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 서클 (1)
* * *
#1
3월의 마지막 날이 지나가기 전에, 꼭 해야만 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늦은 저녁의 학생회관.
복도를 지나가다 마주친 선배들과 인사를 나누며, 어딘가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3층이라고 했었나?’
승강기를 기다리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주머니 속에서 만져지는 물건은 얇고 각진 카드키. 저번에 레이린 선배가 나한테 준 패션 서클룸의 카드키다.
고민도 길었고, 결정도 쉽지 않았지만.
결국 결심이 서긴 했으니까.
강제 가입이랄 건 또 뭔지. 원하지도 않은 서클 생활을 하게 생겼다.
아마 레이린 선배는 안에 계실 거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항상 서클룸 안에 계시는 것 같았으니까. 잠도 거기서 자고. 늦게까지 밤샘 작업을 하는 날이 꽤 많은 모양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항상 열심히 하는 선배님이시다. 인간으로서 존경할 만한 부분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자기 서클에 들어오면 정말 기쁠 거라고 했었지. 진심으로 보이긴 했다. 워낙 감정적인 호소였던 터라 하마터면 넘어갈 뻔한 적도 있었고. 날 어떻게든 영입하고 싶은 마음은 확실히 알겠다.
‘……조금 실망하시려나.’
비록 카드키를 챙겨서 레이린을 찾아가고 있긴 하지만, 내가 레이린에게 할 말은 아쉽게도 가입하겠단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다.
이런 것까지 준 걸 보면… 평소에 날 대해주던 호의적인 모습도 그렇고. 그냥 다른 서클 가입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뿐인데,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든다. 내가 말을 꺼내자마자 지을 망연자실한 표정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 눈물까지 보이시는 건 아니겠지.
‘설마.’
너무 간 생각이다. 레이린 선배는 나이로 치면 나보다 두 살 연상인 분이신데, 음. 성격상 그럴 것 같아 보여도 가끔 선배란 사실을 자각하게 해주는 사람이니까. 아마 그러진 않을 거다.
식당에서 내 칭찬 한마디에 울먹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생각했는데.
“다른 데 들어가기로 했다고……?”
왜 진짜 우시는 거예요.
과연 정말로 서클룸에 있던 건지, 3층 중간 복도에 있던 방 문을 두드리자 그 안에서 눈을 비비적거리며 레이린이 모습을 보였다.
일단 레이린이 준 카드키를 갖고 오긴 했는데, 막상 안에서 뭘 하고 있을지 모르니 함부로 따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얌전히 노크하고 기다린 결과, 정말 찾아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는 말과 함께 내 등장에 화색이 돌아 내 팔을 잡고 서클룸 안쪽으로 이끌려던 레이린 선배에게, 나는 유감스러운 소식을 전달했다.
“저, 선배님……?”
“내, 내가 더 잘할게…… 내가 너한테 잘못한 게 있다면 고칠 테니까… 한 번만 더 생각해주면 안 될까…? 응……?”
그러더니 지금이다.
펑펑 우는 것도 아니라 더 죄스러운 마음이 들 법한 눈물방울이 구슬처럼 또르르 떨어지고 있다. 아랫입술을 인중까지 끌어올려 눈썹을 누그러뜨린 채 조용히 훌쩍이고 있었다. 밤샘 작업의 여파로 실처럼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몇 가닥 삐죽 솟아 있는 터라, 어쩐지 더 패배적인 분위기였다.
“그게… 죄송하게 됐……”
“왜, 왜애… 왜애애애…… 왜 우리 서클이 아닌 건데… 나 너한테 무지 잘해줬잖아… 들어오면 더 잘해줄 수 있는데 왜……”
아니, 그……
설마 이 정도까지 충격받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이대로 놔두면 복도 한가운데서 나한테 매달려 빌기라도 할 기세인데.
“이,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죠.”
“흐이이잉……”
누가 보면 오해하겠어요.
이미 반쯤 내 팔을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한 레이린 선배를 황급히 서클룸 안으로 이끌었다.
곤란한 것도 잠시였다.
서클룸에는 처음 들어가 보는 건데, 모든 서클룸이 이 정도 수준을 갖추고 있다면 정말 감탄이라도 나올 지경이었다.
