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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35화 (35/138)

〈 35화 〉 #34 귀족 꼬맹이

* * *

정리하자면 이렇다.

사람들을 미치게 한 광기로 신을 소환.

광기는 사람의 감각을 극대화해서 만든다.

소환이라고 하기엔 좀 다른 것 같았다.

광기를 강하게 해서 광신에게 넘길 수록 광신의 힘이 강해져서 봉인이 풀리는 듯한 원리였다.

그럼... 처음에 만났던 종파는 촉각, 두 번째 만났던 종파는 미각, 이번엔 시각.

“그럼 그 종파엔 의미가 있어?”

“각 종파엔 신관장들이 있습니다... 저 같은 신관은 그 신관장들의 능력을 빌릴 뿐이죠.”

얘 같은 경우는 환각이나 그 이상한 존재들을 만들었던 기술인가?

생각해보니 환각에서 고통이나 다른 감각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저 끔찍한 상황을 보고만 있을 뿐.

“그건 흥미롭네.”

“그...그런가요!”

왕눈이는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걸 느끼고 기뻐했다.

“그럼 거기 귀족 아저씨는?”

렌이 귀족의 입을 막던 걸 풀어줬다.

“저...저는 저 종교에 가담하고 있는 귀족들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오 강한 패를 들고 나오는데~

“그래 말해봐.”

그는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나는 검을 들고 그에게 갔다.

“말 안 하게?”

고민되겠지.

말 안 해도 죽고, 말한다면 귀족들에게 죽겠지.

나는 그 귀족에게 속삭였다.

신이 하는 악마의 속삭임!

“너 그거 말하면 귀족들한테 죽을 것 같아서 그렇지? 근데 그거 말 안 하면 바로 죽어~”

그러자 귀족의 눈동자가 엄청나게 흔들렸다.

“말...말 하겠습니다.”

그는 침을 삼켰다.

“고위 귀족에는 크리...윽...억......읍...”

갑자기 그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눈이 충혈되고 피를 토한다.

“카론!”

내가 소리치기 전에 카론은 달려와서 그를 치료했다.

하지만 귀족은 피를 토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살...살려줘...”

“뭐야?”

내가 카론에게 묻자 카론은 짧게 대답했다.

“저주.”

저주라...

배신자 방지용인가...

“그만해.”

내가 말하자 카론은 치료하던 걸 멈췄다.

“제발...제발 살려주세요.”

“너가 그 집단에 참여한 걸 후회해.”

그리고 그는 죽어갔다.

‘지옥에서 반성하고 다음 삶은 좋은 삶을 살길 바란다...’

“그...그럼 내가 이긴 거지? 쟤가 죽었으니까 내가 이긴 거잖아!”

불쾌하다.

지금 앞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저런 말이 나오는 건가?

물론 자신의 생명이 달려있다고는 하지만...

“아니 귀족 아저씨 쪽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어.”

“뭐...?”

“아니면 더 말할 거 있어?”

내가 묻자 그는 분노했다.

“이 썩을 창년이!!!! 어차피 살려줄 생각이 없지? 나의 신께서 너를 저주할 것이다. 널 갈기갈기 찢어서 지...!”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화살이 그의 머리를 뚫었다.

“듣지 마. 미친 신 아래 미친놈 밖에 없겠지.”

우리는 몰래 경비대 건물 밖으로 나왔다.

“뭐 일단 결정 난 것 같네.”

“수도로 가는 거지?”

나의 말에 카론이 답했다.

“여기서 수도는 머니까 중간 중간 어떤 도시에 들릴지 생각해두고 가야 돼.”

그렇게 우리는 수도로 갈 준비를 시작했다.

아무 소리도 없는 정적인 공간.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사제장님.”

그 공간 끝에는 어떤 여자가 의자에 거만하게 앉아있다.

그녀는 사제복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옷에는 후드가 달려있어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드에는 구멍이 있는지 후드 위에 있는 토끼 귀가 쫑긋거렸다.

“무슨 일이지?”

“1차원 리엔에서 저주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뭐 배신자가 나왔나 보지. 문제 있나?”

그녀는 귀찮다는 듯 팔에 턱을 괴었다.

“계속 광신도를 추적하는 이들입니다. 이리나를 보내긴 했지만...”

“이리나? 그 새끼한테 큰일 맡기지 말라니까... 그 녀석들이 누군데?”

“복수의 신? 무슨 그런 신의 교황이라고 합니다.”

“무슨 신? 그냥 사이비 종교 아니야? 내가 알기론 그런 신은 없는데.”

그녀는 한숨을 푹 내뱉었다.

“신 새끼들이 귀찮게 구는 것도 짜증 나는데... 뭐 일단 알았어 한 번 듣고 있어 볼게.”

“감사합니다.”

그 남성은 자리에서 사라졌다.

“들어볼까.”

그녀는 귀를 쫑긋거렸다.

“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후후... 새로운 신이 유희 나온 건가? 좋은 먹잇감이 생겼는데?”

그녀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겨울옷 많이 사. 수도 쪽은 여기보다 더 추워. 곧 겨울이 되니까 따뜻한 옷 많이 사야 돼.”

우리는 도시에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사기 시작했다.

이번 의뢰에 성공했더니 의뢰인이 너무 고맙다면서 돈을 두둑히 줬다.

원래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상단을 운영한다는 소리를 듣고 냉큼 돈을 받았다.

덕분에 렌의 너클을 살 돈도 모았다.

다행이야...

