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17 비의 신 엘리시.
* * *
엘리시는 물었지만 난 뭐라고 답 해야할지 고민했다.
...모르나?
물론 내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내 얼굴은 모를 수 있겠지만 페나 옆에 있던 것을 봤을 거 아닌가.
물론 지금도 앞에 있으니까 내 신력을 느껴서라도 알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엘리시는 진짜로 모르는 건지 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페나야. 동료 분이니?”
“아... 네! 저를 도와주신 분이에요.”
페나도 엘리시가 모르는게 이상하다고 느끼나보다.
물론 그렇다고 페나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아... 그러고 보니 마차가 가는 것 까지는 보고 있었는데 어느 때부터 너가 안 보이기 시작하더라!”
그 말을 듣고 뭔가 떠올랐다.
나는 페르세스의 말을 듣고 카론에게 나를 신이라고 부르는 것 말고도 한 것이 있다.
일단 내가 마법으로 도청과 감시 마법을 막아둘게.
이 때 나는 마법을 사용해서 도청과 감시 마법을 가리려고 했더니 가리는 마법이 생각이 안 났다.
카론이 내가 마법 사용하는 것을 계속 보면서 기다리고 있는 바람에 난 빨리 멋지게 마법을 사용하고 싶었다.
난 눈을 딱 감았다.
[아무도 몰래 못 보게 해주세요!]
그렇다.
난 언령을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신에게도 영향이 가서 페나가 내 근처에 오니 엘리시가 페나를 못보게 된 것이다.
또 신력을 이용해 나와 카론의 신성력을 숨겼다.
이왕 교황인거 숨길거 완전 범죄를 해야지... 하고.
물론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신성력이 아니라 신력이었기 때문에 신이 아닌 사람이라면 알아챌 수 없었겠지만 내가 숨기는 바람에 지금 엘리시도 날 못 알아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평범한 신이었다면 내가 설명한 것들이 다 의미 없는 일이었겠지만 상대는 신계 최약채 엘리시였기 때문에 통한 것이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페나와 엘리시는 마차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오 그래? 착한 사람이네...”
그러더니 엘리시는 내가 자주 하던 의기양양 포즈를 취했다.
“흠흠! 이 비의 여신 엘리시님이 착한 사람에게 상을 내리겠다!”
음...나?
나는 어이가 없었다.
자기가 멈춘 시간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아직도 사람처럼 보이나?
“저기... 이 안에서 사람이 움직일 수 있어요?”
나는 엘리시에게 물었다.
“어... 가...가끔씩은 움직일 수 있어. 진짜 가끔.”
이 신은 진짜 자신의 힘에 믿음이 없나 보다.
아마 지금 자기가 힘 다루는 것을 잘못해서 내가 움직이고 있다 생각하겠지...
뻔히 보였다.
“아마 언니가 대단해서 움직이는 걸거에요! 엄청 강하시잖아요.”
그리고 페나의 순수한 감탄.
엘리시가 힘을 잘 못 다뤄서 그런거라곤 생각도 못하겠지...
페나가 안타까웠다.
“에휴... 엘리시님? 혹시 이 기운 아시나요?”
나는 나의 기운을 살짝 내뿜었다.
내 손에서 하늘색 신력이 나왔다.
“어...어? 어어어어어????”
아무리 엘리시가 바보신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알거다.
“꺄아아아악!!! 마...마신?”
“엘...엘리시님?”
엘리시가 당황해서 소리지르며 뒷걸음질 치는 것을 보고 페나도 같이 당황했다.
저 정도의 리액션을 해준다고?
아무리 깜짝 놀라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신인데 저정도 리액션은 과하지 않나 했다.
“호...혹시 엘로아야? 카리온이랑 페르세스는 바빠보이데...”
엘로아?
이 신은 마신의 기운도 구별 못하나...
“저... 진짜 요즘 사고 안치고 진짜 찐짜 찐짜 진짜 열심히 살고 있어요!! 진짜요!”
내가 아무 말도 안하자 엘로아인줄 알았나 보다.
모습이 완전 다른데 어떻게 엘로아라고 생각하지...
마법이라도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저 정도로 반응하는 것 보니까 엘로아랑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아뇨 저는 새로 태어난 마신인 복수의 신 로엔이라고 ."
내가 새로운 마신이라고 하자 엘리시는 경기를 일으키듯 몸을 파르르 떨었다.
"마...마신이 늘었어..."
페나 앞에서 저런 모습을 보이니 너무 안타까울 뿐이었다.
“흐윽...저... 죄송합니다... 제발 괴롭히지만 말아주세요...”
대체 다른 마신들이 무슨 짓을 했길래 저러는거야?
거의 경기를 일으키는 느낌이었다.
“저기... 아무 짓도 안해요... 다른 마신들이 뭘 하길래 그래요?”
갑자기 너무 궁금해져서 엘리시에게 물었다.
“그... 엘로아님은 서류 처리를 제대로 안했다고 처리했던 서류를 전부 다시 하라고 하셨고...”
엘로아...
“카리온님은 중간계에서 너무 큰 영향이 갈 정도로 은혜를 뿌린다고 해서 제 힘을 봉인하신 적이 있고...”
카리온...
“페르세스님은 저가 말하는게 답답하다고 제 집무실을 다 부수셨죠...”
페르세스...
에레보스는 그래도 아무 일도 안한건가?
