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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29화 (29/138)

〈 29화 〉 #28 콜로세움

* * *

난 어렸을 때부터 신체능력이 좋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재능이라는게 참 얄궂었다.

선천적으로 신체 능력이 좋았지만, 검이나 무술에 재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검술을 다루는 노력을 했다.

물론 뼈를 깎는 노력은 아니었다.

쉬는 날도 있고 노는 날도 있긴 했다.

하지만! 내가 노력했다는건 달라지지 않는 사실!

오늘이 그 노력을 보여줄 날이었다.

내가 콜로세움에 나온 지 벌써 4번째.

3번은 정말 운이 안 좋았다.

제국에서 네로라 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했지만, 제국에서 유명한 기사라든지 용병계에서 이름을 떨친 격투사라든지 꼭 그런 사람들을 첫 경기에서 만났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상대는 콜로세움도 나온 적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상대.

난 언제나 생각했다.

내가 첫 경기만 이겼더라면...

3번의 출전 동안 내 첫 상대는 우승했었다.

그럼 나는 생각했다.

내가 이 사람을 안 만나고 대진표가 제일 마지막에 만나는 상대였으면 난 2등이라도 했던 거 아니야?

2등에게는 대회에서 주는 상금 일부가 있고 이름 또한 떨칠 수 있다.

그동안 운이 나빴다.

나의 실력은 분명 좋았는데 그저 운, 운 때문에 승부를 제대로 할 수 없는게 너무 아쉬웠따.

그리고 난 그 기회가 오늘 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결은 처음 출전하고 아무런 정보가 없는 선수인데요.”

내가 개인적으로 조사한 결과 정말 아무것도 없는 소녀였다.

나한테 맞고 울지나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벌써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굳이 승부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의문의 은발 미소녀 로에나!!!!!!!!!!!!”

그 소녀는 뭔가 쭈뼛쭈뼛하며 경기장으로 나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어색한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벌써 콜로세움에 3번이나 출전해본 나와 저기서부터 차이가 났다.

사회자가 날 불렀고 나도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오늘이야말로!’

당당한 발걸음.

나의 이름을 알릴 때가 드디어 왔다!

“진짜 무슨 콘서트도 아니고...”

사람이 왜 이리 많아!!!!

콜로세움의 자리가 전부 차지는 않았지만 그렇더라도 수는 많았다.

내가 긴장하고 있는 사이 상대방을 불렀는지 상대방이 출구에서 걸어나왔다.

금발 태닝 양아치.

그 사람의 첫인상이었다.

그리고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었다.

‘검을 다루는 사람인가...’

나도 검이나 가져올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리고 검도 돈이다!

신력으로 만든 검은 너무 눈에 띄었고 혹시나 이리나가 눈치챌 수도 있으니 가져오지 않았다.

나도 검이나 한 자루 마련할까...

“그럼 경기!!! 시작합니다!!!”

상대방은 소리를 듣자마자 나에게 달려왔다.

“으에...”

나도 그에 맞춰 움직이려고 했지만 긴장되는 바람에 스텝을 이상하게 밟았다.

스텝이 꼬이자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상대는 그걸 기회로 봤는지 동작을 크게 해서 검으로 날 내려찍으려 했다.

나는 몸이 기울은 쪽으로 굴러서 검을 피했다.

동작을 작게 했다면 닿았을 것 같은데...

이번 기회를 못 잡았으면 끝이지!

몸을 한 번 크게 움직이니 긴장이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았다.

상대는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다시 달려들었다.

두 번은 없다고.

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뒷 돌려차기로 상대방의 머리를 노렸다.

상대는 그 모습을 보고 왼쪽 팔로 내 발을 막으려고 했다.

그리고 오른손에 쥐고 있는 검을 내 쪽으로 뻗었다.

아마 살을 주고 뼈를 취하려는 계획인가 보지?

하지만 살도 적당히 줘야지.

신체 강화도 얼마 안 했는데 일어나는 힘과 돌려서 차는 힘이 같이 더해졌다.

팔은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몸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극적으로 날아가지는 않았는데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긴 했다.

“뭐야!”

“소...소녀가 남자를 날려버렸어!!!”

“우와아아아아!!!”

“우...우효!!!!!!!!”

관객들이 크게 소리쳤다.

잠시 잊었었는데...

관객들의 존재를 다시 깨닫자 다시 긴장됐다.

그래도 사실상 끝난 거나 다름없으니까!

그 사람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내가 세계 평화... 아니 차원 평화를 위해서 우승이 필요하거든?

나는 제대로 정신 못 차린 상대에게 피니쉬 어택을 날리려고 달려갔다.

­턱!

달려가다가 그 소리가 나자 시선이 기울어짐을 느꼈다.

그리고 상대방과 생각보다 가까웠다.

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자세였다.

나는 그대로 넘어지면서 정확히 낮은 자세를 한 상대방의 얼굴에 내 머리를 갖다 박았다.

정확한 스트라이크 존.

­빡!!!

그대로 박은 소리가 경기장을 울렸다.

“으... 아파...”

나는 아픈 머리를 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대방은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그대로 기절해서 자리에 누워버렸다.

코에서는 코피가 줄줄 나오고 있었다.

“어.... 승자는 로에나!!!!!!”

사회자는 먼저 정신을 차리고 승자를 말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뭐냐구!!!!”

“우효!!! 강력한 미소녀!!! 최고라구!!!”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내 피니쉬 어택이 의도되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님 약해 보이는 사람이 강한 사람을 이겨서 그런 건가.

