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날 차버린 소꿉친구와 전 여친이 같은 반이라 곤란하다-23화 (23/201)

〈 23화 〉 평온한 일주일 (5)

* * *

#14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잠깐 수강생 여러분께 간단한 질문을 하나 드려볼 거예요.”

내게서 시선을 거둔 나디엘리가 우리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방금까지의 묘한 분위기는 눈처럼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였다.

……내가 괜히 예민했던 걸까?

“아마 강의 개요를 읽고 오신 분이라면,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해요. 그렇지 않은 분들도 조금 생각을 하면 금방 답이 나올지도 모르는 쉬운 질문이랍니다.”

나디엘리는 그러면서 손가락을 하나 들었다.

“이 강의를 수강하시는 여러분, 그러니까 에스퍼 분들께는 평범한 사람들의 오감을 벗어난 감각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 이름이 과연 무엇일까요?”

“……”

잠깐 강의실 내에 정적이 일었다.

나디엘리의 말처럼 아주 어렵지 않은 질문이었던 까닭에, 내 옆에서 탄성을 흘려대던 가브리엘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

“……초감각(???) 아닙니까?”

나디엘리가 빙긋 웃었다.

“정답입니다. 일반적인 물리적 지각을 초월해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사상에 접근할 수 있는, 여러분만의 특별한 감각이지요.”

나디엘리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 모여주신 여러분께서는 모두 그러한 초감각을 지니고 계신 한 명의 ‘에스퍼’ 이십니다. 즉,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하지 않고서도 외부에 간섭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신다는 말이죠.”

“다만 그 능력의 형태는 개체마다 일정하지 않은데, 이것을 뭉뚱그려 ‘초능력’ 이라고 합니다.”

“초능력의 역사는 꽤 깊습니다. 때문에 갈래도 여러 개로 나뉘어 있죠.”

“어떤 에스퍼 분께서는 직접적인 물리적 간섭 없이 물체를 지배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계실 것이고, 또 어떤 분께서는 초감각적 미지의 힘으로 신체를 지배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저쪽에 앉은 유리와 내 옆의 가브리엘을 차례로 돌아보면서, 나디엘리는 그리 말했다.

……순간.

“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문득 의문이 생겨 손을 들었다.

“네, 에지오 크라닐 군.”

나디엘리가 날 바라보며 싱긋 웃는다.

무척 성실한 사람인지, 수강생들의 이름을 벌써부터 전부 외우고 다니는 것 같았다.

내가 뒤이어 입을 열었다.

“마법에도 멀리서 물체를 지배하는 마법이 있고,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등의 방법이 있는데, 그렇다면 마력과 초능력의 차이는 대체 뭔가요?”

“좋은 질문이군요.”

나디엘리는 머리를 가볍게 끄덕였다.

“초능력은 엄연히 마력과 다른 힘입니다. 발동 과정에 있어 신체 내부의 마력 회로와 별개로 흘러가기 때문에, 고유 초능력을 보유한 에스퍼 본인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마력 회로를 통해 인위적으로 초능력을 습득하거나 사용할 수 없지요.”

“무엇보다 이론이 정착된 마법과 달리, 초능력은 그 정체가 자세히 규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역사를 헤집어 보아도 비슷한 사례를 거의 찾을 수 없을 만큼 불규칙한 능력이기에, 언제 어디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런 여러분들의 고유한 초능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세심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나아갈 길을 제시해 드리는 것이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제 역할입니다.”

팔락, 팔락……

나디엘리가 단상 위 파일의 장을 넘기며 말한다.

“여러분들이 보유한 초능력은 제가 사전에 전부 살펴보았답니다. 프론티어에서 설명을 아주 꼼꼼하게 적어 보내주었더군요.”

스윽.

그러면서 고개를 들고 다시금 밝게 웃는다.

“확인 결과, 문제는 전혀 없었습니다. 앞으로 저 나디엘리에게 모든 걸 맡기세요. 저는 여러분들의 불안정한 초능력을 아주 확실하고 옳은 방향으로 발전시켜드릴 수 있으니까요.”

보는 이로 하여금 안심이 되는 미소였다.

게다가 저 위엄 가득한 가슴 위에 손을 얹고 그리 말하니, 저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든 뭔가 믿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에지오 크라닐 군?”

