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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차버린 소꿉친구와 전 여친이 같은 반이라 곤란하다-181화 (181/201)

〈 181화 〉 막간

* * *

우리 둘이 자기한테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냐─

루비아는 그렇게 물었다.

“수, 숨기고 있는 거라니?”

“그렇잖아. 둘 다 나만 모르는 얘기하고 있구. 전부터 같이 있는 모습 별로 못 본 것 같은데, 왠지 에지오 네가 나보다 스텔라랑 더 친해 보이는 것 같구…….”

그런 의미에서, 루비아의 감은 상당히 날카로웠다.

한데 이걸 감이 좋다고 말해야 할까 싶기도 하다. 눈치 못 채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이번에 실습에서도…….”

우리는 잠깐 당황해서 동작을 멈추고 있었으나, 무어라 작게 중얼거린 루비아가 말끝을 흐렸다.

“실습에서, 도?”

“──아, 아니. 너희들이 서로 친한 건 나, 나야 좋지만! 응! 친구끼리 친하게 지내는 건 당연히 나쁜 게 아닌데! 엄청 좋은 일인데!”

시선을 잠시 아래로 내렸던 루비아가 화들짝 놀라며, 절대 너희 사이를 질투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처럼 손사래를 저으며 부정했다.

그 손은 곧 자신의 옆 머리칼을 배배 꼬았다.

“그냥, 조금……. 너희들이 어떻게 친해졌는지 친구로서 나도 궁금하달까……. 나한테 알려줄 수 없을 만큼 되게 비밀스러운 이야기인가, 싶어서…….”

루비아의 낯빛은 살짝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외롭다, 라.

나는 쏙 빼고 저 앞에서 자기들끼리만 아는 얘기를 하고 있으면, 어떤 소외감을 느끼는지 중등부 시절부터 뼈저리게 깨달았던 나였다. 루비아는 외로운 걸 더더욱 싫어하니 그 정도가 나보다 심할 거다.

특히나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두 명이 자신보다 훨씬 친해 보인다 생각하면…… 이런 복잡한 고민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쨌든 루비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마, 말하기 곤란하면 안 해줘도 돼! 너희가 비밀로 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응. 내 주제를 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여, 역시 기분 나빴지? 아하하, 나 무슨 말을 한 거람. 이러니까 완전 질척거리는 것 같구 막 부끄럽구 그러네…….”

루비아는 우리 사이에 자기가 끼어드는 것 그 자체가 죄악이라는 듯, 자기혐오가 만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니, 뭐. 친구 사이에 그럴 수도 있지. 루비아가 이 정도까지 자학할 만한 문제는 아닐 터였다…….

처음엔 서먹해 보였던 친구들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확 친근해진 티를 보인다면, 당연히 궁금해할 수 있지 않나.

뿐만 아니라 그 친구들은 그냥 웃으면서 ‘아, 그게 말야.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냐면.’ 라고 운을 띄우며, 별 대수롭지 않게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낼 수도 있었겠지.

……우리가 평범한 관계였다면 말이다.

이걸 갑자기 여기서 어떻게 말해.

나랑 스텔라는 사실 루비아 너랑 만났을 때보다 한참 전에 이미 만난 적이 있었다고…….

진실을 밝히면 루비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것은 결코 좋은 흐름이 아닐 것 같았다.

따라서.

─어쩌지.

나는 내 옆구리를 찔렀던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스텔라도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나도 몰라.

─밝혀, 말어.

─나도 모른다니까?

─저대로 놔두면 한동안 삐져 있을 것 같은데.

스텔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불만 가득한 표정이다.

─네가 이상한 말 해서 그런 거잖아. 바보야.

─혹시 지금 바보라고 했냐? 왜 눈빛으로 얘기하는데 욕이 들리는 것 같지?

─네 잘못이니까 네가 책임져.

─아니, 너도 마지막에 괜히 쓸데없는 말 했잖아.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그건 맞지.

