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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23화 (23/138)

〈 23화 〉 #22 수인족 누님과 만나다!

* * *

우리는 영주에게 노예 시장에 있던 사람들을 전부 영주민으로 받아 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설득을 해야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영주는 너무 흔쾌히 받아줬다.

사실 영주도 노예 시장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한다.

광신도가 아내를 도와주는 대신 지하 상권을 건드리지 않는 것을 영주에게 요구했는데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한 영주는 이를 받아줬다.

맨 처음에는 지하도 지하만의 상권이 따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날수록 그 지하에서 일어나는 범죄와 여러 가지 일들을 관리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뭐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아예 지하를 없애고 지하에 있던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내 신전을 지어주기로 했다!

이건 내가 요구한 사항이 아니었는데 영주 본인이 짓겠다고 했다.

으흐흐흐흐흐.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언니... 이제 떠나시는 거에요?”

카론과 페나는 나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지금 비의 신전에서 신세를 진지 벌써 4일 째다.

“모~~~~~올라.”

­삐걱 삐걱

나는 흔들의자에 앉아 창문 밖의 하늘을 보며 넋 놓고 있었다.

“에휴... 알았어.”

“헤헤... 전 언니가 평생 이러고 있는 게 더 좋아요.”

페나는 내 품에 달려들어 쏙 들어왔다.

아이구 귀여워라...

내가 왜 여기서 시간을 죽이며 넋 놓고 있는가!

코엔에 온 이유를 아직 해결 못 했기 때문이다.

대체 그 사람은 어디 있는 거야?

그리고 왜 여기로 오라고 한 거지?

또 같은 동료에게 내가 온다는 걸 알리지 않은 거지?

그렇다.

나를 여기로 오게 한 이리나는 아직 만나지도 못했다.

제단을 부쉈으니 솔직히 여기에 있을 이유는 더는 없긴 했다.

그래도 이렇게 쉽게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 바람 좀 쐬고 올게.”

머리를 아무리 팽팽 돌려봤자 해결되는 것은 없었기에 산책에 나섰다.

“날씨 좋네~”

나는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바람을 맞고 있었다.

“누나.”

어떤 개구쟁이 꼬맹이가 내 옷을 잡아당겼다.

“응? 왜?”

내가 그 꼬맹이를 보자 꼬맹이는 골목을 가리켰다.

“어떤 누나가 누나 좀 데리고 오래.”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리나!

나는 그 꼬맹이가 가리킨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골목에 들어가니 보이는 것이 있었다.

“야 너 귀족이지? 얼마 있냐?”

동네 양아치였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침을 찍찍 뱉고 있는 여자와 별 이상한 옷을 입고 있는 남자 2명.

“에휴...”

적을 이렇게 까지 기다려야 하나...

“귀족님이 호위도 없이 이렇게 돌아다니면 안 되지. 얼마 있어?”

닭벼슬 같은 머리를 한 양아치가 나에게 물었다.

“없어요.”

난 이런 사람들도 이유가 있어서 이러겠지 싶은 맘으로 그냥 무난하게 지나가려고 했다.

“크크크 어떻게 귀족이 외출을 나왔는데 돈이 없어? 얼마있냐고.”

줘 팰까?

물론 이유가 있겠지만 맞다 보면 이유가 있어도 양아치 짓을 안 하지 않을까?

내가 카론을 패고 남작을 팬 이후로 매가 사람에게는 만병통치약이라는 걸 알았다.

이 친구들도 내가 치료해줄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이 골목으로 들어왔다.

짧은 단발머리 위에 쫑긋거리는 늑대 귀.

살랑거리는 회색 꼬리.

나 보다 좀 커보이는 키.

예쁜 누님이었다.

이 사람도 꼬맹이한테 속아서 들어온 건가.

내가 구해줘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그 여자애는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 질렀다.

“어이! 약자를 괴롭히면 안 되지!”

엉?

