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7 첫 번째 신도
* * *
습기지고 어두컴컴한 공간.
아래에는 오물이 넘치고 더러운 공간.
누군가는 한시도 있기 싫어할 것 같은 좁은 공간.
이곳이 나의 유일한 휴식처다.
1년 전만 해도 나의 휴식처가 어디냐고 물으면 한시의 고민도 없이 ‘집!’ 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마을에 찾아온 한 명의 성직자 때문에 나의 인생, 마을의 운명이 뒤바뀌었다.
그 성직자가 처음 우리 마을에 찾아와 신을 전도한다면서 말했을 때는 마을 모두가 무시했다.
우리 마을은 풍요의 신을 믿는 마을이 었을뿐더러, 성직자가 후드를 쓰고 얼굴도 보이지 않는 채로 있어서 의심쩍었고, 등에 있는 문양이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꺼림직한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마을의 누구도 성직자가 말하는 신에 관심을 갖지 않자 그는 마을 중앙에서 큰 소리로 우리에게 말했다.
천벌을 받을 것이다!!!! 감히 나의 신을 무시하다니 너희 모두는 죽음으로 나의 신에게 사죄해라!!!!
그가 소리치자 주위에서 마물들이 우리 마을을 덥쳤고 그와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나타나 마을 사람들을 납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어딘가로 끌려갔고 거기서 나는 매일 고문받고 있다.
고통으로 흘린 피를 신께 바쳐야 된다나?
다른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지만 이 지하 감옥에 우리 마을 사람을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을 신경쓸 여유는 없었다.
매일 고문을 당하며 피 흘리는 와중에 솔직히 내 정신이 멀쩡한지도 잘 모르겠다.
“하...시발...”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마을 사람들 얼굴이 생각나면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왜 우리한테 이런 일이 일어난걸까?
우리가 잘못살고 있어서 신께서 벌을 내린걸까?
나는 주먹을 꽉 쥐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억울함에 꽉 문 입술이었지만 몸에 정말 힘이 하나도 없는지 피가 나지도 않았다.
‘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
이 성직자들이 원망스러웠다.
구해주러 오지 않는 기사단이 원망스러웠다.
이 행동이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 신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나는 몸에 힘이 슬슬 빠져나가는게 느껴졌다.
하긴 고문을 받으면서 이렇게 버틴게 신기했지.
그래도 천국에서는 이런 일이 없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 정말 이제 나를 데리러 천사님이 오시는지 밝은 빛이 내 눈 앞에 보였다.
그리고 정말 아름다운 은발의 소녀가 나타났다.
‘천사님... 다음 삶은 좀 더 좋은 곳에 태어나게 해주세요.‘
@
질퍽
“뭐...뭐야!”
나는 언령을 사용해서 내 첫 번째 신도! 첫 번째 계약자 앞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내가 나타난 곳은 엄청나게 더럽고 냄새나는 감옥 안이었다.
“으으으으 이게 뭐야!!”
내가 소리치자 철창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니 밖의 인기척을 느끼기 전에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 사람은 정말 뼈밖에 남지 않은 듯한 시체가 있었다.
“꺄악.”
나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넘어졌다.
앗.
카리온이 자꾸 이런 소리를 내면서 놀라니까 ‘여자 맞네~’라며 자꾸 놀렸는데.
“크흠.”
나는 자리에서 옷을 털며 일어났다.
“으..”
어?
앞에 있는게 시체인줄 알았더니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 몸을 흔들었다.
“괜찮으세요?”
갑자기 그 사람의 이마에 빛이 나더니 나의 문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 내 문장은 내려꽂혀있는 검에 뱀이 감싸고 있는 문양이다.
처음에 봤을 때는 조금 꺼림직했지만 자주 보다보니 뱀이 좀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정감이 갔다.
일단 난 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언령을 사용했다.
“[치료시켜주세요!]”
그러자 그의 몸이 빛나며 몸의 모든 상처가 사라지고 더러운 것들이 사라졌다.
더러운 게 사라지니 그의 갈색머리와 적당한 키, 주근깨가 있는 얼굴 등 여러 가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 더러운 것도 사라지게 해주네.’
