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 별 (1)
* * *
#1
“헥토르.”
승강기 안에서 걸어나온 헥토르를 불렀다.
“……뭐냐.”
살짝 지친 듯한 얼굴의 헥토르가 나를 돌아봤다. 7:3의 비율로 가르마를 탄 머리칼을 손으로 쓱 쓸어넘긴다. 가래 끓듯 푹 잠긴 목소리는 노곤한 피로를 담고 있었다.
“마나통제학 강의 조별과제 모임 시간이 결정돼서. 너한테 알려주려고.”
“……아, 그런가.”
헥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처럼 나를 보면서 혀를 차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단 눈빛으로 노려보지도 않는다. 빨리 말하라는 듯 돌아서서 날 가만 바라본다.
“내일 오전 10시 정각에 제 3학구 오르도 클래스 정거장에서 만나기로 했어. 시간 맞춰서 오면 돼.”
“일찍도 만나는군.”
“어쩔 수 없어. 하루이틀로 될 과제가 아니니까.”
“……뭐, 그래. 알았다.”
짤막이 머리를 주억인 헥토르가 등을 돌리려던 순간, 나는 그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내일 걔 안 와. 유스필 데리아.”
“……”
탁. 발걸음을 멈춘다.
“……왜지?”
그렇게 물어온다.
“조장인 내 판단하에 우리 조에서 임시 퇴출시켰어. 과제에 제대로 임할 마음이 전혀 보이질 않아서. 이런저런 자세한 사유가 있긴 한데 아무튼 그렇게 됐다.”
“…임할 마음이 있고 없고를 네가 어떻게 알지? 이거 원 순전히 제멋대로인 조장이군.”
헥토르는 썩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저번 강의실에서 유스필과 험악한 말싸움을 벌였던 일을 상기하면, 유스필을 꽤 싫어하는 줄만 알았는데. 그녀를 내가 임의로 조에서 퇴출시켰단 말에 오히려 반발하고 있는 것 같았다.
헥토르한테는 되레 이득인 셈이 아닌가. 아니, 그런 걸 따지기 전에 그냥 꼴보기 싫은 사람이 눈앞에서 사라져줬단 것으로 납득하고 말 줄 알았다.
헥토르는 내게 필요 이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다시 한번 머리칼을 쓸어넘긴다.
“그 상스러운 여자가 조에서 제외됨으로 생기는 문제에 대해 네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 내 입장에서 더 첨언할 생각은 없다. 일단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하지. 용건은 끝났나?”
후우 하고 한숨까지 내쉰다.
사샤는 어느샌가 내 뒤에 숨어 있었다. 몸집이 워낙 작아서 내 몸에 전신이 전부 가려졌다.
카디건의 옷자락을 쥐고선 과장스럽게 오들오들 떨고 있는 듯했는데, 자세히 신경을 집중해 보면 은근히 내 카디건에 코를 묻고서 냄새를 킁킁 맡고 있는 것 같았다. 뭐 하는 짓이야 임마.
“그래. 더 없어.”
“그렇군.”
타박, 타박.
내가 있는 위치의 반대로 향하려던 헥토르가, 갑작스레 방향을 바꾸어 내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히에익.”
사샤가 질겁하며 옆으로 몸을 옮겼다.
반면 헥토르는 사샤의 존재를 아예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뚜벅, 뚜벅. 조용한 복도를 울리는 헥토르의 발걸음 소리. 느릿하게 걸어오던 헥토르가 어느 순간 손을 들었다.
……턱.
그것은 내 어깨에 얹혔다.
스치듯 지나가며 헥토르가 목소리를 낮추어 중얼거린다. 들릴 듯 말 듯한 나지막한 음성은 내 귓전을 미약히, 그러나 더없이 강하게 두드렸다.
“이드레이트 크라닐. 귀족이 응당 짊어져야 할 짐을 내던지고 도망친 겁쟁이의 핏줄아. 네놈은 좀 다르길 기대해보도록 하지.”
“——!”
작은 속삭임에 경련하듯 내 몸이 떨렸다.
“방금, 뭐라고.”
황급히 옆을 돌아봤다.
헥토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어느샌가 내 옆을 지나쳐서, 3동의 정문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끼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유리창 너머로 건너간 헥토르의 뒷모습이 점차 내게서 멀어져 갔다. 나는 그 뒷모습에서 오랫동안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있지… 사샤는 쟤 좀 싫다?”
내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사샤가 말했다.
“사샤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지? 응?”
