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30화 (30/138)

〈 30화 〉 #29 결승전

* * *

거리.

거리라는 건 참 애매하다.

“로엔 그렇게 싸우면 안 되지.”

“에? 왜? 거리를 좁히면서 싸워야 한다면서.”

모의전을 하고 있던 도중 페르세스가 싸움을 멈췄다.

“음... 설명하기 좀 애매한데...”

“페르세스의 키가 나보다 크니까 난 계속 파고들어야 되는 거 아니야?”

“어떤 면에서는 맞는데 어떤 면에서는 틀리지.”

무슨 소리지?

페르세스의 말이 분명 맞기는 할 텐데...

이론적인 면을 설명하려고 하면 페르세스는 정확하게 말해주지 못했다.

페르세스는 무언가 생각났는데 손뼉을 쳤다.

“이게 내가 활이나 마법 같은 원거리 기술이라면 빠르게 파고드는 게 맞긴 하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다면 나도 널 공격하지 못하잖아.”

“그건 맞네?”

“그러니까 파고드는 것도 타이밍에 맞춰서 파고들어야지 무작정 들어온다면 네가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맞을 수도 있는 거지.”

사회자의 말이 울리자 상대방은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굳이 상대방에게 가까이 가지 않고 거리를 두었다.

그는 내 모습을 보더니 내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기회다.’

이번엔 내가 가만히 있자 달려오던 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그는 자리에서 멈추고 웃기 시작했다.

“껄껄껄 상대할 줄 아는 구만.”

뭐야...

나는 당연히 저 사람이 달려들 줄 알았다.

무기 자체가 우위인 쪽이 유리한 싸움이니까.

그 유리함은 자만심을 초래한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으면 있을수록 더 큰 자만심을...

그 자만심은 나를 빨리 끝내려고 달려드는 행동을 만들게 된다.

그래서 내가 노렸던 건 달려드는 상대방의 속도를 이용해서 더 빠르게 달려들려고 했었다..

그는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지금까지는 애송이들밖에 없었는데 넌 제대로 싸울 줄 아는 놈이야.”

갑작스러운 칭찬에 기분은 좋았다.

그것도 잠시였다.

상대방의 분위기가 바뀌는 걸 느꼈다.

아까와 다르게 여유로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검을 오른쪽 어깨 쪽으로 들고 자세를 낮췄다.

검 끝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좁은 보폭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파고들면 당한다.

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배우지 못했는데...

난 다가오는 상대의 보폭에 맞춰 뒤로 물러났다.

‘파고드는 수밖에 없나?’

계속 이렇게 뒷걸음질치며 피한다면 이 상황을 유지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건 승리.

어차피 도망가봐야 승부가 나지 않으니 한 번 부딪혀 봐야 상대할 방법을 알 것 같았다.

상대가 오른쪽 어깨 쪽으로 들고 있으니 왼쪽으로 파고드는 게 상대방에게 더 큰 동작을 요구할 것 같았다.

나는 상대방 왼쪽으로 파고들었다.

‘왼쪽으로 내려친다.'

속도를 줄이고 왼쪽 발에 힘을 줬다.

허리를 굽혀 베는 검을 피하는 동시에 오른발을 올려 그의 머리를 노렸다.

뒷돌려차기.

그러자 그 또한 내려치는 동작과 함께 몸에 무게를 실어 내 발차기를 피했다.

곧장 그는 검을 끌어올려 나를 베려고 했다.

­창!

나는 렌의 너클로 그 검을 막았다.

그는 막은 나를 힘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나한테 힘으로 덤벼?

나는 너클로 검을 밀고 그의 얼굴을 노렸다.

“윽!”

그는 힘으로 나에게 밀리자 당황했는지 약간의 신음을 냈다.

그리고 달려드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당한다.’

그의 눈을 보고 든 생각이었다.

분명 내가 달려드는 상황인데 상대방의 눈은 승리를 보고 있었다.

나는 달려드는 속도를 줄였다.

그는 밀려난 검을 버리고 나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속도를 줄인 덕분에 발차기를 팔로 막아 살살 맞을 수 있었다.

“끄아앗...”

나는 옆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냥 맞을 때보다 살살 맞았던 거지 굉장히 아팠다.

­철푸덕.

아파할 시간은 없었다.

그는 바로 검을 주워 나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원했던 상황대로.

이 상황은 자만심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자만심을 갖지 않는 상대이기에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할 것을 노렸다.

나는 씨익 웃고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일어나 달려드는 나를 보고 당황하여 검을 내려쳤다.

하지만 나는 콜로세움에서 하나 배운 것이 있었다.

머리를 잘 쓰면 이길 수 있다는 거.

물리적으로.

첫 번째 싸웠던 상대는 얼굴에 내 머리를 맞고 코가 함몰되었다고 들었다.

너무 미안하고 불쌍했지만, 콜로세움에서 다친 상처는 합의 하에 다친 상처이기 때문에 본인이 치료 부담을 해야 했다.

뭐 그 사람은 돈이 많은지 큰 신전에 가서 대충 치료받은 것 같지만...

