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6화 (16/138)

〈 16화 〉 #16 밖에 비 온다! 주륵주륵!

* * *

나는 카론과 사람을 안는 것 가지고 티격태격했다.

사실 안는 방법이야 내 마음대로 아닌가?

그리고 페르세스한테야 많이 안겨봤지만 내가 직접 안아주는... 그것도 여자아이를 안아주는 행동은 어색할 수 밖에 없었다.

나와 카론이 포옹에 관한 것으로 투닥거리니 페나는 그것을 보고 웃음을 지었다.

“후후... 두 분 재밌으시네요.”

페나는 살짝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좀 더 쉬셔도 되는데.”

“아뇨.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쉴 수 없죠. 저를 위해 죽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페나는 굉장히 어려보였는데도 씩씩하게 일어났다.

그리고 나서 사뭇 진지한 얼굴을 했다.

“저희는 그저 큰 이유 없이 코엔에 저희 신전이 새로 지어져 확인하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별 다른 낌새나 다른 원한은 없었으나 의심되는 부분 정도는 있어요.”

“의심 가는 부분이라는 건?”

카론이 물었다.

“코엔에 잠깐 들렸을 때의 일인데. 코엔에는 사실 큰 도시임에도 신전이 카루아님의 신전 밖에 없어요.”

대형 도시에 신전이 하나 밖에 없다고?

대형 도시에 무역 도시라면 사람이 정말 많이 왔다갔다 할텐데 여러 신전이 없으면 사람들이 불만을 표할텐데?

나와 카론은 서로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하하... 그게 코엔의 영주님이 신전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거든요... 굉장히 상업적인 부분을 중요시 여기다 보니 신전 쪽으로 돈이 새는 것을 원하지 않으세요.”

이 세계의 신전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신이 중심이 되는 세계다 보니 신의 축복을 받아 이 제국을 통일한 초대 황제가 만든 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도시의 돈은 계속 돌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신전에 헌금을 내버리면 신전 쪽에서 돈이 놀아버리게 된다.

그 돈이 다른 영지의 신전으로 투자가 될 수도 있고...

“그럼 페나 쪽은 어떻게 신전을 지은거야?”

“히히... 사실 엘리시님이 코엔의 영주에게 세금을 정상 지급하라고 했어요. 신도들을 늘린다면 상관없다고...”

엘리시라...

엘리시는 내가 태어나기 바로 전에 태어난 신이었다.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500년 전에 태어난 신이었지만...

뭐 일단 엘로아의 교육에 의하면 신계에서 유명한 신이긴 했다.

­무능 그 자체.그 녀석이 죽는다면주신께서 일을 못하는 죄목으로 지옥에 보낼 듯 싶군.

­일? 일만 못하면 다행이지. 본인 신력도 잘 못 다뤄서 신도들도 신성력을 못 다룬다는 소문이 있다.

하하하...

그 말을 페나에게 직접 해주지는 못했지만 페나의 말을 들어보니 ‘괜찮은 신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무슨 소문을 말하는거야?”

카론 덕분에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 도시에 저희와 빛의 신전 말고 다른 교단이 있다는거에요.”

“다른 교단?”

“네... 저희 신관들이 건물이 지어지는 동안 포교 활동을 했었는데 다들 섬기는 신이 있다면서 거절했다고 해요.”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많은 수의 사람들은 아니었는데 분명 종교가 없다던 상단주들을 만나 저희가 도움을 드린다고 하자 이미 도움을 받는 교단이 있다고 하더군요.”

보통 신전이 근처에 없으면 계속 머무는 것이 불가능한 신관이 상단주들에게 계속 도움을 주고 있다?

물론 제대로 그 교단에 허락을 맡고 그곳에 머무는 것이라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저러는게 아니겠지.

“그게... 신관들이 상단주와 만나고 나오는 길에 어떤 검은색 후드 로브를 입고 있는 여성을 만났다고 해요...”

페나는 물을 홀짝이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 여성에게 분명이 신성력이었지만 다른 느낌의 기운을 받았다고 해요.”

“다른 기운이라면...”

“마신의 신관들과는 다른... 끈적하고... 계속 근처에 있다간 침식될 것 같은... 그런 이상한 느낌이라고 했어요.”

그녀는 기억해내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대충 안 좋은 느낌이 맞았다.

하긴 이리나가 그쪽으로 오라고 했다면 관련된 시설이 있기에 오라고 했겠지.

분명 함정을 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함정이 무서워 도망가기에는 그 광신교의 규모가 너무 커보였다.

이미 사람들 사이에 숨어들어 사람들을 침식하고 있었다.

마치 내 신성력을 침식하던 그 끈적한 기운 같이...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자 카론하고 눈을 마주쳤다.

그는 불안함과 분노가 섞인 듯한 얼굴을 하고있었다.

“우리가 찾던 녀석들 같네.”

그에게도 이리나 관련해서 말을 해줬기에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나보다.

“페나, 우리가 도와줄게.”

“...! 정말 감사합니다... 언니...”

귀엽...응?

나는 언니라는 소리에 반응했다.

이곳엔 나와 카론 그리고 페나만 있다.

그럼...

“언니?”

페나는 내가 이상한 반응을 보이자 다시 ‘그 말’을 했다.

