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날 차버린 소꿉친구와 전 여친이 같은 반이라 곤란하다-13화 (13/201)

〈 13화 〉 친해지길 바라 (1)

* * *

#1

산책로에 그 둘만 남기고 온 게 실수였는지.

결국 루비아와 뮤는 연회의 막이 내리기 직전에서야 들어와서, 성대하게 준비된 만찬 몇 점 집어먹은 뒤 그걸로 끝이 나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우려했던 분위기 파탄은 일어나지 않았다. 둘이서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원만히 해결한 모양이다.

아닌가. 살짝 지치고 피곤해 보이는 것 같기도 했고…… 내 입장에서 더 신경 쓸 필요는 없다.

— 뭐야, 뭔 일이었는데?

연회장 안에서 가브리엘이 내게 넌지시 사정을 물어오긴 했으나, 그냥 같은 학교 출신인지라 놀라기도 했고 반갑기도 해서 이런저런 해후를 나눴다고만 답했다.

루비아와 뮤는 가장 늦게 들어왔는데도 꽤 많은 관심을 받았다. 우월하게 빛나는 얼굴 탓도 있었겠지만 에픽 클래스 1번과 5번의 재능이다. 많은 귀족들이 그녀들에게 호감을 보이며 재학 중 자금 지원 등 혜택을 주겠노라 명함을 건넸다.

루비아는 어떻게 받긴 했는데, 뮤는 그냥 정중하게 거절할 뿐이었다.

나는, 글쎄. 한 네 명 정도 접근해 왔나.

마지막 순번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오히려 좋아.

자연스러운 미소를 띠며 명함을 건네받고, 이따 나가서 쓰레기통에 버릴 생각을 했다. 미안하지만 누구한테 빚지고 살긴 싫었다.

— 학생회에서 알립니다. 신입생들은 케테르관으로 이동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연회장에서 빠져나온 우리는.

케테르관 1학년 종합강의실로 향했다.

가끔 이루어지는 종교 강연이나, 시험 일정에 관한 공지사항이라든지 에픽 클래스 1학년이 집합해야 될 상황이 생기면 대체로 이곳에 모인다고 한다.

적당히 큼지막한 강의실 안은 시원하고 쾌적했다.

왼쪽 구석쯤에 착석하자 가브리엘이 무섭게 날 따라와 옆에 앉았고, 저 멀찍이 떨어진 곳에 남학생 세 명이 붙어 있었다.

그 앞쪽에 혼자 앉은 남학생 한 명도 보인다.

이름이… 알드리에 캄비온이던가.

냉정하게 생긴 미남이었다.

루비아는 오른쪽 구석.

뮤는 가운데 맨 뒤쯤에 앉았다.

조금 뒤에 들어온 유리가 입구 쪽에 보이는 날 힐긋 째려보더니 살짝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루비아의 가까운 듯 가깝지 않은 지근거리에 착석했다.

루비아 쪽으로 자꾸 고개를 삐걱거리는 걸 보니 친해지고 싶은 모양이다.

그리고, 알드리에처럼 중간 즈음에 혼자 앉은 여학생 한 명.

안 그래도 혼자라 존재가 부각되는데 그 휘황찬란한 머리색 때문에 더 눈길이 갔다.

순백에 가까운 은색. 어깨 부근에서 잘려나간 중단발이 하늘하늘하게 웨이브 진 형태였다.

굉장히 예쁘고 밝은 색이었는지라, 가브리엘도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한 가닥 뽑아보고 싶다고 했다. 밤에 야광처럼 빛날 것 같다고.

대강당에서 엘레나가 번호를 부를 때 워낙 정신이 없었지만, 어렴풋이 기억은 난다. 분명 스텔라 뭐시기 하는 이름이었다. 쭈뼛거리며 일어나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던 것도 기억 난다.

소심한 성격인가……?

그렇다면 루비아가 알아서 잘 챙겨주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했다.

한편.

저 뒤에서 뮤의 옆에 앉아 시끄럽게 구는 사샤 엘네인지 뭔지 하는 녀석이 살짝 신경에 거슬리려고 하던 찰나—— 강의실의 문이 드르륵 열렸다.

터벅, 터벅……

내부 소음이 한순간에 잦아들었다.

—탁, 탁.

조용해진 강의실 속에서 한참 걸음을 뚜벅이던 남성은, 단상 앞에 다다르자 옆구리에 끼고 있던 파일을 꺼내어 정리하듯 두어 번 두드렸다.

“……”

에픽 클래스 1학년 담임 교수.

그에 대한 첫인상은, 뭐라고 해야 할지.

“……쯧.”

