무슨 시도를 하든 결국 좌절로 끝나고, 포기하고 싶지만 그 사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기에, 눈물을 삼키면서도 없는 재능을 찾아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창조는 오로지 신의 권능이다.

하여, 없는 걸 만들어 내는 건 신이 아니라면 아무도 할 수 없다. 명백한 세상의 진리를 부정하던 그 사람은 다시 한번 좌절하고 만다.

좌절의 끝에서, 그 사람은 한 번 죽었다.

그리고 다시 살아났다.

돈을 쑤셔 넣어 억지로 입학하다시피 한 아카데미 중등부 졸업반 꼴찌 학생이, 제국 최고의 재능을 가진 이들만 모인다는 황립 아카데미에 정정당당히 실력으로 입학하기까지.

불과 반년.

반년도 아니지.

그보다 더 짧은 시간.

선천적 쓰레기 체질, 쥐꼬리만큼 적은 마력량, 소화조차 잘 안 되도록 이리저리 뒤틀린 장기의 형태, 뭘 먹어도 작고 왜소하기만 했던 나약한 육신 등등.

가만 내비두면 사회에서 도태될 게 뻔했던 그 사람은, 반년도 되지 않아 예전의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났다.

쉽게 말해 인간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이건 아예 종족을 갈아엎은 수준이었다. 아니, 일종의 진화라고 봐도 무방했다.

확률적으로 생각해 보자.

이게 가능한가?

물론 그딴 거 없다.

이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기적이군.”

일어날 수 없는 일.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둘은 어감이 좀 다르지만, 내게 있어선 지금 상황에 그 둘 보다 더 어울리는 말이 없었다.

제국 각지를 넘어 알티마 대륙 전역에서 내로라하는 유망한 소년 소녀들이 한 곳으로 모여 태동하는 별의 요람.

그 숫자만 무려 수만 명에 달하는 학생이 모인 황립 프론티어 아카데미.

거기서도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만이 모이는 특수 클래스. 한 클래스당 정원은 고작 열다섯밖에 되지 않는 좁지만 거대한 교실.

“정말 좆같은 기적이야.”

그곳에서.

나는 대략 3년 전 날 차버린 소꿉친구와, 그 뒤에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를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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