“예?”

별안간 나디엘리가 나를 불렀다.

눈을 깜빡이며 얌전히 대답하자니.

“에지오 군은 아주 특별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군요? 제가 지금까지 봐왔던 초능력 중에서도 유독 신기한 종류의 것이에요.”

나는 떨떠름히 되물었다.

“……그렇습니까?”

“네, 물론이죠.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생기네요.”

순간 옆에서 가브리엘의 살기 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긴 했으나, 그거야 어찌되었든 나디엘리가 내게 연이어 질문했다.

“그 능력을 언제 얻었죠?”

“그건 왜……”

“앞으로의 강의에 있어 꼭 필요한 데이터 수집이랍니다. 선천적 초능력이라면 모르겠으나, 후천적 초능력이라면 각성 당시의 환경이라든지 의외로 긴밀한 접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에지오 군은 선천적인가요, 아니면 후천적인가요?”

“……”

나는 그 질문에 섣불리 대답을 주저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일단은… 후천적인 것 같습니다.”

나디엘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요. 정확한 시기는 언제지요?”

그런 것까지 말해줘야 하는 걸까.

뭐, 이유가 있어서 물어보는 것이겠지.

“작년 11월쯤에……”

내 말에 흐음, 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나디엘리는.

“여기서 능력을 제게 보여줄 수 있나요? 다른 학생분은 됐어요. 에지오 군만.”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내게 손짓하는 것이었다.

“어렵지는 않은데, 뭘 어떻게 보여드려야 할지 잘……”

“잠깐 일어나서 여기로 와보세요.”

“……”

드르륵.

결국 의자를 뒤로 끌곤 단상 앞으로 걸어갔다.

부쩍 조용해진 강의실 내부에서 나디엘리와 나는 서로 마주 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어마무시한 실재감에 그저 경외심이 들면서도, 나디엘리가 로브 사이로 손을 들어 올리며 내게 말해왔기에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능력을 사용하고, 제 손을 잡아보세요.”

갑자기 손을 잡으라니.

그것보다, 내가 보유한 능력은 아무 때나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죄송한데 제가 능력 사용에 조건이 있어서……”

직후, 나디엘리가 고개를 천천히 젓는다.

“그냥 잡아보세요. 아마 조건은 필요 없을 테니까.”

“네?”

“자, 빨리요.”

손을 흔들며 내게 재촉한다.

스윽.

하는 수 없이 나디엘리와 손을 맞잡았다.

보드라운 나디엘리의 손가락이 내 손등에 얽히고, 그녀의 온기를 피부 위로 고스란히 느끼며 나는 정신을 한 점에 집중해 보았다.

이게 될지 안 될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하라니까 일단 해봐야지, 뭐.

“……”

눈을 감고 캄캄해진 시야 속.

반짝.

희끄무레한 불빛이 구석에 떠오른 순간——

“아읏­!”

“……?!”

기이한 신음 소리에 깜짝 놀란 내가 닫았던 눈꺼풀을 황급히 열었다. 반사적으로 손을 놓으려 했으나 나디엘리가 워낙 꽉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 행동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 히읏, 읏……”

한참 움찔거리던 나디엘리는.

기묘한 열기가 서린 한숨을 토해내며.

“이, 이런 기분이군요. 으으응, 이상한 느낌이에요. 확실히… 으음, 으으음… 좋아요… 후후…… 후……”

“……저, 교수님?”

“아주… 아주 흥미로워요. 흐으응……”

듣는 사람 기분 묘하게 만드는 소리를 자꾸 입매 사이로 흘려대면서, 흉부 쪽만 팽팽하게 당긴 로브로 감싸인 몸을 배배 꼬는 것이었다.

아니, 잠깐만요……

이 사람 갑자기 왜 이래?

의자에 앉은 가브리엘이랑 유리가 엄청 경멸에 가까운 듯한 눈으로 여길 쳐다보고 있지 않는가.

저 멀리 있는 스텔라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양손을 겹쳐 입을 가리고 있다……

나도 살짝 당황한 차였기에,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 확인되셨으면 이제 손을 놓아도……”

“…아, 그렇죠. 너무 오래 즐겨도 안 되겠죠?”

스윽.