……존나 귀찮아 보였다.

방금 혀 찬 거 맞지?

나만 들은 게 아닌 것 같았다.

나름 꾸민다고 한 거 같은데…… 스타일링이 귀찮았는지 그냥 넘겨버려서 삐뚤빼뚤하게 머리카락이 솟아 실패한 올백머리.

콧잔등에 걸쳐진 안경 뒤로 짙게 늘어진 다크서클이 보인다. 뭘 담당하길래 잠을 저리 설치는 걸까.

“흐음……”

하루에 연초 다섯 갑은 넘게 피울 것 같은 인상의 피폐한 남자가, 우리들을 무거운 고개로 둘러보면서 한마디 한다.

“타일러 르베귄이다. 너희 1학년을 앞으로 1년간 담당하게 될 거고…… 전공은 연금술이다. 여기서 연금술 할 줄 아는 애들은 없는 거 같으니까 나한테 딱히 뭘 개인적으로 질문할 생각은 하지 마라. 연금술 빼면 아는 거 별로 없어. 나보단 너네 선배들한테 물어봐.”

그런 분이 왜 담임 교수로 계세요.

인사 배치가 뭔가 잘못되지 않았나 싶은 의문이 들 즈음에, 타일러는 들고 있던 파일을 다시금 정리하며 말을 잇는다.

“오늘 내가 해야 될 설명은 여기 안에 다 들어 있다. 수강 신청 방법이나, 기숙사 생활 규칙이나, 내부 구조 설명이나…… 알아서 읽고 잘 숙지해서 앞으로의 생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다시 말해서.

입으로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파일로 대신하겠단 소리였다.

스윽.

교수의 자질이 의심되는 타일러가 앞쪽에 앉은 알드리에를 향해 파일 뭉텅이를 건넨다.

속닥속닥.

그리고 뭔가 지시를 하더니, 알드리에가 조용히 일어나서 우리에게 파일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여기.”

“……어, 고맙다.”

나와 가브리엘에게도 그것을 건네주었는데……그때 알드리에는 참 뭐라 말하기 힘든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전부 나눠준 것을 확인하고 알드리에가 자리에 도로 앉자, 타일러는 흘러내린 안경을 중지로 고쳐 쓰면서 입을 열었다.

“오늘은… 너희 신입생들과 선배들 간 교류회가 있을 예정이었다.”

……과거형 서술부터 불안한 느낌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하지만 지금까지 있던 사례를 살펴봤을 때 굳이 필수 행사도 아니었고, 입학 첫날부터 선배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불편할 수도 있으니 배려하는 차원에서 내 재량으로 행사를 취소했다.”

아, 예……

그냥 신입생 인솔 담당하기 싫어서 취소한 것 같다.

타일러는 우리를 슥 둘러보며 마지막으로 말한다.

“그러니까 이후론 자유시간이다. 다들 친해지길 바란다. 이상.”

그 말을 끝으로.

기대했던 분위기를 배신당한 것처럼 벙찐 학생들을 뒤로하고, 타일러는 뚜벅거리며 강의실을 나섰다.

“……내가 유학을 잘못 왔나?”

워낙 자유분방한 가브리엘도 지금 상황은 어이가 없는 것 같았다.

나를 비롯한 학생들은 제 손에 들린 파일을 내려다보면서, 한동안 대화 없이 가만히 있었다.

어, 음……

예상도 못했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이제 뭘 해야 하나 싶었는데.

— 방이나 구경하러 갈래?

— 시원한 거 먹고 싶다.

— 3동에 수영장 있다던데. 수영 좋아하는 사람?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 옆의 가브리엘을 향해 말을 걸었다.

“가브리엘.”

“……엉?”

의자를 뒤로 끌고 일어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운동 좋아하냐?”

#2

오래전부터 버릇이 하나 생겼다.

언제부터였는지, 하루에 일정량 이상 근력과 체력 운동을 하지 않으면 밤에 제대로 잠들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이런 몸이 되기 직전까지도 꾸준히 운동을 했다.

하물며 내 몸의 성능이 점차 강인해질수록 운동 루틴의 강도는 더욱 거세져 갔고, 지금에 이르러 탄탄히 붙은 근육들이 부풀어 올라 괴성을 지를 때까지 무거운 기구를 들어야만 만족할 수 있었다.

“후욱… 후욱……! 후욱!”

“훅! 후욱! 후우우욱!”

그런고로.

3동에 있는 체력단련장에서 가브리엘과 나는 활동하기 쉬운 복장으로 갈아입은 채 쓸데없는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끄아아아압­!”

“하이야아아압­!”