나는 안심이 돼서 내 검을 볼에 비볐다.

“넌 내가 지켜줄게.”

“뭐하냐...”

내가 이런 행동만 하면 카론에게 들켜...

“흠흠.”

나는 다시 검을 허리에 차고 성문 쪽으로 향했다.

렌은 너클을 사고 성문 앞으로 오기로 했다.

...

1시간이 흘렀다.

“왜 이리 안 오지?”

미리 너클을 주문해놨던 것이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걸릴만한 일이 아니었다.

“로에나 길에서 나와.”

저쪽에서 마차 한 대가 왔다.

그 옆에는 말을 타고 있는 기사 한 명이 같이 왔다.

카론은 나를 당겨 길에서 비키게 했다.

그런데 그 마차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엉?”

“자네들이 로에나와카론인가?”

옆에 말을 타고 있던 기사가 우리에게 물었다.

뭐야 우리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어!

귀족 죽인게 들켰나?

사실 우리가 죽인 건 아니긴 했지만 죽게 유도한 건 맞으니...

나는 일단 솔직하게 대답했다.

잡으려고 하면 도망가지 뭐.

“네 맞는데요?”

마차의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렌과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페나와 비슷한 나이 정도로 보였고 금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싸가지가 없어 보이는 얼굴.

전형적인 도련님처럼 보였다.

“하하... 로에나... 카론...”

렌은 어색하게 웃음 지었다.

“뭐...뭐야?”

왜 갑자기 귀족 마차에서 렌이 나오는 거야...

“내가 의뢰받아왔어. 가는 길이 비슷하긴 하더라고...”

“이들이 렌의 동료야?”

그 소년이 우리를 봤다.

“렌 같이 듬직하지는 못하네. 뭐 렌만 있으면 되니까!”

그 소년은 건방진 눈으로 우리를 봤다가 렌을 보면서 웃었다.

렌은 마차에서 내려 우리 쪽으로 왔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길 잃고 돌아다니는 소년이 양아치들한테 끌려가길래 도와줬는데...”

나랑 만났을 때랑 똑같네...

그게 렌답긴 하지.

“알고 보니 귀족 자제분이라서 날 고용하겠다는 거야... 안 하겠다고 했는데 자꾸 귀찮게 굴어서 그냥 받았어. 우리랑 가는 길이 비슷하더라고. 중간쯤까지 호위해주기로 했어.”

“그래서 저 소년이 누군데.”

“리케르도 백작의 외동아들.”

“리케르도?”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카론이 말해줬다.

“중앙 귀족에 명문가야. ”

높은 귀족의 자제 분인가 보다...

저런 사람들이 요청하는 의뢰를 안 받았다가는 더 귀찮아 지겠네...

뭐 호의로 요청하는 호위니 나쁠 것은 없겠지.

우리랑 헤어지더라도 렌은 용병일을 해야할 텐데 이름을 알리기에도 좋고.

“뭐 받았는데 어떡해. 돈이나 벌자.”

나는 그냥 털털하게 넘겼다.

어차피 일어난 일 따져봐야 뭐하겠는가.

감정만 상할 뿐이지.

“그럼 갈까?”

렌은 다시 마차에 탔다.

나도 뒤따라 마차에 타려고 하자 기사와 소년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넌 왜 타?”

“에?”

“호위 안 해?”

렌은 어색하게 웃고 있었고 뒤에서 카론은 고개를 숙이고 모른 척 하고 있었다.

“해...해야죠! 마차에 위험한 게 없나 살펴본 거에요!”

나는 손을 휘저으며 둘러댔다.

렌은 한숨을 푹 쉬었다.

사실 렌이 안에 있는데 위험한게 없나 살펴본다고 하다니...

바보! 멍청이!

“렌 얘는 좀 멍청한 거 같은데?”

“뭐?”

발끈.

콩알만 한 자식이...

그러자 내 뒤에 기사가 왔다.

“슬슬 출발하지?”

으으...

“네...”

나는 마차에서 내렸다.

“바보야... 거길 왜 타. 딱 봐도 렌 만 특별 취급하고 있잖아.”

“으... 몰랐지.”

페나 때는 내가 호위였는데도 마차에 탔잖아!

그 변태 남작 때도 타라고 그랬고!

솔직히 햇갈릴만 하지 않아?

내가 실수한 건 맞지만...

그래도...

“저 콩알만 한 자식 한 대 쥐어박고 싶은데?”

“쥐어박고 한 5년 정도 도망 다니고 싶으면 그러던가.”

그렇게 우리는 도시를 떠났다.

뭐 마차가 있으니 짐 같은 걸 전부 싣고 갈 수 있어서 편하긴 했다.

나와 카론이 떠들고 있으면 뒤에서 기사가 눈치 주는 거 빼고는...

해가 슬슬 저물어 갔다.

풀벌레들의 울음소리도 들리고...

기사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괜찮아 보이는 평지를 찾았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하도록 하지.”

그러고 보니 저 사람 이름이 뭐지?

계속 기사님이라고 부를 수는 없고.

“기사님은 이름이 뭐에요?”

나는 기사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그래도 한동안 같이 다닐 텐데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루디엄 벨이다. 그냥 벨이라고 불러라.”

벨... 짧고 좋네.

“알았어. 벨!”

“미쳤냐?”

카론이 내 뒤통수를 때렸다.

“알...알았습니다. 벨님...”

장난! 이 정도 장난은 칠 수 있잖아!

하지만 꾸겨진 기사의 표정을 보니 아닌가 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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