후후 웃던 나디엘리가 내 손을 해방시켜 주었다.

하아—

그러더니 볼과 귀가 잔뜩 달아오른 채 무언가 개운한 듯한 얼굴로, 내게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면서 넌지시 말해오는 것이었다.

“고마워요, 에지오 군. 덕분에 새롭고 좋은 경험을 했어요.”

“……예, 예.”

손을 떼어낸 내가 재빠르게 자리로 돌아왔다.

“……”

음.

왠지 부끄러운 마음에 가만 말없이 있자니, 곧 옆자리에 앉은 가브리엘이 내게 진중히 속삭여 왔다.

“에지오.”

“……”

이걸 닥치라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가브리엘은 내 고민이야 어쨌든 말을 잇는다.

“동정 아다라는 말, 진심으로 사과하마. 너에게 그런 대단한 손기술이 있는 줄 몰랐다.”

“……”

“어떻게 여자 손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저런 격렬한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거냐? 난 네가 이제 존경스럽다, 에지오……”

“……”

가브리엘이야 그렇다 치고.

날 저질스러운 눈빛으로 헛웃음 지으며 쳐다보는 유리에게, 나중에 따로 내 능력이 그런 파렴치한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식의 변명 아닌 해명을 해야만 할 듯했다……

#15

여러 가지 의미로 혼란스러웠던 그날.

초감각특론 강의는 초반을 제외하고선 다른 강의와 별다를 것 없이,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등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화요일 강의는 그걸로 끝이었다.

내게 비결을 물어오던 가브리엘과 밥을 먹고선 체력단련장에서 근육의 호흡을 마치고, 기숙사에 돌아와 오늘 기록했던 걸 노트에 정리한 뒤 그대로 숙면에 빠져들었다.

그 다음날 수요일은 별로 특별한 게 없었다.

구태여 하나 꼽자면 오후에 있던 마법 전공 수업을 들었을 때, 왠지 한시름 덜은 듯한 얼굴의 루비아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던 걸까. 그렇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아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목요일은 화요일과 똑같이 검술과 초감각특론 전공 강의를 들었던 까닭에, 뮤와 함께했던 검술 강의 시간에서 스텔라의 검술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나진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참고로 스텔라는 그때 일에 대해서 큰 상관을 하지 않기는 개뿔이, 날 볼 때마다 고개를 푹 숙이며 쪼르르 도망을 쳐댔다. 망할.

한편, 이전처럼 다아트 관 승강기 앞에서 마주친 유리와는…… 어떻게 오해를 간신히 풀어내긴 했다.

대충 설명을 해주면서 자기 염동력이 나한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이 기능 외엔 나도 딱히 아는 게 없다는 점을 마구 어필한 뒤에야 유리의 눈에 어린 경멸감을 걷어낼 수 있었다.

이게 뭐라고 해명을 해야 하는 건지.

물론 당시의 광경은 남이 보기엔 좀 거시기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으니, 해명하지 않고 넘어갈 방법 같은 건 달리 없었다……

그렇게 한 주의 수업이 마무리되는 금요일.

루비아와 함께 듣는 마법과 교양 등의 강의를 전부 성실하게 수강하고 난 뒤, 언제나처럼 체력단련장에서 땀을 잔뜩 빼고 돌아와 기숙사 침대에 누워 곤히 잠을 청하니——

눈 깜짝할 새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16

3월 19일 토요일.

프론티어에서 맞이하는 첫 주말이 다가왔다.

아무렴 자유로운 주말이라곤 하지만.

나는 언제나 일상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었던 까닭에, 거침없이 새벽 중 기상하여 맨몸 운동 루틴을 10회 속행했다.

태양이 막 떠오를 즈음 샤워를 깔끔히 마치고, 식당에서 토스트 등으로 아침을 간단하게 섭취한 뒤 기숙사 밖을 나섰다.

평소였다면 아마, 기숙사에서 자고 있을 가브리엘을 불러다가 체력단련장에서 근육이 팽팽히 땅길 때까지 운동을 조졌을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내 발걸음은 기숙사 부지 안쪽이 아닌,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저벅, 저벅—

트램 정거장으로 느릿하게 걸어간다.

— ……에지오 군, 수업 끝나고 잠시 얘기 좀 괜찮을까요?