거친 호흡 소리와 진득한 땀내가 이 주위에 가득했다. 다른 학년들은 강의를 받고 있는지 별로 보이지 않았고, 그 덕분에 우리는 체력단련장에 있는 모든 기구를 한 바퀴씩 일정 세트로 돌 수 있었다.

내 옆 기구에서 바벨을 들어올리던 가브리엘이 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후욱… 너… 후욱, 이 새끼… 좀… 후욱… 친다…?”

“후욱…! 벌써, 훅, 힘드냐…? 훅! 난… 아무렇지, 후욱, 않은데? …후욱!”

“새끼, 나도, 후욱… 네가, 너무 빨리, 후욱… 끝나면… 후욱! 곤란하니까, 물어봤다… 후욱…!”

처음엔 그럭저럭 즐거운 시간이었다.

가브리엘과 장난식으로 먼저 지쳐 쓰러지는 놈이 운동 뒤 음료를 사는 걸로 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이다.

물론 나는 자신이 없었다.

질 자신이.

북방에서 살다 왔다는 가브리엘의 운동 경력까진 잘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 가브리엘은 비실비실하고 여리여리한 타입이었다.

……유니폼을 벗기 전까지만 해도 그리 생각했다.

가브리엘 이 새끼……

유니폼 안에 굉장한 걸 숨기고 있었다.

실눈을 뜨면서 실실 웃고 다니는 주제에 무슨 몸뚱아리는 뒷골목 대장격 포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통나무처럼 두꺼운 팔뚝 하며 상체 부근부근에 자리한 잔흉터 같은 것이, 마치 야수와 같은 험악한 기세를 풍겼다.

북방 출신이라더니 그게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다.

어디 야만전사 족장 아들인가.

성격은 정반대인데 말이다.

그러나, 처음 가브리엘의 단련된 몸을 보고 생각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강한 승부욕이었다.

이 녀석, 나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다.

가브리엘 역시 내 몸을 보고 그리 생각하는 듯했다.

생각보다 훨씬 탄탄한 근섬유의 강도를 보면서 나와 좋은 승부가 되겠다며, 음료 쏠 준비나 하라고 씩 웃음을 지었다.

—후욱 후욱 후욱 후욱

—훅 후욱 후욱 후욱

그렇게.

우리는 지금 대략 한 시간 반쯤 넘게 쉬지 않고 뛰거나 들거나 하며 각자의 몸을 한계까지 혹사시키는 중이었다.

바벨. 더 많은 바벨이 필요하다.

가브리엘과 나는 지금 똑같은 벤치프레스 기구에서 똑같은 무게의 바벨을 들며 뭉개진 단어로 간신히 대화를 하고 있었다.

등짝에 대홍수가 났다. 얼굴이 터질 듯 붉게 달아올랐다. 전신에 땀이 폭포수처럼 흐르고 눈은 부릅 떠졌으며 온몸의 근육이 안쪽으로 팽팽히 당긴다.

“끄… 극… 끄이아아아압!”

“훅, 후욱… 쓰아아아아아!”

바벨을 한 번 내리고 들어올릴 때마다 힘찬 기합 소리가 우리 둘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경쟁심에 불이 붙어 쓸데없이 무거워진 바벨.

이 강철 덩어리를 들어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기만 해도 우리를 둘러싼 공간이 웅웅거리며 짧게 진동할 것이었다.

운동 과정에서 마력은 쓰지 않는다.

그것은 순수한 육체의 대결이 아니었으니까.

너무 강한 힘을 쓰면 오히려 약해 보인다……

“끄이으으으윽……!”

슬슬 손가락 끝이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하는 것을 깨닫곤 이를 세게 악물었다. 여기서 질 순 없다. 아직 꺾일 수 없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내 기합 소리를 듣고 옆에서 가브리엘이 문득 말을 걸어온다.

“후욱, 에지오, 너, 후욱…”

“아직, 아니야, 새꺄…… 후욱!”

패배 선언을 하기엔 너무나도 이르다.

하지만 가브리엘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지 대뜸 말을 잇는다.

“그거 말고, 훅! …궁금한 거, 후욱… 있는데… 후욱!”

“뭔데, 훅, 후욱……!”

“너, 그 애들… 후욱! 아까 걔들, 훅, 이랑… 무슨, 사이냐……! 훅!”

뭘 묻는가 싶었는데 그거였나.

아까 연회장에서 대충 사정은 설명했을 텐데.

“후우……”

텅—

길게 말하기 위해 잠깐 기구 위에 바벨을 걸쳐 놓고,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숨을 골랐다.

“……후우. 동문들이지. 그냥 학교 친구들.”

