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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36화 (36/138)

〈 36화 〉 #35 딱 대 이 자식아.

* * *

“야 비실이!”

꼬맹이가 누군가를 불렀다.

비실이?

비실이라고 불릴 사람이 있나?

“대답 안 해?”

꼬맹이가 말하자 난 누구지 싶은 마음으로 카론과 벨을 쳐다봤다.

벨과 카론이 나를 빤히 바라봤다.

나?

나야?

“저요?”

“그래 너.”

꼬맹이가 나를 그렇게 부르자 렌이 어쩔 줄 몰라했다.

나에게 미안한 감정이 절실히 느껴질 정도였다.

왜 내가 비실이야?

“왜요?”

“재밌는 것 좀 해 봐. 심심하잖아.”

이... 콩알만 한 자식이...

장유유서라는 개념이 절실히 필요한 세계인 것 같다.

재밌는 거라...

나는 그 꼬맹이에게 한 방 먹여주기로 했다.

싸가지 확실하게 고쳐줘야 겠군.

“그럼 저랑 놀이 하나 하실래요?”

“놀이?”

“가위바위보라는 놀이에요.”

“그게 뭐야.”

나는 그 꼬맹이에게 가위바위보를 알려줬다.

가위바위보를 이긴 사람이 딱밤을 때리는 형식으로.

꼬맹이는 내 설명을 흥미롭게 들었다.

카론하고 렌도 주위에 앉아 내 말을 듣는데 재밌어 보인다는 반응이었다.

겨우 가위 바위 보로 그런 반응을 보이자 살짝 민망하긴 했지만 꼬맹이를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이었던 것 같았다.

“그거 재밌겠네. 나랑 하자.”

후후...

내가 힘이 약한 줄 알고 있겠지.

내가 벨의 눈치를 살짝 봤다.

벨도 별 반응을 안하는 게 해도 될 것 같았다.

딱봐도 여자애가 때려봤자 얼마나 강하겠어? 라는 생각이겠지?

“그럼 가위 바위 보!”

내가 구령을 외쳤다.

꼬맹이는 찌, 나는 빠.

오히려 좋아.

원래 도박꾼들이 호구를 잡을 때 일부러 잃어주곤 한다.

그래야 호구가 의심 없이 더 도박에 빠져드니까.

“히히 이마 대.”

꼬맹이가 내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딱

“의외로 때리는 것도 어렵네.”

꼬맹이의 딱밤이 아파봤자 얼마나 아프겠는가.

하지만 나는 달랐다.

친구들과 단련된 나의 딱밤 실력.

친구들끼리 할 것 없을 때 굉장히 많이 해봤었다.

“그럼 다시 가위 바위 보!”

나는 묵, 꼬맹이는 찌.

딱 대 이 자식아.

“때려도 되겠습니까?”

“그래! 놀이니까!”

다시 벨의 눈치를 봤다.

벨도 어차피 놀이라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럼 때립니다.”

이런 꼬맹이를 때리는데 굳이 신력을 쓸 필요도 없었다.

나는 엄지로 중지를 꾸욱 누르고 왼손으로 오른손 팔목을 잡아 정확하게 조준했다.

­빡!!!!

나이스샷.

오랜만에 해봤는데도 실력이 죽지 않았는지 중지의 타격감이 좋았다.

착 감기는 느낌.

“으아아악!”

꼬맹이는 이마를 부여잡고 뒹굴뒹굴 굴렀다.

“풉...”

카론도 그 모습을 보고 통쾌했는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저 자식...!”

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 벨 가만히 있어.”

꼬맹이가 벨을 멈췄다.

“도련님!”

“내가 이겨서 저 비실이를 울려볼 테니까.”

의외로 승부욕이 있나 보다.

하지만 승부욕 가지고는 이길 수 있는 게임은 아니었다.

때리는 강도도 다르고 가위 바위 보를 별 생각 없이 하는 사람은 보통 패턴이 있다.

몇 번 하다 보니 그 꼬맹이의 패턴을 알아버렸다.

‘이번엔 한 대 맞아줄까...’

“가위 바위 보!”

하필 꼬맹이는 이번에 패턴을 바꿨다.

또 나의 승리.

진정한 남자는 여자나 어린아이를 상대할 때도 전력을 기울이는 법.

“이마 대세요.”

­빡!!!

“으아아앙!!!”

결국 6대 만에 꼬맹이는 울음을 터트려버렸다.

벨은 바로 꼬맹이를 달래러 갔고 나는 의기양양하게 카론 옆으로 걸어왔다.

“좀 봐주지 그랬냐.”

“사자는 사냥을 할 때 언제나 최선을 다 해.”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꼬맹이의 이마에 혹이 나 있었다.

렌하고 벨이 열심히 달래줘서 별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우리는 야영에 펼쳐놨던 짐들을 챙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꼬맹이가 내 옆으로 왔다.

“야 나중에 한 번 더 해.”

승부욕은 높게 사주겠다.

하지만 벨의 눈초리가 하지 말라는 눈이었다.

한 번 더해서 빅 엿을 선사해주고 싶었는데...

더 못한다면...

나는 꼬맹이 귀에다가 작게 속삭였다.

“좆밥이랑은 안 해.”

“...!!!!!!!!!”

내가 뒤돌아서 가자 꼬맹이는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했다.

승리 후 승부를 하지 않는 방법.

나는 정신면 까지 승리를 거두며 입꼬리를 올렸다.

“로에나 미안.”

오늘은 렌도 마차에서 내려 우리와 함께 걸어갔다.

“아냐~ 난 지금 속이 후련해.”

뭐 갚아 줄 거 전부 갚아줬다고 생각한다.

