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날 차버린 소꿉친구와 전 여친이 같은 반이라 곤란하다-40화 (40/201)

〈 40화 〉 상실의 대가 (1)

* * *

#1

「……이상하네.」

프론티어 제 4학구 루나틱관 최상층.

완전한 어둠 그 자체인 연구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행복하디 즐거운 마음으로 에지오 크라닐의 심상세계를 들여다 보던 엘리고스는 별안간 닫았던 눈을 뜨곤 그리 중얼거렸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관찰하여 흥미롭다는 기색이 반, 의아함이 나머지 절반인 듯한 혼잣말이었다.

「…왜 안 보이지? 내가 뭘 놓쳤었나?」

머리에 달린 뿔의 꼭짓점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면서, 나디엘리 할렌니아라는 사람이길 고집하며 꿋꿋이 써온 존대와 나긋한 말투 따위는 어디론가 던져버린 엘리고스가 고개를 뒤로 꺾었다.

너무 심취하긴 했나 보다. 이곳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었으나, 건물 밖 또한 세상이 잠들 시기인 깊은 밤이었다.

대낮이 되기 전인 이른 시각부터 지금까지 에지오의 기억만을 계속 보고 또 보았다.

그러다 몇 번은 참지 못해 조금 손을 대긴 했지만, 그 훌륭한 맛을 조금이나마 보고 난 뒤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것만 같아서, 자기 자신을 최대한 자제시키며 얌전히 관람하는 것이었다.

「흐으응……」

엘리고스가 에지오의 심상세계에 동화하여 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에지오의 기억뿐이었다. 때문에 여러 시점에서 보지는 못했어도, 대충 어떻게 일이 흘러갔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작 그 정도로 마음이 폭삭 무너질 만큼 인간은 한없이 여린 존재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저 앞 공중에 매달리듯 검은 쇠사슬에 칭칭 묶인 에지오를 머리부터 살포시 깨물어 야금야금 먹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거야 훗날의 즐거움으로 남기고.

한참 잘만 관람하던 엘리고스가 에지오의 심상세계를 빠져나와, 이처럼 의문을 표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뭘 숨기고 있는 걸까……」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던 키마리스를 포함한 세 명의 마족들과 에지오가 대치했을 때. 그리하여 키마리스에 의해 한 번 죽고, 다시 되살아났을 때.

멀리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온몸의 혈도가 찌릿할 만큼 살결 위에 돋아났던 소름과, 비록 환영에 불과하나 조금이라도 그에 접근해버린다면 자칫 소멸해버릴 듯한 강렬한 빛무리.

그것의 정체를 어렴풋이 깨닫고 있는 엘리고스였으나, 거기까진 예상 범위 내였다.

정작 궁금한 건 그 다음의 일이었다.

에지오는 지금까지 두 번 죽었다.

숲속 결계에서 키마리스에 의해 한 번, 그 뒤로 짧게나마 지속된 운명을 할애해 간신히 버티고 또 버티다가 결국 숨을 거두었던 신전 내부에서 두 번.

그래, 에지오가 한 번 죽어야 할 것은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엘리고스가 보기에는 그랬다.

그러나 두 번 죽는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거기서 의문이 생겨난 것이다.

숨이 끊긴 이후, 에지오의 기억 역시 끊겨버렸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자,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그 사이에 있던 일.

에지오의 극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던 그 모든 과정에서의 기억이……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잘라내버린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끊겨 있던 것이었다.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야 할 공간을 싹 다 지워버렸으나, 약간의 공백만큼은 남아 있었기에, 그 기억의 파편을 따라 되살아난 에지오는 먼 길을 떠났었다. 그것까지가 엘리고스가 관측한 전부였다.

「자고 일어나니 끝이라고? 참내.」

그렇게 단순할 리가 없잖아.

뭔가 더 있는 게 분명하다. 엘리고스의 멈출 줄 모르는 호기심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동했다. 이상한 데서 막혔다고 생각했는데, 그래. 너무 일이 순탄히 흘러가면 그건 또 재미가 없지……

스윽.

엘리고스는 검은 쇠사슬에 팔과 다리가 묶여 고개를 떨구고 있던 에지오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올려다본다.

「정말 탐난단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마냥 이대로 죽여버리는 건 아까운 신체였다. 완숙미는 부족하나, 그렇기에 성장했을 때가 더욱 기대되는 인간이었다.