스텔라와 나는 찰나에 눈빛 교환을 마쳤다.

눈빛 교환 주제에 아주 디테일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게 마음이 통한다는 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가 바로 이런 것이었나…….

“아, 음. 그냥 간단하게 말해보자면.”

결국 내가 나섰다.

“으, 응? 아니, 괜찮은데…….”

“표정 관리나 하고 말씀하시지. 안 말해주면 밤잠 설치게 생겼구만, 뭘. 그리고 자학하지 마. 전혀 질척거리는 거 아니니까.”

“으앙.”

검지 손가락으로 루비아의 이마를 꾹 눌러주니, 눈을 꼭 감으며 제 손으로 이마를 보호한다. 때늦은 방어였는지라 소용은 없었지만.

“일단 걸으면서 얘기하자. 사람들 방해할라.”

저벅, 저벅.

세 쌍의 발걸음 소리가 겹쳐 울린다.

혹시나 나중에 사실을 밝히게 되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 후환이 남지 않도록, 거짓 하나 없는 진실만을 골라 입에 담았다.

“처음엔 얘가 나 공부 가르쳐 줬을 때 얘기 좀 했었어. 마법 전공 수업 진도 놓쳤을 때. 루비아 너도 그때 기억하지?”

“아, 응…….”

루비아는 기억하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쩐지 안색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말을 조금씩 트기 시작했고…… 음, 결정적인 계기라고 하면 역시 그거 아닐까.”

“그거라니……?”

루비아가 의뭉스레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데 목울대가 조금 꿀꺽이는 모습이 보였다. 무에 긴장한 걸까.

“스텔라 얘가 별 보는 걸 좋아하거든. 가끔 밤에 밖으로 나와가지고 기숙사 뒤쪽 언덕 올라가서 밤하늘 구경하기도 하고. …이건 너도 알지 않아? 스텔라가 별구경 좋아하는 거.”

“아, 알지. 말해준 적…… 있었으니까.”

알고 있었다면 다행이다.

몰랐다면 더 삐졌을지도…….

“나도 별 보는 거 좋아했거든. 아, 지금도.”

“응, 아, 알지. 당연히.”

어릴 적의 루비아는 줄곧 날 이끌고 동산 위로 향하곤 했었다. 그때의 알프렌처럼. 나는 아직 별구경을 좋아하긴 하지만, 루비아도 같을지 어떨지는 잘 모른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짤막한 이야기를 마쳤다.

“그래서 가끔 쉴 때 같이 만나서 별도 보고 이야기도 계속 하다 보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친해진 거지 뭐.”

“아, 아…….”

루비아가 전혀 몰랐던 이야기일 터다. 우리 둘이서 만났을 때의 일이었으니까. 한데 루비아는 입을 꾹 다문 뒤 고개를 살짝 숙이곤, 잠시 뒤 무어라 중얼거렸다.

“……말해주는, 구나.”

“응?”

“아, 아냐. 그렇구나…! 뭔가 되게 예쁜 이야기다. 서로 좋아하는 밤하늘의 별을 같이 보다가 친해졌다니……. 응, 게다가 너희 둘 다 무지 착하고 좋은 친구들이니까, 잘 맞는 게 당연하겠지. ……아하하, 이상한 소리 했는데 잘 들어줘서 고마워, 얘들아. 너희같이 좋은 사람들이 내 친구라 다행이야, 정말.”

한층 밝아진 얼굴로 그렇게 웃으며 말하니, 우리 쪽에서도 나름 안심이 되었다.

언젠가는 루비아한테 자세한 얘기도 해줘야 할 텐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스텔라가 우리에게 못다 한 과거의 얘기를 풀어 놓으면서 자연스레 얽혀 나오게 될 수도 있고…….

“아무튼,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자. 아까 스텔라가 말한 것처럼 배는 채워야 할 텐데. 너희들은 어떻게 할래?”