그러더니 내 옆자리로 빙글 돌아와, 동의를 구하는 얼굴로 날 올려다보며 무구하게 질문했다. 딱히 둘 사이에 뭔 일이 있었던 것 같진 않고. 일방적으로 사샤가 헥토르를 어렵게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내가 정확한 사정을 알 길은 어디에도 없긴 하다만.
헥토르 드 알칸트라.
에픽 클래스 8번을 부여받은 남학생.
녀석이 처음부터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선 어렴풋이나마 알 것도 같았지만.
‘……별로 친해지고 싶지는 않네.’
그걸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2
“옛다, 받아라.”
“고맙고.”
언젠가의 데자뷰가 느껴지는 일이었다.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늦은 밤이고. 어느덧 시계는 오후 11시를 향해 달려가는 중인데다가, 밖은 꽤 쌀쌀했다. 무엇보다 벤치에 느슨히 앉아 있는 가브리엘에게 내가 사온 아이스 커피를 던져줬단 점이 가장 명확하게 다른 것이었다.
팍. 격한 운동을 끝내고 나서 그런지 후들후들 떨리는 손으로 빨대를 꽂아넣는다.
그대로 쭈욱 들이키니, 뇌를 차가운 얼음으로 적시듯 아찔한 시원함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간다. 여진처럼 밀려오는 씁쓸한 맛은 덤이었다.
가브리엘도 나를 따라 한잔 했다. 크으 하면서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어찌나 시원한지 콧구멍도 벌렁거렸다.
“천국이네. 역시 남이 사주는 게 제일 맛있다니까?”
그랬다. 가브리엘과 함께하기로 약속했던 이번 죽음의 내기에서, 나는 두 시간의 처절한 사투 끝에 패배하고 말았다.
터질 듯 펌핑된 팔뚝을 주물거리며 벤치에 앉았다.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긴 했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나름의 정신승리. 그걸 가브리엘도 내심 알고 있던 모양인지 내가 벤치에 앉자마자 한마디 내뱉는다.
“근데 말야. 분명 이겼는데 기분이 더럽네. 네가 일부러 져준 거 같아서.”
“난 최선을 다했어.”
“그럼, 네가 일부러는 아니었겠지. 불가항력.”
가브리엘이 빨대를 쪽 빨았다.
“그래서, 뭔 일이냐?”
“……”
귀신 같은 새끼.
한번에 커피잔 절반을 들이마신 내가, 답답한 숨을 토해내듯 파하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러고 아무 말도 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자 가브리엘은 내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이 형님한테 말해봐. 사실 이렇게 말해보랄 것도 없이 같이 술 한잔 까다 보면 술술 불게 되어 있지만. 여기선 못 마시잖냐. 진짜 존나 아깝네 거……”
“방탕한 새끼.”
“네가 보수적인 거야.”
가브리엘이 킬킬거렸다.
“여자냐? 여자 고민이야?”
“……”
“…뭐야, 남자야? 시발, 설마……”
“닥쳐.”
소름 돋는 소리 하네. 뒤질라고.
“그럼 여자네.”
“……”
“이, 시발. 입학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닥쳐.”
가브리엘의 단순무식한 사고회로는 어째서 남자 문제와 여자 문제 둘로만 나뉘어 굴러가는 걸까. 이분법적인 사고방식. 매우 좋지 않다.
하지만 의외로 정확했다.
그래서 나는 말없이 있긴 했다.
무엇보다 뮤와 루비아 문제도 있긴 한데, 아까 헥토르가 스치듯 말했던 것이 지금으로선 날 가장 크게 괴롭히고 있었기에.
“말해보라니까. 내가 해결책은 줄 수 없지만 너 자꾸 그렇게 꽁꽁 숨기고 살다가 앓아 뒤진다.”
그러게 말이다.
여태 이런 고민을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말했던 적이 없었다. 당사자들 빼고는. 부모님한테도 말한 적 없었고……
부모님 하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었다. 프론티어 입학 전 정말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서 이틀 푹 쉬다가 곧바로 프론티어행 열차를 탔었다. 생각해 보면 거기까지밖에 기억이 안 난다. 그 전에 내가 어딜 갔다가 왔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정말 나 혼자 끌어안고서 끙끙 앓는 게 맞는 걸까. 사람은 혼자서 살아가는 생물이 아니다. 때론 남의 도움을 절실하게 요청해야만 할 때도 있었다.
