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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32화 (32/138)

〈 32화 〉 #31 사람이 사라지는 숲

* * *

“오늘 날씨 좋네~”

새벽 이슬이 나뭇잎에 맺혀있다.

저 멀리 동이 트는 게 보였다.

“슬슬 추워지는 것 같은데?”

겨울 냄새가 났다.

차가운 공기가 코로 들어와 코 속이 간지러웠다.

코로 들어온 깨끗하고 시원한 공기가 폐로 들어와 온몸에 퍼졌다.

“졸려...”

렌은 눈을 비비며 천천히 걸어왔다.

우리가 이 새벽부터 뭘 하고 있는가 하면...

“너 돈 버는 거에 왜 우리까지 참여해야 해...”

“내...내가 돈 버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실종된다? 이거 딱 봐도 광신도 짓 같잖아!”

“그럼 돈은 나눠 갖는 거야?”

“그...그건.”

우리는 더 이상 리케에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다른 도시로 가려 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장소를 정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정처 없이 돌아다니기엔 광신도를 막는다는 목적성이 흐려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다른 도시로 그냥 이동하기엔 시간이 좀 아까운 것 같아서 용병 길드에서 호위 임무라도 하면서 이동하려고 했다.

렌의 너클 값을 벌어야 해서는 절대 절대 아니다.

우리가 임무를 찾던 도중 용병 길드 게시판 구석에 있는 의심쩍은 임무를 하나 발견했다.

그 임무의 이름은 사람이 사라지는 숲.

그 숲 근처에 간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렌의 말대로라면 그냥 미신에 속는 사람일 확률이 크다고 했지만 뭔가 구릿한 냄새가 났다.

나의 의견으로 그 임무를 받았다.

그 숲은 옆 도시와 리케 사이에 있는 숲이어서 옆 도시로 가기에도 편했다.

그렇게 우린 새벽부터 길에 나섰다.

숲 조사를 하고 옆 도시까지 가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걸어야 했다.

옆 도시와 그리 먼 게 아니라서 하루 꼬박 걸으면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린 새벽부터 차가운 공기를 맡으며 도시에서 나왔다.

중간에 숲이 있는 거 말고는 그리 험한 길이 아니었다.

숲 또한 약간 길을 벗어나야 있는 거지 도시로 바로 가는 길이라면 저녁쯤 도착할 수 있다.

“여기가 숲인가?”

점심을 먹고 어느 정도 걷자 숲이 나왔다.

음침해 보이지는 않는데?

“별거 아닐 확률이 커. 그 의뢰 개인 의뢰였잖아. 진짜 제대로 된 실종 사건이었으면 영주가 맡았겠지. 왜 개인이 의뢰했겠어.”

“그런가...?”

“일단 더 들어가 보자.”

카론은 앞장서서 숲에 들어갔다.

“...!”

숲에 들어가자 숲 밖의 기운과 정말 달랐다.

아주 진한 광신의 기운이 숲 전체에 뿌려져 있었다.

“이거 제대로 찾은 거 같은데?”

“내가 말했잖아! 구린내가 난다고!”

“너 아주 개 코네.”

렌은 나를 보며 감탄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흠흠!”

우리는 숲을 뒤지기 시작했다.

숲에서 나온 거는...

나무... 풀... 토끼... 사슴...

“광신도는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숲을 다 뒤져봐도 건물은 무슨 사람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기운이 이렇게 퍼져있는데?

“이거 계속 돌아다니다가는 해가 지겠는데?”

슬슬 해가 저물어갔다.

“어떡하지? 야영할까?”

“그게 좋겠다. 여기가 광신도들이 있는 곳인데 굳이 옆 마을로 갈 필요가 없잖아.”

우리는 자리를 잡고 불을 피웠다.

“그럼 불침번은 로에나 다음 나, 카론 순이야.”

“로에나 저번처럼 자면 안 된다.”

“...안 잘게.”

그 둘은 피곤했는지 잠깐 동안 떠들지도 않고 잠들어 버렸다.

­타닥 타닥.

모닥불이 타오르는 소리만 들렸다.

이러면 심심한데...

나는 나뭇가지에 불을 붙여 그 불을 가지고 놀았다.

“...옛날에 이런 장난 많이 쳤었는데.”

놀이터에서 라이터를 가지고 마른 나뭇가지에 불을 붙여 장난치는 짓.

집에 가면 두들겨 맞거나 욕설만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집에 늦게 들어갔다.

늦게 들어온다고 맞긴 했지만, 어차피 일찍 왔어도 일찍 왔다고 맞았겠지...

“뭐 다 지난 일이니까...”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내가 장난치고 있었던 나뭇가지의 불이 그 바람과 함께 꺼졌다.

광신의 기운이 강해진다...

주변에 떠돌던 광신의 기운이 점점 짙어짐을 느꼈다.

“카론! 렌! 일어나 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모닥불이 켜져 있어 주변은 잘 보였지만 아무도 없었다.

“카론! 렌!”

둘 다 미동도 없었다.

뭐야?

나는 카론에게 다가가서 카론을 흔들었다.

“으... 제발... 그만...”

뭐지?

흔들어도 카론은 잠꼬대만 할 뿐 일어나지 않았다.