널찍한 공간을 갖추었음에도 빈틈이 없다.
이 정도로 내부 인테리어를 건드려도 되는 건진 모르겠으나, 「마스터피스」 서클룸 내부의 전경은 누군가의 아이디어가 들어갔을 게 분명한 감각적인 가구들로 럭셔리하게 꾸며져 있었다.
옷 디자인을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크고 작은 흑백 스케치들이 벽지처럼 군데군데 걸려 있고.
수납장에는 각종 다채로운 색깔들의 섬유로 만들어진 실들, 그 실들이 형태를 이룬 원단들이 분류대로 정리되어 있다.
스케치에 그려진 그림과 똑같은 모양의 옷이 마네킹에 입혀져 있었으며, 방금까지 작업하다 나왔다는 걸 증명하듯 재봉틀 아래 작업물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충분히 널찍한 크기임에도 방 내부에 공간이 따로 있는 건지, 넓은 천으로 공간을 나눈 채였다.
눈이 아찔해질 정도의 알록달록한 원단들, 완성품이 걸려 있는 듯한 행거, 너저분한 간이침대와 손님 대접을 위한 테이블 등……
완전히 아틀리에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서클룸을 본 내가 잠시 자리에 가만히 서서 순수히 감탄하고 있자.
“어, 어때… 가입할 마음이 들어? 막 무럭무럭 솟아?”
내 반응을 보곤 가능성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듯, 훌쩍이던 레이린이 기세를 얻어 내게 넌지시 물어온다.
“확실히 멋지긴 하네요. 전문성이 느껴져요.”
“그, 그치?! 그럼……”
“이 정도로 열심히 하신다면, 전 언제까지도 선배를 응원할 거예요.”
레이린이 주춤거리며 이어 묻는다.
“응원만……?”
“네.”
“……”
그럼 그렇지.
눈에 띄게 실망한 레이린이 입을 삐죽거렸다.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나 너한테 선물도 주려고, 따로 만들고 있는 것도 있었는데……”
“……선물이요?”
“응… 저기에 저거……”
레이린이 가리킨 테이블 위에는, 방금 내가 보았던 미완성 작업물이 놓여 있었다.
“사계절 내내 입을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 중인 카디건이야. 남은 예산 절반을 써서 겨우 공수해온 소재로 만든 최고급 원단을 사용했는데, 여름에 입어도 안 덥고 겨울에 입으면 평범한 외투보다 훨씬 따뜻할 거야. 물론 여름에 입으면 보는 사람이 덥긴 하겠지만…… 그래도 항상 입어주면 기쁠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며 내 팔을 붙잡고 질질질 늘어지는 레이린을 돌아본 내가, 작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제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거예요.”
“너한테는 이 정도 선물도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네가 마음에 드는 걸 어떡해.”
“……”
직설적인 호감 표시에 나는 뻘쭘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서클 예산 절반을 쓰다니. 너무 과분한 거 아닐까. 애초에 부원들의 동의를 받은 건지도 의문이다. 매우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동의 따위 받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조심스러운 한 표를 던진다.
‘되게 고맙긴 한데……’
자기 서클에 가입할지 어떨지도 모르는 후배를 위해 이 정도 선물까지 준비해줄 수 있는 선배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일단 내가 알기론 레이린 한 명밖에 없다.
“옷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내가 입은 거랑 비슷하게 만들었어. 사실 소재도 동일하긴 해.”
레이린은 언제나의 분홍색 카디건을 걸친 채였다. 역시 고오급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었나. 척 보기에도 싼 티가 전혀 나지 않고, 여느 옷들보다도 확실히 촉감이 좋고 부드럽단 느낌을 받긴 했다. 그런 물건을 나한테 똑같이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게 의미하는 건——.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이지만 커플룩이란 오해는 하지 마. 내가 직접 만든 최고의 완성품이 이 옷이었으니까,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너한테 주고 싶었을 뿐이야.”
“오해고 자시고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색만 다르지 완전히 똑같이 생겼잖아요.”
“아니라니까? 우리가 실제로 커플이 아닌데 왜 커플룩이야.”
왠지 입고 다니면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만 같은 느낌이다.
지금껏 어디서든 카디건을 벗고 다니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이미 저 카디건은 레이린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이 없는 상태였다.
