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날 차버린 소꿉친구와 전 여친이 같은 반이라 곤란하다-44화 (44/201)

〈 44화 〉 상실의 대가 (5)

* * *

#10

— 에픽 클래스?

— 쟤들 2학구 아냐? 이 시간에 여긴 왜…?

— ……와, 미쳤네. 얼굴도 저 정돈 되어야 에픽 클래스 하는 건가?

예고도 없이 이 자리에 불쑥 나타난 엘레나와 더불어, 그녀가 허리에 붙들고 있던 에지오도 모자라 뮤까지 한 장소에 모였다.

명예 태양의 대신관으로 추대받을 만큼 드높은 업적을 세운 엘레나야 차치하고서라도, 귀족과 평민이란 계급의 구분이 모호해진 프론티어 내부에서 유일하게 모든 클래스의 정점이라 취급받는 에픽 클래스 학생이 두 명씩이나 모습을 드러냈다.

한 명은 심하게 다쳐 축 늘어진 채였고, 다른 한 명은 몸에 상흔이 좀 남긴 했으나 그 압도적인 수려함을 미처 가리진 못했다. 얕은 어둠 속에서 환하게 광휘와도 같은 빛을 흩뿌린다.

“하아, 하아……!”

순식간에 자신 쪽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흥미 어린 시선이야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그저 일직선으로 쭉 달려온 뮤가 엘레나의 옆에 멈춰 섰다.

안 그래도 새하얀 얼굴의 핏기가 싹 가셔 시체처럼 창백해졌다.

“에, 에에, 에지, 에지오는… 괘, 괜찮나요? 주, 죽이신 거, 아, 아니죠? 네? 선배님…?”

피딱지가 굳은 뮤의 손이 달달달 떨렸다.

에지오와 엘레나가 14층에서부터 창밖으로 몸을 던졌을 때, 반사적으로 자기도 같이 뛰어내리려 했으나 불가능함을 깨닫곤 곧바로 계단을 향해 내달렸다.

자기가 본 걸 믿고 싶지 않았다. 사뭇 예상되는 결말을 감히 떠올리기도 싫었다.

안 돼, 안 돼­ 오로지 그 간절한 애원을 제외한 모든 상념을 텅 비운 채로 뮤는 계단을 부술 듯 밟으며 내려가다가, 2층 즈음에 도착하자 거리낄 것 없이 유리창을 조각조각 무너뜨리곤 이렇듯 엘레나와 에지오에게 도착한 것이었다.

분위기만 보면 이미 죽은 사람 취급이었다. 울먹거리며 눈물방울까지 왈칵 쏟으려 하는 뮤를 보면서, 엘레나가 고개를 느릿하게 저었다.

“호들갑 떨지 마. 아직 안 뒈졌으니까.”

“……아.”

멍하니 에지오의 팔을 더듬던 뮤는,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오던 긴장감과 함께 전신의 힘이 탁­ 하고 풀려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다행, 다행이에요. 다행이다. 진짜, 진짜로 나, 너무……”

폭풍이 휘몰아치던 뮤의 마음속에 복합적인 감정이 한 데 모여 엉키고 뒤얽혔다.

태양이 타오르기 시작한 이른 아침부터 어느덧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기. 예상지도 못한 순간에 에지오와 대면해 살짝 당황하긴 했으나 오늘밖에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와 진심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 언젠가의 하루처럼 카페 안에서 하염없이 에지오를 기다렸으나, 그는 결국 오지 않았다.

아니, 오지 못했던 거다.

그때처럼 또, 이런 사건에 휘말려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거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가까이에 있었다. 그럼에도 구하지 못했다. 에지오에게 닥쳐올 위기를 미리 막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하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렴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 엘레나조차 뒤늦게 눈치를 채고 달려왔지 않는가.

프론티어 전체를 통틀어 뮤를 비판할 이들은 진실로 누구 한 명 존재하지 않을 터였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이 두 번씩이나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면 그 광경을 받아들이는 본인의 심정만큼은 찢어질 듯 아려오는 것이었다……

“무, 무서웠어어어…… 진짜…”

급기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까지 하며 훌쩍이는 뮤를 곤란히 여기던 엘레나가, 뮤의 정수리를 손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야, 야. 후배야. 나도 세상 좆까라는 마인드긴 한데, 동네 한복판에서 처 울고 자빠지면 이미지가 좀 그렇지 않냐? 그리고 질질 짤 시간 없어, 임마. 일단 얘 데리고 여길 빠져나가야——”

들썩.

