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8 깽판을 쳐봅시다.
* * *
“후우...후우...”
나는 가쁜 숨을 내뱉고 있다.
물론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 아직도 화가 안 식어서 화를 식히려고 내뱉는거였다.
“으...아파.”
신계에서 인간계에 오자마자 하는 일이 계약자를 패는 일이라니...
나는 서서 누워있는 계약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치료시켜주세요...]”
나는 그를 언령으로 치료했다.
그러자 그는 몸에 고통이 사라지는지 신기한 눈으로 자신 몸을 쳐다봤다.
그는 몸의 고통이 사라지자 나에게 무릎 꿇고 앉았다.
“죄...죄송합니다. 제가 정신이 없어서...”
“아니야, 그럴 수 있지...”
나는 또 대들면 매타작을 다시 할 계획이었지만 고분고분한 그를 보고 그냥 어깨를 토닥거려줬다.
“너 이름이 뭐야?”
“저... 카론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15살이에요.”
“음 그래 카론... 첫인상은 좀 안 좋았지만 나의 첫 번째 신도로써 잘 부탁해.”
“첫 번째 신도요? 제가 교황이라는 건가요?”
첫 번째 신도는 언제나 교황을 뜻하는 말이다.
교황이 죽고 다음 교황이 나오더라도 첫 번째 신도라는 말을 사용했다.
“응! 내가 첫 번째로 너에게 찾아왔거든.”
그는 어리벙벙한 듯 멍하니 날 쳐다봤다.
“그럼... 전 뭘 하면 되죠?”
“응?”
그러게... 아무도 내려온다음 뭘 해야하는지 알려준 적이 없었다.
그저 ‘재밌게 놀다 와라.’, ‘요즘 그 차원에 뭐가 좋다더라.’ 등등 쓸데없는 소리만 잔뜩 들었다.
에휴 모르겠다.
“그냥 너가 하고 싶은거 해. 내가 도와줄게.”
“두들겨 팬 다음 뭐든지 들어준다라...”
갑자기 뭐든지 들어준다는 소리에 날 의심쩍은 눈으로 쳐다봤다.
“지...진짜야! 신은 한 입으로 두 말 안 해!”
아마도...
“그럼 제 복수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복수?”
아...
나 복수의 신이었지...
끔찍한 건 싫은데...
난 사실 그냥 여기서 호수나 보면서 평화롭게 지내고, 작은 마을 같은 곳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랑 하하 호호 하고 싶었다.
“으음... 그래! 내가 큰 맘 먹고 도와주마! 누구를 패줄까? 내가 아까 너 패는 솜씨 봤지?”
나는 나의 강함을 아까 카론에게 보여줬기에 의기양양한 태도로 그를 쳐다봤다.
“일단 그럼 제가 있던 곳으로 다시 가고 싶어요.”
나는 다시 더럽고 냄새나는 공간으로 간다는 소리에 표정을 구겼지만 약속을 지킨다고 했으니까...
“알았어! 잡아!”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갑자기 우물쭈물 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하... 이 놈의 얼굴 때문에 남자가 내 손을 잡는데 얼굴을 붉히네...
사실 내려오기 전부터 했던 걱정이었지만 실제로 보니 살짝 역함이 느껴졌다.
“야 나 남자야.”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눈이 엄청나게 커지며 놀라더니 내 가슴과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이... 남자라고?”
하지만 약간 봉긋하게 솟아있는 가슴을 숨기지는 못했기에 카론의 머리 속에는 수 십 개의 물음표가 그려졌다.
로엔도 이 가슴을 없애려고 신계에서 체형을 몇 번 바꿔봤지만 중간계에 나오면 그 체형을 유지하는데 힘이 들었기에 그냥 원래 모습으로 중간계에 나왔다.
“남자라면 남자인줄 알아. [이동시켜주세요!]”
나와 카론은 다시 카론이 원래 있던 장소로 이동했다.
질퍽
“으으으으으! 싫어...”
나는 그가 원한대로 그가 있던 철창 안으로 정확하게 이동했다.
“아...아니! 철창 안으로 이동하시면 어떻게 해요! 다시 붙잡힌 격이잖아요!!!”
갑자기 카론이 날 몰아붙이자 당황스러웠다.
“그...그런가?”
당황스러운 나머지 또 위엄 없는 모습이 나왔다.
“아 진짜...”
갑자기 누군가 우리 철창 쪽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저!!!!”
아까 봤던 갑옷 아저씨였다.
“어! 아저씨 다시보네.”
“또 어떻게 들어온 거야!!! 야! 열쇠!!!”
저번과 다르게 칼을 집어넣어서 붕붕 휘두르지 않고 바로 열쇠를 찾는 모습을 보고 ‘역시 인간은 발전하는 동물이야.’ 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어떻게 해요! 다시.. 다시 아까 있던 곳으로!!”
“뭐야 복수해달라며. 어떻게 해줄까.”
분명 옛날 같았으면 나도 카론과 똑같은 태도를 취했을 것 같지만 신계에서 워낙 다양한 걸 보다보니 이런 상황도 그냥 상황극을 하는 느낌이었다.
어떻게든 될 것 같은 느낌?
“그럼!! 저 사람들 좀 어떻게 해줘봐요!!!”
“아니 어떻게 하는데.”
나는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었기에 정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자 다른 갑옷 아저씨가 열쇠를 들고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냥 다 때려눕히든지 하라고!!!”
카론은 정말 급했는지 반말을 하며 소리질렀다.
“오케이. 알았어.”
때려눕히기만 하면 되는 거지?
나는 주먹에 신력을 담았다.
페르세스가 알려준 방법인데 몸에 신력을 담고 휘두르면...
