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화 〉 1학기 모의 실습_네비로스의 미궁 (14)
* * *
#26
“루비아!”
어찌나 급하게 소리쳤는지 음의 높낮이가 어긋났다. 순간적으로 자길 감싸던 내 손을 뿌리치고 화색이 돌아 모퉁이를 향해 뛰쳐나갔다. 메마른 사막 한가운데서 우물을 발견한 듯 무척이나 환한 얼굴이었다.
“유리──!”
“루비아아아!”
“얘들아, 쉿……!”
무슨 이산가족 상봉인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루비아였다. 근 하루 만에 보아서인지 괜스레 반갑게 느껴지는 얼굴. 벚꽃의 색을 닮은 머리칼과, 조금 얼룩졌지만 그럼에도 빛이 나는 피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게 험한 길을 걸어왔는지 행색이 그닥 좋진 않았다.
처음 유리를 발견하고, 그녀가 자신에게 두 팔을 벌리며 뛰어들 때, 순간적으로 나를 향한 녹색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쯤 유리가 안긴 탓에 금방 거둬졌지만.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다구……”
“응, 응…… 나도 보고 싶었어, 유리.”
유리는 루비아의 품에 쏙 들어간 채 얼굴을 연신 부벼댔다. 무슨 고양이냐고. 아니, 저 경우에는 강아지인가. 유리의 이미지를 굳이 따지자면 고양이에 더 가깝긴 한데. 이게 아니라, 어디에 더 있을지도 모르는 생존자를, 그것도 루비아를 만났다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했다.
“다신 못 보는 줄 알고, 나, 무서웠어어어……”
내 앞에선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 하더니, 루비아를 보자마자 긴장이 탁 풀린 건지 금세 물기 어린 목소리를 훌쩍 내뱉는다. 이거 뭐, 사람 차별이 확실해서 오히려 아무런 생각도 안 든다.
근데 나 같아도 이런 상황에선 루비아를 더 의지했을 것 같다. 일단 루비아는 나보다 강하니까……
“그, 그랬구나. 응, 나도 이런 곳에서 네가 안 좋은 경험 했을까봐 걱정이 되긴 했어. 많이 무서웠구나, 이제 괜찮아. 괜찮아…”
“다행, 다행이야.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응, 응. 다행이야. 정말로.”
루비아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유리의 등과 머리를 포근히 쓰다듬어주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대화를 나누기 이전에, 유리를 진정시키는 게 먼저인 것 같았다. 유리가 와락 달려들 땐 미처 당황스런 기색이 깃들어 있었지만, 그것은 곧 차분히 누그러져 어머니의 그것과 같은 느낌으로 바뀌었다.
나는 혹시나 소리를 들은 마물들이 몰려오지 않을까 주변을 경계하면서, 유리를 다독여주던 루비아와 시선을 교환했다.
“……”
“……”
껄끄러움이야 그렇다 치고, 나 역시 지금은 루비아가 멀쩡히 살아 있어서 다행이란 안도감이 들긴 했다. 아직 확신하긴 이르지만 누구 한 명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만일 그게 루비아가 되었다면, 딱히 상상하기도 싫은 일들이 일어났을 거다.
루비아가 날 보며 애매한 미소를 짓는다. 여전히 손은 유리의 등과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 채. 그런 루비아의 눈동자는 여러 감정으로 얕게 흔들리고 있었다.
밀려오는 안도감. 반가움. 혼란함.
그 아래 글썽거리고 있는 눈물.
당장 루비아가 우리와 극적으로 마주한 뒤 느끼고 있는 감정이란, 유리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루비아도 많이 무서웠던 걸까. 그랬겠지. 내가 루비아의 전부를 아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이런 테마의 분위기엔 너무나 취약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여름철에 담력 시험 같은 걸 했을 때도 너무 겁먹은 나머지 기절 직전까지 갔었고……
그럼에도 유리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토닥여주고 있었다. 서로 부둥켜안고 울기엔 너무 타이밍이 늦어버린 건가. 유리가 먼저 울음을 터트려서 그런지, 자기는 유리의 응석을 받아주고 있을 뿐이었다. 수고했다는 의미로 입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끄덕여주니, 루비아는 내게 작은 웃음을 지어주었다.
“감동의 재회는 그쯤하고.”