벌써 오후 9시가 넘었다. 저녁 시간은 이미 끝났을 테고, 그럼 기숙사로 돌아간다 한들 우리가 직접 만들어 먹어야 했다.

“으음, 저는 상관없어요.”

“그 말이 제일 곤란한 말인 건 알고 있지?”

“사, 상관없는 걸 어떻게 해요…….”

“그래, 그래. 됐다. 루비아 너는?”

“나, 나? 나는…….”

“너도 상관없어?”

“어, 아니. 그거야 당연한데. 음…….”

결국 내가 정해야 하는 건가, 싶었을 때.

“여기서 먹고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생각해 보니까 너희들이랑 밖에서 뭘 하고 놀았던 적이 없었네. 어, 어떻게 생각해…?”

루비아가 슬쩍 우리를 돌아보며 그리 말했다.

“나야 좋지. 그렇게 힘든 일을 겪었는데 가끔은 보상도 있어야 할 거 아냐. 밖에서 먹고 적당히 기분 전환한 다음 돌아갈까, 그럼.”

“저도 좋아요. 뭔가 두근거리네요, 친구분들과 밤늦게까지 밖에 있는다니. 이제야 학생 신분으로서 여가를 제대로 즐기는 것 같달까요.”

스텔라도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니, 루비아는 자그마한 미소와 함께 조금 더 환한 기색을 내보였다.

“그럼 어디로 갈까? 아, 뭐 먹을지 먼저 정해야 하나? 너희 뭐 먹고 싶었던 거 있어?”

“저는 상관없어요.”

“넌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아하하…….”

하늘은 어둡지만, 주위는 밝다. 여기저기서 광원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도 꽤 많다. 다만 프론티어 교원들과 직원들의 주거 구역이 꽤 밀집되어 있는 1학구인지라, 대부분 학생이 아닌 어른들이었다.

“트램 타고 돌아가야 하는 시간도 있으니까, 일단 여기 말고 2학구에 가면서 생각해 보자. 무엇보다 여긴 식당이라기보단 어른들 많이 다니는 술집이 많잖아. 우리가 그런 데 갈 수도 없고.”

“수, 술집이요……?”

스텔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리 되묻는다.

“어. 술집 말고 유흥업소도 많지. 물론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우리한테는 아직 이르다고 할까. 애초에 우린 술이 아니라 밥 먹으러 가는 거고. 당장 내일 강의도 있고. ……아니면 뭐, 그런 데 관심 있어? 우리랑 술 마시고 싶어?”

“네, 네? 저, 저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거든요?”

“그냥 그런 눈빛이길래. 마시고 싶은가­ 했지.”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 저희는 아직 그럴 나이도 아니고, 사람의 정신을 망가뜨리는 술 같은 건…….”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며 손을 휘휘 젓는다.

고귀한 귀족이라면 아예 안 마셔보진 않았을 텐데.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훨씬 귀하고 고급진 술 같은 걸 많이 입에 대보지 않았을까.

그러나 스텔라는 한사코 부정하고 있다. 자기는 지성 있는 인격체를 한 마리 개로 변신시키는 술 같은 걸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라고.

근데 왜 저렇게 관심 있어 보이는 티를 내는 걸까.

……너냐, 알프렌? 네 본성이 원하고 있는 거냐?

“적당히 조절만 잘 하면 괜찮아. 한 잔 마신다고 사람이 한 번에 훅 간다거나 그러진 않아.”

뭐.

체질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뭐든지 적당히가 좋다고들 하잖아. 술도 마찬가지야. 적당히만 마시면, 술만큼 사람 사이를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윤활유도 따로 없어. 축제라든가, 축하할 날이나 기쁜 날이 있으면 술을 꺼내는 것도 그래서인 거지.”

“……왜 절 꼬드기고 계시는 것 같을까요.”

