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 시험 (7)
* * *
#17
“……”
“……후욱!”
─캉! 카앙!
이제, 슬슬 한계다.
“……”
“……크윽!”
─캉! 카앙! 캉! 캉! 캉캉캉
극속(??)으로 찔러오는 검격.
내가 눈으로 검로를 좇을 수 있다는 건, 한참이나 날 봐주고 있다는 사실의 증명임에도 불구하고, 어설프게 맞받아치는 동작밖에 취할 수가 없다.
“후욱, 후욱……”
“……”
양발의 무게중심은 무너진 지 오래다.
한없이 뒤로 밀리고 밀려나서, 결국 연무장 끝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지 않으며 그저 타원 형태로 후퇴를 반복하고 있을 뿐인 상황.
반격할 틈은커녕 숨 돌릴 틈조차 없다.
땀을 비 오듯 흘려대며 손바닥에 배어난 땀 때문에 미끌거리는 검파를 놓지 않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할 뿐.
승기는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제국 칠검을 상대로 검을 맞대어 승리를 논한다는 건, 지금의 나로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캉! 카드드드득!
예리한 궤적을 그리며 대각선을 긋는 아벨의 검.
분명 테스트를 명목으로 한 모의 대련일 텐데, 시꺼먼 살기가 내 목을 양단하려 하는 듯한 감각이 무자비하게 엄습해온다.
급히 방어 자세를 취해보지만.
─카앙!
“큭!”
크게 뒤로 밀려나, 다시 한번 중심을 잃는다.
이걸로 몇 번째 감점일까.
알 수 없다.
평범한 강의 시간이었다면 교수가 입으로 방금의 내 실수가 무엇이었는지 곧잘 말해주었겠지만, 지금만큼은 다르다.
“……”
한순간의 패착이 모든 걸 결정짓는 냉혹한 시험.
교수는 묵묵하게 학생의 실력을 평가할 뿐이었다.
휘청
자세가 흔들리고 비틀린다. 극한에 달한 피로를 억지로 각성시켜 검을 들고 일어선 반동이 오고 있다.
이대로 우스꽝스럽게 넘어가는 순간, 아벨의 검은 내 목을 찌르고 들어올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시험은 끝난다.
그제야 나는 생각한다.
‘이제, 더는……’
……이쯤 하면 됐지 않을까.
패배를 받아들이고,
그만 편해져도 되지 않을까.
감점이고 시험이고 알 게 뭐야.
지금 내 몸이 폭삭 무너지게 생겼는데.
이만큼 노력했으면 됐잖아. 이 정도로 많이 발전했으면, 이 정도로 많이 노력해서 큰 성과를 이뤘으면 된 거잖아. 교수도 그걸 알고 있잖아. 나만큼 큰 발전을 이뤄낸 학생은 여기서 몇 없잖아.
아벨도 에픽 클래스 교수인 만큼 수업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내 사정도 알고 있을 거고, 그럼 약간의 선처가 들어가지 않을까?
무엇보다 내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다. 몸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탓인지 눈가는 파들파들 떨리고, 손가락 끝도 마찬가지. 시험 시작 전부터 쭉 이어져 온 현상이다. 슬슬 현기증도 좀 나는 것 같고. 이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그러니까, 내 몸 상태가 원래부터 좋지 않았다는 점을 교수님도 아시게 된다면…… 아니,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 시발. 머리가 아파서 생각이 자꾸 끊긴다.
아무튼, 이런저런 뒷사정이 내게 있었으니까.
그 점을 감안해서라도.
조금은, 점수를 후하게 주시지 않을────
‘웃기지 마.’
아벨은 평소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내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려 하지도 않는다. 이건 엄격한 평가 기준 하에 치러지는 시험이었으니까.
‘고작 이 정도로 포기하는 거냐, 너?’
그렇지만, 아벨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그 가운데 박힌 싸늘한 눈동자로.
「실망했다.」
명백히, 내게 실망했단 말을 하고 있었다.
─후웅!
“……큭!!”
“……!”
몸이 반달처럼 휘었다.
실핏줄이 돋을 정도로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문다. 하마터면 손에서 칼자루를 놓칠 뻔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검을 놓으면 안 된다.
아벨과 나 사이의 간격은 좁혀지고, 아벨의 검이 내 목을 찌르고 들어온다. 일검(一?). 단 한 동작으로 모든 게 끝났어야 할 터였다.
