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날 차버린 소꿉친구와 전 여친이 같은 반이라 곤란하다-187화 (187/201)

〈 187화 〉 넋두리 (6)

* * *

#11

“이번 주말이라면…….”

“내일부터네요.”

내 중얼거림을 스텔라가 받았다.

“답신은 내일까지 보내면 된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럼 내일 당장은 안 가겠네요.”

“그렇겠지.”

아마 간다고 하더라도 일요일부터 가능할 거다.

여하튼.

주말, 주말이라…….

문득 루비아와 내 눈이 마주쳤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말에 환영회 있지 않았나?”

“아, 응. 나도 그거 생각했어. 방금.”

루비아와 내가 가입한 서클의 신입 부원 환영회.

미루고 미루고 미뤄져서 결국 이제야 하게 된 행사였다. 나름 선배들끼리 준비 많이 하신 것 같던데.

흐음, 이걸 어쩐다.

“환영회요?”

돌연 스텔라가 우리 둘에게 물어왔다.

나는 머리를 주억이며 답했다.

“어, 루비아랑 내가 가입한 서클 신입 부원 환영회. 「엑소더스」라고 하는 여행 서클인데…… 어, 스텔라 너 서클 가입했던가? 왜 어디 들어갔다고 들은 기억이 없는 것 같지?”

설명하다 말고 그런 의문이 떠올라 화제를 전환했다.

“저요? 저는…….”

스텔라가 잠시 홀짝였던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가입 안 했어요.”

“…뭐? 패널티 있다고 했잖아.”

그래서 별생각 없던 나도 일단 아무데나 들어간 것이었건만. 패널티를 피하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건가, 아니면 패널티를 받고 그냥 가입을 하지 않았다는 건가.

스텔라는 아무래도 전자 쪽인 듯했다.

“그렇긴 한데, 문의해 보니까 사유서 제출하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양식대로 제출했더니 금방 승인해 주셨어요.”

“……그런 게 있었구나. 난 몰랐네.”

가입 안 하면 패널티가 있을 거다─

그런 말만 툭 던지고 강의실을 나섰던 타일러 교수님. 애초에 무슨 패널티를 받는 건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물론 내가 정말 가입하기 싫었다면 억울한 마음에서라도 교수님을 따로 찾아가 보았겠지만…… 그 정도까진 아니었으니 지금 몸담고 있는 서클에 들어가고자 했던 것이었다.

다만 나는 갸웃하며 물었다.

“근데 왜 가입 안 한 거야? 서클 활동 같은 거에 별로 관심 없어?”

“음…… 없지는 않죠. 새로운 친구분들도 많이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럼­”

“그게 가장 큰 문제예요.”

“……음?”

이게 무슨 말일까.

스텔라는 곧 내 의문에 친절히 답해주었다.

“사교를 나누는 친구분들이 많이 생긴다면, 분명 즐거울 때도 있고 인맥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매끈한 유리잔의 옆면을 쓰다듬는다. 잔잔한 갈빛 액체의 표면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스텔라가 말을 잇는다.

“하지만 저는 딱히 그러고 싶지 않네요. 에지오 씨도 알겠지만 사교라는 건 정말…… 귀찮고 힘든 일이거든요.”

바깥에서의 신분 따위 일절 통하지 않는 프론티어라곤 하나, 스텔라는 엄연히 제국의 높고 높으신 분이다. 격식과 체면을 항시 두르고 다녀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그러니 사람을 대할 때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게 남들보다 훨씬 많다. 당연히 피곤할 수밖에 없다. 사람인 이상.

아울러 스텔라가 굳이 날 언급한 이유는, 아마 예전의 내가 하품이 나오도록 지루하고 따분한 사교장을 매번 탈출했던 까닭일 터다.

하물며 귀족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을 그 어린 나이에도 참 따분한 짓이라 여겼는데, 지금은 또 어떠할까.

일단 스텔라처럼 매일 절제와 격조를 지키며 행동하라고 하면 십 초 만에 때려칠 자신이 있었다…….

“아, 여러분들 얘기는 절대 아니에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진짜 친구’가 아니면 피곤할 뿐이다, 이건가?”

스텔라가 날 바라보더니 눈을 두어 번 깜빡인다.

다음 순간,

“……그렇게 되려나요.”