멘탈이 깨져서 마차 안에 조용히 있는 꼬맹이를 보니 만족스러웠다.

“그럼 다행이긴 한데...”

나는 그런 렌에게 밝게 웃어줬다.

렌도 그 웃음을 보더니 미안한 게 조금 가셨는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서로 웃으면서 길을 가다 보니 이상한 기척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도 느꼈는지 주변을 경계했다.

기척이 크지 않은 것을 보니 사람 같았다.

수가 좀 많네.

“렌은 마차를 지키고 나머지는 주변을 경계한다.”

벨이 우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렌은 마차 문 쪽으로 갔다.

우리의 움직임이 이상하자 적은 기척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다.’

“공격!!!”

풀 숲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얼굴을 가리고 무장을 한 사람들.

도적인가.

나와 카론은 마차 뒤쪽을 지키고 벨과 렌이 마차 옆쪽을 지켰다.

다행히도 훈련되지 않은 도적들이어서 굉장히 약했다.

또 지휘하는 사람조차 없는지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많았다.

우리의 강한 모습을 보자 도적들은 겁에 질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냥 인원수가 적어서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위험을 느낄 정도도 안되네.

“...끝났어?”

마차 안에서 꼬맹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끝났습니다.”

벨이 그 말에 대답했다.

“그럼 나 화장실 좀 갈래.”

어...

우리는 벨의 눈치를 봤다.

이제 막 정리된 상태이다.

분명 도적들이 도망가긴 했지만, 동료를 이끌고 다시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도련님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벨도 그 상황을 잘 알고 있겠지.

“왜? 끝났다면서.”

꼬맹이가 마차의 창문을 열었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고...”

“니네가 지켜주면 되잖아!”

“알겠습니다...”

벨은 한숨을 푹 쉬었다.

저 사람도 고생이 많네.

벨은 도련님을 데리고 풀숲으로 들어갔다.

“너희는 주변을 지켜라.”

나는 꼬맹이와 살짝 떨어진 거리에서 가만히 서있었다.

“이거 왠지 도적 떼 다시 올 거 같은데.”

영화 같은 곳에서 고구마 먹기 좋은 상황.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서 뭔가 우리 쪽으로 오는 소리가 났다.

­우직끈 와드득

생각보다 큰 발걸음 소리.

“곰?”

3m는 되어 보이는데.

곰 모양을 한 마물인가.

­크아아앙!!!

“하하하! 죽어라!!!”

옆에는 이상한 가죽들로 된 옷을 입고 있는 남성이 있었다.

비스트 마스터 뭐 그런 거야?

곰이 나에게 앞발을 휘둘렀다.

­쾅!

“오우.”

나는 뒤로 살짝 물러나 그 공격을 피했다.

그랬더니 옆의 나무를 쳐서 큰 소리가 났다.

저거 평범한 사람한테는 맞으면 즉사겠는데?

“무슨 일이냐!”

벨이 내 쪽을 봤다.

“고...곰?”

“곰곰! 공격해라 하하하!!!”

이름이 곰곰이야?

귀엽네.

산적 같이 생긴 사람이 지어준 이름이 곰곰이라니...

“으...으악!!!”

꼬맹이가 멀리서 곰의 모습을 보더니 소리 질렀다.

에이 귀찮게.

나 혼자서 상대한다면 편한데 꼬맹이가 있네.

바로 끝내야 되겠다.

“벨! 꼬맹이 보호해!”

“알겠다!”

벨은 꼬맹이를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베...벨! 비실이가!”

뭐야 나 걱정해주는 거야?

생각보다 순수한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다시 곰이 나에게 공격을 하려고 앞발을 올렸다.

“곰곰! 공격해!!”

­크아앙!

나는 신체 강화를 한 뒤 곰의 머리 쪽으로 점프했다.

“으어??”

내가 곰의 머리 위쪽으로 가자 비스트 마스터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내가 이렇게 달려들 줄 몰랐던 건가?

나는 중지에 신력을 담았다.

그리고 중지를 엄지로 쭈욱 당겼다.

딱밤을 때리기 전에 드는 이 느낌.

이거 제대로인데?

그리고 정확히 곰의 코를 조준했다.

­빡!!!!!!!!!!

엄청난 소리를 내며 곰의 몸이 뒤로 쓰러졌다.

코에서는 피가 쭈욱 쏟아졌다.

“...”

지칭어를 바꿔야겠네.

비스트 마스터라고 부르기엔 옆에 있는 동물이 너무 초라하게 쓰러졌다.

그냥 사육사 수준이 맞을 것 같다.

“쉽네.”

사육사는 멍하니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더니 뒤돌아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야 멈춰라.”

멈칫.

의외로 말을 잘 듣는지 자리에서 멈췄다.

“살려는 줄 테니까 일로 와.”

“넵.”

“벨 얘 어떻게 할까?”

“어...어?”

벨은 내가 부르자 당황하며 대답했다.

“크흠. 일단 이야기라도 들어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그 옆을 보자 주저앉아있는 꼬맹이가 보였다.

그런데 나를 보는 눈이 이상했다.

반짝이는 눈.

꼬맹이가 벌떡 일어났다.

“이제 비실이라고 안 부를게! 너 진짜 강하구나!”

그 눈빛은 동경!

마치 어릴 때 히어로를 만난 어린애 같아 보였다.

“너 우리 집 기사나 전속 용병 같은 거 할 생각 없어? 렌도 같이. 돈도 두둑히 줄게.”

“없는데?”

“그래! 그럼... 안 한다고?”

“응 안 할 건데?”

내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저 남자애도 내가 고용해줄게!”

“안 할 건데?”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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