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6 1년은 생각보다 짧았다.
* * *
오늘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나는 카리온의 지옥과 같은 암기교실에 오랜만에 암기머리가 자극된 기분이었다.
또한 신이 돼서 그런가 암기력과 이해력이 훨씬 좋아진 느낌이었다.
나는 어제 역사를 듣고나서 엘로아가 왜 그런 할아버지 말투를 쓰는 지 알게되었다.
오래 살다 보니 그렇게 된거겠지.
할아버지 특!
이해하기 어렵고 잘 모르는 이야기를 더 어렵게 말함!
나는 그걸 생각하며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해서 엘로아의 수업 때 완벽한 학생이 되기로 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카리온에게도 칭찬 받은 머리다! 아무나 들어와!!”
“누구한테 하는 말이지?”
“꺄야아악!”
뭐...뭐야!
나는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엘로아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카리온이나 페르세스는 문을 통해서 들어오길래 문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는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엘로아에게 인사했다.
“어 엘로아. 안녕하세요.”
“그래.”
그러더니 나보고 앉으라는 듯 어깨를 툭툭 쳤다.
내가 쇼파에 앉았더니 그녀는 내 다리를 베고 누웠다.
작은 소녀의 머리였기에 무겁지는 않았지만 당황스러웠다.
“에...엘로아?”
“가만히 있어.”
그녀는 내 다리를 벤 채 자기 시작했다.
카리온이 엘로아가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을 거라고 걱정했던 것이 이런건가...
그래도 카리온에게 많은 것을 배웠으니 잠깐은 쉬어도 되겠지.
30분 정도가 지나자 그녀의 숨소리는 일정한 간격에 맞게 쌕쌕거리기 시작했다.
꼭 어린아이를 재우고 있는 느낌이었다.
분명 카리온이 신은 안 잔다고 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몇몇 자는 신들 중 한 명이 엘로아였다는 사실에 ‘몇 없는 동지구나!’ 라고 생각했다.
1시간이 지났다.
나는 엘로아가 깨지 않게 같은 자리에 앉아서 미리 타놨던 차를 마시며 카리온이 준 책을 소설 읽듯 읽고 있었다.
물론 책을 앞에 있는 테이블에 나둬서 한 장 넘기고 멀리서 읽고 하는 불편한 자세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엘로아를 일어나게 할 수 없다는 의지로 최대한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카리온이 준 책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한국이었다면 단국신화 같은 글에 고블린이 나오고 용을 때려잡고 하는 내용었다.
아마 지구에 있다면 판타지 소설로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느새 3시간이 지났다.
어느 정도 책을 읽다보니 나도 시간이 이렇게 많이 간 줄 몰랐다.
엘로아를 쳐다보니 너무 천사 같은 얼굴로 자고 있었다.
“어우 너무 귀여운데~”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 창문에서 따스한 햇빛이 들어옴을 느꼈다.
“아~ 평화롭네~”
따스한 햇볕을 느끼다보니 나도 졸려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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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아는 뭔가 자신을 간질간질하게 만들기에 잠에서 일어났다.
눈을 뜨자 자신의 얼굴을 간질이던 것은 로엔의 은색 머리카락이었다.
로엔은 자신을 깨우지 못하고 그대로 졸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엘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로엔이 편히 잘 수 있도록 쇼파에 눕혀줬다.
로엔의 몸을 눕혀줬더니 편해졌는지 얼굴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몸을 뒤척이며 잠꼬대를 했다.
“으음...음 엘로아... 귀여워...음냐..”
엘로아는 그 모습을 보고 아빠미소가 지어졌다.
신이 잠꼬대 하는 모습도 처음이어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로엔이니까.’라는 생각을 하며 넘겼다.
“착한 아이인고...”
엘로아는 자신을 깨우지 않은 아이를 굳이 깨우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로엔은 일어나 ‘뭐지...’ 하며 멍 때리다가 자신이 졸게 된 것을 깨달았다.