아벨의 찌르기가 허공을 가르고 지나간다.
─사라락.
잠시 휘날렸던 앞머리 일부가 잘려 나갔다.
허리를 꺾은 채 한 손을 지면에 붙인 뒤, 찰나의 회피에 성공한 내가 한 호흡에 관절을 비틀며 다리를 차올렸다.
─부웅!
실수라면 실수다. 어차피 아벨 정도의 강자가 이 정도 허접한 체술을 방어하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 무엇보다 절대적인 힘이 딸린다. 타격에 성공한다 해도 별 의미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벨은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어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타악!
강철 같은 팔로 내 발차기를 간단히 막아낸다는 선택지가 아닌, 유연한 몸체를 기동하여 옆으로 굴러 피해낸다는 선택지를 골랐다.
‘……됐어!’
그 순간에 생긴 틈을 이용해서 재빠르게 몸을 튕겨 올린다. 검도 놓지 않았다. 미끌거리는 칼자루를 꽉 붙잡는다.
무리한 동작 탓에 허리가 조금 삐걱거렸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잠 한번 푹 자면 나을 거다. 새로 얻은 몸뚱아리가 워낙 사기적이라서 말이지.
“후욱, 후욱……”
좋아. 이대로 조금만 더 버텨보자.
여기서 내 한계를 보여야 한다.
불안정한 숨결을 고르고 자세를 정비하니, 아벨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사라져 있다고?
아벨의 모습이 시야 어디에도 잡히지 않는다.
내 눈으로 보이는 반경을 완전히 벗어났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 바로 창졸간이었을 텐데.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여” 라는 목소리의 첫마디가 들림과 동시에.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완벽한 타점으로 아벨의 검이 쇄도한다.
…아.
‘더 이상은… 힘들어.’
시험의 종료를 알리는 검격.
저기서 아벨과 나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구경꾼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게 분명한 상황.
‘끝인가.’
내 차례가 끝났음을 직감했다.
그래──
직감했다.
나는 아벨이 있을 터인 뒤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러지 못했다. 얼굴을 돌릴 새도 없었던 까닭이다. 그렇게나 빛살 같은 일격이었다.
일순.
팔이 먼저 움직였다.
칼자루를 두 손으로 쥐고.
손을 어깨 뒤로 넘겨서.
목과 등을 방어한다.
─카앙!!
“……!”
무자비한 진동이 뼈를 타고 전신에 퍼진다.
막아냈지만, 막아내지 못했다.
반월을 그리며 짓쳐오는 검격의 무지막지한 힘을 그대로 받아낸 내 신체가, 그대로 힘없이 무너져 바닥에 던져지고 말았다.
#18
“당연히 직전에 멈출 생각이었다만…… 설마 반응할 줄은 몰랐군. 엄연히 네 수준을 한참이나 웃도는 검로(??)였건만.”
“에, 에지오 씨! 괜찮으세요?!”
“저 녀석……”
모든 기력을 다 소진한 걸까. 누가 뭐라고 하는지도 잘 안 들리고, 그냥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는 깜깜한 배경만 보고 있다.
“15번, 에지오 크라닐. 시험 종료. 수고했다. 이걸로 모든 수강생들의 평가가 끝났……”
“저, 정신 좀 차려보세요, 에지오 씨! 교수님! 에지오 씨가……!”
“3번, 스텔라 데 펠트라인. 호들갑 떨지 마라. 가벼운 탈진일 테니.”
“가, 가벼운……?!”
“그래. 데리고 가서 푹 쉬게 하면 금방 나을 테지. 무엇보다 시험 전 충분한 기력 유지도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 몸을 망쳐놓은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자기 멋대로 한계를 넘겨서 탈진한 것이니 내게 책임은 묻지 말도록. 교수로서 공정한 평가를 했을 뿐이니.”
몸은 움찔움찔 떨리고, 숨은 과호흡이라도 온 것마냥 거칠다. 전신의 혈도가 광분하며 폭주하는 듯한 감각이 내부를 불태우고 있다.
‘너무, 무리했나……’
기억 속에 있던 흐릿한 장면들 중 하나가 떠오른다. 시각, 촉각, 미각, 후각 등, 온몸의 감각이 마비되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된 채로 서서히 죽음을 맞이했던가. 마치 그때의 무기력함이 재현되는 것만 같은……
“에지오 씨!”
