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날 차버린 소꿉친구와 전 여친이 같은 반이라 곤란하다-19화 (19/201)

〈 19화 〉 평온한 일주일 (1)

* * *

#1

“선배­.”

그 호칭이 들린 순간.

나는 여기가 현실이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

매앰­ 매앰­ 매앰­……

이때의 내가 만약, 정밀한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았다면 당장이라도 파이어 볼트를 쏘아 없애버리고 싶은 매미들의 시끄러운 울음소리.

봄이 지나고, 초여름이 찾아왔다.

이마와 턱 끝으로 땀이 한 방울 떨어진다.

……더워.

더럽게 쨍쨍하고, 그만큼 화창한 날씨가 지독히도 싫다. 이런 날에 뜨겁게 달궈진 뒤뜰 계단 위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나지막이 뮤를 기다리던 나는, 곧 나를 부르는 소리에 옆을 돌아보았다.

기억을 바탕으로 흘러가는 꿈이 잘못된 건지, 아니면 뮤가 초월적으로 빠른 건지. 아무래도 후자가 맞다고 보지만, 뮤는 어느샌가 내 옆에 있었다.

“오늘은 빨리 왔네?”

내 말에 뮤는 히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선배가 보고 싶었으니까요.”

“…그건 매일 하는 소리잖아.”

“아이 참, 오늘은 특히나 선배 성분이 부족한 날이었다구요. 빨리 수업 집어던지고 선배 보러 가고 싶어서 엄청 열심히 했다니까요? 그런 뜻으로 말한 거니까 대충 알아들으세요!”

뮤가 검지 손가락 끝으로 내 콧방울을 꾹 누르며 그리 말하자, 나는 그러냐, 하는 얼굴로 애매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뮤는 더위를 잘 타는 편이다.

그것은 나보다 심할 정도라서, 이런 무더위 여름철 날씨에는 한시라도 빨리 시원한 도서관 안에 들어가 책을 읽는다는 명목으로 날 옆에서 꾸준히 괴롭히고 싶어 했다.

격한 운동도 하고 와서 그런지 고운 빛깔의 피부 위로 송송 맹글어진 물방울들이 조금씩 흘러내리는 모습을 본다.

평소보다 유난히 짙고 강한 체취가 느껴져서, 나는 코로 호흡하기를 아주 살짝 얕게 하고 있었다.

“선배.”

갑작스레 뮤가 나를 불렀다.

그에 나는 아니라고, 너 냄새 안 난다고 부정하려다가 뮤 성격엔 오히려 기뻐하며 잔뜩 달라붙어 올 것 같아서, 그냥 그만뒀다.

“응.”

뮤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오늘도 저랑 같이 몸으로 운동할래요?”

“……?”

제법 오해할 수 있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뮤의 장난기 맺힌 표정을 보면 역시나 그걸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오늘은 쉴래. 날이 너무 덥잖아.”

“엑… 이럴 때일수록 더 몸을 움직여야 하는 거 몰라요? 말린 정어리처럼 축 늘어져 있다가는 선배 체력이든 검술이든 쭉 발전이 없을 거라니까요! 자, 일어나요! 빨리!”

“싫어­. 도서관이나 갈래.”

뮤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무슨 애도 아니고… 물론 투정 부리는 선배도 귀엽지만! 그게 아니라!”

뮤는 허리춤에 찬 검집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선배도 졸업은 해야 할 거 아녜요. 검술부 조교수도 검으로 때려 부순 아카데미 1타 강사 뮤가 직접 검술을 가르쳐 준다니까요? 네?”

“그래놓고 맨날 나 놀려먹잖아.”

처음엔 일부러 져주더니 우와, 선배 대단해! 같은 말로 실실 웃다가, 다음 경합에선 한 합에 날 제압하고는 그 위를 깔고 앉아 제 승리를 선언하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장난은 대부분 거기서 끝나지만, 뭔가 비참한 훈련이라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엔 안 그럴 테니까 빨리 인나요. 빨리.”

질질.

뮤가 내 팔을 잡아당겨 억지로 끌고가려 한다.

사실 뮤는 나 따위보다 수십 배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게 분명하기에, 이건 분명 자기도 무턱대고 끌고 갈 마음은 없다는 걸 의미한다.

뮤는 내가 진짜 싫어하는 것 같으면 심한 장난이라든지, 지금처럼 억지로 뭔가를 하려 하지 않는다.

그 마음을 나도 알고 있어서.

“야, 아파. 아파. 이거 놓고 얘기해.”

