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8화 (18/138)

〈 18화 〉 #18 저주

* * *

“교황님이 오셨느냐?”

영주는 급했는지 저택 앞까지 나왔다.

아마 마차가 오는 모습을 보고 나왔겠지...

저택은 저번에 봤던 남작의 저택보다 작고 검소해 보였다.

하지만 허름한 느낌은 아니었고 기품 있어 보였다.

“오랜만입니다. 영주님.”

“미안합니다. 교황... 지금 상황이 급해서 일단 아내가 있는 방으로 가시겠습니까?”

영주는 콧수염이 멋있게 나 있는 아저씨였다.

키는 190 정도에 근육도 있는 게 젊을 때 마물 좀 때려잡았을 것 같았다.

상업 도시의 영주처럼 보이지 않는 완벽한 군인의 모습이었다.

“이들은...?”

영주가 나와 카론을 보며 말했다.

“아 제 호위를 맡아주시는 분들입니다.”

“미안하지만 교황, 부외자는 데려가기 곤란합니다.”

병사들이 우릴 막아섰다.

“안전은 우리 쪽에서 보장할 테니 호위는 잠깐 여기에 두는 게 어떠합니까.”

백작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페나는 곤란한 얼굴을 보였다.

“괜찮아 페나. 갔다 와.”

맘 같아서는 가서 영주의 아내를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굳이 영주의 강경한 태도에 반항하고 싶지는 않았다.

카론이 나에게 다가와서 조용히 말했다.

“어떻게 하게.”

“굳이 안 들어가 봐도 우리가 원하는 건 알 수 있으니까.”

사실 이 근처에 도착하자마자부터 냄새가 났다.

저주의 냄새.

그 끈적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저주의 기운을 풍겼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영주의 아내는 광신도들에게 저주를 받은 것 같았다.

“페나가 못 해결할 텐데...”

저주를 거는 것도 그렇지만 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주를 걸 때는 몇 날 며칠을 저주를 거는 조건을 채우기 위해서 대상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 저주를 정석대로 풀려면 그 기간보다 더 오랜 기간으로 저주해지 조건을 채워야한다.

또한 저주는 또한 신성력으로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차라리 마법과 가까운 느낌이라서 마법으로 고치는 게 더 빠를 것이다.

물론 잠깐은 상태가 괜찮아질지도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는 못한다.

카론도 신성력을 뿌려 주변을 파악하고는 알아챈 것 같았다.

“뭐야 이 기운은?”

카론은 처음 느끼는 기운에 놀란 듯싶었다.

“저주인 것 같아.”

우린 일단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게 없었기에 페나가 나오길 기다렸다.

몇 시간이 지나자 페나가 나왔다.

“페나, 어떻게 됐어.”

“그게...”

페나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얼굴색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페나도 저주의 기운을 느껴서 신성력으로 쫓아내 보려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떡하죠...?”

“일단 신전으로 돌아가자.”

우리가 돌아가려고 하자 백작이 저택에서 나와 우리를 마중 나왔다.

“손님들 죄송합니다. 저가 아내 때문에 정신이 없어 인사를 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이 영지의 영주를 맡은 크레이크 베르힘이라고 합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했다.

“저는 로에나라고 해요.”

“카론입니다.”

영주는 우리가 그저 호위라고 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신사적으로 인사했다.

그 남작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었다.

“원래 같으면 안에서 차라도 대접할 텐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베르힘의 인사를 받으며 저택에서 나왔다.

“페나, 상황 좀 알려줘.”

“네... 그게 원래 백작 부인이 병이 있었다고 해요.”

페나는 우리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백작이 카루아 신전의 신관들을 불러서 그 병을 치료해보려고 했지만 상태는 큰 변화는 없었다고 해요. 다른 신전의 신관들을 수소문하더라도 신성력이 별로 없는 신관들만 오고 높은 신관들이 오지 않았다고 하네요.”

“상업 도시를 운영하는 백작이면 돈이 많을 텐데?”

저택도 검소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면 사치를 부리는 느낌도 아니었다.

가지고 있는 돈이 많을 것 같은데?

그걸 기부금으로 신전에게 준다면 높은 신관이 왔을 것이다.

“그게 돈이 들어와도 영지에 투자하는 곳이 많고 개인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차라리 고아원 같은 곳에 사용하거나 세금을 낮추는 식 사용했다고 해요.”

“그래도 백작에게 도움을 준다면 신전이 영지에 들어올 수도 있잖아.”

어느 정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투자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먼저 도움을 주고 나중에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 않나?

“영주님도 그 생각을 했지만 백작님이 그동안 신전 쪽에 너무 강경하게 대응해서 접촉할 수 있는 신전의 수도 적었고 만나더라도 거절했다고 하네요.”

인과응보라고 생각해야 하나... 아님 신전이 너무 박하다고 생각해야 하나...

“그래서 백작에게 도움을 받았던 상인들이 신성력이 아닌 의술들을 알아봐 약을 줬다고 해요. 덕분에 상태는 좋아졌지만 병이 낫지는 않았죠.”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상단주들이 치료해주겠다고 어떤 신관을 소개해줬겠지.”

“어? 어떻게 아셨어요?”

저번에 페나가 상단주들을 만났더니 그 광신도를 만났다고 했다.

그럼 상단주들은 이미 광신도를 알고 있던거고 백작에게 소개해준 거겠지...