어찌 됐든, 여기서 루비아를 만난 이상 공유해야 할 정보가 많다. 걸음을 저벅이며 루비아를 향해 다가가자, 루비아는 잠시 입을 우물거리다가, 겨우 목소리를 내어 내 이름을 불렀다.
“…에지오.”
“역시 살아 있었구나, 루비아.”
“그야, 응…”
루비아가 머리를 끄덕인다.
그러다 눈길이 왼쪽으로 옮겨갔다.
“에, 에지오. 너 팔이…”
셔츠를 찢어 묶은 팔뚝. 시뻘건 핏물로 범벅이 된 옷가지. 전체적으로 그렇게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는지라, 날 가까이서 본 루비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 이건……”
내 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건지.
루비아의 품에 안겨 있는 유리가 움찔한다.
“별거 아냐. 그냥 싸우다 다친 거지.”
“괘, 괜찮아? 많이 다쳤어?”
“어, 음… 솔직히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정돈 아닌데, 내 몸이 워낙 튼튼해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못 써먹을 정도도 아니야. 일단 당분간은 한쪽 팔만 쓰려고.”
“그 정도면 많이 다친 거잖아…! 괜찮아? 아, 안 괜찮댔지. 내가 뭐 해줄 수 있는 거 없을까? 힐링 포션은 이미 썼고, 음……”
“괜찮으니까, 일단……”
그때였다.
“저, 저 상처는.”
“응?”
“…나 때문에 생긴 거야.”
루비아의 품속에서 잠자코 우리 얘기를 듣고 있던 유리가, 손등으로 얼굴을 닦아낸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내가, 억지를 부려서 실수를 했거든… 그래서 얘가 나 대신 마물한테 물리고 생긴 상처야.”
“……물려? 마물한테?”
루비아가 내 팔뚝을 바라본다.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염력 조작에 실패해서 구울을 우리 쪽으로 끌어당겼어. 내가 물어뜯길 뻔한 걸 얘가 자기 몸으로 막아낸 거야. 얘 혼자 싸우다 멍청하게 당한 상처 같은 게 아니라…나 때문에.”
“……”
혹여 날 걱정한 루비아가 점잖게 다그치기라도 할까봐 기껏 넘어가줬더니─물론 이런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은 적었지만─자신이 직접 죄를 고백하고 앉았다. 그냥 넘어가기엔 자기 양심이 찔린 걸까. 뭐가 됐든 기특하긴 해도 굳이 말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머쓱함에 목덜미를 긁으며 입을 여는데.
“아니, 뭐, 난 딱히 괜찮……”
“유리.”
루비아는 잠시 심각한 표정이 되더니.
“에지오한테 사과, 한 거지?”
“……응.”
하긴 했다. 내가 물리고 나서 상처를 지혈하며 몇 번 정신을 잃었다 깨는 사이에, 죄책감에 물든 얼굴로 작게 사과를 해왔다.
“…사실 사과로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아. 앞으론 조금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을 거야. 그렇지?”
“……응, 조심할게.”
“그건 나한테 해야 하는 말 아니냐?”
왜 너희들끼리 약속을 하는 거니.
“됐어, 그럼. 에지오가 크게 다친 건 걱정이 되긴 하지만…… 여기서 더 말은 하지 않을게. 너희 사이에 일어났던 일이니까.”
한숨을 작게 내쉰 루비아가 고개를 들어 날 본다.
“너희들은… 계속 같이 다니고 있던 거야?”
약간 불안해 보이는 건 어째서였을까.
“언제부터인진 정확히 말하기 좀 어려운데, 같이 다니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어. 둘 다 계속 본인을 제외한 다른 애들은 한 명도 만나지 못했었고,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가 언제였냐면, 음……”
불현듯 넓은 하늘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루비아의 눈길도 나를 따라 하늘 위를 향했다.
“저 달이 붉게 물들고 난 다음, 그로부터 한두 시간쯤 뒤였을 거라고 생각해. 아무튼 그렇게 오래 안 됐다는 얘기야.”
“그렇구나……”
“루비아 너는? 계속 혼자였어?”
“……나는.”
루비아가 대답에 뜸을 들였다.
우물거리던 입술이 결국 목소리를 토해냈다.
“딱 한 명 만나긴 했는데, 중간에 헤어졌어.”
“……어? 누구?”
“뮤.”
아──
잠깐 굳었던 내 표정을, 루비아는 봤을까.