“여자애가 골목으로 들어가길래 느낌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양아치들이었구만.”

“누구냐!”

뭐야.

갑자기 나는 괴롭힘 받는 여자애가 되어버렸고, 수인족 누님은 괴롭힘 받는 사람을 도와주는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내가 주인공 하고 싶었는데...!

“야 다 꺼져라. 처맞기 싫으면.”

그 누님은 예쁜 외모와 다르게 걸걸한 말투를 사용했다.

“맞는 건 너일 것 같은데?”

그 양아치들은 품에서 단도를 꺼내서 누님을 향해 겨눴다.

역시 판타지 양아치답게 한국 양아치랑은 다르네...

한국 양아치가 여기에 온다면 그냥 순한 양처럼 보일 것 같았다.

“덤벼 시발롬들아.”

그 누님이 말하자 양아치들은 같이 달려들었다.

­퍽

누님은 한 명을 발로 차서 날린 다음 닭벼슬 양아치가 휘두르는 검을 피했다.

“꺅!”

그리고 양아치 여자애의 팔을 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퍽!!!

그리고 여자애라고 봐주는 것 없이 남녀평등 펀치를 날렸다.

정확히 턱에 맞아 옆으로 쓰러졌다.

“뭐...뭐야!”

“난 용병이거든. 너희 같은 양아치 새끼들이랑 차원이 다르다고.”

그 수인족 누님은 씨익 웃었다.

그러더니 닭벼슬 양아치는 살짝 뒤를 봤다.

누님이 그 양아치의 공격을 피해서 그 양아치 뒤에는 내가 있었다.

그 닭벼슬 양아치는 갑자기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내 쪽으로 달려왔다.

후후..

이런 걸 당해줄 내가 아니지.

그 닭벼슬 양아치는 단도로 나를 찌르려 달려왔지만 난 그 앞으로 뻗은 손의 손목을 손바닥으로 쳐내고 바로 어퍼컷을 먹여줬다.

“엥?”

그 누님은 상상하지 못한 나의 실력에 벙 쪘다.

그래 그 반응이지.

“안 도와주셔도 되는데. 그래도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나는 승리의 미소를 씨익 지어준 후 뒤를 돌았다.

그래서 가려고 하자 내가 넘어뜨린 양아치가 내 발목을 잡았다.

“악!”

나는 그 양아치에게 발목이 잡혀 그대로 고꾸라 넘어졌다.

신체 강화를 하고 있지 않았기에 평범한 인간의 힘만 가지고 있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

멋지게 말하고 뒤 돌은 내가 고꾸라 넘어지자 골목에는 정적만 흘렀다.

나는 아프지 않았다.

그저 엄청나게 창피할 뿐이었다.

길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창피함 때문에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

“저...저기 괜찮아?”

누님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고..괜찮죠! 예상했어욧!

그리고 옷을 탁탁 털어내고 달려서 골목을 벗어났다.

“으...쪽팔려...”

나는 부끄러움에 치를 떨며 빨리 근처를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뒤에서 그 누님이 나를 쫓아왔다.

“어이! 난 렌이라고 해!!”

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누님은 달려서 내 빠른 발걸음에 맞춰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너 싸움 잘하는구나? 넌 누구야? 용병처럼은 안 보이는데?”

내 부끄러운 장면을 본 사람이 계속 옆에 따라오자 부끄러움은 가중되는 것 같았다.

“모...몰라요!!”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렌은 어느 정도 쫓아오다가 어느 순간부터 안 보이기 시작했다.

“왜...왜 따라오는 거야.”

스토커인가?

옆에서 ‘야 야 너 멋진 척하려다가 넘어진 거지?’ 하면서 놀리려는 건가?

그래도 이제 더는 만날 일이 없으니 증거 인멸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나는 혼자서는 부끄러웠지만, 내 주변사람들은 모르니 다행이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비의 신전으로 돌아왔다.