붙잡힌 팔의 반대쪽으로 뮤의 손등을 툭툭 치자, 뮤는 급기야 당황스러운 얼굴로 팔을 놓았다.

“앗… 저, 정말요? 나름 조절했는데…… 괜찮으세요, 선배?”

나는 픽 웃었다.

“안 괜찮았으면 이미 팔이 뽑혔을걸.”

“히이이이익…… 죄송합니다, 선배!”

내가 말해놓고 꽤나 그로테스크한 광경이 연상되는지라, 뮤도 식겁하며 허리를 직각으로 숙인 뒤에 빠르게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땀으로 젖은 옆머리를 쓸어넘기고, 그로 인해 드러난 옆얼굴을 내 어깨에 가져다 대어 기댔다.

내 셔츠 조금 축축할 텐데.

이렇게 밀착하면 좀 곤란하다.

“덥……”

“선배.”

“……응?”

덥다고 말하면서 도서관이나 갈 것을 제안하려다가, 뮤 쪽에서 먼저 말을 꺼내는 바람에 나는 도로 입을 다물었다.

“제가 많이 생각해봤는데요.”

“그래. 많이 안 했구나.”

“……”

뮤가 날 째려보았고, 나는 얌전히 손을 들었다.

“역시 말이죠, 그게.”

“응.”

“선배가 올해 3학년이시잖아요? 겨울이 지나면 아카데미를 이제 졸업하실 거구요.”

“그렇지.”

“네, 그래서 물어보는 건데……”

뮤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날 올려다본다.

“어차피 지금 선배 성적 엄청 큰일이잖아요. 이대로면 졸업도 제대로 못하게 생겼다구요. 그쵸?”

“점점 질문의 의도가 궁금해지는데.”

“아니, 솔직히 맞잖아요. 그래요 안 그래요?”

“……그렇긴 하지.”

워낙 여러 방면으로 다채롭게 좆박았는지라.

뮤의 말처럼 평가 비율이 높은 검술이라도 어떻게 좀 발전을 시켜야 하겠는데, 과연 무재능 마스터인 내 몸이라는 건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조차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서.

“그래서 말인데요.”

“응.”

“그냥 유급하면 안 돼요?”

얘가 드디어 미쳤구나.

“되겠니?”

내 허탈한 물음에 뮤가 바락 외쳤다.

“아­ 왜요! 그냥 유급해버려요! 모처럼 성적도 망했는데, 제가 선배 곁에서 1년 더 열심히 가르쳐 드릴 테니까요! 졸업할 때쯤엔 완전 잘 나가는 소년 검사로 만들어 드릴게요! 진짜! 진심으로! 저 완전 자신 있거든요!”

“내가 자신이 없어, 임마.”

여기서 1년 더 다니는 건 정말 큰일이다.

무시무시한 학비 부담도 부담이지만, 어떻게든 빨리 졸업해서 이 졸업장을 가지고 내 할 일을 찾아 떠나는 게 급선무였다.

여기선… 분명 뮤의 존재가 내 하찮은 검술 실력에 아주 조그만 보탬이라도 될지 모르겠지만, 결국 1년 동안 고작 그 정도 발전밖에 하지 못할 거라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낫다.

뮤는 포기하지 않고 주먹을 꾹 쥐었다.

“이거, 제 생각엔 절대 나쁜 제안이 아니라니까요? 그냥 이대로 유급하셔서 저랑 같이 졸업해요! 네? 선배애애애?”

“거 참……내 사정도 있잖아. 이건 그냥 네가 나랑 아카데미에서 1년 더 있고 싶어서 부탁하는 거 아냐?”

“맞는데요! 사실 그게 전부긴 한데! 겸사겸사 선배 검술 실력도 좀 일취월장하면 좋겠다 이거죠!”

이런 이기적인 녀석을 따로 보았나.

여전히 뮤는 내 어깨에서 얼굴을 떼지 않은 채로 눈동자만 굴려 날 올려다보면서, 나의 유급이 성공하길 온몸으로 외치고 있었다.

나는 곤란한 듯 목을 긁적였다.

“내가 졸업하면 아예 못 보는 것도 아니잖아. 졸업해도 얼굴은 간간이 볼 수 있을 테니까, 유급하라고 하진 마라. 넌 전액 장학생이라 몰라도 난 여기 학비 이제 슬슬 감당이 안 되거든.”

뮤가 걱정하고 있을 부분을 콕 찝어 말했다.

그러자 뮤는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매일은 못 보게 되는 거잖아요.”

“……그건 어쩔 수 없지.”

뮤가 입술을 삐죽 내민다.

