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 상실의 대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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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병실 내부는 원래도 적막했으나, 지금은 세 사람의 간헐적인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깊은 침묵에 감싸인 채였다.
“…병문안?”
알 수 없는 냉전 분위기에 유리가 어쩔 줄 몰라 하던 것도 잠시, 루비아에게서 시선을 거둔 뮤가 먼저 정적을 깨뜨렸다.
“응.”
“…방문 예약은?”
“어제 했어. 너는 예약 안 한 거 같던데, 빠르네.”
“당연하지. 그럴 필요 없었으니까.”
“……왜?”
루비아가 짧은 의문을 표했다.
1학년 소집 이후 타일러가 남긴 종이를 보고서 그대로 의료원까지 직행했던 루비아다. 그곳에서 뮤의 모습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뮤는 에지오가 입원한 병실에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행동거지가 썩 익숙한 모양새를 보면 하루 이틀 있던 게 아닌 듯했다.
“에지오가 다쳤을 때, 나도 그 자리에 있었거든. 지인이자 보호자 자격으로 여기에 있는 거지.”
“…그 자리에 너도 있었다고?”
“그래.”
뮤의 대답에 루비아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생각이 많아진 탓이다.
지금 당장 뮤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한가득이었다. 에지오와 같은 자리에 있었다면 너는 왜 멀쩡한지. 에지오는 어떤 사고를 당했기에 의식 불명이 된 건지. 그리고, 에지오가 의식 불명이 될 때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는 너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던 건지……
라고 말하기에는, 루비아 자신도 떳떳한 게 전혀 없었다. 아무리 몰랐다곤 해도 에지오가 사건에 휘말렸을 동안 자신이야말로 무엇을 하고 있던 걸까. 별일 없을 거란 유리의 다독임을 받으며 걱정에 걱정만 거듭하고 있지 않았는가.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에지오한테?”
“……”
그때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건지.
여전히 루비아 쪽을 바라보지 않고 있는 뮤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듣던 대로. 테러가 일어난 그 건물에 있다가 큰 피해를 입었고, 의식을 잃었지. 그 이상은 묻지 마. 나도 머리가 아프니까.”
“아니, 물을 거야.”
“……”
뮤가 말을 멈추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조금 싸늘해진 눈빛이 루비아를 응시하고 있었지만, 루비아는 뮤가 아닌 그 뒤 침상에 누워 있는 에지오를 시야에 담고 있었다.
“에지오는… 깨어나긴 하는 거지?”
병실에 입원한 지 3일째라고 하던가. 그동안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렇게만 보면 곤히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보여 언제라도 눈을 뜰 것만 같은데, 실상은 아니었다.치료할 방법도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 혼수 상태인 이상, 어쩌면 저대로 영영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에지오는 죽는 거다. 루비아는 그 현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
이제야 에지오를 다시 만나게 되어 원래의 얼굴선이 차츰 돌아오기 시작했는데, 전보다 더 깊고 큰 슬픔에 빠지게 되어버린다면 앞으로의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확신이 잘 서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뮤는 희망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아마, 며칠 내로. 확실한 건 모르지만.”
“……!”
뭔가 들은 게 있는 걸까. 아무래도 좋았다.
루비아는 긴장감으로 들썩이던 심장이 한순간에 쓸려 내려가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냥 헛소리로 하는 얘기는 아닐 터다. 아무 이상 없이 깨어날 수 있기만 한다면 그걸로 크게 안심이었다.
스윽.
뮤는 탁상 위 화분 옆에 놓여 있던 물뿌리개에 손을 가져갔다. 그것을 살포시 들곤 화분에 꽂힌 파란 장미 위에 졸졸거리는 여러 가닥의 물줄기를 흘려보냈다. 새벽 이슬을 머금은 듯 촉촉해진 잎사귀 끝에서 물방울이 동그랗게 맺혀 떨어진다.
“에지오의 병문안을 온 건 환영해. 하지만 너무 오래 있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보호자는 나 한 명으로도 충분하니까.”
“……”
루비아는 뮤가 에지오의 전 여자친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연회장 뒤편에서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루비아에겐 꽤 커다란 충격이었다.