“어! 꽈당녀!”

악연은 언제나 계속되는 법.

그 수인족 누님, 렌은 비의 신전에 있었다.

뭐야... 무서워... 내가 여기서 지낸다는 걸 어떻게 안 거야?

그리고...

“꽈...꽈당녀라뇨!!!”

동네에 소문낼 일 있나!!!

꽈당녀라니!!!!

“어 로에나 잘 왔어.”

카론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리나가 보내서 왔데.”

이리나?

이 녀석 이리나의 부하인가?

나는 의심하는 눈빛으로 그 사람을 봤다.

“아! 지금 대충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도 그 사람에 대해 잘 몰라.”

“그럼 뭐지?”

“나도 몰라. 난 그냥 이 편지를 비의 신전에 있는 로에나라는 사람한테 주고 리케로 호위해달라는 임무만 받았어.”

리케?

이리나는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지...

그냥 나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해서 고생시키려는 속셈이야?

나는 렌이 주는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를 3줄 요약하자면

1. 너 강하구나!

2. 내가 보고 싶겠지만 좀 참아!

3. 이번엔 리케로 와 봐!

아마 내가 감시 마법을 차단했고...

노예시장에 들어갈 때는 주변 모든 기척을 의식하고 있었는데 지켜보는 기척은 없었다.

그냥 결과로 도출해낸 건가.

리케에 간다면 분명 제단이 있는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뭘 원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순순히 따라주는 건 좀 맘에 안 드는데...

“카론 어떻게 할래?”

나는 카론에게 물었다.

어차피 이 여행의 주인공은 카론이니까.

“그 녀석 말대로 움직이는 건 싫은데 어떻게 하겠어. 따로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보자.”

우리를 리케에 보내놓고 이 도시에서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해도 여기에 페나도 있고 영주도 믿음직하니 괜찮지 않을까...

“알았어. 그럼 리케로 가자.”

“그래 좋아!”

렌은 우리의 대화를 듣고 밝게 동의했다.

“저... 따라오시게요?”

“음? 당연하지 돈을 받았는데.”

솔직히 렌이 따라오는 게 꺼려졌긴 했다.

그냥 편지만 전해줘도 되는데 왜 호위를 붙인 거지?

감시 마법을 못 쓰니 감시용으로 붙인 건가...

적과 동침을 하는 느낌.

“따라오지 마세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엥? 나도 리케에 가야지 돈을 받을 수 있단 말이야. 어차피 가는 거 같이 가자.”

“안돼요.”

우리는 저번과 다르게 여행 때 필요한 짐들을 싸기 시작했다.

미리 물건들을 사놨기 때문에 가방에만 넣으면 됐다.

우리가 짐을 챙기고 있자 렌은 뒤에서 계속 칭얼대기 시작했다.

“에이 꽈당녀씨 나 좀 끼워줘.”

“꽈...꽈당녀 아니거든요!”

나는 빨리 렌을 떨쳐내려고 대충 짐을 싸서 나갈 준비를 했다.

“언니... 가시는 거에요?”

페나가 있었지...

인사를 길게 하지 않고 나가는 게 미안했지만 분명 리케에도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바로 가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미안... 어느 정도 일이 정리되면 꼭 올게. 꼭!”

“정말이죠... 약속이에요.”

페나는 새끼손가락을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웃으면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그리고 저번과는 다르게 자연스럽게 페나를 안아주면서 귓속말을 했다.

“무슨 일이 있다면 구해주러 올게.”

페나의 몸에 살짝의 신력을 넣었다.

페나에게 무슨 이상이 있다면 내가 알 수 있도록,

그리고 떨어져서 방긋 웃어줬다.

페나는 자신에게 무언가 들어온 걸 알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봤다.

“그럼 갈게.”

“네! 언니 다음에 봐요!!”

페나의 마중을 받으며 우린 코엔에서 떠났다.

“야! 꽈당녀 같이 가!”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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