쾅!!!!!!!!!!!!!!!!!!!
힘이 엄청나게 강해지고 커다란 주먹을 만든다던지 여러 가지 응용이 가능하다.
나는 주먹으로 철창을 열려는 남자들과 함께 철창을 주먹으로 날려버렸다.
“뭐...뭐야!”
카론도 놀랐지만 주위의 병사들이 더 놀란 듯 싶었다.
병사들은 놀랐지만 본능적으로 창과 칼을 들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저게 프로정신이라는 건가...
여러분의 프로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나는 다시 손에 신력을 담았다.
이번엔 손에 황금색 신력이 안개처럼 둘러싸더니 엄청나게 큰 건틀릿 모양이 되었다.
“아저씨들 죄송합니다!!!”
쾅!!! 쿠콰가가가가!
카론이 때려눕히라고만 했으니까 눕히기만 해야지!
그래서 나는 힘조절을 해서 기절할 정도의 파괴력으로 갑옷 아저씨들을 때려눕혔다.
“괴...괴물이다!!!”
“으...으악!!!”
아저씨들은 내 주먹에 맞고 날라가거나 무쌍을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도망갔다.
“와.....와!!!!!”
“사...살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카론같이 갇혀있는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고 함성을 질렀다.
이 사람들은 카론보다는 상태가 괜찮은지 소리 지를 힘도 있나보네...
어느 정도 주변을 정리하고 나는 아까 갑옷 아저씨들이 가져왔던 열쇠로 사람들을 풀어주고 아파보이는 사람들은 치료해줬다.
“신님 괜찮아?”
내가 한 자리에 앉아 계속 사람들을 치료해주자 카론은 내가 걱정됐는지 와서 조용히 귀에 대고 말했다.
그래도 눈치가 있는지 내가 신인걸 숨겨주려고 한 것 같았다.
힘 쪽은 솔직히 생각 보다 힘들지 않았다.
마신이다보니 가지고 있는 힘이 많아서 그런가?
궁금하니까 나중에 페르세스에게 물어봐야겠다.
“별로 안 힘들어~”
그러자 앞에 있는 아저씨가 유심히 내 옆에 온 카론을 쳐다봤다.
아저씨들이 내 얼굴을 자꾸 쳐다보는 것은 대충 이유를 알겠다만 카론은 평범한 소년처럼 생겼는데 왜 저러는 거지?
아저씨는 카론에게 조심이 말을 꺼냈다.
“저... 혹시 교황님이십니까?”
“네?”
그러더니 아저씨는 카론의 이마에 있는 내 문양을 가리켰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카론의 이마에 쏠렸다.
“허어어억.”
“교...교황님을 뵙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카론은 어쩔 줄 몰라하며 손 사례를 쳤다.
“저...저 그렇게 높은 사람 아니에요!!”
“네? 그럼 이마에 문양은...”
카론은 도와달라는 듯 나를 쳐다봤다.
근데 맞잖아?
교황이잖아?
내 문양이 조금 위협적이게 생기긴 했는데...
설마... 내 문양이 마음에 안 드는 걸까 싶기도 하고 유명하지 않은 신의 문양이라서 그런건가 싶기도 했다.
나는 살짝 충격먹은 표정으로 카론에게 말했다.
“내...내가 창피해?”
“아...아니! 그게 아니잖아!”
그럼 뭐 때문인데?
나중이면 내 교단을 이끌어줘야 될 녀석인데 저렇게 당당하지 못해서야 걱정이 되었다.
“얘 교황 맞아요! 진짜!”
나는 호들갑을 떨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주변의 사람들이 ‘드디어!!!’, ‘신께서 구원해주셨다!!!’ 라며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저! 저!!!!”
카론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지만 당황했는지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그러자 위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웬소란이냐!!!”
내려온 사람은 후드를 쓰고 있는 남성처럼 보였다.
“뭐지? 병사들은 전부 어디간거지?”
그는 우리가 나와있는 모습에도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우릴 살폈다.
뭔 자신감이야?
그 후드를 쓴 사내를 보자 나와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휘감겼다.
나한테는 그렇게 당당하게 굴던 카론조차 다리가 후들거리는게 보일정도로 떨고 있었다.
“전부 감옥 안으로 들어가라. 순순히 들어가면 목숨은 살려주마.”
“니가 뭔데?”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열심히 구한 사람들을 지가 뭔데 들어가라 마라야?
하지만 내가 당당하게 있는 것과 다르게 다른 사람들은 감옥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다.
“여러분 가만히 계세요.”
내가 당당하게 말하자 후드를 쓴 남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나에게 말했다.
“죽고 싶은건가?”
“아뇨? 죽고 싶진 않은데요?”
내가 말대꾸를 하자 그는 냉소를 지었다.
“하하... 죽어라.”
그리고 손에서 끈적한 보라색 기운이 나오더니 번개가 날라오듯 나에게 날라왔다.
나는 살짝 신력을 담아서 그 번개를 쳐냈다.
“뭐지?”
나는 바로 그 후드남에게 달려들어서 주먹으로 후드남의 얼굴을 벽에 쳐박았다.
후드남은 내 움직임을 반응하지 못한 채 그대로 벽에 내다 꽂혔다.
콰직!
내 손에 닿는 촉감이 이상했다.
분명히 힘 조절 했는데!!!!!
분명 이건 무언가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후드남의 모습을 보더라도 이건... 찌그러졌다고 해야 하나... 아작 났다고 해야 하나...
나는 내 모습을 보고 있던 카론을 보았다.
“야... 진짜 힘 조절했어....흐잉....”
처음 본 광경에 울상이 지어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