뭔가 부끄러웠지만 사람들이 저렇게 나를 보며 환호성을 지르자 뭔가 기분이 좋아졌다.

“헤헤...”

내가 대기실로 돌아가서 있자 렌과 카론이 들어왔다.

경기를 보고 관중석에서 내려온 것 같았다.

그리고 카론과 눈이 마주쳤다.

“너 일부러 머리로 때린 거 아니지.”

“아...아니야! 일부러 그런 거야. 상대방이 방심하도록.”

카론이 의심의 눈초리로 날 바라봤다.

“딱 봐도 자기 발에 걸려서 넘어졌더구먼. 달려가는데 휘청거렸잖아.”

노련한 용병의 눈은 못 속이는지 렌은 정확하게 집어냈다.

“그...그래도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던데?”

렌과 카론은 그저 입꼬리만 올릴 뿐이었다.

대놓고 놀리는 것보다 저런게 더 민망한데...

그 뒤로는 무난했다.

두 번째 나왔을 때도 긴장이 되긴 했지만, 처음보다는 아니었고 세 번째에는 긴장이 안 됐다.

이제 남은 건 결승이었다.

“무난하게 우승할 것 같은데?”

결승날 밤.

나는 거만한 자세로 누워서 말했다.

자신감이 뿜뿜한 상태.

누가 나를 막을 것이냐!

“그렇게 후우... 쉽지 않을 거야.”

“나도 후우... 그렇게 생각해.”

카론과 렌은 내가 알려준 푸쉬업을 하면서 대답했다.

오늘은 밖에서 비가 와 훈련을 못 한다고 아쉬워하길래 한국에서 유행했던 푸쉬업이라든지 스쿼트 등등 운동 방법들을 알려줬다.

그랬더니 좋다고 방 안에서 훈련하기 시작했다.

아마 지구에서 살았으면 매일 헬스장 다니는 헬창이 되지 않았을까?

“왜 우승이 쉽지 않다는 거야?”

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을 해봐. 그렇게 쉬운 일을 적이 심장에 맹세하는 걸 미끼로 널 끌어들였겠어?”

맞는 말이다.

그런데 상대방은 내가 싸우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결승전 상대는 어떤 것 같아?”

“음 잘 모르겠네.”

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대로 싸운 것 같지도 않고.”

내 결승전 상대는 협객 같은 느낌의 사내였다.

검을 가볍게 쓰고 전력을 기울인다는 느낌은 아니긴 했다.

하지만 상대들을 쉽게 이긴 건 또 아니었다.

나는 속전속결로 경기를 치렀지만 그는 적당히 끌면서 싸웠다.

그리고 상대방이 정확한 틈이 나오면 그 틈을 파고들어 베어냈다.

고수의 느낌은 나긴 하는데...

일단 무기를 들고 안 들고의 차이도 크다.

내가 맨손으로 칼을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신력을 사용하면 막을 수는 있다.

흐음...

“렌 내일 너클 좀 빌려줄 수 있어?”

나는 렌의 너클을 빌려서 막는 방법을 선택했다.

“너가 나보다 손이 작아서 살짝 클 텐데 괜찮아?”

렌은 그런 말을 하면서 너클을 넘겨줬다.

그녀의 말대로 살짝 큰 듯했지만 그렇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렌의 장비도 찼겠다. 이거 무조건 우승인데?”

내가 그런 말을 하자 렌은 불안한 얼굴을 했다.

“로에나... 그거 주문 제작 한거 거든? 망가트리면 안 된다.”

“에이 빌린 건데 당연히 소중히 다루지.”

렌은 못 믿겠다는 얼굴로 날 쳐다봤다.

에이 쇠로 만든 무기를 내가 실수로 부수겠어?

나는 렌을 보며 방긋 웃었다.

“어여쁜 미모를 가지고 있지만, 실력은 살벌하다! 로에나!!!”

사회자가 나를 소개하자 환호성이 들렸다.

나는 그 환호성을 들으며 손을 흔들었다.

팬 서비스.

“그 상대는! 단 한 번의 위기 상황도 없었다! 용병 등록 후 산속에서 수련을 하고 나온 검객! 키쟌!!!”

키쟌이라고 불린 사내가 출구에서 나왔다.

가까이서 그 사람을 보니 젊은 사람은 아니었다.

한 40대? 높게 보면 50대 정도는 되어 보였다.

얼굴에 주름도 있고 새치도 희끗희끗 보였다.

“허허 어린 소녀가 이런 곳에 나오다니. 이 아저씨는 소녀를 베는 취미가 없어요. 항복하시죠.”

키쟌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저도 노인을 때리는 취미가 없어요. 항복하세요.”

나도 그대로 받아쳤다.

“껄껄껄 재밌는 분이군요. 베어드리죠.”

아저씨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그 아저씨의 검은 다른 사람들의 평범한 검보다 길어 보였다.

그리고 얇았다.

긴 검은 다루기 힘들다고 들었지만, 주먹질을 하는 나에게는 그리 좋은 상대가 아니다.

길이 자체가 차이 나기 때문에 파고들기가 힘들다.

하지만 파고들 수 있다면 긴 검은 날 대응하기 힘들다.

눈치 싸움.

저 아저씨는 계속 나와 거리를 두려고 할거고 나는 계속 파고 들어야한다.

“그럼 결승전 시작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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