그것과 똑같은 옷을 내가 입고 다니면 레이린을 아는 사람의 경우 그녀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겠지.
그럼 또 이상한 오해가 오갈 게 분명하고……
선물받는 건 좋은데 귀찮은 일까지 따라붙는다면 좀, 그렇지 않나. 어.
“주시면 한번 입어보긴 하겠지만.”
“정 걱정이 된다면은.”
“?”
레이린이 내 팔을 끌어당겨 나한테 밀착한 채 은근히 물어온다.
“나랑 진짜 커플이 되면 오해도 없지 않을까?”
“헛소리 하지 마시고.”
“흐엑.”
뭔 소리 하나 했네.
선배씩이나 되는 사람의 이마에 딱밤을 때리는 시늉을 하자, 레이린이 어깨를 바짝 움츠리며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그런 레이린의 팔을 떼어낸 내가 말했다.
“되게 고맙긴 한데 미안해요. 선배의 꿈을 응원하고 존중하긴 하지만 서클 활동이라는 건 아무래도 신중히 선택해야 하니까요. 솔직히 제가 하고 싶냐 안 하고 싶냐가 가장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좋은 선후배 사이로 지내요, 우리.”
“사, 사귀지도 않았는데 차인 기분이야……”
“뭔 비유가 그래요.”
말하고 보니 뉘앙스가 좀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정말 패션에 관심 없어? 너도 옷의 이야기에 푹 빠지면 나처럼 헤어나오지 못할 텐데…… 전에도 말했지만 넌 제국 패션계의 혁명이 될 수 있을 만한 압도적인 조건을 가진 모델이라구. 이건 내 직감이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어. 네 옷걸이라면 너와 나 둘이서 제국 패션계를 지배할 수 있을 거야.”
“아뇨, 제가 보기엔 선배 혼자서도 충분해요. 선배처럼 열정 있고 재능 충만한 젊은 실력자라면 오히려 안 뜨는 게 이상하겠죠. 전 선배의 능력을 전적으로 믿어요. 레이린 선배라면 혼자서도 능히 해낼 수 있어요. 꿈을 이룰 수 있어요. 제가 확실하게 보증할게요.”
레이린의 어깨를 붙잡고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그리 말하자, 레이린은 잠깐 숨을 삼키더니 내 시선을 피하곤 볼을 긁적였다.
“그,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갑자기 자신감이 막 솟는 것 같기도 하고……”
“가능해요. 제가 없어도, 반드시.”
“……가입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알겠으니까 자꾸 강조하지 말아줄래? 나도 그 정돈 알거든?”
내 진심은 아쉽게도 닿지 않은 듯했다.
레이린은 눈가에 그렁거리던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알았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정말정말 진심을 다해 아껴주고 사랑해준 후배한테 권유를 매몰차게 거절당했지만, 그것도 모자라 내가 아닌 다른 서클한테 후순위로 밀려 버렸지만, 나 그래도 혼자서 잘 이겨내 볼게.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눈물이 막 줄줄 흐르겠지만 어떻게든 극복해 볼게. 나는 네 말처럼 혼자서도 잘 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너 없이도 능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니까……”
“아니, 진짜 선배님……”
“알았어, 알았어. 나도 안다니까 그러네.”
근데 진짜 눈이 발갛게 돼서 살짝 충혈된 게, 뭐랄지 말로 할 수 없는 죄책감을 스멀스멀 피어오르게 하고 있었다.
“그럼 어디로 갈 건지는 물어봐도 돼?”
“그거야 뭐……”
어렵지 않지.
입속에 준비된 말을 꺼내려던 순간.
—삑. 벌컥.
“회장. 저 왔슴……”
서클룸의 문이 열리고.
“……다?”
가슴팍에 별 두 개가 달린 유니폼을 입은 남학생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와 그 앞에 있는 우리를 보곤 딱딱하게 굳었다.
정확히는 나한테 시선이 고정된 채였다.
“뭐임까, 얘는?”
유니폼을 보고 내가 후배란 사실을 알았겠지만, 초면에 반말이라니. 실례가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닥 호의적이지 않은 눈빛을 보곤 원래 그런 성격인가 하는 마음이었다.