지금 둘 사이에 껴서 멀뚱히 서 있기만 하는 유리의 입장에선 자세한 내막까진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정작 유리도 대충 에지오와 뮤 사이에 뭔 일이 있었다는 건 어렴풋이 직감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다.
뮤가 지금 루비아와 유리를 향해 하는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루비아는 뮤의 발언에서 살짝 거슬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뮤는 마치 정말로 에지오의 하나뿐인 보호자처럼 구는 것이었다.
그거야 에지오가 이 병실에 처음 입원할 때 보호자 자격으로 들어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겠으나, 뭐랄지……
에지오가 걱정되어 병문안을 온 입장에서, 너희는 오래 있어봐야 방해일 뿐이니 빨리 돌아가는 게 좋다, 라는 면박 같은 말을 들어버리니 무언가 통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었다.
내가 왜 뮤의 말을 듣고 여기서 빠르게 물러나야 하는 걸까. 그런 마음이었다. 루비아에게 있어 참으로 의외스러운 감정인 반항심이 문득 들었다.
“스텔라한테 들었는데, 오늘 검술 강의 무단으로 결석했다며?”
지금 에지오의 병문안을 들린 사람은 유리와 루비아 뿐이었다. 스텔라 역시 함께 가고 싶어했지만, 예정도 없이 가문으로부터 사람이 왔던 까닭에 후일로 미뤄졌다.
그때 당시 스텔라의 고운 미간이 좁혀지며 가문에 대한 얕은 분노를 표출하던 희귀한 모습을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스텔라? 그게 누구… 아.”
루비아의 말에 잠깐 골똘히 생각하는 듯, 눈동자를 옆으로 돌리던 뮤가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그랬지. 왜? 뭐가 문제야?”
“보니까 하나만 결석한 게 아닌 것 같던데.”
“……그게 뭐, 어쩌라고?”
자기가 자기 수업 빼먹겠다는데. 남이 상관할 게 뭐 있겠는가. 당연히 그에 대한 책임도 본인 스스로가 지는 것이었다.
루비아가 입을 열어 묻는다.
“하루종일… 여기에 있던 거야?”
아, 그런 뜻이었나.
뮤는 아무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말에는 유리도 살짝 놀랐다.
에픽 클래스 1번, 뮤. 역대급 검술 재능뿐만 아니라 다른 특별한 무언가에 의해 1번을 부여받았을, 평민 태생의 기묘한 아이.
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유리는 뮤와 친해지고 싶었지만 왠지 다가가기 힘들었던 분위기 탓에 좀 어려움을 겪었던 친구였다.
사실 지금도 그 분위기가 딱히 변한 건 아니었다. 당장 루비아와 대화 아닌 대화를 나누며 냉기가 풀풀 날리고 있지 않은가. 물론 자신한테 향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 사이에 껴버린 입장으로서 참 곤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뮤는 예쁘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이나 명백한 사실이다.
허리 부근에서 찰랑거리는 흑장미처럼 단아한 머리칼과, 그에 대비되는 눈처럼 뽀얗고 새하얀 피부결은 순수한 감탄사를 자아낼 만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거친 눈폭풍이 불어닥치는 한겨울의 들판 속에서도 유유히 꽃잎을 피워내는 청초하디 아름다운 얼음꽃처럼, 절세 그 자체의 소녀였다.
분명 유리 자신보다 한 살 어릴 텐데도 불구하고, 되레 유리 쪽에서 믿고 의지하고 싶을 만큼 멋진 친구이기도 했다.
화분에 물을 주며 귀밑머리를 쓸어넘기는 모습이 한 폭의 명화(名)처럼 여겨져, 숫제 반짝거리는 동경심마저 들 정도였다.
그렇게나 뮤와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지만, 뭘까. 저렇게 칼 같은 아이가 어째서…… 수업까지 전부 빼먹고선, 같은 반 남자애의 간호를 종일 제 몸 바쳐 하고 있는 것이었을까.
저 둘은… 대체 어떤 사이였던 걸까.
유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렇구나. 계속 여기에 있던 거구나.”
