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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28화 (28/138)

〈 28화 〉 #27 재회하다.

* * *

“갑자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졌어?”

나는 페르세스와 만난 후 기분이 좋아졌다.

의문점들도 다 해결되었고 가족도 보고.

마음 한 구석에는 광신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있긴 했다.

그래도 신계에서 광신에 대해 주목하고 있고 다 같이 대응하려고 노력하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몰라~”

내가 콧노래를 부르면서 대답하자 카론은 '...됐다.' 라고 생각을 하며 그냥 넘어갔다.

산에서 내려와 조금만 걷다 보니 리케에 도착했다.

리케는 생각보다 큰 도시였다.

제대로 된 조사를 안 하고 출발해서 잘 몰랐었는데 도시 자체도 컸고 도시의 중앙에 엄청나게 큰 건물이 보였다.

이 주변 랜드마크인가...

무슨 용도의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가서 보고 싶었다.

내가 그 건물을 보면서 걷자 렌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난 용병 길드에 가서 돈 좀 받고 올게.”

잠시만.

이제 렌하고는 헤어지는 건가?

사실 렌은 고용된 용병이었다.

이제 더 이상 고용할 이유도 없고 렌도 같이 다닐 이유가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드니 아쉬워 졌다.

“왜 그래?”

내가 아쉬워하는 모습을 하고 있자 렌은 살짝 숙여 나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렌... 안 가면 안 돼?”

“풉....”

내가 그런 말을 하자 렌이 실소를 지었다.

“용병 길드 가서 돈 좀 받고 ‘올게’.”

아...

렌은 이번엔 ‘올게’라는 말을 강조해서 말했다.

갔다 온다는 거였구나.

나는 부끄러운 감정보다 기쁜 감정이 더 컸다.

“다녀와!”

나는 방긋 웃으며 렌에게 손을 흔들었다.

“흐음...”

“왜...?”

갑자기 카론은 나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뭔가 점점... 너에 대해서 의심이 가기 시작했어.”

의심?

의심이랄게 있나?

완전 무급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신님께 의심?

“무슨 의심?”

“너... 여자 좋아하냐?”

...

정말 애매한 질문이었다.

원래 같으면 당연하지! 라고 대답해야 할 텐데...

겉모습은 여자고...

저 질문은 ‘너 레즈냐?’ 라고 묻는 질문이지 않는가.

진퇴양난.

“아니... 맨날 본인이 남자라고 그러지 않나. 여자애들한테는 엄청 잘해주는데 남자들한테는 소름 끼칠 정도로 살벌하고.”

남자들한테 살벌하게 군 게 아니라 지금까지 만났던 쓰레기들이 남자였던 거 아닌가!

이건 나도 변명할 구석이 있다.

생각하는 순서가 잘못된 거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또 모든 남자가 쓰레기 다 이런 의미는 아니다!

일반화의 오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도 남자였었고...

“아니 그건...”

“둘이서 재밌게 노네?”

익숙한 목소리.

사람을 매혹하는 듯한 말투.

몸에 딱 달라붙은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

“이리나!!!”

이렇게 순순히 나타날 줄은 몰랐지만 잘됐다.

레즈라는 타이틀을 떼기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다.

나는 바로 신력으로 만든 건틀릿을 둘러 이리나에게 달려들었다.

“어우 너무 저돌적인걸?”

이리나는 가볍게 달려드는 나를 점프해서 피했다.

“우리 집 돼지 잡아갔다면서? 그냥 죽이지. 잡아가고 그래~”

이리나는 웃으면서 멀찍이 떨어졌다.

“카론!!”

카론도 이리나 쪽으로 파고들어 발로 이리나의 허리 쪽을 노렸다.

“에이~ 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도 안 하고 주먹질이나 발길질이라니 나 섭섭해~”

이리나는 카론의 발차기를 한 손으로 막았다.

하지만 반격을 하지 않았다.

카론은 발을 빼고 뒤로 왔다.

“뭐지...? 갑자기 왜 나타난 거야?”

“모르겠어.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카론과 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카론의 물음에 생각해 보았는데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사람이 없는 도로였지만 조금만 나가더라도 일반 백성들이 있다.

여기서 제대로 싸우면 상황이 커져 사람들이 다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

“야 너희 둘이서 그렇게 사이 좋으면 나도 샘나.”

이리나는 투덜거리듯 말했다.

뭐하는 사람이야?

“포획하기는 힘들 것 같고 제대로 싸우면 이길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이 위험해.”

나는 카론에게 작게 말했다.

“난 너희 실력을 보고 초대하러 온 거야~”

“초대?”

내가 의문을 표하자 이리나는 미소를 지었다.

“응~ 초대~”

함정.

함정이다.

아마 카론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무슨 생각이지?”

“뭐 별생각 없어. 그냥 너희의 재밌는 모습들을 보고 싶을 뿐이야~”

“함정이잖아.”

카론이 당당하게 말했다.

“음... 그렇지?”

그러자 이리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정말 답답할 정도로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러네~ 너희가 내 말 만 따르면 손해만 보겠구나~”

당연한 소리를 우리에게 말했다.

“그럼~ 너희가 날 따라와 주면 너희가 원하는 대답 한 가지를 해줄게~”

“뭐야? 이 사람 누구야?”

렌이었다.

“어~ 예쁜 늑대 언니 안녕~”

“어! 너 나한테 의뢰 줬던...!”