“선배는 괜찮으신가 봐요. 저랑 오랫동안 떨어지는 거. 전 상상만 해도 마음 아프구 그런데.”

“……”

감이 온다.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뮤가 한동안 삐져 있을 거란 강한 예감이 오고 있다.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리가 있나. 하도 널 매일 봐서 이제 없으면 허전할 지경이야.”

나로선 최선의 표현이었다.

그걸 알고 있는지, 뮤가 반색하며 말했다.

“…이히히, 역시 그렇죠? 그럼 유급해요! 선배!”

“그건 싫어.”

“아 왜요!”

아까와 똑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다가.

문득 뮤는 삐죽 내밀었던 입술을 도로 집어넣곤.

“그치만, 정말 무섭단 말이에요.”

“……”

쭉 뻗은 발 뒤꿈치로 잔디 위를 두드리며 말한다.

“제가 옆에 없는 사이에 선배한테 무슨 큰일이라도 생기면요? 저 혼자 남겨지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해요? 이대로 선배가 없는 인생은 진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엄청 고통스러운데.”

“……”

“지금의 저한테는 선배가 전부라구요. 이제 졸업까지 거의 6개월 남은 거잖아요. 기껏 선배랑 이렇게 이어졌는데, 멀리 떨어지는 건 절대로…… 싫어요.”

“아직 졸업하고 뭐 할지 정해진 것도 없거든.”

나름 안심을 시키고자 한 말에.

살짝 흐릿해진 뮤는 고개를 젓는다.

“그치만요, 그냥… 불안하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제 시야에 보이지 않으면, 어디 모르는 데서 막 다치고 돌아오면, 전 진짜 그때 완전 슬플 것 같거든요. 무엇보다, 저한테는 선배를 지킬 능력이 있으니까…… 더 후회될 것 같아요.”

내가 여기서 뭐라고 했더라.

한층 햇살이 더 강렬해지고, 태양빛을 받는 뮤의 형체가 점차 연기처럼 일그러지면서, 나는 슬슬 깨어날 때가 됐다는 걸 온몸의 감각으로 느끼고 있었다.

“으와, 생각하니까 진짜 기분 나쁘네요. 선배가 혼자 넘어져서 다치고 돌아와도 가슴 아플 텐데, 누가 선배를 때려서 만신창이로 만들었다고 하면 저 못 참을지도 몰라요. 그럴 때 쓰라고 준 검이 아니긴 하겠지만! 전 그때 망설임 없이 검을 뽑을 거예요. 선배를 위해서.”

매앰, 매앰, 매앰……

매미의 울음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정말로…… 아플 거예요. 선배가 없어지면.”

그리고, 마침내……

“그런 제 사랑하는 선배를, 저는 절대로, 힘들거나 아프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영원히.”

자주색 소용돌이가 기묘하게 일렁이는.

뮤의 서슬 퍼런 눈동자를 마주하면서.

#2

“……”

이제야 해가 슬며시 떠오르기 시작한 시각.

스륵.

침대에서 상반신만 일으킨 내가, 부스스한 머리칼을 양손으로 쓸어 넘기면서 중얼거렸다.

“…별 꿈을 다 꾸겠네.”

꿈을 꿔도 하필이면 뮤의 꿈인가.

어젯밤은 루비아가 내 신경을 헤집어 놓더니, 이번에는 뮤가 내 머릿속까지 들어와서 난리를 쳐댔다.

쓸데없이 생생해서 더 정신이 사납다.

“……”

커튼 밖을 보니 아직 새벽인 듯했다.

제법 늦게 잤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그 정도론 생체 리듬이 깨어지지 않았는지 언제나처럼 일정한 시각에 기상하고 말았다.

뚜둑, 뚜두둑—

목을 가볍게 풀면서 이불을 벗어났다.

그 상태로 새벽마다 하는 맨몸 운동 루틴을 몇 회 반복한 뒤에, 땀을 흘린 몸을 차가운 물로 씻어내곤 강의를 들으러 가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마쳤다.

스윽.

유니폼을 입고 나서 화장실 거울 앞에 서본다.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노트 등의 필기구가 담긴 가방을 둘러맨 뒤, 기숙사 문 앞에 섰다.

“……후.”

이제부터 본격적인 프론티어 생활이 시작된다.

조금 따분한 설렘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는다.

달리 긴장할 것도, 이유도 없었다.

평소처럼 한 걸음 내딛는다.

빠르게 문을 열고, 나는 방을 나섰다.

#3

3월 15일 화요일.