루비아는 그리 중얼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럼, 나라고 못할 법도 없는 거 아니니? 네가 나서서 우리 병문안이 길어지는 걸 막을 이유가 따로 있을까? 나 역시 에지오가 너만큼 걱정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뮤가 대번에 말을 끊는다.
“환자 앞에서 여러 명이 부대껴 있을 셈이야? 보호자는 나 한 명으로 충분하다고 했잖아.”
“……”
“그리고, 처음 예약할 때 방문 시간도 정해져 있었을 텐데? 많아봐야 30분일 거고.”
“그거야 늘리면 되는 일이야.”
“…끈질기네.”
뮤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
루비아의 말도 아예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뮤는 에지오가 입원한 병실에 다른 누구도 아닌 루비아가 오래 있는 걸 원치 않았다.
애당초 뮤는 루비아라는 사람을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아 했었다.
무엇보다 지금 이렇듯 에지오가 의식을 잃어 침상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그날 에지오의 피투성이가 된 기억이 떠올라 버리는 탓에—— 그 원인에까지도 생각이 닿게 되는 것이었다.
루비아도 알고 있을 거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 에지오에게 사죄하고자 하는 것이었겠지. 그런 루비아는 옆에 있던 유리가 다소 놀랄 만큼 온도가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입을 연다.
“아무리 네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해서, 지금 에지오의 보호자라고 한들 병문안 온 사람을 이렇게 제멋대로 막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 처음부터 오래 있겠다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왜 우리의 병문안이 방해라는 듯, 사람을 내쫓듯 말하는 걸까.”
“……”
“……그때 네가 말했었지. 너는 에지오의 전(?)——”
거기서 말을 더 잇기 전에.
루비아는 잠시 유리를 돌아보았다.
살짝 험악해진 분위기에 입을 다문 채로 꽃다발을 품에 들고 있을 뿐인 유리.
그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타인의 앞에서 멋대로 까발릴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 루비아는 잠깐 그 말을 목구멍 뒤로 삼켰다.
다만 뮤는 루비아가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그 탓인지 뮤가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었다.
……과연 내 주제에, 에지오의 하나뿐인 보호자 행세를 하는 게 정말로 옳은가. 아니, 스스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기에 더욱 이곳에 남아야만 하는 것이었다.
“…뭐가 어쨌든 간에, 난 여기에 남아서 책임을 져야 해. 그리고 너야말로 에지오가 가장 아플 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봐. 이번만 해도 그랬지. 그런 네가 이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게 과연 누구한테 도움이 되는 건지 잘 생각해 보라고.”
“……”
확실한 변명과 합리적인 사유 따위는 필요 없다. 오로지 결과만이 남을 뿐이다. 루비아는 그날 그 자리에 없었다. 반면 뮤는 거기에 존재했다.
위험에 빠진 에지오를 지키려 했고, 결국 지키지 못했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지기 위해 이곳에 남은 것이었다.
루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타박, 타박.
대신 자신이 가져온 병문안 선물을 탁상 위에 놓았다. 뮤의 화분이 놓인 탁상 맞은편에 있는 장소였다. 녹빛 향로를 놓고선 마력을 일부 주입하자, 그 위로부터 환자에게 이로운 성분과 효과를 내포한 아로마가 솔솔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화분에 꽂힌 푸른 장미의 산뜻한 향기는 곧 그보다 짙은 아로마에 덮여버리고 만다.
아로마를 연기처럼 피워올리며, 루비아는 침상 위의 에지오를 본다. 그리 편안하지도, 그렇다고 괴로워하지도 않는 표정으로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어느덧 3일째를 맞이한 깊은 잠을.
살짝 열린 창문 틈새로 나지막이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루비아의 담담한 목소리가 섞여들었다.
“…난 너한테 궁금한 게 많아, 뮤.”
지긋이.
루비아는 고개를 돌려 뮤를 직시했다.
뮤 역시 마찬가지였다.
녹빛과 자줏빛의 눈동자가 일직선으로 마주쳤다.
곧 뮤의 입술이 느릿하게 열렸다.
“네 질문에 대답해주기도 싫고, 무엇보다 내 입장에서 너한테 궁금한 건 없어. 루비아.”