로엔은 자신 때문에 엘로아가 아무것도 안하고 돌아간 것에 대해 사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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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큰 변화는 없었다.
그저 평화롭고 반복되는 삶이었다.
하지만 내 가족들이 있었기에 너무 행복한 평범함이었다.
달라진 점이라고 하면 내가 신력을 쓰게 된 것도 있고 모두에게 존댓말을 안 하게 된 것도 있다.
카리온에게만 반말을 쓰니까 다들 특히, 페르세스가 크게 반발하며 자신들에게도 반말을 써달라고 했다.
그래서 모두에게 반말을 쓰게 되었다.
아! 그리고 내가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더니 1년 안에 수습기간을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이 내가 신계에 온지 딱 1년이 된 날이다.
수습기간이라는 게 왜 있나 싶었는데 수습기간이 끝나면 이제 중간계에 자신의 교단을 만들러 가야 한다고 한다.
교단을 자신이 뚱땅뚱땅 만드는게 아니라 이곳 저곳 여행 다니면서 자신의 성직자들을 만들면 된다고 한다.
그 기간은 최대 100년...
나에게는 정말 경악스러운 기간이었지만 다들 너무 짧다고 500년으로 바꿀 계획 중이라고 한다.
마신들은 '아직도 안바뀌었어?.' , '진작에 바꿔버릴껄...' 하며 후회했다.
뭐 신이 그렇게 많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서 밀어놨는데 갑자기 마신이 탄생할지 몰랐다나 뭐래나?
그래도 다행히 신계에 못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놀다가 신계에 와서 쉬다가도 된다고 한다.
중간계 차원이 또 여러 곳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곳도 가긴 한다는데 기간이 짧아서 한 차원에서 머무는 게 보통이고 다른 차원에 교단을 만들고 싶으면 휴가를 사용해서 만들러 간다고 한다.
“로엔! 오늘 바로 가는거지?”
에레보스를 제외한 모두가 왔다.
에레보스는 오늘 신계 회의가 있어서 마중을 못 나온다고 몇 번을 미안하다고 했다.
원래는 다들 회의에 참여해야 된다고 하는데 단 한 번도 다 같이 회의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고 하며 에레보스만 회의실로 보냈다.
“로엔 자주 연락 해야 돼. 이상한 사람들 있으면 바로 주변 사람들한테 도움 요청하고.”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카리온은 가기 일주일 전부터 7살짜리 꼬마애 취급을 하면서 이상한 것에 대해 신신당부를 했다.
아저씨가 사탕준다고 따라가면 안 된다라든지, 밤에 사람 없는 거리는 가지 말라고 한다든지 등등등
“나 이제 신력도 잘 다루고 이래 보여도 마신이라서 강하거덩?”
내가 이런 말을 하자 다들 못 미덥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밤마다 외로우면 잠깐 신계 와서 놀다가도 되니까 자주와.”
다들 정말 긴 삶을 산 사람들면서 내가 계속 거기 있지 않고 신계로 온다고 해도 아쉬워 했다.
페르세스가 나한테 다가오더니 나를 꼬옥 안아줬다.
“이렇게 페르세스한테 안기는게 조금 그리울 수도 있겠다.”
“언제든지 와. 내가 꼬오오오옥 안아줄테니까.”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페르세스는 품 안에 있는 나를 더욱 강하게 안아주며 말했다.
페르세스의 품 안에서 나온 후 엘로아가 보였다.
그래도 엘로아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일관성있는 태도를 취했다.
“엘로아, 다녀올게!”
저런 태도를 하고 있어도 나를 걱정해 주는 것을 알았기에 웃으면서 인사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있으면 그냥 죽여. 아무도 뭐라 하지 않으니까.”
마지막에는 살벌한 말을 했지만 나를 걱정해주기 위해 하는 말이였기에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그럼 여러분 다녀올게요!!”
나는 중간계로 갈 준비를 했다.
내가 중간계에 관해 카리온에게 교육을 받으면서 첫 번째 유희를 어디로 갈까 정말 많이 고민했다.