깜깜했던 시야가 확 밝아진다.
머리가 핑 돌고 현기증이 일어난 것과 동시에, 희미한 실루엣들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선명하지 않아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지만, 분명 특이한 머리색들이었던 탓에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
은색과 녹빛.
“그러니까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오늘 인사했을 때부터 계속 힘들어 보이시더니, 결국……”
“스텔라, 얘 한쪽 팔 잡아. 일단 일으켜야지.”
“이, 일어설 수 있으실지 어떨지도 모르는데……”
땀으로 흠뻑 젖은 내 손과 팔을 붙잡고, 위로 쭉 끌어당기려 한다. 분명 어지럽긴 하지만 아예 정신을 못 차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까닭에.
“됐어…… 놔 봐, 둘 다.”
“에, 에지오 씨?”
“어, 괜찮냐?”
손을 뿌리치고, 잠시 지면을 짚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침음성이 줄줄 흘렀지만 개의치 않고 비틀거리며 겨우 중심을 잡는다.
후우 나지막한 한숨이 터져 나오고.
“봐, 별거 아니라니……”
“에지오 씨!”
“얌마!”
휘청거리는 내 몸을 스텔라와 가브리엘이 양쪽에서 다급히 붙들었다. 뭐야, 왜 이래. 내 몸이 내 몸 같지가 않네. 도저히……
“이, 일단 의무실로 데려가야겠죠?”
“그래야겠네. 나 참, 나도 왠지 쎄하다 싶더니.”
“그 정도 아니라니까……”
그리 부정하면서도 질질 끌려가는 중이었다.
“……오늘 시험은 이걸로 모두 끝이다. 다들 수고했고, 이만 돌아가도록. 다른 시험이 남아 있다면 어서 준비하러 가라.”
담백한 투로 종료를 알리는 아벨.
나는 슬쩍 눈꺼풀을 들어 그를 바라본다.
결코 적지 않은 학생들과의 대련을 모두 일일이 상대해주면서도, 아벨의 기세는 처음과 같이 흐트러짐 하나 없어 보였다.
처음부터 벌어진 그 격렬했던 전투도, 결국 아벨에게는 큰 데미지를 주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래도 말야……
정말로 대단했지, 두 명의 검무(??).
방금 상대했던 것처럼 검로가 간신히 눈에 보이는 일도 없이, 어디서 검을 주고받은 건지 그들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저 허공에는.
흰 줄기만이 남고, 검흔만이 자리할 뿐.
검의 극한에 다다른 자들이 펼치는 검술의 묘리. 그것은 마치 예술과도 같았다.
감히 일반인의 눈으로 이해하려 해봤자 해괴한 감상만 남기게 되는… 그런 예술.
하지만 그러한 우리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면서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그것이,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것.
아벨의 검술은 매번 새로운 충격을 가져다주었고.
뮤의 검술은,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의무실 여기서 가깝나?”
“제 기억으론 여기 게브라관에서 별로 멀지 않을 거예요. 위치는 대략 알고 있으니까 제가 안내할게요.”
“의무실은… 됐으니까… 그냥… 방에……”
“에지오 씨는 조용히 하고 계세요!”
“……”
가장 첫 번째로 시험을 치른 뒤, 저 자리에 가만히 서서 모든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뮤의 모습이, 스텔라와 가브리엘에게 끌려가는 와중 문을 나서기 직전이었던 내 시선 끄트머리에 닿는다.
“……”
「선배, 선배! 제 말 들려요? 저, 저 알아보겠어요? 저, 뮤예요. 선배 여자친구. 뮤라구요…… 흑, 흐윽. 흑……」
딱 한 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
정말로 딱 한 번.