물론 나한테 있어선 그 정도로 엄청 죽을 것 같이 심각한 건 아니더라도, 오늘 뮤의 상태를 보면 어떻게든 빨리 매듭을 지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가브리엘을 돌아봤다. 쭉 찢어진 실눈. 녹빛 머리. 웃는 상. 가벼운 옷차림 안에 숨겨진 북방 전사의 거대한 위엄. 여자를 밝히지만 정작 여학우는 0명인 불쌍한 녀석. 그리고, 나의 친구.
믿을 만한 녀석이긴 한 것 같은데.
“됐어. 누군한테 말해서 될 문제가 아냐.”
나는 다시 앞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니… 그냥 말만 해보라니까?”
“그것도 못 하겠다. 정리가 도저히 안 돼서.”
그 말대로였다.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줄여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길고, 너무 많았다. 그 사이에 얽힌 감정들은 남에게 공들여 설명해봤자 남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법한 종류의 복잡한 실타래나 매한가지였다.
뭔가를 털어놔봐야 결국 풀리지 않는 고민을 한 명 더 나눠 가지게 될 것이란 미래밖에 떠오르지 않아, 나는 차라리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그, 동창들 문제냐?”
“……”
“아, 그래. 그래. 이제 더 안 물을게.”
이미 물을 거 다 물은 거 같은데.
가브리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입을 연다.
“그럼 그렇지. 아무 일 없는 녀석들 사이의 그 기류가 아니었다니까? 분명히, 뭔가 있을 거 같긴 했는데, 예상보다 더 복잡한 문제였다 이거구만. 음, 음. 이제 좀 알겠어.”
“누구한테 말하지 마.”
“자세히 알려주지도 않았음서. 어차피 말할 사람도 없다, 새꺄. ……스벌, 진짜 사람 사귀는 데에는 술이 딱인데……”
가브리엘이 정말 아쉽다는 투로 말했다. 그야 그렇겠지. 대신 사람과 멀어지는 데에도 술이 딱이다.
“방탕한 새끼.”
“여자 한번 사귀어 본 적 없는 나보단 네가 더 방탕해 보여, 자식아. 기만자 같으니라고. 난 고민할 여자도 없다.”
쭈우욱. 가브리엘이 빨대를 다시금 쭉 빨았다. 삼분지 일 정도 남아 있던 갈빛 액체가 말끔히 모습을 감추었다. 얼음만 남아버린 커피잔을 몇 번 손으로 달그락 흔들더니, 가브리엘은 킬킬거리며 벤치로부터 몸을 일으켰다.
“난 먼저 들어가 잘란다. 피곤하네.”
“어, 그래. 들어가라.”
“너는?”
“난……”
슬쩍 주변을 돌아보다가.
“여기 좀 있다 가려고.”
그리 말했다.
여기저기 안 뻐근한 데가 없고. 가브리엘 말마따나 피곤하기도 하고. 내일 이른 아침부터 약속도 있고. 이러저러 나 역시 빨리 들어가 숙면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긴 했지만, 왠지 이 자리를 떠나기 싫었다. 아직 다 마시지 않은 아이스 커피도 남았다.
문득 묵빛 하늘에 시선이 닿았다.
느긋하게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적당히 기분 좋게 달궈졌다가 차가운 물로 싸늘히 식힌 몸뚱아리. 풍경 좋은 공원에 자리한 목재 벤치에 앉은 나와, 누르스름한 달빛에 반사되는 형형색색의 꽃잎들. 꺾은 고개 위에 걸린 무수한 별자리.
오늘은 유독 별이 잘 보이는 날이었다.
“…궁상 떨긴. 감성 타지 말고 후딱 들어가 자라. 힘들 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쳐 자는 게 최고야. 알고 있냐?”
“알아, 임마.”
좋은 분위기에 물을 끼얹는 가브리엘에게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어 보였다.
그러곤 커피잔에 꽂힌 빨대를 쭉 빨아 입에 잠시 머금었다가, 꿀컥 삼킨 뒤 조용히 말했다.
“고맙다.”
“오냐.”
등을 돌린 가브리엘은 대충 손을 흔들었다.
#3
그리 용량이 큰 컵도 아니라서 금방 다 마셔버렸다. 얼음만 남은 컵을 벤치에 내려놓을까 하다가, 뚜껑을 열어 얼음 두어개를 입에 탈탈 털어넣었다.
와그작거리며 씹었다. 잇몸이 시렸다.
— 이드레이트 크라닐. 귀족이 응당 짊어져야 할 짐을 내던지고 도망친 겁쟁이의 핏줄아. 네놈은 좀 다르길 기대해보도록 하지.