왜 둘이 싸우는 것 같은 걸까.
아니, 같은 게 아니라 맞지 않나…
유리가 조심스레 묻는다.
“저, 얘들아. 우리 병문안 온 거… 맞지……?”
“……”
“……”
루비아와 뮤는 동시에 유리를 돌아보았다. 그 묘한 기세에 잠깐 주춤거리던 유리가 붉은 눈동자를 가만 깜빡거렸다.
이 뒤얽힌 관계 속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인물이었다. 그냥 간단히 루비아를 따라 선물만 두고서 돌아갈 생각이었던 유리는, 예상지도 못한 신경전에 발이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품에 든 꽃다발만 살포시 끌어안을 뿐이었다.
루비아가 먼저 제안을 건넸다.
“여기서 이러면 에지오와 유리한테도 실례니까, 잠깐 밖에 나가서 얘기하는 건 어때?”
“너랑 할 얘기 없다니까.”
한숨을 쉬던 뮤가 곧 말을 잇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까. 난 네가 싫어, 루비아.”
“……”
역시 싸우는 거 맞잖아.
유리는 속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그에 루비아도.
어쩌면 처음일지 모르는, 그런 말을 했다.
“나도 네가 마음에 안 들어, 뮤.”
“……흐응?”
그런 뒤.
다시 한번 서로의 싸늘한 시선이 에지오가 누워 있는 병실 한가운데서 맞부딪혔다.
휘오오오……
마치 영원 같은 한순간의 정적이 일자 어쩐지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가 한참 낮아진 것만 같았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이럴 생각으로 온 게 아니었는데. 손가락을 하염없이 매만지고 있던 유리는 무척 곤란해졌다.
“저, 저… 얘들아? 왜들 그래. 싸우지 마……”
다들 친하게 지내면 안 되는 걸까.
어쩐지 어릴 적 유리의 눈앞에서 호통을 치며 말싸움을 벌이던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라, 긴장 어린 손길로 뮤와 루비아를 말려보기 위해 식은땀을 흘리던 유리를 잠깐 돌아본 루비아는,
“…우리가 서로 알고 있는 정보가 좀 어긋난 거 같다고 생각해. 에지오가 깨어나기 전에, 우리가 과거에 뭘 잘못했는지 확실하게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에지오도 우리가 지금 이러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 오해가 있다면 푸는 편이 좋잖아.”
뮤를 똑바로 쳐다보며 그리 말했다.
나름의 납득을 한 걸까.
어쩌면 지금 여기서 계속 기약 없는 말싸움을 벌여봐야, 에지오와 유리에게 피해만 갈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었다.
후우.
잠깐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던 뮤가 답했다.
“……좋아, 밖으로 나가자.”
그러면서 둘은 함께 병실 밖을 향하기 시작했다.
“……어?”
그때 유리가 정신을 차리곤 말했다.
“얘, 얘들아. 나, 나는…?”
루비아가 유리를 뒤돌아보았다.
“…미안해, 유리. 잠깐만 여기 있어줄래? 아니면 기숙사로 먼저 돌아가도 좋아. 같이 가겠냐고 먼저 물어봤던 건 나였는데…… 정말 미안해. 일이 이렇게 될 줄 전혀 몰랐어.”
“……으응, 미안할 건 아니긴 한데… 아, 알았어. 그래도, 너무 막 싸우고 그러지 마…?”
“싸우는 거 아니야. 얘기만 하는 거야.”
아닌 거 같은데. 절대 아닌 거 같은데.
우리 부모님이 왕궁 한복판에서 부부싸움할 때 엄마 입에서도 똑같은 얘기 들었던 거 같은데…
드르륵—탁.
유리의 불안함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뮤와 루비아는 병실 문을 닫고 복도로 나섰다.
그렇게.
“……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닌 거야, 너.”
의식 불명의 에지오와 병실에 단둘이 남겨지게 된 유리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인 듯 보이는 에지오를 돌아보고선 정말 질린 표정을 짓다가, 결국 뮤가 앉았던 의자에 착석해 한숨을 폭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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