“…음?”

엘레나가 옆을 돌아보았다. 살짝 아래쪽도.

방금 에지오의 어깨가 좀 들썩이지 않았나 싶었는데. 아무런 미동도 없는 걸 보니 기분탓이었나.

뭔가 움찔한 듯한 감각에 미간을 잠시 좁혔던 엘레나는 곧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려고 했다.

스치듯 보았다.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읽는다.

엘레나는 순간적으로 저속화된 세상 속에서 홀로 에지오의 어깨와 팔뚝을 면밀히 관찰한다.

직후 그녀의 눈에는 보였다.

꼼짝없이 기절한 줄만 알았던 에지오의 손이, 슬그머니 주먹을 쥐고 있었다.

“이런, 시……”

파아아앗—!

폭탄처럼 빛이 터져 나왔다.

— 꺄아아아악!

— 뭐, 뭐야?! 앞이 안 보여!

“크읏!”

순간적으로 모두의 시야가 가려진 순간, 엘레나는 황급히 에지오를 놓았다. 정확히는 에지오가 휘둘러온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내상을 입고도 아직 움직일 만한 힘이 남아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기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제야 회복을 한 것일까.

파악!

당황한 엘레나가 무서운 속도로 바닥을 박차며 물러서자, 엘레나의 복부가 위치한 곳을 정확히 노렸던 에지오의 주먹은 곡선을 그리며 그대로 땅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콰아아앙—!

이미 생성된 크레이터 안에 새로운 구덩이가 하나 더 생겼다.

강렬한 플래시처럼 일대를 반짝였던 빛무리가 한순간 걷히자,비틀거리며 바닥을 딛고 선 채 허리를 꺾고선 주먹을 아래로 내지른 에지오가 그 자리에 있었다.

잠깐 거리를 벌렸던 엘레나가 바락 외쳤다.

“1번! 괜찮냐?!”

“……아, 아. 괘, 괜찮, 괜찮긴, 한데…”

엘레나만큼은 아니더라도 위험을 감지하긴 했던 뮤는 충격파에 밀려나 바닥에서 두 바퀴 정도 굴렀다.

돌멩이 같은 것에 살갗이 긁혀 얇은 핏줄기가 흐르긴 했으나,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잠시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던 뮤는 곧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더 말할 틈도, 누군가 말릴 틈도 없었다.

「……아—.」

이미 본인의 몸 상태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건지, 잔뜩 찢어지고 뼈마디가 부러져 어딘가 어긋나 보이는 손을 다시금 꽉 쥔다.

피투성이 주먹을 들고선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운 에지오가, 별안간 오른팔을 옆으로 쭉 뻗으며 무언가 중얼거렸다.

츠즈즈즈……

이윽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불쑥 나타나 회오리치기 시작한 빛덩이들이 겹겹이 뭉치고 뭉치더니, 곧 하나의 완성된 형태를 이루었다.

어두운 밤거리에 태양처럼 밝은 빛이 스며들었다.

— ……저게, 뭐야?

기묘하고 신성한 광경에 누군가 중얼거렸다.

대못처럼, 송곳처럼, 가시처럼 뾰족하게 생긴 길쭉한 원뿔형의 무언가. 재질은 오로지 빛이었다.

본인의 팔뚝만한 길이를 가지고 있던 그것을 두 손으로 꽉 쥔 에지오는, 태풍의 눈처럼 고요해진 풍경 속에서 팔을 하늘 높이 세워 들었다.

대체 무슨 신묘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하나같이 에지오를 바라보았다.

마법진을 펼치던 마법사들도, 건물 내부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고 내려오던 교수들도, 웅성거리던 인파들 하며 그들을 통제하던 기사들까지—— 전부 한 명도 빠짐없이 에지오와 그의 손에 들린 빛의 가시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것은 밤하늘 위에서 독보적으로 빛난다.

에지오는 역수로 쥔 두꺼운 가시를 한참 올려다보는 듯하다가, 이윽고 으스러질세라 더욱 힘을 세게 주어 가시를 단단히 붙들었다.

그 다음에 이어질 행위가 무엇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측하고 있었다.

“———안 돼!”