“……”
얼음을 씹던 내 잇몸에 힘이 들어갔다. 와그작, 까드드득. 얼음이 깨지고 부서져 녹아내렸다. 그 탓에 위아래의 치아가 생으로 맞닿았다. 튼튼하니까 부서질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좀 아프긴 했다.
“후우.”
머리를 북북 긁다가 한숨을 쉬었다.
헥토르가 나의 가문을—— 나의 아버지를 알고 있었을 줄이야.
아니, 뭐. 그럴 수 있다. 귀족끼리 알고 지내는 게 뭐가 이상하다고. 나는 알칸트라가 뭐하는 가문인지 하나도 모르긴 하지만. 어차피 다른 귀족들에게 관심이 없었으니까.
‘…네가 뭘 알아, 헥토르.’
제국 귀족에게 있어 무언가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에겐 마땅한 의무가 부여된다고 하나, 나의 아버지께선 지켜야 할 대상을 더 소중한 쪽으로 바꾸었던 것뿐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론 참전하지 않는 편이 옳았다. 아버지께서 원래 향해야만 했던 전장은 지금 대륙 지도에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히 지워져 버렸다.
전쟁에 참전했다고 해서 뭐가 바뀌었을까. 무고한 희생자가 한 명 더 늘어났을 뿐이었겠지.
나의 아버지께선 분명 나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하셨음이 틀림없겠으나, 대악마의 군세를 상대로 싸워 영광스러운 승리를 쟁취했으리라 같은 생각이 들진 않는다.
필시, 옳은 길이었다. 그 길로 영락한 가문이 크라닐 남작가뿐인 것도 아니었고. 나는 나의 아버지를 아직도 존경하고 있다.
별이 빛난다. 무심코 올려다본 북쪽의 하늘은 까맣지만 새하얗다. 저 광활한 천상(?上)의 대지를 보고 있으면, 이토록 작디작은 나의 하찮은 고민 따위 별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어버린다.
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조용히 손가락을 들었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가며, 밝게 빛나는 별자리를 손으로 하나씩 짚는다.
내가 자연히 중얼거린다.
“알카이드(Alkaid)……”
국자 모양으로 이어진 7개의 별.
북두칠성의 끝자리.
그것을 길잡이 삼아 천천히 손을 옮겨본다.
“미자르(Mizar)……”
손가락 끝에 별이 걸렸다.
휘어지는 국자의 손잡이. 꺾이는 부분을 찾아 짚은 다음, 방금 짚었던 알카이드와의 거리를 가늠한다.
거기서 다섯 배를 곱했다.
쭉, 내리긋는다. 곡선을 그리며.
별자리를 이었다.
“아크투루스(Arcturus)……”
산과 들에 꽃이 피어나는 시기가 찾아오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목동자리의 알파별. 긴가민가하지만 아마 맞을 거다. 누군가 말하길, 하늘에서 세 번째로 밝은 별이라고 했다. 정말이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곡선을 그린다. 유려하게 휘어지는 별자리. 먹으로 그림을 그리듯 부드럽게 하늘 위를 스친다.
찾았다.
점 하나가 찍혔다.
“스피카(Spica).”
처녀자리의 알파별. 그렇게 알카이드아크투루스스피카로 이어지는 별자리의 곡선이 드러난다.
이것이, 봄의 대곡선.
됐다. 이어졌다.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어느샌가 별자리 찾기에 푹 빠져들어, 검은 황혼에 젖어든 눈으로 반짝이는 별들을 올려다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얼음이 녹은 컵을 벤치 위에 올려놓았다. 저대로 하늘 위에 끌려 올라갈 것만 같은 부유감이 어느 순간 내 몸을 둥실 띄우는 듯했다. 썩 좋은 기분이었다.
“아크투루스… 스피카……”
대곡선을 찾은 이유는 사실 따로 있었다.
이어진 두 별자리 사이의 거리를 재어본다. 그리고 시선을 옮긴다. 아주 조금 옆으로. 오른쪽으로.
손가락 끝에 걸린 밝은 별 하나.
나는 유연하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입을 달싹였다.
“데네……”
“——데네볼라(Denebola). 오늘 완전 잘 보이네.”
쭉 뻗은 나의 검지 손가락을 제 손으로 감싼다.
미끄럼을 타듯 따라 올라간 시선은 나와 같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가, 무심하게 뒤를 돌았다.
“봄의 대삼각형. 이거 찾으려던 거 맞지?”
은하수를 배경 삼아.
스텔라의 웃는 얼굴이 내 앞에 불쑥 나타났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