「……넹? 그렇게 난리치지 말라니요! 감기 몸살이 얼마나 심각한 건데요. 침대에서 전혀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뭘. 그리고 혼자 아프면 얼마나 서러운지 알아요? 전 알아요. 그러니까 제가 여기 있는 거예요.」
뮤가 내 집에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아마……
「선배, 낫기 전까지는 제가 옆에서 계속 간호해 드릴게요. ……집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구요? 에이 참, 여자친구가 되어서 그것도 모르면 어떻게 해요? 알려준 적 없어도 당연히 알고 있어야죠! ……잠금장치요? 그, 글쎄요…? 아무튼! 귀엽고 예쁜 여자친구가 밀착 간호하러 와줬다는 게 제일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학교 출석이요? 선배, 제가 언제 그런 거 챙기는 거 봤어요? 어차피 이 학교 나 엄청 밀어준다니까? 하루 이틀 무단으로 빠졌다고 뭐 함부로 못 해요. 」
「원래 아플 때는 잠 푹 자는 게 맞긴 한데요, 그래도 아프면 괜히 악몽 꿀 수도 있으니까 옆에서 아무 얘기나 해드릴게요. 어디 보자…… 뭐가 좋을까. 기왕이면 제 꿈 꾸시라고, 제 은밀한 얘기나 해드릴까요? 막 이래. 흐히힛.」
「맞다. 선배, 저 미리 사과할 게 있는데…… 제가 만든 죽, 별로 맛없을지도 몰라요. 제가 다른 건 다 잘하는데 요리는 진짜, 그…… 아시잖아요? 그런데 선배한테 밖에서 파는 거 먹이긴 싫어서 그냥 제가 만들었어요. 왠지 여자친구라면 직접 해서 먹여줘야 할 것 같구. 그냥 그렇달까, 아하하…… 그래도 선배라면 분명 맛있게 먹어주실 거죠? 저는 선배의 그런 점, 무지 좋아하니까요.」
「선배, 열 엄청 펄펄 끓네요. ……많이 아파요?」
「전 아픈 거 싫어요. 무서워요. 그래서 선배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배, 정말로 그냥 감기 몸살인 거죠? 저한테 숨기고 있는 병 같은 거, 없는 거죠……?」
「……응, 알고 있어요. 선배가 저한테 절대로 거짓말 안 한다는 거.」
「그러니까 선배, 아프지 마요.」
강의실 문을 나설 때.
뮤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었고, 때문에 멀어져만 가는 나로선 뮤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어서.
「선배가 아프면…… 제가 더 아프니까요.」
그럼에도, 지금 내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절대로 현실이 아니란 것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어서.
“……흐.”
“스텔라, 얘 웃는다. 뭐냐, 갑자기?”
“에, 에지오 씨…?”
그만 맥없이 픽 웃어버리고는, 날 이끄는 사람들의 힘에 몸을 맡긴 뒤 눈꺼풀을 닫고 말았다.
#19
“히잉…… 완전 망했어어어어…… 사샤는 이제 끝이야…… 분명 낙제점 받을 거라구……”
“……”
“그래서 검술 가르쳐달라구 부탁했는데…… 들은 체도 안 하구…… 사샤가 낙제점 받으면 너 때문이야, 히잉……”
“……”
“너 때문이라구, 너 때문……”
“……”
“……머야, 설마 자는 거야? 아까부터 왜 그러구 서 있어?”
“……”
텅 비어버린 강의실에 사샤와 뮤를 제외한 그 누구도 남지 않게 될 때까지, 가만히 자리에 서서 눈을 감고 있다가.
─스윽.
“히약! 까, 깜짝아! 말로 하라니까!”
“……”
이제야 보이지 않게 되어서.
눈을 뜨고.
그렇게, 주변을 잠시 둘러보다가.
에, 에지오 씨! 괜찮으세요?!
저, 정신 좀 차려보세요, 에지오 씨! 교수님! 에지오 씨가……!
그러니까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오늘 인사했을 때부터 계속 힘들어 보이시더니, 결국……
이, 일단 의무실로 데려가야겠죠?
그래야겠네. 나 참, 나도 왠지 쎄하다 싶더니.
“……”
터벅, 터벅.
“야, 야! 같이 가! 왜 또 혼자 가는데에에에!”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을 무시하고.
닫힌 강의실 문을 벌컥 잡아 열기 전에.
“……읏.”
고개가 아래로 아주 살짝 기울고, 굳게 닫혀 있던 아랫입술이 질근 씹혔다.
스윽.
……
──.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려보자,
심장 맥동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느껴진다.
나머지 한쪽 주먹을 강하게 쥐고.
눈을 꾹 감고.
어깨를 부르르 떨다가.
‘……아니야. 넌 잘 참은 거야. 뮤.’
─드르르륵.
다시 눈꺼풀을 들어 올린 다음, 속으로 자제의 말을 읊조리며 강의실 밖으로 성큼성큼 향하는 뮤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