정말 이런 날이 올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막상 오니까 이상한 느낌이었다.

오빠라는 말도 유치원생들에게 ‘저 오빠 아파보여요!’ 라고 들었던 것 말고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언니라는 말을 벌써 두 번이나 듣다니...

“어... 페나야?”

“네! 언니!”

“나 남자야...”

“아니 언제까지 남자라고 우길거야?”

카론은 나를 한심하게 보며 말했다.

아니 너가 나의 사정을 몰라서 그렇지 진짜 정신만은 남자라니까?

내가 남자로 살았던 기간이 더 길다니까?

그러자 페나는 나를 빤히 보다가 내 흉부에 있는 언덕을 쥐었다.

“...?”

나는 그 손을 빤히 바라봤다.

“...!!!!”

“여...여자인데?”

페나는 순수한 눈망울을 빛내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페나의 손을 빼고 팔을 십자로 해서 몸을 가렸다.

‘어머! 왜 이러세요!’ 하는 듯한 자세로...

“풉... 이래도 남자야?”

“... 나도 사정이 있다고...”

나는 이 길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그들한테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단 그냥 반 쯤 포기하는 걸 선택했다.

하...

“그럼 가실까요? 누나?”

카론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제...발...”

나는 누나 소리에도 고통스러웠다.

그 모습을 보더니 페나는 혼란스러운지 나와 카론의 눈치를 보았다.

“저... 제가 사실 옛날부터 너무 언니가 가지고 싶었어서...”

페나는 부끄러운지 손가락을 꼼지락댔다.

“제 언니가 되어주실 수 있나요?”

저 눈망울...

이걸 어떻게 거절해!!!

이 순수한 아이의 부탁을 거절하는 사람은 아마 나중에 죽으면 지옥에 가지 않을까...

“그래! 내가 너의 언니가 되어줄게!!”

나는 눈을 딱 감고 허락했다.

“그럼 나도 누나라고 부를게. 허락해줘.”

“... 너가 안 맞은지 좀 됐지?”

“죄송합니다.”

카론은 나의 말에 바로 꼬리를 내렸다.

우리는 페나의 마차에 가봤지만 안타깝게도 살아있는 사람은 없었다.

시신들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코엔으로 향했다.

다행히 우리가 있던 곳에서 코엔은 멀지 않아서 금방 도착했다.

“일단 그럼 신전으로 갈까?”

“네 언니.”

우리는 엘리시의 신전으로 향했다.

그 광신도놈들이 신전을 건드렸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아무리 힘 없는 엘리시라도 그건 못참을 테니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교...교황님!”

우리가 신전 근처에 가자 사람들과 함께 있는 한 남자 신관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 신관은 평범한 아저씨 같아 보이는 전형적인 신관의 모습이었다.

“어! 신관님!”

페나는 그 신관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그 신관은 페나를 챙기면서 우리를 쳐다보았다.

페나는 그 신관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설명해줬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그 신관은 진심을 다해 우리에게 감사를 표했다.

“저 사람들은 누구죠?”

페나는 신관과 같이 있던 사람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마차가 올 때가 되었는데 안 오고 연락도 안 되는 바람에 용병들을 고용해 교황님 수색에 나서려고 했습니다. 이 분들이 아니었으면... 정말...”

그 신관은 감정이 벅차올랐는지 눈물을 보였다.

“괜찮아요... 엘리시님의 은혜로 이 분들을 만났잖아요.”

“맞습니다... 엘리시님의 이 분들을 보내셨겠죠.”

우리는 우리의 발로 움직이다가 정말 우연히 만난거였지만 본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게 좋다면 좋은거겠지.

“일단 그럼 신전으로 들어가시죠.”

우리는 신관의 안내에 따라 엘리시의 신전에 들어갔다.

엘리시의 신전은 푸른색으로 아주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신전의 커튼들은 하늘색으로 살짝 비치는 듯해 살랑살랑 휘날리고 있다 보니 비가 오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나도 나중엔 이런 특색 있는 신전을 만들고 싶은데...

우리가 신전에 들어가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엄청난 빛을 내며 신전 제일 앞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페나아아아아아아아!!!!!!!!”

20대 정도로 보이고 흰색 원피스를 입고 흰색과 파란색이 섞여있는 듯한 생머리를 하고 있었다.

키가 170cm정도로 보여 늘씬한 누님 같았다.

“어떻게 된 거야!! 걱정했다고!!”

“헤헤... 엘리시님 얼굴 보는건 오랜만이네요.”

엘리시인가...

신이 이렇게 나타나도 되는거야?

내가 어이없는 얼굴로 엘리시를 보고 있다가 신의 강림인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카론을 보았더니...

어?

카론이 마치 시간이 멈춘거 같이 멈춰있었다.

옆에 있던 신관님도 마찬가지였다.

“카론?”

“...?”

“뭐...뭐야!”

내가 카론의 이름을 부르자 엘리시와 페나는 깜짝 놀라 나를 쳐다봤다.

“어...어?”

페나와 엘리시도 굉장히 당황했지만 나도 그 둘과 눈을 마주치자 당황스러웠다.

엘리시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나에게 물었다.

“누...누구세요?”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