당기는 근육들을 손으로 주무르면서 그리 답하고 있자니, 가브리엘 역시 나를 따라 바벨을 걸쳐 놓고 재차 입을 열었다.

“그냥 친구들이라기엔, 후욱… 되게 놀라던데?”

좀 큰 소란이긴 했지. 그 엘레나가 화들짝 놀랄 정도로 기세를 폭발시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으니……

“아니, 뭐… 너 같으면 안 놀라겠어? 후우… 같은 학교 출신 세 명이 여기서 만날 줄 꿈에도 몰랐으니까. 놀라기도 했고, 뭐 오랜만에 봤으니 반가워서… 잠깐 나눌 얘기도 여러 가지 있었지.”

내 말에 가브리엘은 벌렁이는 가슴 위에 손을 얹고선 실실 웃으며 답한다.

“그러냐…? 분위기가 묘하다 싶어서 그랬지, 나야. 후우… 새끼, 나중에 걔들 얘기 좀 풀어봐. 얼굴 보면 인기 장난 아니었겠는데.”

둘 다 엄청난 유명인이긴 했다.

물론 보따리를 한 번 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테지만, 굳이 하고 싶은 얘기들은 아니었다.

후들거리는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넌지시 말했다.

“풀고 자시고 할 얘기도 별로 없는데…… 그건 됐고, 가브리엘.”

“왜 임마.”

나는 씩 웃으며 가브리엘을 돌아봤다.

“힘드냐?”

“……”

가브리엘은 땀에 젖은 녹빛 머리를 쓸면서 답한다.

“너야말로?”

그래, 그래야지.

스윽.

나는 다시금 걸쳐 놓았던 바벨을 손에 잡으려다가, 문득 생각난 것을 그대로 입에 담는다.

“묻고 20키로 더.”

“콜.”

……이후 엉망진창 운동했다.

#3

“받아라, 새꺄.”

“고맙고.”

분노의 체력단련이 끝나고 난 뒤.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샤워실에서 차가운 물로 쫙 끼얹고 나니 금세 진정됐다.

한계까지 파들거리던 근육. 잔뜩 땀을 흘렸던 육체. 마무리로 냉수 샤워에 피부까지 뽀송뽀송해지니 이보다 개운하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이래서 운동을 못 끊지. 늘 짜릿해. 최고야.

쪼오오옵.

나는 가브리엘이 3동 카페에서 사온 아이스 커피를 받아들곤 빨대로 쪽쪽 빨았다. 달큰하고 쓴맛이 혀를 적시며 입안 깊숙이 퍼져 나간다.

결과적으로 승부는 나의 승리였다.

사실상 무승부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막상막하의 경쟁이었는데, 기적적인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던 찰나 겹겹이 추가된 바벨의 무게를 버티지 못한 가브리엘이 결국 포기 선언을 했다.

그쯤 나도 거의 한계에 다다랐었으나, 정말 한 끗 차이였다.

가브리엘은 굉장히 치욕스러워했지만 한편으론 만족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그와는 좋은 운동 친구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우리는.

3동을 빠져나와 기숙사 앞에 펼쳐진 정원 근처 호숫가 벤치에 앉아서, 커피를 빨며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쭈와아아압…… 야, 에지오.”

한 호흡에 커피잔 삼분지 일을 들이키던 가브리엘이 말했다.

“왜.”

“넌 뭘로 들어왔냐?”

“……뭔 소리야?”

평화로운 수목과 투명하게 비치는 연못을 가만 바라보면서, 가브리엘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재능 말이야. 재능. 너도 여기 왔으면 뭔가 있어서 온 거 아냐? 그게 뭐냐는 거지.”

“아……”

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재능인가. 재능……

에픽 클래스의 입학을 결정하는 기준에는 굉장한 천재성도 중요하지만 평범한 이들에겐 없는 무언가를 가져야 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무지막지한 잠재성을 지녀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엄청 세세한 기준까진 모른다.

그건 입학 사정관들이나 알겠지.

나도 그냥 프론티어에 지원했다가 덜컥 에픽 클래스 입학이 결정되어버린 사례였다.

문득 나도 가브리엘이 무엇으로 들어왔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가브리엘은 몰라도, 나는 딱히 말로 설명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커피를 쪽 빨면서 말했다.

“좀 복잡하거든, 이게.”

“그냥 간단하게만 말해봐.”

“음……”

나는 잠깐 고민하다 답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말보다 더 확실한 설명 방법이 있거든. 나도 네가 뭘로 들어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뒤.

나는 턱짓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기 가서 한 판 붙어보면 알겠지. 따라 와봐.”

거기엔 1학년 전용 연무장이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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