“그리고....흐윽 에레보스님은.... 신계가 너무 힘들면....흑.... 인간으로 환생시켜주겠다고.... 흐으으으...”
에레보스!!!!!!!!
믿었던 에레보스까지 이 애를...
그래도 페르세스 말고는 다들 좀 사정과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조금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겠는걸...
뭐 지금은 다들 바쁘니 물어보지는 못하겠지만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나는 일단 훌쩍거리고 있는 엘리시를 달랬다.
“진정 좀 하시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엘리시는 울음을 그쳤다.
“전 누구 괴롭히고 그런 일 안하는 사람이에요.”
나쁜 사람 제외하고.
내가 그런 말을 하자 페나도 거들었다.
“맞아요! 어...언니는 착한 사람이라서 누구 괴롭히지 않아요!”
언니라고 말할 때 살짝의 망설임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눈치를 살폈다.
내가 신이라는 걸 알았으니 저러겠지...
나는 웃으며 페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눈치보던 페나의 얼굴이 폈다.
귀엽네...
“정말...요...?”
“그럼요~.”
내가 말하자 엘리시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저... 그럼 그 이번에 탄생하셨다는 그...”
“네 맞아요. 수습기간 마치고 지금은 여행중이에요.”
“어...? 수습기간을 기간 안에 마치셨어요?”
엘리시는 놀란 듯 말했다.
“어... 네... 저가 좀 배워야 될게 많아서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어떻게 노력해서 끝냈어요.”
이 신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나서 고생한걸 아는건가?
“대단하시네요... 전 수습기간 때 엘로아에게 배웠었는데 5년 동안 배우다가 엘로아가 더 이상 못 가르치겠다고 하셔서 카루아 밑에서 1년 더 배우고 나왔거든요...”
아...
이 신...
글러먹었네...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페나의 동심을 부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참았다.
“저... 혹시 그럼...이제 탄생하신지 1년 좀 넘으신거죠?”
“네 그렇죠?”
갑자기 엘리시는 뭔가 기분이 좋아보이는 얼굴이었다.
이 신 조울증 있는거 아니야?
“저... 제가 이제 태어난지 20년 쯤 됐거든요...”
....
“그런데요.”
“제가 선배네요?”
이래서 마신들이 팼나보다.
역시 우리 가족들은 이유 없이 그럴 사람들이 아니었다.
“엘리시 선배님이라고 불러주실 수 있나요?”
에휴...
그래도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는 이 불쌍한 신을 위해 눈 한 번 딱 감고 해주자...
“... 엘리시 선배님?”
“그래 로엔 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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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그 상황을 정리하고 현실로 나왔다.
계속 거기에 있다간 페나를 도와주기로 한걸 번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엘리시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시겠습니까?”
옆에 있던 신관이 우릴 보며 말했다.
“아뇨...저는 따로 대화로 해결했습니다.”
“...네?”
나는 신관님께는 죄송하지만 기도까지 했다간 나에게 신의 문양을 박겠다고 할까봐 겁이 나서 기도하지 않았다.
“하하... 저희는 따로 섬기는 신님이 계셔서...”
내가 신전 밖으로 나오자 카론은 변명을 하며 날 따라나왔다.
“어?”
신전 밖에 나오자 엄청난 크기의 마차가 신전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이게 이세계의 탱크입니까?
점점 속도를 멈추더니 우리 앞쪽에 섰다.
“뭐....”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마차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나왔다.
“비켜!!”
그 사람은 우리에게 소리를 지르고 엘리시의 신전으로 들어갔다.
“뭔 일이야?”
우리도 다시 따라 들어갔다.
“교...교황님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페나를 찾았다.
페나는 신관과 기도를 하다가 뒤를 돌아봐 그 사람을 보았다.
그 사람은 중절모를 쓴 집사같은 사람이었다.
“여...영주님이 급하게 찾으십니다!”
신관님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 사람 앞에 섰다.
“교황님은 영주님 아래가 아닙니다. 지금 좋지 않은 일을 당하시고 오신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내일 오세요.”
오... 칼 같은데.
근데 내가 생각해도 그게 맞았다.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을 당하고 영주가 찾는다고 호다닥 달려가는게 무슨 교황인가.
“부..부탁드립니다. 지금 영주님의 안주인께서 위독하십니다!”
위독?
갑자기?
페나의 목숨을 위협한 후 바로 영주의 안주인이 위독해?
우연의 일치라기엔 보이지 않는 손들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점점 거미줄처럼 일들이 이어지는...
신관은 페나의 눈치를 보았다.
“목숨이 위급하시다면 가야죠. 안내해주세요.”
페나는 그 사람의 안내를 받아 마차 쪽으로 걸어갔다.
“우리도 갈게.”
나는 페나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영주님께서 다른 분은 웬만하면 데리고 오지 말라하셨습니다.”
집사는 급한 와중에도 우리를 놓고 갈 생각처럼 보였다.
“저희는 호위입니다. 어떻게 교황이 호위 없이 움직일까요.”
나는 급한 대로 둘러댔다.
그러자 그 집사는 맞냐는 듯 페나를 쳐다봤다.
“맞아요. 제 호위. 언니 같이 가시죠.”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페나는 나를 보며 방긋 웃었다.
내가 너를 봐서 엘리시한테도 잘해주마!
“흐음... 같이 가시죠.”
우리는 그 마차를 타고 페나와 함께 영주의 성으로 향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