“그냥 그렇다는 거지. 왜, 진짜 마셔보고 싶어?”

“아, 아니라니까요? 자꾸 무슨 말을…….”

아무렴 호기심은 잔뜩 있어 보이는데, 정작 제대로 마셔본 적은 없는 듯하다. 그런가, 그런 건가. 귀족 영애다운 격식과 체면을 지켜야 하는 입장으로서, 한번 입에 댔다간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테러를 자행하게 될까봐 가급적 자제하고 있었던 건가…….

“그러는 에지오 씨는, 술… 마셔본 적 있으세요? 왜 그렇게 잘 알고 계시는 거예요?”

그 이상 밀어붙이면 방금보다 옆구리를 더 세게 찌를 것 같아서 얌전히 말을 멈추고 있던 사이, 스텔라가 그리 조심스레 물어왔다.

“아니, 없…….”

당연히 그렇게 답하려다가.

─뭐야, 이건.

─……이히히.

─웃지만 말고 제대로 설명해, 임마.

불현듯 재생되는 기억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사실 예전부터 궁금했거든요. 술은 마음의 거울이라는데, 과연 선배처럼 무뚝뚝해 보이는 사람이 취하면 어떤 술버릇을 보일까~ 해서요. 어쩌면 막 애교 쩌는 응석쟁이가 될 수도 있잖아요?

─소름 돋는 소리 하지 마. 난 항상 똑같거든. ……그리고 이건 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이거 어른들한테 걸리면 큰일 나는 거 아냐?

─에이, 선배도 참. 안 걸리면 되는 거잖아요!

─……너는 진짜.

내가 말했던 것처럼 축하할 날에, 기쁜 날에, 정체불명의 경로로 공수해 온 값싼 술병을 대뜸 꺼내 보였던 그 녀석.

─미안한데 이건 아냐. 진짜 아냐. 도로 집어 넣──

─일단 마셔보고 얘기해요, 우리!

─아니, 잠깐── 읍, 으읍. 푸훕, 끕, ……꼴깍.

─……어때요? 맛있어요?

일단 나로 먼저 인체 실험을 하고, 맛없으면 자긴 안 마셔볼 것처럼 내 반응을 가만히 기다리던 그 녀석.

─으엛. 퉤, 어우, 와 이게 뭐야. 미친. 속이 막… 목이… 윽, 으윽. 야, 나 토할 거 같…… 으웨에엑.

─아핳핳핳핳! 벌써 얼굴 빨개졌다! 효과 쩌네요!

자지러지는 웃음과 함께 바닥을 뒹굴며, 입을 틀어막은 채 화장실로 급박히 달려가던 날 놀리던 그 녀석──.

“……이, 있으신가 보네요?”

내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무언가 생각에 빠진 얼굴을 하자, 스텔라는 반쯤 확신한 투로 그리 물어왔다.

하지만.

“아니.”

나는 고개를 양옆으로 내저었다.

“없어. 한 번도.”

잠깐의 침묵 뒤.

스텔라가 불퉁한 눈으로 내게 말해온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잘 알고 계세요? 이거 봐요, 정작 관심 있는 건 제가 아니라 에지오 씨였잖아요.”

“그런가, 흠. ……어라?”

대충 맞장구를 치다가 문득 자리에 멈춰 섰다.

어쩐지 왼편이 휑해 옆을 돌아보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힐긋 뒤로 시선을 옮겼다.

저편에서, 어느새 우리와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었던 루비아가 보였다.

“루비아, 거기서 뭐 해? 빨리 와.”

“……”

걷고 있긴 한데, 속도가 너무 느렸다.

한 발짝…… 두 발짝…….

나는 조금 목소리를 키워 소리쳤다.

“루비아!”

“어? 아── 응! 미, 미안해! 잠깐 생각 좀 하느라…….”

그제야 내 부름이 들린 건지, 루비아는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이쪽을 향해 도도도─ 뛰어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으응, 별거 아냐. 뭐 먹을진 정했어?”