여기서 다시 깨어나면 자신에게 적대적인 태도도 여전할 테고. 얼굴도, 육체도, 성격도 모두 자신의 취향과 크게 근접했으니 그냥 죽이지 말고 아주 조금만 남겨둔 뒤에 노예로 삼을까?

아니, 에지오라면 조수 정도는 시켜줘도 좋을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족쇄는 걸어 놔야겠지.

악마화를 시도하기엔 아직 걸리는 점이 많으니, 아쉬운 대로 그 싸가지 없는 흡혈귀 년의 권속으로 일단 만들어 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엘리고스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소파에서 일어섰다. 조형된 나디엘리의 육신 위에 본신의 일부를 강림시킨 것이었으므로, 신체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말인즉 그 폭발적인 흉부는 여전했다.

공중에 매달린 에지오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 엘리고스는 빙그레 웃으며 에지오의 다리를 양 팔로 껴안았다.

「너는 내 보물이란다, 에지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흥미로운 비밀이 많은 인간 아이다.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진다. 모든 것을 게걸스레 탐하고 싶어진다……

그러니 너는 내게 숨기는 것이 무엇 하나라도 있어선 안 돼. 남김없이 내게 모든 걸 보이고, 일이 끝나면 나에게 복종하며 남은 생을 살아가도록 해.

——스멀스멀.

엘리고스의 신체 외곽선을 타고 흐르는 불길한 기운이, 곧 에지오의 몸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잠시간 연결이 끊어졌던 에지오의 심상세계에 다시금 접근하려는 것이었다.

여기서 물러나긴 좀 그렇지. 비밀을 남겨두고서 오래오래 느긋히 씹으며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궁금하여 미칠 것만 같은데 억지로 열어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과연 에지오 스스로의 무의식이 그 기억을 잠궈버렸는지, 혹은 다른 누군가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우려해 삭제 내지 깊은 곳으로 봉인시켜 버렸던 건지……

이제부터 차차 알아낼 것이었다.

순식간에.

엘리고스의 의식은 스르륵 자취를 감춘다.

곧 현실이 아닌 새로운 장소에서 떠올랐다.

「잘 자고 있구나, 우리 에지오.」

한없이 깊고 어두운 공간. 저 아래에 잠겨 눈을 뜰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에지오의 가여운 모습.

엘리고스는 그에 잠시 쿡쿡거리며 웃다가 어딘가로 유영했다.

「어디에 있을까­ 요?」

기억을 되감으며 절반 이상이 무너져버려 이전보다 훨씬 접근하기 쉬워진 그 무한한 공간 속에서, 엘리고스는 차츰 자신이 미처 관측하지 못했던 부분을 천천히 탐색하기 시작했다.

에지오 크라닐이 지금껏 지나왔던 수많은 길. 그 불우한 감정들. 마치 망령들의 지옥처럼 끊임없이 신음하며 속삭이는 듯한 공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거닐었다. 이보다 더한 인간들의 심상세계 정도야 여태 많이도 봐왔던 까닭이다.

그러니 멈추지 않고 깊은 곳으로, 더욱 깊은 수면 아래로 엘리고스는 파고들었다.

「……아핫.」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았다.」

구석에서 빛나는 하나의 점을 발견했다.

동시에 깨달았다.

……아, 그렇구나.

기억을 아예 소멸시킨 게 아니었다.

한계까지 압축시킨 거다.

본인을 포함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게 저리 깊고 어두운 곳에 숨겨놓곤, 혹시라도 건드리는 이가 있다면 빵­ 하고 터져버릴 것처럼 꽉꽉 눌러 압축시킨 기억의 파편.

엘리고스가 찾던 게 바로 저것이었다.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저리 꽁꽁 숨겨두었을까. 어차피 터트려버린다 한들 피해를 입는 건 에지오였지, 자신이 아니었다. 위험하다 싶으면 그냥 이대로 탈출해버리면 된다.

그렇다 해도 처음부터 전부 풀어버릴 생각은 없고, 아주 작은 구멍만 콕 찔러 내볼 생각이었다. 그거면 충분하겠지.

엘리고스는 작은 구슬 같이 생긴 점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것은 마치 희미하게 발광하는 빛덩어리 같았다. 황홀한 아름다움마저 느껴진다.

엘리고스는 이러한 기운들을 마주할 때마다 참을 수 없는 흥분감을 느꼈다.

전신이 따끔하게 감전된 듯 저릿하고, 영혼까지 새하얗게 물들어버리는 듯한 쾌락이었다.