커피잔을 홀짝이며 은은하게 웃는다.

사실 날 때부터 ‘귀족 체질’이란 걸 갖고 태어나는 녀석들도 꽤 있다. 남다른 야욕을 가졌으며 암투와 계략을 즐기고 권위와 출세를 세상 어느 무엇보다 중시하는 종자들. 그들에게 있어서 인맥이라는 건 목숨보다 더 중요할 터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스텔라는 ‘귀족 체질’이 아닌 듯했다. 그야 당연하다. 스텔라의 예전 모습이 어땠는지를 생각해 보면 몹시 쉬운 문제였다.

“하지만, 서클은 보통 취향과 취미가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집단이잖아. 네가 좋아하는 취미를 남들과 같이 공유한다면 그렇게 피곤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라고 말하는 나부터가 좋아하는 게 없어서 억지로 가입한 놈이었지만.

잠시 뒤.

스텔라는 고개를 슬며시 내저었다.

“그런 거 없어요.”

“……응?”

그런 거 없다.

말인즉──

“아, 천문이라면 관심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여기엔 없는 것 같더라구요. 그 외론 딱히 흥미가 동하는 것도 없고…….”

흐음, 딱히 취미가 없다 이건가.

어쩐지 그닥 좋지 않은 스텔라의 낯빛을 살피던 내가, 턱을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꽃은?”

“……네?”

스텔라가 날 멀뚱히 바라본다.

“저번에 정원에서 꽃 보고 있었던 게 생각나서. 꽃꽂이 같은 건 관심 없나 하고. 분재라든가. 둘은 다르긴 하지만.”

“아…….”

그때 아마 부끄러워하고 있었나. 아마 내 앞이라서 그랬던 걸 거다. 가엾은 식물들을 죄 학살하고 다녔던 알프렌이 꽃꽂이를 즐긴다, 라……그거 참 흥미롭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 만든 취미도 아닌 듯하고. 그때 꽃을 구경하던 스텔라의 눈빛은 분명 진심이 일부 가미되어 있었다.

루비아도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응, 그거 재밌겠다. …재미는 아닌가? 편안하겠다? 어… 예쁜 꽃을 보면서 멍 때리고 있다 보면 마음도 편해지고 기분도 좋아지잖아. 스텔라 너한테도 어울리는 것 같구, 괜찮은 것 같은데.”

“아, 아하하. 그, 그런가요……. 으음…….”

머리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며 떨떠름히 웃는 스텔라. 커피잔 속에 동동 띄워진 얼음을 하나 입안에 넣고 굴리던 내가 말했다.

“그냥 해본 소리니까 너무 진지하게 고민하진 말고. 네가 뭐 허투루 결정할 사람도 아니잖아. 가입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확실히 있었겠지. 안 그래?”

“……이해해 주셔서 고마워요. 에지오 씨.”

그제야 엷은 그늘이 걷힌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이 화제는 대충 끝을 맺을 줄 알았는데.

스텔라가 그쯤 덧붙이며 입을 연다.

“양부님께서 제가 웬만하면 다른 친구분들이랑 많이 얘기를 나누길 원하시긴 했거든요.”

“…양부님?”

꽤 오랜만에 그 호칭을 스텔라의 입에서 들었다. 루비아도 어느새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집중하는 중이었다.

“네. 서클이 있다는 걸 아시니까 어느 서클이든 가입하길 원하시기도 했구요. 알기론 귀족들만의 모임 같은 게 따로 있다고도 들었고…… 선배님한테 제안도 받긴 했었어요.”

“…뭐야, 그런 것도 있었어?”

“그런가 봐요.”

사교계 모임─ 살롱 같은 건가.

참고로 난 초대받은 적 없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서, 수락했어?”

“아뇨? 당연히 거절했죠. 엄청 불편할 게 뻔한데요. 무엇보다 그런 모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들기도 하구요. 여기까지 와서도 그러고들 싶을까…… 같은 생각이에요.”

“…나도 동의하긴 하지만.”

혹시 이 카페 내부에 그 모임 관련자가 있을지도 몰라서 슬쩍 주변을 눈짓으로 둘러보았다. 몇 사람 없다. 그마저도 저 멀리 떨어져 앉아 있었다. 누가 들을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한데 어떻게 알았는지 스텔라가 은은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눈치 안 보셔도 돼요. 제안을 거절한 것 자체로 이미 탐탁지 않게들 생각하실 테니까요.”