“아니, 아직.”

“으음, 그럼…… 아, 저기 트램 온다. 빨리 타러 가자! 놓치면 다음 거 타야 돼! 시간 늦겠다!”

그리 급할 필요까진 없었으나, 앞장서서 우리를 이끌고 정거장으로 뛰어가는 루비아를, 나와 스텔라가 빠르게 뒤쫓았다…….

……조금 전.

저벅,

저벅…….

루비아는 느릿하게 걷고 있었다.

한 발을 내디딜 때 그들은 두 발에서 세 발을 내딛고, 어느샌가 대화에서 멀어진 자신을 상관도 하지 않은 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점차 거리가 벌어진다.

가까웠던 옆모습에서, 먼 뒷모습으로.

그렇게,

본래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로.

‘……있잖아, 에지오.’

저벅,

저벅…….

하지만, 상관없다.

이게 당연한 거니까.

‘네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건, 나도 알아.’

길바닥으로 시선을 내린 채, 앞뒤로 교차하며 걸어가는 자신의 발을 멍하니 시야에 담는다.

‘다 봤었으니까. 네가 사실을 말해줘서, 고마워.’

동산 위로 올라가는 그들을 몰래 따라간 일.

거기서 루비아가 엿본 장면들…….

‘……그치만.’

존대를 사용하는 건 습관이라고 했다. 늘 격식과 체면을 지킨다고 했다. 그렇지 않은 모습은, 살짝 보기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보기 좋지 않은 모습을, 이제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자신들에게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신과 둘만 있을 때도, 스텔라는 편하게 반말을 쓰지 않았다. 장난스레 짓궂은 웃음을 짓지도 않았다.

자신은 모르고 있던 친구의 본모습을,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일부러 알려주지 않은 게, 아직 남아 있는 거지?’

그들은 자신에게 숨기고 있었다.

무언가를.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역시, 나는 더 알아선 안 되는 거겠지……?’

그들이 일부러 진실을 숨겼다면.

알려주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루비아는 애써 이해한다.

친구의 모든 것을 알려고 하면 안 되니까. 친구라고 해도, 결국은 타인이었으니까. 비밀을 전부 공유할 수 있는 사이는 아직 아니었으니까.

……그래.

스텔라와는.

에지오랑은, 아니었는데.

뭐든지 나누고, 뭐든지 공유했던 사이였는데.

이제는 꽁꽁 숨기려고 한다.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게 멀어져 버린 거리가,

다시는 좁힐 수 없게 된 거리가…….

저벅,

저벅.

이렇게나 멀어져도.

결국 여길 돌아봐 주지 않는 소꿉친구가…….

“루비아!”

……밉지 않다.

평생, 미워할 수 없다.

“어? 아── 응! 미, 미안해! 잠깐 생각 좀 하느라…….”

그가 자신의 빈 자리를 이제야 눈치채고 제 이름을 불러준다고 해도, 그 자체로 루비아는 마음이 붕 뜨는 것을 느끼고 만다. 가슴 안쪽이 콩닥거리고 자연스레 몸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그가 관심을 가져줘서 기쁘다.

자신을 찾아줘서 기쁘다.

‘……진짜 이상하네, 나. 바보 같아.’

비록 자신보다 스텔라와의 인연을 더 중요시하게 되었다고 해도, 익숙지 않은 거뭇한 마음이 들지언정 그를 미워할 수 없다.

왜냐하면…….

“무슨 생각을 그렇게…….”

“으응, 별거 아냐. 뭐 먹을진 정했어?”

“아니, 아직.”

……

그렇기에, 루비아는 웃는다.

“으음, 그럼…… 아, 저기 트램 온다. 빨리 타러 가자! 놓치면 다음 거 타야 돼! 시간 늦겠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그녀는 언제까지나 웃음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래…….

언제까지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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