렌은 깜짝 놀라 이리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이쪽으로 빨리 오게 하고 싶어서 언니를 고용한 건데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겨우 그런 이유로 고용한건가...

의심했던 게 많이 미안했었는데 렌에게 머리를 박고 절해야 할 정도로 별것 아닌 이유였다.

“이 새끼 너 일부러 그랬지! 어? 내가 얘네들한테 의심받고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알아?”

“풉...흐흐흐.”

이리나는 그 말을 듣고 자지러지듯 웃었다.

“정말로 그랬어? 막 싸우고 그런 거야?”

우리는 어이가 없어 웃는 이리나를 빤히 쳐다봤다.

“싸웠구나? 어떻게 같이 여기까지 왔네?”

저런 사람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다니...

“죽일까? 저 새끼?”

렌은 단단히 화가 났는지 걸걸한 말투가 나왔다.

“못 본 게 너무 아쉽네~ 그래서 내가 하는 초대 받을 거야?”

그녀는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야기라도 들어볼게.”

“그래! 내가 원하는 건 콜로세움 출전이야.”

저번에 봤던 결투장 같은 건가...

이런 생각도 했지만 내가 생각한 콜로세움이 맞을 것 같다.

아까 봤던 랜드마크가 콜로세움인 건가...

“콜로세움에 나가서 우승해봐. 그럼 내가 원하는 질문 하나 받아줄게.”

“우리를 출전시키고 너가 도망갈 수도 있잖아.”

내가 묻자 이리나의 손에서 광신의 기운이 나왔다.

“나 이리나는 로에나들이 콜로세움 우승 시 질문 하나를 무조건 답해준다는 걸 심장에 대고 맹세한다.”

그러자 광신의 기운이 로에나의 왼쪽 가슴으로 들어갔다.

“됐지? 심장에 대고 맹세했어.”

심장에 대고 맹세하는 것은 마나, 신성력 같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행위다.

약속한 행위를 어길 시 심장에 타격이 가서 기운 자체를 제대로 못 다루게 된다.

마나나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걸 해달라고 한다면 그냥 싸우고 뒤지겠다고 할 정도로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다.

“그 정도로 우리가 콜로세움에 나가는 게 보고 싶어?”

“그럼~ 나갈 거지?”

나는 팔을 걷어붙였다.

“실력 발휘 좀 해볼까?”

이리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건 큰 의미가 있었다.

광신도 중 어느 정도 위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강한 정도를 보니 상당히 높아 보였다.

질문 한 번 잘하면 전 차원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대로 콜로세움에 갔다.

콜로세움의 규칙을 보니 콜로세움은 참가자에 따라 날짜가 달라지고 토너먼트 형식이었다.

참가 조건은 자유.

책임은 본인이 진다.

그리고 우승자에겐 보물이 하나 주어진다고 한다.

보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지 모른다는 게 더 흥미를 끌었다.

“50실버입니다.”

“네?”

“50실버라고요.”

콜로세움에 참가자로서 신청하는 것도 돈이 들어?

이리나는 우리가 콜로세움으로 같이 가던 중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게~ 꼭 우승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리나한테 돈 받고 왔어야 했는데...

나는 카론을 바라봤다.

“줘.”

저번에 코엔에서 백작을 도와주고 받았던 돈이 조금 있었다.

“우리 이게 전 재산인 거 알지?”

그 돈은 3골드.

100실버가 1골드니... 그래도 많이 남았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콜로세움은 3일 뒤.

여기서 먹고 자고 하면 돈이 계속 나간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또 남은 돈을 나 혼자서 쓰는 것도 아니고 카론이랑 같이 써야 했다.

“에휴 내가 도와줄게.”

콜로세움 출전 전날 밤 돈을 계산하고 있는 우리를 보고 렌이 말했다.

“렌!!! 고마워!!!”

그렇게 우리는 렌에게 신세를 지기로 했다.

“보물 받으면 팔아서 갚을게!”

“긴장되는데...”

나는 지금 콜로세움 선수 대기실에 있다.

“로에나 선수! 준비하세요.”

“아 네.”

이래뵈도 광신과 겨뤄본 몸이다!

뭐가 무섭겠는가!

사람들의 관심이 무서웠다.

단 한 번도 많은 사람이 있을 때 주목받아본 적이 없던 내가 갑자기 무대에 서서 싸우라고 하면...

물론 사람들을 구하면서 주목을 받았었지만 그건 구하고 있던 도중 주목을 받은 거라서 조금 느낌이 달랐다.

선수가 나오는 출구 앞에 섰다.

밖에서는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보니 내가 숨을 코로 쉬는 것인지 입으로 쉬는 것인지...

걸을 때는 오른발을 먼저 내놨는지 왼발 먼저 갔는지...

긴장이 돼서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가 됐다.

“으... 이겨야 되는데.”

나는 긴장을 풀려고 내 빰을 툭툭 쳤다.

“이번 대결은 처음 출전하고 아무런 정보가 없는 선수가 나오는데요.”

난가?

“의문의 은발 미소녀 로에나!!!!!!!!!!!!”

사회자가 소리 지르자 앞에 있던 안내원이 나보고 나가라는 듯 손짓했다.

으... 긴장돼.

뭔가 관절이 삐걱거리는 느낌이었지만 앞으로 걸어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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