“…엄청 속 좁네들.”

“후후.”

내 비아냥에 스텔라가 작게 웃었다.

“아무튼… 그랬죠. 양부님께선 제가 가문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주길 바라셨고…… 아니, 반쯤 명령을 하셨고…….”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내가 말했다.

“너는 네 의지로 서클 가입을 안 하겠다고 했지.”

“네.”

“그럼 양부님의 말씀을 듣지 않은 거구나.”

“…….”

알 수 없는 표정의 스텔라가 짤막이 대답한다.

“네, 그렇죠.”

스텔라의 행동거지만 봐도 대충 알 수 있다. 그녀의 가문은 무척 엄격한 집안이다. 공작 가문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지. 당장 황위를 계승하지 못한 황족들이 공작위를 하사받는 경우를 생각할 때, 스텔라의 가문은 일견 황족 취급을 받는다 보아도 무방하다.

그만큼 대단한 집안의 자제다. 특히나 가주(家?)의 말은 절대적일 터. 설령 수양딸이라 할지라도.

그렇다면…….

“……너희 가정사는 내가 아직 잘 모르지만, 그건 아마 해석 여하에 따라서는.”

내가 담백하게 말을 잇는다.

“반항이 될 수도 있겠어.”

“…….”

잠시 후.

스텔라는 아까와 비슷한 대답을 했다.

“그렇게 되려나요.”

이번에도,

은은한 웃음을 머금은 채였다.

#12

“일단 조문 가는 건 다들 결정된 거지?”

이야기의 노선이 진지한 쪽으로 변경되려 할 때, 먼저 결론을 내려야 하는 문제를 짚고 넘어가고자 그러한 말을 꺼냈다.

“네.”

“응.”

각자 고개를 끄덕이는 루비아와 스텔라.

“그럼 환영회 일정에 관해선 내일 한번 선배들한테 가서 물어보자. 답신은 내일까지 보내면 된다고 했으니까.”

스텔라가 아닌 루비아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끄덕─ 빨대를 입에 물고 있던 루비아가 긍정의 표시로 머리를 주억인다. 다음 순간, 빨대를 입에서 빼더니 골똘히 고민한다.

“근데.”

“응?”

“복장 같은 건 어떻게 해야 하지…?”

상복 말인가.

“검은색 옷이면 뭐든 괜찮지 않아?”

“…그게, 유리 오빠분이면 왕자님 장례식이잖아. 좀 더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하긴 그런가. 검은색 옷이 있긴 해도 슈트는 아니다. 달랑 셔츠에 바지만 입고 갈 순 없지. 왕태자 정도 되는 사람의 장례식이라면 국장(國?) 혹은 왕실장(王??) 수준으로 치러질 텐데.

“음…… 새로 사면 되지, 뭐. 주말에 밖으로 나가서 사 오자. 아니면 대여해주는 테일러샵을…… 아, 너희들은 정장 안 입나? 드레스 입지?”

그때.

“아, 루비아 씨는 제 거 빌려드릴게요. 그리고 에지오 씨도. 내일 외출해서 잠깐 본가에 다녀오면 될 거예요.”

곤경에 빠진 와중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어, 그래도 돼?”

“물론이죠.”

스텔라가 빙긋 웃는다.

“하긴, 네 드레스룸에 없는 옷이 있을 리가 없겠구나.”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무슨 수집가도 아니고. 그렇게 많지 않아요. 방 하나에 다 들어갈 정도라구요.”

“……옷 보관하는 데 방 하나를 다 쓰는구나.”

“앗.”

제 입술 위에 살포시 손을 얹는 스텔라.

“아무튼요.”

“그래, 아무튼.”

그렇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역시 부자는 차원이 다르구만.

“빌려줘서 고맙긴 한데, 사이즈는?”

“아… 에지오 씨는 저희 양부님께서 입지 않으시는 옷이랑 구두를 빌려드리면 될 것 같긴 한데… 루비아 씨가 조금 문제긴 하겠네요.”

“어, 나…? 왜…?”

루비아가 손가락으로 자길 가리킨다.