9시부터 있을 첫 강의를 들으러 가기 전에, 기숙사 로비에서 만난 가브리엘과 간단히 아침밥을 먹고 헤어졌다.

그런 뒤 느긋하게 걸어 트램 정류장으로 향했다.

지극히 유감스럽게도, 화요일 첫 강의는 내가 신청했던 교양 과목 시간이었다.

과목 이름이 뭐였더라. 제국 문학과 역사에 관련된 교양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평소 흥미를 가졌던 문학 쪽이 그나마 지루하지 않겠다 싶어 선택했던 과목이었다.

트램을 타고 나가야 하는 거리가 그닥 멀지 않았던 덕분에, 혹시라도 지각할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았다. 아직 시간 여유도 충분하게 널널한 참이었는지라.

아침이 되자 날이 화창하게 밝았다.

트램 정류장에는 나와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선배들 몇이 트램을 기다리며 서 있었고, 나는 선배들과 신입생 신분에서 인사 몇 마디를 나누곤 제자리로 돌아와 얌전히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하암­……?”

그런 때에.

잠깐 짧은 하품을 하면서 옆을 돌아보았는데.

그곳에 정갈히 자세를 다잡고 있던 뮤가 있었다.

……아니, 뭐.

같은 트램을 탈 수도 있지.

에픽 클래스 기숙사 정류장은 하나고, 기숙사 위쪽에 하나가 더 있으니까. 두 개밖에 없는 셈이다. 9시에 시작하는 다른 교양 과목을 따로 들으러 간다면 여기서 마주칠 수도 있는 거다.

태연을 가장하려곤 하지만, 오늘 새벽에 꾸었던 꿈 생각이 나서 점점 기분이 묘해진다.

뮤가 힐끔 나를 엿보는 것 같긴 한데, 나는 가급적 그쪽에 시선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가만 앉아 곧 찾아올 트램을 기다렸다.

그렇게 3분쯤 지났을까.

치이이익—

멀리서 철도 위를 부드럽게 유영하며 다가오는 거대한 기계를 보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정차한 트램 칸 안에 탑승했다.

안에 있던 프론티어 학생 몇이 우리를 돌아본다.

그거야 예삿일이라 신경은 쓰지 않는다곤 하지만, 일단은 뮤가 향한 방향과 반대 방향의 좌석으로 걸어가 착석했다.

그리고 뮤의 존재를 깔끔히 잊었다.

어차피 다른 곳에서 내리게 될 텐데, 눈이나 감고 있으면서 오늘 일정에 관한 복기를 할 셈이었다.

점심 전 검술 전공 수업이 있고, 그 다음에는 화요일 마지막 강의인 초능력특론 전공 수업이 있었다. 둘 다 두 시간 연강이었고.

보통 첫날은 가벼운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하는 만큼, 그리 긴장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수업을 듣고 싶다고 해야 하나. 과연 프론티어, 특히나 에픽 클래스의 교수진들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일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과 함께 트램 안에 있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인 정류장까지 도착했다.

치이이익—

그곳에서.

나는 뮤와 함께 내렸다.

……

음.

같은 곳에서 내릴 수 있지.

여긴 엄청 넓고, 건물은 많으니까.

아침부터 혼잡한 인파들을 겨우 헤쳐나가며.

나는 뮤와 같은 건물에 들어갔다.

……

그쯤에서.

서로 대화 하나 없이 적당히 떨어진 거리를 유지한 채, 동일선상으로 나란히 걸었다.

위이이잉—

승강기를 같이 타고 3층에 올라간 뒤.

정해진 강의실을 찾아 뮤의 앞에 있던 내가 먼저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그러자.

꽤 북적한 사람들 속 열기를 높은 천장으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쏘아지는 냉풍기가 식혀대며, 그 널찍하고 바글바글한 강의실 안에 있는 모든 학생이 순간적으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아, 그래……

여기 인기가 꽤 많았지.

우리의 새하얀 유니폼에 일제히 시선이 집중되고, 몇 여학생과 남학생으로 이루어진 무리들은 웅성거리던 것을 멈추었다가, 곧 저들끼리 수군거리며 무언가를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일단… 남아 있는 자리를 찾아볼까.

대부분이 먼저 선점당해 있었다.

그나마 비어 있는 것 같은 자리 역시도, 그 위에 가방이 올려진 것을 보니 잠깐 강의 시작 전 화장실이라도 간 듯했다.

시작까지 대략 5분 남았다.

그렇게.

눈으로 슥슥 남은 자리를 훑어보던 나는.

그 자리에서 속으로 개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부지런한 십새끼들.

자리를 두 자리밖에 안 남겨놨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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