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14 여행을~ 떠나요~~
* * *
“으으....”
“야 지금은 이 정도로 끝내는데 다음엔 더 심한 벌을 줄 거니까 알아서 잘해? 알겠지?”
“으... 끄으...”
“대답.”
“아...알겠습..으....니다.”
그는 고통을 호소하면서 내 말에 대답했다.
“나 간다~”
나는 당당히 문을 열고 나갔다.
내가 나오자 서 있던 경비병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뭐.”
“...? 아...아닙니다.”
내가 당당하게 나오니 경비병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사람은 당당해야 해!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문을 닫고 나왔다.
밖에 나와보니 이미 해가 저 밤이 되어있었다.
나는 예쁜 달을 구경하며 내 방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어! 카론.”
“어? 신님?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카론이 복도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잡혀가서 걱정하고 있었던 건가.
“어... 남작이 알고 보니 착한 사람이더라구.”
“뭐?”
“이제 우리한테 이상한 일 하지 않을걸? 아마?”
“아마?”
카론은 어이없다는 듯 날 쳐다봤다.
“신님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아...아냐! 진짜 별일 없었어.”
“에휴... 내일이 돼보면 알겠지...”
카론은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다가 한숨을 쉬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말은 그렇게 해도 내가 감옥에서 나온 것이 안심되는 듯 조금 전과 달리 불안해 보이지는 않았다.
“나도 방에 가서 편히 자볼까?”
나는 내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방 앞에 섰다.
‘누구지?’
방문을 열려고 했는데 내 방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 내 방 안에 있다.
남작의 부하들이 내 방을 뒤지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인기척이 그렇게 어수선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있는 듯한 느낌.
“들어오셔도 됩니다.”
...?
나한테 하는 말이야?
내 방에서 나한테 들어오라고 한다고?
나는 문을 열고 그 방에 들어갔다.
그곳에 있던 건 시종이라고 소개받았던 이리나였다.
이리나는 저번에 졸린 눈을 하고 있던 것과 달리 매혹적인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옷 또한 허름한 옷을 입고 있던 것과 달리 고급스러워 보이고 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말을 못하는 거 아니었나?”
“뭐... 남작은 그렇게 알고 있지?”
심상치 않았다.
그녀에게 풍겨오는 기운은 저번에 봤던 후드남과 비슷한 기운이었다.
하지만 후드남과 달리 더욱 진하고 끈적한 느낌이었다.
“넌 누구지?”
당연히 평범한 시종은 아니었다.
그 광신의 기운이 풍겨오는 것을 보니까 대충 예상은 갔다.
“흐음~ 너는 누군데?”
그녀는 나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교황급이랑 같이 다니는 사람이라~”
“교황이 무서워 나에게 온 건가?”
나는 도발하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신인 줄 모르는 건가?
“그런 햇병아리 신의 교황 따위 한입에 먹어버릴 수도 있지만 재밌어서 봐주고 있어.”
나의 도발에 그녀는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그런데 그 교황보다 너가 너무 재밌단 말이지. 정말 순수한 듯하지만 어떻게 보면 초연한 듯하기도 하고...”
그냥 후드남처럼 잡아버릴까?
카리온이나 에레보스를 부를까?
내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선택지들이 생각이 났다.
“아~ 그렇게 머리 팽팽 돌릴 필요 없어. 너한테 무슨 짓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니까.”
“그럼 왜 내 앞에 나타난 거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너한테 더 이득일 텐데?”
“어차피 제단이 사라진 이상 여기 있을 이유도 없고~ 또 만날 것 같은 사람한테 하는 인사랄까?”
그러더니 그녀의 모습이 연기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보고 싶으면 코엔으로 와~ 안녕 꼬마 아가씨~
아... 졌다.
마지막 꼬마 아가씨라는 말이 내 멘탈에 가장 큰 충격을 줬다.
분하다.
나중엔 나도 저런 대사를 이용해서 멘탈을 건드려야겠다.
“근데 카론이 계속 나를 신님 신님하고 불렀는데 왜 모르는 거지?”
그거야 우리가 도와줬으니까 모르지.
갑자기 내 귀에 페르세스의 목소리가 울렸다.
“페르세스!!!”
혼란스러운 상황에 페르세스의 목소리가 들리니 안심되는 느낌이었다.
우리 로엔 맨날 신계 올 줄 알았는데 한 번을 안 오네?
“헤헤... 바빠서 그랬어.”
잠자느라 그랬겠지.
“윽... 근데 도와주다니?”
아~ 저 이상한 여자가 자꾸 너랑 니 신도랑 떠들 때 몰래 엿들으려고 하길래 내가 막아줬어.
“진짜! 역시 페르세스야~”
나는 하늘을 보며 엄지를 들었다.
일단 지금까지는 내가 도와줄 수 있었는데 나도 이제 일 좀 해야 할 것 같아서 많이 못 볼 거 같아.
“일? 카리온이 하는 일 하고 관련된 일이야?”
카리온도 그렇고 다들 바쁜가?
내가 신계에 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바쁘지는 않았다.
매일 나랑 5시간, 6시간 심하면 하루 종일 놀기도 했었다.
음... 좀 관련된 일이긴 해. 어쨌든 넌 거기서 실컷 놀면 돼.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그냥 신계로 도망가고.
“나두 신이거든? 페르세스와 카리온한테 싸움도 배웠는데 위험할 일이 있겠어?”