뮤도 마찬가지였다.

타악!

새파랗게 질린 채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선다.

잠깐 주춤거렸으나, 이 공간 속에서 에지오와 함께 유일하게 움직이며 울퉁불퉁한 지면을 발로 거세게 밀쳐낸다.

뮤의 긴 머리칼이 불어오는 바람결에 휘날리고, 그녀는 빠르게 발도한 채 에지오의 손에 들린 가시를 베어내기 위해 내달렸다.

그때,

어째선지 험악한 얼굴로 엘레나가 크게 외친다.

“다가가지 마!”

하지만 뮤의 귓가엔 들리지 않았다.

검을 뽑고 질풍처럼 바람을 가르며 달려보지만.

이미 한발 늦은 채였다.

————푸욱.

생생하디 끔찍한 소리가 울린다.

유니폼을 찢고 그 안에 덮인 살갗을 단숨에 꿰뚫는다. 근육을 헤집고 핏줄을 터트리며 검붉은 혈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완전히 에지오의 왼쪽 가슴을 관통해버린 길쭉한 가시는, 등 뒤의 유니폼마저 찢고 나와서도 한참이나 길게 이어져 있었다.

모두가 나지막이 숨을 삼켰다.

채앵­.

에지오의 바로 앞에서 검을 멈춰 세운 뮤가, 언어력을 모조리 상실한 채 허망한 얼굴로 검을 바닥 위에 떨어뜨렸다.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의 심장을 꿰뚫은 에지오의 모습을 바라보던 뮤의 눈동자가 갈 길을 잃었다. 한층 탁해진 빛으로 초점 없이 흔들린다.

허리를 숙이며 아래로 점차 고꾸라지기 시작한 에지오를 향해 뮤는 천천히 다가갔다.

사아아아……

빛의 조각이 입자처럼 휘날린다. 에지오의 가슴을 꿰뚫었던 가시가 가장 날카로운 끝에서부터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털썩, 하고 무릎을 꿇은 채 쓰러진 에지오의 가슴 부근은 뻥 뚫린 채였다. 동그란 구멍으로부터 실로 대량의 핏물이 울컥거리며 끊임없이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결이 그 사이로 빠져나온다.

자세히 보면 그것들이 곧 천천히 줄기를 엮고 새로운 장기의 형태를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을 테지만, 온통 검은 빛깔로 물든 뮤의 머릿속은 이미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 채였다.

죄인처럼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에지오를 향해 걷는다. 뮤에게는 주변의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찬란한 별빛이 내려앉는 구덩이 속에 자리한 건 오로지 에지오와 뮤, 둘뿐이었다.

뮤는 비틀거리며 걷다가, 더 이상 걸을 힘을 상실하고선 에지오의 앞에 그와 같이 무릎을 지면으로 맞대었다.

피에 젖은 잿빛 머리칼.

느린 간격을 두고 떨리는 어깨선.

부러져 망가진 에지오의 주먹을 말없이 손으로 매만지던 뮤가, 바싹 마른 입술을 살짝 벌린 채 고개를 들었다.

에지오의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던 검은 눈물은, 갈수록 그 빛깔이 탁해지고 연해졌다.

이마에서 흐르던 선혈 탓에 검붉은 색이 섞여들기 시작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영롱하게 투명해진 눈물은, 곧 먼지 등으로 거칠어진 에지오의 양 볼을 타고서 흘러내렸다.

무엇 때문에 울고 있는 걸까.

뭐가 그리 고통스럽기에.

뭐가 그렇게 아파서.

“……아.”

……아니.

눈물은 슬플 때와 아플 때만 흘리지 않는다.

기쁠 때도……

얼마든지 흘릴 수 있었다.

갈라진 목소리를 짧게 내었던 에지오가, 불현듯 목을 떨면서 찬찬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뮤가 있었다.

먼지와 약간의 핏자국으로 얼룩진 얼굴. 그 예쁜 자줏빛 눈동자 아래서 은구슬 같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려대면서,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는 목구멍으로부터 자꾸 무언가 꺼내려 들었다. 뭔가 부정하려는 듯 머리를 살짝 양옆으로 움직이기도 했다.

에지오는 모든 힘을 탈력한 채 뮤를 돌아보았다.