난 처음 사용한 치유의 언령을 감상하면서 ‘역시 언령이야, 성능 확실하구만.’ 이라는 생각을 했다.
“으악!! 누...누구냐!!!”
“악!! 뭐...야?”
어떤 갑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철창 밖에서 나를 보고 소리 지르며 쓰러졌다.
그 소리에 나도 깜짝 놀라서 다시 엉덩이로 쓰러졌다.
‘아이씨.. 아래 더러운데... 옷 더러워지겠네...’
나는 그를 보고 놀랐지만 그 뒤에 든 생각은 일부러 깔끔하게 하고 온 옷이 더러워진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계약자한테는 깔끔하게 보이고 싶었는데...
밖에 넘어졌던 사람이 나에게 검을 겨누었다.
“뭐...야! 왜 사람한테 검을 겨눠요!”
“뭐지? 어떻게 들어온거지?”
나는 그 사람이 나에게 검을 겨누길래 쓰러져있는 사람과 제일 뒤 벽 쪽으로 붙었다.
아무리 검의 길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손을 넣어도 안 닿을 것 같았다.
“저...저!”
내가 뒤쪽으로 붙자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손을 철창에 넣고 검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래도 벽 쪽까지 검이 닿지 않았다.
“히힝! 메롱! 안 닿지롱~”
우스운 상황에 그 사람을 놀리자 그 사람은 화가 났는지 어딘가로 소리를 질렀다.
“야! 열쇠!!! 열쇠 가져와!!! 열쇠!!! 빨리!!”
“야! 야! 열쇠는 반칙이지!”
갑자기 열쇠를 가져온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으... 일단 도망이다!”
여기가 어딘지도, 계약자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도망가기로 했다.
“[이동시켜줘!!!]”
잠잠....
“[부탁드릴게요...]”
그러자 빛을 내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정말 나한테만 심술궂고 빡빡하게 구는 언령이었다.
@
나는 언령을 사용해 이상한 곳을 나왔다.
근처에 호수가 있길래 그 근처에서 계약자를 눕혀두고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잔잔하네~”
나는 호수를 바라보며 평화를 느끼고 있었다.
역시 평화로운게 최고지!
내가 복수의 신이 아니라 평화의 신 같은 거였다면 어땠을까...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랬다면 아마 마신들이랑 못 친했을 테니까...
“으....음.”
내 계약자가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원래는 처음 만났을 때 위엄 있는 마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아까 전까지만 해도 죽기 직전의 모습이었기에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저기 정신이 좀 들어요?”
가방에 가져왔던 물통을 꺼내고 그의 앞에 앉았다.
여기 왔을 때 호수에서 물을 떠놔서 물이 가득 차있었다.
그는 정신이 좀 들었는지 몸을 일으켜 일어났다.
그러더니 자신의 몸을 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지막으로 나와 눈이 마주쳤다.
“여...여긴.... 천국인가?”
그의 엉뚱한 소리에 나는 대답하지 않고 물통을 건내줬다.
그러더니 그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목 말랐나 보네...
그리고 물통을 내려놓더니 다시 나에게 물었다.
“천사...님이십니까?”
후후후!
내가 죽었을 때 천사에게 여신님이냐고 물어봤던게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나왔다.
그때는 여신이 아니라 천사였고 이번엔 천사가 아니고.... 취소, 여신이 아니라 신! 난 그냥 신이야!
내기 머리 속으로 혼자만의 싸움을 하고있자 그는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가 천국에 왔군요... 혹시! 레비오나 코웰이라고 아시나요? 레비오는 검은 머리를 하고 그리고...!”
“아 여긴 천국이 아니에요.”
나는 흥분해서 말하는 그에게 선을 딱 긋고 말해줬다.
“저는 복수의 신 로엔이라고 해요. 당신의 영혼이 저를 불렀어요.”
“보....복수의....신?”
그는 어리벙벙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이런건 사실 생각하지 못한 스토리였다.