그녀의 친우인 어떤 흡혈귀는 엘리고스를 보고 매도당하길 좋아하는 성향이라며 이따금 멸시했으나, 글쎄. 정작 엘리고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괴롭히는 걸 좋아한다면 모를까.

—톡.

조심스레 손가락을 뻗어본 엘리고스는 구체의 겉면을 살짝 찔러 보았다.

웅혼한 떨림은 변화가 없었다.

「……하으, 이거야. 이거…」

대신 이 직접적인 정신적 연결을 통해 영혼이 찌르르 울리는 듯한 쾌감을 받곤, 엘리고스가 황홀한 눈빛으로 다시금 손을 뻗었다.

「아­ 이젠 진짜 못 참아.」

이번에는 좀 더 세게.

흥분으로 가득 찬 엘리고스가 손을 쫙 펼쳤다.

그렇게, 구체를 꽉 쥐었다.

———직후.

빛이 터졌다.

키이이이이이이이이———

정신이 붕괴해버릴 것 같은 이명와 함께.

「——아?」

억지로 깨부순 구체의 균열로부터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하는 빛의 화살이 사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팍, 팍, 팍, 팍!

그 자리 가까이에 있던 엘리고스의 영체(?) 구석구석에도 그것이 무수하게 꿰뚫어 꽂혔다.

화살이 줄창 꽂힌 과녁 같은 모습이 되어버린 엘리고스는 여전히 행복한 웃음을 유지하고 있었고, 빛이 터져 나오는 순간 자신이 원하던 것을 드디어 찾을 수 있게 되었음을 스스로 축하했다.

「……케흑.」

그러면서, 입매 사이로 검은 피를 주륵 흘렸다.

웃음은 지워지지 않았다.

아니… 지울 수 없었다.

입을 비롯한 눈, 코, 귀, 온몸의 구멍이라 할 수 있는 모든 구멍으로부터 엘리고스가 검붉은 피를 폭포수처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스멀스멀 증발하기 시작하더니 검은 연기가 되었고, 엘리고스의 경직된 표정으로부터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위험한 행동이었다.

「…아, 큰일, 났……」

본신으로 복귀하려 했는데, 불가능했다.

꽂혀버린 빛의 화살 같은 것이 움직임을 강제하고 있었다. 미궁 속의 보물을 함부로 탐하려 하는 모험자들에게 향하는 함정처럼, 멋대로 침입해버린 대가를 치르라는 듯 엘리고스를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미 늦었다.

늦어도 한참 늦어버렸다.

엘리고스는 보면 안 될 것을 보았고, 탈출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누군가 이리 깊은 곳에 숨겨두었다면 그것은 이유가 있을 터였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것을 억지로 깨부숴버리면, 후폭풍이 밀어닥치는 것은 엘리고스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것이 상상을 초월했을 뿐이다.

「대체, 뭐 하는… 인간… 케흑.」

엘리고스는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자신의 존재가… 붕괴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본신의 일부였을 터였지만 세상의 어둠 속에 숨겨놓은 엘리고스의 본체와 연결되어 있는 것은 당연했으므로, 이 빛의 화살은 엘리고스의 희미한 영체를 전부 불태워버린 뒤 연결부를 따라 본신마저 집어삼킬 겁화로 차츰 변해가는 것이었다.

죽음의 도화선이었다. 침입자가 온전한 소멸을 맞이할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처럼.

타고 있다. 육체가. 정신이. 존재가.

긴급하게 연결을 끊어낸다.

「……칵! 칵, 카흑… 컥……!」

탁, 탁… 털썩.

현실로 돌아온 엘리고스가 쿨럭거리며 검은 피를 토해냈다. 에지오에게서 떨어져 뒷걸음질 치며 바닥에 엎어졌다.

「아, 아… 안 돼. 안 돼…!!」

하지만 이미 모든 게 소용 없는 듯했다. 분명 심상세계 속에서의 타격이었을 텐데, 현실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치이이이이……

엘리고스의 전신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내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챙그랑! 피이이이이……

엘리고스를 집어삼킬 듯 몽실몽실 세를 불려가던 구름 같은 칠흑의 연기가, 연구실 전체를 뒤덮곤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창문마저 깨부수고 말았다.

당연하지만 엘리고스가 에지오를 이곳에 가두기 위해 미리 쳐놓았던 결계 따위 아무런 방해물도 되지 못했다. 간단하게 꿰뚫는다.