“그 소개해준 신관들이 오자 평소보다 상태가 훨씬 좋아졌는데... 저희 신전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그 신관에게 들렸는지 저희 신전이 들어온다면 백작 부인은 죽을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고 해요.”

페나는 죄책감과 분노가 섞인 듯한 얼굴을 했다,

아마 자신이 신전을 세웠기에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나 본데 페나네가 들어온 건 그저 많은 계기 중 하나지 언젠가는 터졌을 사건이었다.

“백작님은 저가 온다면 어차피 치료될 병이라고 생각하셔서...”

“그래서 병은 고쳤어?”

“네... 병 자체는 고친거 같아요.치료하니까 몸의 상태가 분명 괜찮아졌는데 잠깐만 가만히 있어도 서서히 몸이 안 좋아지시더라고요...”

저주를 푸는 방법은 저주마다 다른 방법들이 있다.

하지만 모든 저주를 푸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쉬운 방법들 중 하나는 저주를 사용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물론 죽이지 않고 그 사람이 해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순순히 해제해 줄 거였다면 저주를 걸지도 않았겠지...

이 방법은 하기 힘들다.

누가 걸었는지도 모르겠고 찾는데도 오래 걸린다.

두 번째로는 저주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이다.

저주를 사용하면 어딘가에 저주에 마나를 지급하는 마나의 근원이 필요하다.

저주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 근원은 크다.

그 광신도 녀석들이 마나를 공급하는 장소라면 어디겠는가?

나는 이 이야기를 카론과 페나에게 알려줬다.

“제단이겠네!”

카론은 내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했는지 바로 맞혔다.

“그렇지, 백작한테도 전해서 영지 안이나 근처에 그런 장소가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하자.”

내가 그렇게 말하자 페나는 뭔가 생각이 났는지 손뼉을 쳤다.

“아! 그런 게 있을 만한 곳이 있어요!”

우리는 페나가 말한 곳으로 향했다.

페나가 향한 곳은...

“...암시장이네?”

골목 골목을 지나자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그곳으로 내려가보니 하수도 같은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다.

“헤헤... 암시장이라기엔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어요. 물론 위험한 곳이라서 잘 오진 않지만요.”

“페나... 넌 여길 어떻게 안 거야?”

“그게... 엘리시님이 구경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같이 온 적이 있어요...”

“...엘리시님?”

카론은 무슨 소리냐는 듯 페나를 쳐다봤다.

“네! 같이 와서 둘러본 적 있어요.”

“뭐? 신님이 지상에 내려오셨다고?"

그 말을 하더니 살짝 나를 봤다.

아... 얘 지금 모르는 척 하는 거야?

얘는 우리가 엘리시를 만났다는 걸 모르지?

“그게... 카론, 페나는 내가 신인거 알아.”

“헤헤...”

“...?”

카론은 무슨 소리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그래서 나는 신전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줬다.

“...이러다 동네 사람들 다 알겠네.”

“나도 당황했다고 갑자기 신이 툭 튀어나올 줄 어떻게 알았겠어.”

우리는 지하도를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하도는 굉장히 미로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하도 자체 전부가 의심스러우니 어디부터 수색해야 할지도 감이 안 왔다.

하지만 분명히 광신도들의 기운이 느껴지긴 했다.

어느 쪽에서 느껴지는 걸 알겠지만 미로처럼 되어있는 지하도 때문에 방향을 알아도 갈 수가 없었다.

“이거 뭐 온종일 찾아도 못 찾겠는데?”

카론은 슬슬 지쳤는지 투덜대기 시작했다.

페나도 꾹 참고 다니고 있는데 니가 먼저 투덜대기냐!

하지만 나도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몇 시간 걸었는데도 성과가 나오지 않고 계속 똑같은 길만 돌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저... 아가씨...”

후... 일단 위에 올라가서 정보를 얻고 올까...

“아가씨...?”

정보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정보가 나오긴 할까...

­툭툭

“아가씨!”

“음...?”

아가씨?

나야?

카론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고 페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저요?”

“여기에 아가씨 말고 아가씨가 어디 있어?”

나를 부른 것은 수염이 수북하게 난 털보 아저씨였다.

“왜요?”

“뭔가 찾으러 오신거 같은데... 혹시... 노예 시장 찾아온 아가씨야?”

노예 시장?

냄새가 난다. 냄새가 나.

“네! 맞아요. 노예 시장!”

“허허... 요즘 귀족 분들이 많이 찾더니 아가씨 같은 분들도 오는 구먼... 1실버.”

“네?”

“1실버 달라고.”

“저가 왜 돈을 아저씨한테 줘요.”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카론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1실버 주면 안내해 주시겠다는거 아니야.”

“오... 그런데 나 돈 없는데?”

“뭐? 1실버도 없어?”

신이 돈이 왜 필요하겠나...

그냥 자급자족이 다 되는데.

신계에서 올 때도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남작령에서 나올 때도 그런 생각이 나지도 않았었다.

“그럼 카론은 있어?”

“나야 로에나가 당연히 가지고 있을 줄 알았지.”

평소에는 나를 그렇게 못 믿으면서 이런 건 또 믿고 있네...

“저...”

페나는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지더니 작은 동전 지갑을 꺼냈다.

“저 있어요!”

“아...아니.”

이걸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받기도 애매하고...

하지만 지금 당장 돈을 구할 수 없지 않는가...

내 손은 받을까 말까 방황을 했지만 결국에는 손을 뻗어버렸다.

“페나... 고맙다...”

나는 졸지에 10살짜리 삥을 뜯어버렸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