뭔가에 당한 건가?

나는 혹시 몰라서 카론에게 신력을 넣었다.

어느 정도 표정이 편해진 것 같았다.

렌은?

“렌! 렌!”

“으... 하지 마세요! 제발...”

렌 또한 그랬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바스락 바스락

“누구냐!”

소리가 들린 쪽을 봤다.

“뭐야 아직 일어나 있는 사람이 있네?”

후드!

이제 저 후드를 보니 반가울 정도였다.

진한 기운의 근원이 저 녀석이었나?

그 사람에게서 스물 스물 기운이 퍼져 나왔다.

“너도 잠들어라.”

갑자기 몸속에서 광신의 기운이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숲에 들어왔을 때부터 당하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눈앞이 점점 흐려졌다.

“하...”

나는 정신이 들었다.

이런 상황 정말 싫은데...

주위를 둘러보니 이게 무슨 일인지 익숙한 풍경이었다.

이... 이 촉감은?

나는 손바닥으로 내가 누워있던 곳을 눌렀다.

기적과 같은 푹신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내 방이잖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공격받아서 죽은 건가?

신계에서 유희를 즐기던 신의 육체는 그냥 사람의 육체다.

죽을 수도 있다.

신력을 이용해서 강한 육체를 만들 수도 있긴 한데 인과율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편이다.

필요할 때만 육체를 강화하는 게 인과율 위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이 아니라 강한 사람이 될 뿐이 되니까...

나는 상황을 알기 위해 에레보스의 집무실로 가려고 했다.

“이동시켜주세요!”

잠잠...

“이...이동시켜주세요!”

“부탁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나는 걸어서 내 방을 나왔다.

내 방에서 가장 가까운 페르세스의 집무실로 향했다.

“페르세스...?”

아무도 없었다.

하긴 페르세스는 바쁘니까...

“카리온?”

“엘로아!”

“에레보스...”

그렇게 마신의 건물을 돌아다니는 동안 어떤 천사도 어떤 신도 만나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지...”

이렇게 아무도 없을 수 있나?

­쾅!!!!!

어디선가 폭발음이 울렸다.

나는 바로 창가로 가서 밖을 보니 연기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그곳은 페르세스가 처음으로 나에게 신력을 알려줬던 신의 정원이었다.

달려서 그곳으로 향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환각인가?’

신력이 나오지도 않고 언령도 반응하지 않는 걸 보면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일단 상황을 보기 위해 호수로 향하자 끔찍한 장면을 보았다.

호수 중앙에는 내가 봤던 광신이 있고 그 주위로 십자가가 꽂혀 있었다.

그 십자가에는 신들이 묶여있었다.

주변은 불타고 있었고 천사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환...환각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

나는 내 볼을 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광신을 보자 붉은색 안광이 내 쪽을 향했다.

“오랜만이군.”

끔찍한 목소리에 저번에 느꼈던 공포가 밀려들어 왔다.

다리가 떨리고 소름이 끼쳤지만 정신줄을 잡았다.

“너 같은 환상에 난 지지 않아.”

“환상...? 하하하하하하하!!!”

“이게 환상인 것 같아? 로엔?”

...카리온.

카리온은 웃으면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광신도들이 입고 있던 후드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다른 마신들도 서 있었다.

모두 같은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건 환상이다.

이건 환각이다.

“순진한 녀석 하나가 갑자기 나타나서 운이 좋았지.”

에레보스가 미소를 지었다.

내가 알던 에레보스의 푸근한 미소가 아닌 비열해 보이는 웃음이었다.

페르세스가 검을 꺼내 나에게 다가왔다.

“죽여주마.”

“아니 적합한 사람이 따로 있다.”

광신이 페르세스를 말렸다.

그러더니 마신들 옆에 검은 포탈이 하나 열렸다.

...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싸가지 없는 새끼 애비를 봐도 인사를 안 하는 거냐?”

“...아버지.”

아버지였다.

지구에 있을 때의 아버지.

“...풉.”

나는 웃음이 나왔다.

“웃어? 이 쓰레기 새끼가 키워줬더니...”

“야!!!!!!!! 환상 만든 놈!!!! 보고 있냐!”

나는 하늘에 대고 소리쳤다.

“미친 건가?”

엘로아가 내 모습을 보고 말했다.

“나 안 통하니까 꺼내줘!!!!!!!!!”

이게 통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사실 광신과 마신들이 나왔을 때까지는 멘탈이 흔들릴 뻔 했지만, 아버지가 나오자 웃음이 나왔다.

“저 시발 새끼가!!!”

아버지가 손에 각목을 들고 내 쪽으로 왔다.

각목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잘 보니 나를 죽였던 각목과 같아 보였다.

그 각목을 나에게 휘둘렀다.

“야 안 통한다고.”

나는 그 각목을 피했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는 신계에 있으면서 하나 후회했던 게 있었다.

내가 죽기 전에 했던 반항이 겨우 친구 때렸다고 말대꾸 한 번 한 거라는 것이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얼굴을 온 힘을 다해 때렸다.

아버지... 아니 그 쓰레기는 내 주먹을 맞고 옆으로 날아갔다.

백 년 묵은 체중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어후! 속 시원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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