도화지처럼 새하얗게, 왠지 소름 끼치도록 불길한 하얀 빛깔로 물들었던 에지오의 눈동자가—— 다시 원래의 색을 되찾아, 언제나 바다처럼 푸르고 투명했던 그 파랗고 찬란한 빛을 내보인다.

서로의 숨결이 닿을 법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점차 눈동자에 어린 생명의 기운이 희미해지는 것을 감추기라도 하듯이, 에지오는 눈꺼풀을 닫곤 그것을 부드럽게 누그러뜨렸다.

그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감돌았다.

“……내가, 이겼어. 뮤.”

에지오가 대체 무엇과 싸워서 이겼다는 건지.

뮤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가 웃는 것이 왠지 모르게 기뻐 보여서. 여기서 가장 깊은 슬픔을 간직한 건 오롯이 에지오 한 명뿐일 텐데도, 꿋꿋하게 울지 않고 울어서.

비통한 슬픔보다는 기쁨을 자신에게 먼저 보여주고 싶어서, 지금처럼 없는 힘을 짜내어 간신히 웃음을 그린다는 게, 나 또한 기뻐서.

그렇지만.

자신은 기쁨보단 슬픔이 너무나 거대했기에.

편히 눈을 감은 채 뮤의 방향으로 느리게 쓰러지기 시작한 에지오를 품에 꼭 안은 채로.

뮤는 고요하디 어두운 밤하늘을 자신의 찢어지는 울음소리로 채워 가기 시작했다……

#11

— 여기서 더 머무르기엔 내가 좀 곤란하니까, 딱 중요한 것들만 말해줄게. 잘 들어라, 1번. 한 번만 말할 거니까.

— 그 녀석은 며칠 내로 다시 살아날 거다.

— ……아니, 원래 죽지 않았으니까 살아난단 말은 어불성설인가. 아무튼 생명의 보존 자체는 걱정하지 말란 얘기다.

— 설마 하니 미숙한 병아리 주제에 보물고의 문을 열어제낀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만…… 차라리 잘 된 일이다. 그걸로라도 멈추지 않았으면 정말 아무런 방법도 찾지 못하고 죽었을 테니까.

— 안 돼. 자세히 말해줄 순 없어. 두루뭉술하게 씨부리는 게 꼬우면 나이 더 처먹고 와라. 그때 알려주지.

— 아무튼, 그건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물건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지. 추측하건대, 일부가 재구성된 녀석의 몸은 이전보다 좀 더 튼튼해졌을 거다.

— ……대신 천상의 물건이니만큼, 자격도 애매한 놈팽이가 함부로 사용한 대가를 확실하게 가져가긴 하겠지만 말이야.

— 이전처럼 폭주할 일은 아마 앞으론 없을 거다. 그건 안심해도 좋아. 애당초 인간의 심상세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만한 녀석들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고… 이번 사건이 정말 이례적이고 특별했던 거다. 나도 한동안 예의주시할 생각이니 걱정들 말라고.

— 여하튼.

— 상실 뒤엔 갈망과 복수심만이 남고, 목적을 전부 이룬 뒤에는 텅 빈 허무만이 남지. 이런 사례는 처음이라 나도 녀석이 깨어났을 때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 아마, 당분간 예전 같지는 않을 거다.

— 그런 의미에서 너, 1번. 아니… 뮤.

— 음, 그 뭐야… 전 여자친구라고 했었나?

— 너희들 사정은 잘 모르니까, 이게 좋은 일인지 안 좋은 일인지 솔직히 판단할 수 없긴 한데. 둘이 깨진 뒤에 너 혼자만 좋아하고 있던 거 같아서 해주는 말이지만.

— 만약 안 좋게 끝났다면 아마 그런 추억에 관련된 부분은 싹 다 잊어버렸을지도 모르니까, 그 뭐냐. 재결합…? 좀 간사한 일이긴 한데 너만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모를……

— ……아니, 그냥 해본 말이었다.

— 자세한 상태는 깨어나봐야 알겠지.

— 전 남자친구가 의식 불명이라고 해서 하루종일 여기 있진 말고, 수업은 꼬박꼬박 들어라. 출석이 은근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에픽 클래스는.

—…이제 대충 정리된 것 같으니까, 뭐.

— 나중에 또 볼 일이 있을런지. 아무튼 난 간다. 오랜만에 힘 좀 썼더니 허리가 다 아프네, 쓰읍……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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