그런 것보다 얘네 은근히 잘 엮이네. 아닌가. 둘 다 능력만 따지면 상위권 후보에 가까운 학생들인 만큼, 둘이 마주칠 가능성이 그렇게 낮진 않은가.
그런고로 뮤와 루비아가 만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해도, 방금 루비아의 마지막 말이 조금 신경 쓰였다.
“어, 헤어졌다고? 왜?”
“……”
질문한 건 내가 아니라 유리였다.
뮤의 강함을 알고 있는 입장으로서, 그녀가 루비아와 한 팀이 된다면 실격 같은 건 절대로 할 수 없는 최강의 듀오가 만들어졌을 텐데. 무엇보다 당장 미궁에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와중, 그 어느 때보다도 뮤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게……”
루비아는 답하기 곤란한 얼굴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뮤랑 루비아의 사이는 별로 좋지 않은 편이었나.
저번만 해도 연무장을 뒤엎으면서까지 크게 싸웠던 적도 있었고. 같은 팀이라곤 하나 서로 목적이나 마음이 맞지 않으면 금방 깨질 수 있었으니까. 각자 갈라서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 납득을 마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정이 있었겠지. 어디로 갔는진 알아?”
“……아니, 몰라. 하지만 아마 미궁의 중심부로 향했을 거라고 생각해. 나랑 만났을 때만 해도 생존보단 돌파에 초점을 두고 있었거든.”
“으음……”
이 자리에 뮤가 있었다면 전력에 큰 보탬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살짝 아쉽긴 하다. 뭐, 내 얼굴을 보고도 순순히 협력을 해올진 불확실하긴 하다만. 달리 생각하면 없는 게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고. 루비아와 내 존재로 인해 더 큰 불화가 생길지도 몰랐으니까.
“일단 알았어. 그럼 우리 전부 뮤를 제외한 다른 애들의 행방은 아직 모른다는 거지.”
“그렇, 겠지…?”
“큰일인데.”
“……응? 큰일?”
“루비아.”
“어?”
루비아가 눈을 깜빡인다.
유리의 표정도 심상치 않고, 나도 심각한 얼굴이니 자기 역시 덩달아 입을 다물며 목울대에 고저를 그렸다.
“우리 지금,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해.”
“……나가야 한다니?”
우우우우우……
마물들의 울음소리가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이 자리에 오래 머물 수는 없을 것 같다. 최대한 빨리 말을 꺼내었다.
“중도 포기 선언이 먹히지 않아. 미궁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어. 여기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 성적이고 뭐고, 당장 우리가 죽을 수도 있다고. 가짜가 아니라 진짜로.”
“자, 잠깐만. 에지오…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미궁 밖에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탈출해야 한다고?”
루비아가 혼란스럽다는 듯 손을 들었다. 나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바로 그거야. 감독관이 마음대로 자리를 비웠을 리 없어. 몇 번이고 시도를 해봐도 똑같아. 우리가 여길 자의로 탈출하는 건 불가능해. 어딘가 미궁 밖으로 나갈 방법이 있을 거야. 아니면, 다른 방법 알고 있는 게 있어? 탈출 마법이라든가.”
“그, 그런 건 없는데…… 마법 같은 거라면 내가 다룰 줄 아는 공간 마법이 몇 있긴 해도, 여기선 전부 사용이 불가능해. 공간 계열 마법에만 금주(?)를 걸었나봐.”
“당장은 방법이 없다는 건가……”
“무, 무슨 일인데? …에지오 네 말처럼 프론티어 감독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해도, 미궁을 만든 사람이 우릴 쫓아내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텐데, 설마 그 사람한테도 큰일이 생겼다는 거야? 그럴 린 없을……”
“……그 사람?”
“으, 응. 네비로스 님 말이야.”
루비아가 머리를 주억인다.
──그래, 맞아. 미궁에 들어왔을 때부터 계속 의심하고 있었던 사람. 지금은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어야 할 때다.
네비로스의 이름을 듣자마자 무언가 번뜩인 것처럼, 나는 눈을 빛낸 채 루비아에게 물었다.
“분명 대마법사라고 했지?”
“으, 응.”
“그 사람, 뭐 하는 사람이야?”