엘리고스가 쌓아온 모든 것을 불태우며 천천히 건물 전체를 잠식하기 시작한 검은 연기는, 곧 녹아내리듯 불길하게 꿈틀거리며 밖으로 퍼져 나갔다.

「그만, 그만, 해… 이런, 이런 건… 가져가는, 건… 내 쪽이야…! 네가 아니라…! 컥, 커흑, 켈록……」

복귀가, 복귀가 안 된다. 여기서 빠져나가 돌아가야 하는데. 이대로면 큰 타격을 받을 거다.

나디엘리의 육신이 소멸하는 것까지는 괜찮았으나.

그 이상으로 본신과 연결된 지금의 정신체마저 소멸해버리면, 엘리고스는 폐인이 되거나 받은 데미지를 전부 회복할 때까지 적어도 오십 년은 족히 소모해야 할지도 몰랐다.

「이럴, 이럴 순, 아… 아아아……」

온몸에 뚫린 구멍으로부터 철철 흘러넘치는 핏물을 손으로 막아보아도 소용이 없다.

쾌락보다는 끔찍한 고통이 앞섰다.

바닥에 쓰러진 엘리고스가 부들거리며 경련하듯 전신을 떨어댔다. 이윽고 검붉은 눈이 까뒤집혀 검은 자위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곧 정적이 찾아왔다.

이 공간을 뒤덮고 있는 건 까마득한 어둠이었다. 연구실을 지배하고 있던 건 엘리고스였다.

다만 엘리고스의 힘이 폭주하듯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있는 사이에, 공중에 매달려 고개를 떨구고 있던 에지오의 어깨가 불현듯 꿈틀거렸다.

카가각, 카가가각……

손과 발을 묶은 검은 쇠사슬이 점차 녹슬어 갔다. 실시간으로 힘의 제어권을 잃어가는 엘리고스의 지배력이 약해지고 있던 탓이었다.

……스윽.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너덜너덜해진 쇠사슬에 묶여 있던 에지오는, 이윽고 난장판이 되어버린 연구실 한가운데서 무거운 눈꺼풀을 들었다.

키이이이이……

에지오의 눈동자가 새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반대로.

그는 검은 눈물을 주륵 흘렸다.

「……—.」

살짝 벌려진 에지오의 입에서 인간 같지 않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원래 에지오의 목소리와도 전혀 다른 음색이었다.

초점을 예측할 수도 없는 백색의 눈동자가 엘리고스도 어느 무엇도 아닌 곳을 향했다. 이 공간에 있는 무언가를 보는 게 아닌, 어딘가 전혀 다른 세계를 보고 있는 듯했다.

또 다시 검은 물줄기가 에지오의 눈꺼풀 아래로 흘러내렸다. 카강거리며 에지오의 몸을 속박하던 쇠사슬이 완전히 끊어지자, 바닥에 훅 떨어지듯 엎어진 에지오는 한동안 움직임 없이 있었다.

……스윽.

그러고는 슬며시 고개를 든다.

바로 앞에 누워 있는 엘리고스를 보았다.

에지오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도 없다는 듯, 검은 핏물을 뒤집어쓴 채 미약히 경련하던 엘리고스의 몸체. 축 늘어진 꼬리. 바닥에 꺾이고 눌린 한 쌍의 날개. 머리 양옆에 솟아난 뿔. 두말할 것 없이 마족이자 한 마리의 악마였다.

——순간이었다.

에지오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런 뒤 엘리고스에게 가까이 다가가, 팔꿈치를 위로 들고는 그대로 아래를 향해 내리찍었다.

푸욱—

심장을 정확히 관통했다.

꾸득, 꾸드드득.

……콰직.

끔찍하고 징그러운 소리를 내며 엘리고스의 검은 심장을 밖으로 꺼낸 에지오가, 곧 그것을 손으로 꽉 쥐어 터트려버렸다.

그로부터 잠시간 부들거리던 엘리고스의 움직임이 일순 멎었다. 더 이상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일도 없게 되었으나, 이미 그것은 건물을 타고 주변 길거리까지 스멀거리며 뻗어 나가는 중이었다.

그 짙고 어두운 마기는 어지간한 이들이 아니라면 피부 위에 닿기라도 하는 순간 정신을 잃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에지오는 그러한 연기 속에 둘러싸인 채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

갈 곳 잃은 눈동자가 연구실의 문을 향했다.

잠시 뒤.

「……—.」

비척거리며, 에지오는 일어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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