내가 연습한건 스승의 원수를 갚아야해! 강해지게 해줘!’라든지 ‘부모님이 죽임을 당했어 원수를 갚아줘!’라고 하는 사람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생각했는데...
“그럼 여긴 어디야?”
“어... 글쎄요?”
“그럼 내가 있던 곳은 어디있어?”
“그...그러게요?”
이...이런!
신이면서 이런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다니!
첫인상이 중요한데...
이런 모습을 페르세스에게 보인다면 ‘마신의 수치다! 카리스마 있는 모습 100회 실시!’를 당할 것이 분명하다.
“너 누구야?”
“보...복수의 신! 로엔이요!”
비참하다.
첫 번째 내 신도가 나를 신이라고 못 믿는 상황이라니...
이건 신의 수치스러운 상황 top3 안에 들어갈만하다.
“내...내가! 너 구해주고 치료해줬어! 너 몸에 상처 없잖아!”
나는 당황한 나머지 반말을 하며 손가락으로 그의 몸을 가리켰다.
“그렇긴 하네... 그럼 날 구해주러 온 거야?”
나는 드디어 믿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짓고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는 웃으면서 나를 보다가 갑자기 정색했다.
“시발, 한 번 속나.”
시...시발?
속아?
나는 갑작스러운 욕에 화들짝 놀랐다.
“뭐? 복수의 신? 로엔? 내가 시발 들어본 적도 없는 신이다. 니가 날 고문하던 신도들이 추앙하는 광신이냐?”
“아...아니! 나 탄생된지 1년 밖에 안되서... 못... 들어봤을 수도....”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교단을 만들러 온 거지?
나를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걸 어떡하지...
그거에다가 신에게 악감정이 있는지 광신이라는 말을 쓰다니...
다들 세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구...
페르세스는 좀 많이 노는 것 같지만...
“...하! 정말이냐? 어이가 없군.”
“아냐! 진짜 아니야!”
내가 시무룩하게 있자 그는 코웃음을 치며 나를 비웃었다.
“썩어 빠진 신들이 나 같은 하찮은 평민을 신경 쓸 리가 없잖아? 미친 신이나 신경쓰지.”
“아니야! 신들은 모두 평등하게 신경쓰고 있어!”
내가 봤어!
에레보스도, 카리온도, 엘리온도, 페르세스....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다들 모두 사소한 일조차도 신경쓰며 처리하고 있었어!
“말도 안되는 소리. 그럼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하고 고문당하는데 어떤 신도, 어떤 사람도 신경쓰지 않은거지?”
“그건...”
내가 거기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몰랐기에 대답하지 못했다.
“하! 이것 봐. 대답 못하네. 시발 빛의 신 카루아? 어둠의 신 에레보스? 다 좆까라 그래. 좆같은 새끼들.”
나는 갑자기 가슴 속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바로 그것은...
1년 전에 느꼈던 감정이었다.
분노.
“야 너 보자 보자하니까 진짜... 취소해.”
내가 다른 건 참아도 내 가족을... 내 친구를... 내 동료를 욕하는 것은 절대로 못 참는다.
“무...뭐??”
내 분위기가 바뀐 걸 느낀건지 그는 말을 더듬었다.
“취소하라고.”
“하! 카루아 병신! 에레보스 쓰레기 새끼!”
그는 내가 화난 걸 보자 더 심한 욕으로 에레보스를 욕했다.
“너 좀 맞자.”
나는 그를 죽지 않을 정도까지 주먹으로 팼다.
퍽 퍽 퍽
“악! 아파! 아파!!!!”
퍽 툭!
그는 팔로 내 주먹을 막았다.
나는 그의 팔을 주먹으로 계속 내려쳤다.
“이건 니 팔 아니야? 이건 니 팔 아니냐고.”
퍽 퍽
“악 아파! 죄송해요! 죄송해요!!!!”
“아니, 너 정신 좀 차리게 좀 더 맞자.”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는 고문 당할 때는 차라리 죽는 게 더 편하지 않을 까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인간의 생존 본능은 강한지 결국 그가 로엔에게 목숨을 구걸하며 매타작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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