“그, 글쎄……? 이명이 재야의 대마법사인 만큼 알려진 건 거의 없고, 내가 연마하고 있는 공간 마법의 선구자이자, 아크 데카(Archdeca)는 아니지만 그 바로 아래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평가받는 데카(Deca) 위계의 대마법사…… 내가 알고 있는 건 일단 이 정도……?”
“믿을 만한 사람이야?”
“응, 어?”
“뭔가 뒤가 구리진 않냐고. 프론티어가 그 대마법사를 이 장소 제공자로 섭외했다며. 학생들을 한 공간 안에 전부 밀어 넣는데, 그 공간에 문제가 전혀 생기지 않을 거란 보장도 받은 거야?”
루비아는 곤란해하며 말을 더듬었다.
“나, 나한테 그런 걸 물어봐도…… 으음, 듣기로는 프론티어가 아니라 네비로스 그분이 먼저 프론티어에 제의를 했다고 하는 것 같은데…… 프론티어에서도 다 검증을 하고 진행한 게 아닐까? 에지오 네 말처럼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사전에 미리 다 테스트 같은 걸 마친 다음에 실습을 진행한 거겠지, 아마……?”
“……하지만 지금은 문제가 생겼고. 그렇지?”
“……”
프론티어가 네비로스와 무슨 계약을 했든 간에, 지금 우리의 신변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내 생각엔, 감독관부터 시작해서 그 네비로스란 대마법사까지 모두 한패인 것 같아.”
“……그런”
“현실감이 별로 없을 수도 있어. 프론티어는 대륙에서 제일 안전한 장소라고 평가받는 곳이니까. …그런데, 너희들 생각만큼 제국과 프론티어는 최고로 안전한 요새 따위가 아니야. 내가 여태 직접 겪고 들은 것만 해도 충분히……”
“……충분히?”
루비아가 내 말을 되뇌인다.
그에 잠시 손을 든 채 귀를 기울이던 내가, 유리와 루비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일단 이동하면서 얘기하자. 마물들이 오고 있어.”
#27
“4학구에서 벌어졌던 테러 사건, 기억하지?”
“나디엘리 교수님이, 범인이었다던……”
“그래, 그거.”
싸우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면 최선이다. 외벽에 딱 붙어 걷고,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소곤거리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 나디엘리 교수, 마족이었어.”
“……!”
“……머, 뭐? 마 으브븝.”
“쉿.”
유리의 입을 틀어막았다. 탁탁 치길래 놔주었다.
반면 루비아는 진지하게 물어왔다.
“마족이라면, 내가 아는 그거…… 야?”
“맞아.”
루비아는 마족에게 납치를 당한 전적이 있다.
그 사건을 떠올리면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에 밀려들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을 집어넣을 공간이 별로 없었다. 상념을 털어낸 뒤 각자 놀란 반응을 내보이는 유리와 루비아에게 이어 말한다.
“오래전부터 인간 학자로 위장해서 제국에 잠입해 있었다고 해. 그러다 에픽 클래스 교수로 발탁된 거고.”
“마, 말도 안 돼. …나, 나 그럼 악마가 가르치는 수업을 듣고 있던 거야……? 바로 앞에서?”
고개를 끄덕여주니, 유리는 새파랗게 질렸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마족이 프론티어에 들어왔다는 거야. 달리 말해 다른 마족들도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다는 거지. 물론 이전보다 방비를 더 강화한 것 같긴 하지만, 악마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교활하고, 강하고, 예측할 수 없는 존재들이야.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 일쯤은 가볍게 저지를 수 있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이쯤이면 다들 예상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근데 그 교수가 마족이었다는 사실을 네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유리가 내게 물어왔다.
나는 짤막이 답했다.
“내가 그 사건의 핵심 피해자였으니까. 관계자한테 들었지.”
“아……”
뭐……
눈으로 직접 보기도 했고.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로 해달라 하고 싶지만, 이미 알게 된 이상 그러기도 어렵겠지. 말해도 상관없어. 프론티어가 마족의 침입을 허락한 건 사실이니까. 오히려 공론화가 진즉 되지 않은 게 이상했지. 프론티어의 명예가 크게 실추될 테니 위쪽에선 지금까진 암암리에 침묵하고 있었겠지만……”
나는 목소리를 낮춘 채 중얼거렸다.
“만일 이번 사건의 범인이 마족이라면, 프론티어도 더 이상은 묵인할 수 없을 거야.”
“오해가 좀 있으신 모양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