이른 아침 한산한 정거장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나는 목요일 날 오후에 있었던 짤막한 대화를 잠시 머릿속으로 상기했다.

— 저는 에지오 군의 초능력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요. 괜찮으시다면 연구 협조를 부탁드리고 싶은데, 주말 중으로 언제든 제 개인 연구실에 찾아와주실 수 있나요? 물론 협조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보답도 넉넉히 드릴 거랍니다.

우우우웅……

타이밍 좋게 도착한 건지.

저 멀리서 철도 위를 유영하는 트램이 다가온다.

— 아, 따로 본부에 연락할 필요는 없어요. 제가 먼저 에지오 군을 부른 거니까요.

— 여기, 지도에 자세한 위치를 찍어줄 테니, 이 건물 최상층으로 와주시면 돼요.

— 토요일 아침이요? 으음… 네. 시간은 정말 언제든 상관없답니다. 그럼 그때 뵙는 걸로 할까요, 에지오 군? ……갑작스러운 부탁을 들어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사례는 두둑이 해드릴게요.

치이이익—

트램의 문이 열린다.

전세라도 낸 듯 나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없는 널찍한 트램 칸에 탑승하여, 대충 아무 좌석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나디엘리의 개인 연구실이 위치한 건물까지 가려면, 아마 프론티어 제 4학구 세리아 클래스 정거장에서 내려야 할 것이었다.

다만 중간에 환승을 한 번 해야 한다.

혹시라도 꾸벅 졸다가 내려야 할 정거장을 놓치면 일이 귀찮아지기에, 감았던 눈을 뜨고선 태양빛이 쏟아지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

너울거리는 햇살 속에 잠긴 도시의 풍경.

황금빛 꿈의 도시라는 이명(?名)이 전혀 아깝지 않게, 찬란한 색깔로 물드는 절경의 태가 무척이나 싱그럽도록 아름다웠다.

우르르르.

그러나, 감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곧 몇 개의 정거장을 지나자 들어온 학생들이 창문 밖의 풍경을 가려버렸기에, 등받이에 몸을 기댄 나는 다시금 눈꺼풀을 닫았다.

#17

치이이익—……

대략 30분을 넘게 소모하여 도착한 제 4학구.

그곳 정거장에서 다른 프론티어 학생들의 뒤를 따라 내리자, 에픽 클래스 기숙사가 위치했던 제 2학구의 전경보다는 살짝 연식이 있어 보이는 듯한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어.”

“……”

막 정거장의 바닥을 향해 발을 내딛었던 나는, 내 앞에서 방금 내가 타고 온 트램에 올라서려던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푸른기가 감도는 흑발. 허리춤에 찬 검집.

뮤였다.

나보다도 이른 시각에 제 4학구에서 대체 뭘 하고 있던 건지, 기숙사로 복귀를 하려는 듯 보였던 뮤는 자줏빛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아, 안녕. 에지오.”

그리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

나 역시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하곤 물었다.

“기숙사 가는 거야?”

“……아, 응.”

뮤가 짧게 긍정했다.

직후 나와 뮤가 서 있는 곳의 양옆으로 몇 학생들이 지나가며 트램에 탑승했고, 나는 뒤를 힐끔 돌아보며 걸음을 천천히 앞으로 옮겼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

“……”

그 말을 끝으로 뮤의 옆을 지나쳐 갔다.

……그랬는데.

꾸욱.

내 발걸음이 어느 순간 정지했다.

“에지오.”

“……?”

뒤를 돌아본 그곳에.

내 유니폼 옷소매 끝자락을 뮤가 살포시 쥐어 잡고는, 정말 미약한 힘으로 잡아끌고 있던 것이었다.

치이이익—

트램의 문이 닫히고, 뮤가 타야 했을 트램은 제 2학구를 향해 철도 위를 부드러이 스치며 나아간다.

트램에 타고 있던 학생들도, 방금 떠난 트램에 탑승했던 학생들도 전부 제 갈 길을 가버렸기에, 우리 둘밖에 남지 않은 한산한 정거장 한가운데서.

무언가 결심한 듯한 얼굴로, 뮤는 내게 말한다.

“……나랑, 잠깐 얘기할 수 있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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