지구를 갈까도 조금 고민했지만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고 카리온도 첫 번째 유희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했어서 나중에 가기로 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은 마신들이 전부 추천한 리엔이라는 차원이었다.
그 차원은 가장 먼저 창조된 차원으로 흔히들 말하는 판타지 세계였다.
가장 많은 신들의 교단이 있는 곳이었고 신계의 체계가 대충 신화로 전해지는 차원이었기에 첫 번째 신도 즉, 좋은 교황을 구하기 좋은 곳이었다.
“그럼 신도를 구하러 가볼까?”
그렇다고 무작정 ‘신도 구해요~’ 이러면서 가는 것이 아니었다.
나랑 잘 어울리는, 나와 가장 영혼적으로 끌리는 존재에게 이동할 수 있어서 금방 첫 번째 신도는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사실 좀 더 걱정이었다.
내 직위는 복수의 신.
무조건 암울하고 슬픈 이에게 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괜찮다.
내가 주변에 있어 줄 거니까.
‘내가 행복한 삶을 살게 해줄게.’
뭔가 프로포즈 할 때의 대사 같았지만 마신의 힘을 사용하면 정말 좋은 삶을 살게 해줄 자신이 있었다.
“그럼 나 갈게!”
분명 자신감이 넘쳤는데 언령을 사용하려하니 살짝의 부끄러움이 생겼다.
왜 다들 멋지게 언령을 사용하는데 나는...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언령을 사용했다.
“[이동해주세요...]”
밝은 빛이 나를 감쌌다.
나의 언령은 꼭 존댓말로 부탁해야지 사용 가능했다.
나도 멋지게 기술명을 외치듯 언령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그럴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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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보스, 오늘도 다른 마신은 안 온 겁니까?”
빛의 신인 카루아는 답답한 마음에 에레보스에게 화를 토해냈다.
자신의 어버이 뻘인 에레보스에게 이런 태도를 취하는게 자신도 조금 그랬지만 답답한 마음에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해~. 우리 막내가 처음 유희를 나가는데 마중정도는 나가줘야지.”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별 것 아닌 이유였지만 그 마신들이 금지옥엽처럼 아끼는 신이었기에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갔다.
얼마나 아끼는지 지금까지 몇 명의 천사와 카루아 밖에 못 보고 집 안에 꽁꽁 숨겨두었었다.
그래서 로엔은 신계의 수수께끼 미소녀로 알려져 있었다.
“일단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에 17차원의 붕괴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쪽 차원이 붕괴되기 시작한지가 얼마나 됐는데, 붕괴는 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선에서 멈췄잖아?”
“그 붕괴가 다시 시작되어 가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에레보스는 그 소리를 듣고 살짝 표정이 어두워졌다.
“17차원이면... 로지타인가?”
“네 맞습니다. 처음에는 무신론자들이 너무 많아져서 주신의 기운이 붕괴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멈추더니 다시 엄청난 속도로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차원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 주신의 힘이다.
그런 주신의 힘은 사람들의 믿음에서 나오는 힘이었다.
사람들이 신을 믿고 의지하면 점점 더 그 차원은 풍요로워졌다.
물론 믿지 않더라도 도덕을 행하는 사람이 많거나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이 또한 주신의 의지를 따르는 일이였기에 차원이 풍요로워졌었다.
하지만 로지타가 무신론자가 많아지고 사람들의 도덕성이 결여되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분명 여러 신의 신도들이 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단 그럼 마신 쪽에서 알아보도록 하지. 일반 신 몇 명이 움직이는 것 보다 마신 하나가 움직이는게 효율이 좋으니.”
에레보스의 말에 다들 할 말이 있어보였지만 사실이었기에 에레보스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카루아... 어떻게 된 거야...”
에레보스는 혼잣말로 카루아를 불렀지만 빛의 신 카루아를 부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의 얼굴엔 약간의 슬픔과 그리움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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