“아, 재키. 이쪽은……”
이름이 재키인가. 재키라 불린 남학생에게 레이린은 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
“내가 전에 말했던 그 신입생 후배 있지? 걔야. 에지오. 에지오 크라닐.”
“……아—.”
기계적으로 탄식한 남학생은,
“…우리 서클엔 그렇게 큰 놈이 없는데 뭐 저렇게 큰 옷을 만드는가 싶었더니, 얘가 주인이었슴까?”
직후 별로 달갑지 않다는 투로 말한다.
재키는 키가 좀 작아서 나를 올려다봐야 했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그리 말하는데, 말투도 그렇고 좀 불량스럽단 인상이 강했다. 레이린은 그게 익숙한지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진 않았으나.
“후배한테 왜 이렇게 날카로워, 너.”
레이린 쪽에서 반응이 왔다.
재키는 삐딱하게 툴툴거렸다.
“별로 괜찮지 않슴까.”
“하나도 안 괜찮거든? 말 좀 더 이쁘게 해.”
“됐슴다. 그럴 성격도 아니고.”
“이이…… 너 나한테는 안 그러잖아. 내가 아끼는 후배한테 자꾸 그럴래?”
그에 재키는 왠지 기가 찬 얼굴로 말했다.
“누굴 뭐 어떻게 아껴요? 저도 선배 후배인데. 저는 안 아낀다는 검까? 1년 넘게 같이 활동한 부원보다 입학 한 달도 안 된 신입생이 더 소중한 검까?”
“그런 소리가 아니잖.”
레이린이 반박하려는 새.
재키는 짧게 혀를 차며 입을 연다.
“……됐고, 그래서 여긴 왜 온검까.”
나한테 묻지 않고 레이린한테 묻는다.
레이린은 으으, 하는 표정을 짓더니 결국 한숨을 내쉬곤 재키에게 침울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가입 권유했는데, 실패했어…… 다른 데 간대.”
죄는 아닌데 죄 지은 느낌이네.
재키가 말을 툭 던진다.
“…그럴 줄 알았슴다.”
그러고는,
“그러게 일찍 좀 포기하시지 그랬슴까. 여기 가입할 마음도 없어 보인다면서 맨날 이 녀석 얘기만 하고. 듣는 입장도 이제 지겨울 정도임다, 회장. 그렇게 얘가 좋으면 얘가 가입할 서클 중복 가입이나 하시지 그럼까? ……그리고 저는 회장한테 옷 선물 같은 건 받아보지도 못했던 것 같은데, 결국 잘생기면 다 좋은 검까?”
“재, 재키……!”
이 정도로 부원이 짜증을 낼 정도면 대체 서클에서 뭔 얘기를 얼마나하고 다니신 겁니까, 레이린 선배님……
움찔한 표정의 레이린이 뭔가를 말하려던 새, 재키는 내 쪽을 슬쩍 돌아보며 어쩐지 차가운 투로 말을 잇는다.
“그리고 너도.”
날 올려다보던 재키가 눈썹을 구긴다.
“싫으면 싫다고 처음부터 딱 잘라 말하란 말야. 괜히 질질 끌지 말고.”
아니, 난 계속 말했는데……
내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
“…저 다시 가볼 테니까, 남은 얘기나 마저들 하시기 바람다.”
쿵.
재키가 서클룸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
“……”
우리는 잠시 말이 없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레이린이었다.
“미, 미안. 원래 저런 애가 아닌데……”
“……아뇨, 그럴 수도 있죠 뭐.”
자기가 대신 사과하려는 레이린을 말리고,
“그럼 전 가볼게요. 더 늦으면 안 돼서.”
“어, 어. 알았어. 저거 완성되면 꼭 가져다 줄게!”
“네, 고마워요. 선배.”
“아냐, 뭘. 내가 항상 고맙지.”
고마울 게 뭐가 있겠냐만은.
“조심해서 가. 난 이제 다시 작업해야 해서.”
“아, 네. 열심히 하세요. 나중에 또 봬요.”
“응, 응.”
그렇게,레이린의 짧은 배웅을 뒤로하고.
서클룸의 문을 열고 나가는데.
“……어?”
“……에지오?”
때마침 그 앞 복도에 있던 유리와 루비아가, 동시에 나를 돌아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