“으음­”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스텔라의 시선은, 어느덧 루비아의 사슴 같은 목덜미를 타고 내려가 어느 한 부분에 닿았다.

“윗옷을 조금 더 품이 넓은 걸로 준비해 드려야….”

“아.”

무엇을 말하는 건지 눈치챈 걸까.

얼굴이 확 붉어지더니, 내 눈치를 살핀다.

“뭐 임마.”

“…아냐. 응.”

미안한데 아무것도 안 봤다.

안 보고 있다.

그리고 봐도 아무 느낌 안 들어.

…대단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걱정은 마세요. 제가 어떻게든 준비해 드릴게요.”

“…그냥 우리가 나가서 사 오는 게 낫지 않을까? 너무 번거롭게 하는 것 같은데. 미안하게시리.”

“괜찮아요.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은 확실하게 도와드리고 싶은걸요. 부담 가지지 마시고 친구분들을 위한 제 호의를 받아주세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알았어. 부탁할게.”

“고마워, 스텔라.”

“별말씀을요.”

복장 문제는 해결됐고.

루비아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근데, 조금 걱정된다.”

“뭐가?”

“내가 가서 혹시 뭐 실수라도 하는 거 아닐까…….”

…아.

“예절 같은 거?”

“으응…….”

잠깐 고민하던 내가 말했다.

“이건 하면 안 되겠다. 같은 것만 안 하면 돼.”

“그 하면 안 되는 게 뭔지 잘 모르겠는걸…….”

예절이라고 해봐야 크게 신경 쓸 것은 없다. 상식을 벗어난 미친 짓만 하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왕국에 가서 유리를 보고, 상실감에 빠져 있을 그녀를 위로하고, 대화를 좀 나누다 돌아오면 되는 일이다.

“괜찮아. 내가 아는 너는 그런 데서 막 실수하고 그럴 애가 아냐. 뭣하면 가서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알았지?”

“으, 응. 고마워, 에지오…….”

나를 믿는 건지 머리를 끄덕여 보인다.

“자, 그럼. 이 얘기는 이제 됐고.”

내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하자, 루비아와 스텔라가 내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무엇을 시작하려 하는 건지 어렴풋이 눈치를 챈 듯하다. 그럴 수밖에.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는 딱 하나뿐이었으니.

“…….”

“…….”

“…….”

막상 무거운 화제를 꺼내려 하자,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 우리 둘은 스텔라의 눈치를 가만 보고 있었다.

끔찍했던 순간을 되새기는 건 영 즐거운 일이 아니기도 하고. 그래서 나름 가벼운 분위기의 카페에 모이기로 결정했던 건데, 금세 칙칙해진 공기 속에서 스텔라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고아였어요.”

운석이 충돌하듯 자리에 쿵 내려앉은 말.

…나는 알고 있었지만, 루비아는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다. 입이 살짝 벌려져서 닫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동공에 지진까지 나고 있다. 저러다 울기라도 할 기세인데.

“친부모님이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고아원에 절 맡기고 떠나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국 남부의 한 고아원에서 여섯 살까지 자랐고, 일곱 살이 되고 나선 다른 보육원으로 가야 했는데… 가지 않았죠.”

달그락─ 반쯤 비운 커피잔의 겉면을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는 건지 묘한 낯빛으로 말을 잇는다.

“누군가 절 입양하겠다고 했거든요.”

이건,

어째 처음 듣는 얘기 같았다.

“좋은 분들로 보였어요. 고아원에서 만난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죠. 저는 그분들을 따라 새로운 집으로 향했어요. 거기엔 따뜻한 밥과 푹신한 잠자리가 준비되어 있었고,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의 사랑이라는 걸 느낄 뻔했어요. 그분들은 저를 정말 많이 아껴주시는 것처럼 행동해 주셨거든요.”

말로만 들어선 꽤나 훈훈한 이야기다.

그러나 말의 흐름이 뭔가 이상했다.

무엇보다 저런 얘기는 스텔라에게서, 아니, 알프렌에게서 들은 적이 없었다. 입양 되었었다니.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게다가 지금의 양부도 아닐 터다.

왜냐면…….

“얼마 뒤, 저는 그곳의 지하실에서 탈출했어요.”

알프렌은, 돌아갈 곳이 없었던 나머지 우리 가문의 별장에서 나와 함께 지냈었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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