어쨌든 거기서 나는 배웠다.

머리는 무기라는 것을.

사람은 칼로 내려찍을 때 팔을 쭉 뻗고 내려찍는다.

그러므로 칼집과 어깨까지는 안전공간.

나는 달리다가 땅을 박차고 미사일처럼 그의 배 쪽으로 달려들었다.

“끄억!!!!”

그가 달려들던 속도와 내가 달려드는 속도가 합쳐지니 상대방은 엄청난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그는 저 멀리까지 굴러갔다.

머리에서 드는 촉감은 좀 끔찍했지만 그래도!!!

이...이겼다!

이게 임기응변?

나 사실 전투의 천재?

입꼬리가 올라간다.

“으흐...흐흐흐흐.”

내가 웃자 관객의 환호성이 들렸다.

“와!!!!!!!!”

“첫 번째 경기도 의도된거였냐구!!!”

“우효!!!!!!!!!”

이런 소리들이 들리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할 것 같았다.

세...세레모니라도 해야 하나?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크윽...”

그는 검을 지팡이처럼 사용해서 몸을 일으켰다.

고통을 느끼면서도 검을 놓치지 않았던게 신기했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멈췄다.

그는 다시 나에게 검을 겨눴다.

너무 많이 다친 것 같은데...

여기서 더 공격한다면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 될 것 같았지만, 끝까지 제대로 상대하는 게 상대방에 대한 예의 같아 보였다.

나는 마지막 한 방을 날리러 그에게 달려갔다.

달려가던 중 그의 검을 봤는데 검의 모습이 이상했다.

분명 철이었던 검이 붉은색으로 물들어있었다.

“피의 참격.”

그는 작게 말하고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붉은색 기운이 나에게 날라 왔다.

멈출 수 없다.

방심했다.

나는 이판사판이라는 마음으로 너클을 이용해 기운을 막았다.

철이 갈리는 소리가 났지만 막지는 못했다.

나는 검격을 맞으며 날아가 버렸다.

몸에 베인 것 같은 상처가 났다.

“쿨럭...”

이런 고통 처음인데.

다행히 너클로 막아서 급소는 맞지 않았지만, 배에 가로로 베인 상처가 났다.

상처를 감상할 시간은 없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고통을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움직이니까 더 큰 고통이 찾아왔다.

“으윽...”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자리에 섰다.

그리고 상대방을 바라봤다.

다음 공격은...!

­철푸덕.

어?

상대는 자리에 잠깐 서 있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

“로...로에나의 승리입니다!!!!!!!!!!!!!!!!!!”

““와!!!!!!!!!!!””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하지만 고통 때문에 세레머니고 기쁨이고 모르겠고 빨리 치료하고 싶었다.

나는 그대로 대기실에 들어갔다.

그러자 안내원이 들어가는 나에게 말했다.

“로에나님 잠깐 치료받으시고 시상식이 있습니다.”

시...시상식?

빨리 집에 돌아가서 신력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싶은데?

“저... 그거 그냥 보물만 받고 안 하면 안 될까요...?”

내가 배를 감싸며 안내원에게 물었다.

“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시상식도 콜로세움 이벤트에 포함된 일이라서요.”

안내원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알겠습니다.”

나는 콜로세움에 있는 치료사들에게 치료받고 시상대에 올랐다.

그러자 내 앞에서 영주가 나타났다.

영주는 그냥 평범하게 생긴 아저씨였다.

뭔가 특이한 점도 없는 아저씨.

“흠흠... 우승 축하하네.”

영주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영주와 악수를 한 후 뒤에서 어떤 검을 가져왔다.

“오늘 줄 보물은 던전에서 찾은 검일세.”

그는 나에게 검을 건네줬다.

안 그래도 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완전 이득이잖아!

그 검은 마침 나와 잘 어울리는 하늘색 검이었다.

내 기운하고 똑같은 색이네!

기분이 좋았지만 다시 배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끄으..."

나는 영주에게서 검을 받고 시상대에서 내려왔다.

그렇게 콜로세움은 막을 내렸다.

“아이고 아파라...”

나는 배를 쥐어 잡고 콜로세움을 나왔다.

선수 출입구로 나오자 그 앞에는 렌과 카론이 서 있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브이를 들었다.

“히히... 이겼다.”

“갑자기 박치기하는 것 보고 깜짝 놀랐어.”

카론이 웃으면서 나를 부축해줬다.

“하하... 운이 좋았지.”

렌은 내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최고다. 로에나.”

“히히...”

아 맞다 너클.

...

아까 분명 치료받을 때까지는 가지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때 너클을 벗어 옆에 나뒀었다.

“카...카론. 다시 들어가야 돼!”

“어? 왜?”

“너클...너클 놓고 나왔어!”

“...뭐?”

렌의 눈빛이 바뀌었다.

“이...잃어버린거 아냐!! 나 어디 있는지 알아!!! 잠시 두고 온 거야!”

그렇게 카론의 부축을 받으며 치료사들이 있던 장소로 갔다.

방은 아주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고 아무도, 아무것도 없었다.

“...”

“검 팔자.”

렌의 말에 난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