그랬으면 좋겠는데... 요즘 세상이 뒤숭숭해서...
“음?”
페르세스답지 않게 사뭇 진지한 말투였다.
그럼 재밌게 놀아! 신도하고 이제 서로 반말을 쓰든 그러는 게 좋고. 계속 신님 신님 하면 너가 신인 거 다 티 난다.
“알았어~ 페르세스도 일 열심히 해!”
나는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더 이상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갔나 보다.
“뭔가 다들 바쁜 거 같은데 나만 놀고 있으니 좀 미안하네.”
조금 왕따 당하는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
페르세스와 오랜만에 대화하고 조용한 방안에 혼자 남으니 쓸쓸해졌다.
“그래도 내가 카론이랑 그 광신도들 찾아다니면 도움이 되겠지?”
그럼 나랑 다른 사람들이랑 같은 일을 하는 거니까 쓸쓸한 이유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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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작님 나중에 내가 근처에 와서 잘하고 있으면 고쳐줄 텐데 못하고 있으면 더 심하게 만들 거야!”
“암요 암요! 수행원님과 교황님 올 때만을 기다리겠습니다!”
남작의 저택에 있게 된 지 며칠이 지났다.
남작은 3일 4일 동안 시름시름 앓았다.
남자의 중요 부분을 잡고 앓는 모습은 같은 남자로서 너무 불쌍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통만은 카론이 치료해줬다.
어떻게 치료해줬냐면 저택에 있는 동안 나는 카론에게 신성력 다루는 방법을 알려줬다.
신성력을 잘 다루게 되지는 못했지만 교황이다 보니 신성력이 넘쳐나서 대충 신성력을 사람에게 넣으면 치료가 되었다.
물론 조절해서 남작의 소중이는 고쳐주지 않았다.
카론이 치료해주니 남작은 개과천선한 거 마냥 우리에게 와서 머리를 박고 울고 불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영지원들에도 사죄하게 했다.
남작은 창고를 풀어 영지원들에게 식량과 돈을 풀었고 우리가 데려온 사람들의 쉴 장소를 제공해줬다.
마지막으로 작은 집을 복수의 신 신전으로 만들어줬다.
아주 작고 허름한 집이었지만 내 첫 번째 신전이라는 게 인상이 깊었다.
“교황님... 수행원님... 정말 감사합니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도움 요청한 아저씨를 내 성직자로 받아들였다.
그 아저씨에게 내 문양까지 내려줬다.
물론 수행원인 내가 준 것처럼 하지는 않고 사념전달을 이용하여 신이 내려준 것처럼 해줬긴 했다.
이렇게 하면 남작이 변심하여 깽판 치더라도 내가 알 수 있겠지...
“그럼 잘 있어요~”
나와 카론은 걸어서 그 마을을 떠났다.
사실 말을 타고 가고 싶었지만 나도 탈 줄 몰랐고 카론도 탈 줄 몰랐기에 그건 포기했다.
그렇다고 여행을 가는데 마차를 타고 가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로에나, 그럼 어디로 갈 거야?”
나는 페르세스가 말한 대로 카론에게 나를 로에나라고 부르라 했다.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카론도 나도 그 이름에 익숙해졌다.
“음... 일단 코엔으로 가자.”
나는 이리나가 말한 곳으로 향했다.
본명이 이리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작에게 이리나에 대해 물어봤지만 남작은 기억을 잃기라도 한 듯 자기가 소개한 이리나라는 이름을 알지도 못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코엔은 여기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백작령이었다.
규모가 있는 상업도시로 ‘신기한 물건을 찾거든 코엔으로 향해라.’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물건들이 모이는 도시였다.
그거에다 그곳엔 큰 항구가 있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었다.
나라의 3면이 바다인 나라에 있었음에도 바다를 못 본 것이 한이 돼서 신계에서도 바다에 가려고 생각했었다.
“지도 볼 줄은 알아?”
“후후... 그거야 기본이지.”
나는 자신만만하게 지도를 보며 산으로 향했다.
사실 나오기 전에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이 산을 넘으면 코엔이 나온다고 들었다.
그저 산에 나있는 길만 따라가면 나온다고...
분명 그랬었다....
“로에나... 길만 따라가면 된다면서...”
“아..아냐! 진짜 걔네가 그랬단 말야!”
해는 이미 집에 들어가신지 오래고 달님이 우리에게 반갑다고 인사하고 있었다.
우리도 해 저물기 전에 야영을 하루 하고 다음날 움직이려고 했었다.
하지만 우리 앞에 있던 길이 끊겨 버린게 원인이 되어 우린 산을 방황하기 시작했다.
“이...일단 여기서라도 잘까?”
“.... 그냥 길바닥에서?”
이곳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하겠는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점점더 이상한 곳으로 가는 것 같은데.
“야... 내가 배운대로면 길을 잃었을 때 밤에는 움직이면 안 된다고 들었어.”
어디서인지는 몰라도 지구에서 들은 적 있는 것 같았다.
“내 생각엔 안 움직이면 마물들한테 먹혀서 죽지 않을까?”
일리 있는 소리였다.
지구에는 마물이 없으니...
하!지!만!
“마물이 나타나면 내가 다 때려잡아줄테니까 넌 자.”
“로에나는 안자도 돼?”
“흐흥~ 나는 무적이거든.”
나는 팔짱을 끼며 자신있게 말했다.
“그럼 로에나만 믿고 잔다?”
“나만 믿으라구~”
그리고 나는 졸아버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