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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37화 (37/138)

〈 37화 〉 #36 복수의 의미.

* * *

“로에나 내 부하 하라니까?”

“싫어.”

곰 사건 다음부터 꼬맹이는 계속 나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자기 부하 하라던지 자신이 고용하겠다던지 이런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내 답은 계속 같았다.

거절.

내가 그걸 왜 해?

황제가 와서 하라고 해도 안 한다.

내가 높은 직위 일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카론과 함께 여행하는 게 100배는 보람 있었다.

진짜 제대로 일을 하고 싶다면 신의 일을 하는게 훨씬 유익하지.

“마을이 보이네.”

렌이 가리키는 곳을 봤다.

작은 마을이네.

“그럼 2일 뒤 8시에 성문 앞에서 모이도록 하지.”

“로에나 잘 생각해보고 일 할지 말지 결정해.”

벨과 꼬맹이는 영주의 초대가 있어 영주 저택으로 간다고 한다.

굳이 우리가 따라갈 이유는 없었기에 잠깐 흩어졌다가 모이기로 했다.

우리는 작은 숙소를 찾아 그곳에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한 아주머니가 우리를 반겼다.

"방 하나 주세요."

나는 당연하듯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하나?"

“근데 돈도 어느 정도 있는데 방을 같이 써야 해?”

렌이 나와 카론에게 말했다.

“응? 그럼 렌은 따로 쓸래?”

“아니 그게 아니잖아. 카론이 문제지.”

나와 카론은 고개를 갸웃했다.

카론이 왜 문제지?

“카론 너 뭐 잘못했어?”

“아니? 내가 왜?”

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남자랑 여자 둘이랑 같은 방 쓰는 게 맞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고.”

남자...아!

“음... 그래도 카론은 어리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카론은 지금 15살 정도 됐지만 어릴 때 잘 못 먹어서 그런가 겉으로 보기엔 그냥 소년처럼 보였다.

요즘 키가 큰 거 같기도 하긴 한데...

“일단 방 두 개 잡는 걸로 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문란해 보이니까.”

“넹...”

우리는 방을 두 개 잡고 거리로 나왔다.

한산한 거리.

평온한 하루.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요즘 매일 바쁜 생활을 해서 그런가...

날씨도 맑은 게 따스한 햇볕이 우리를 감쌌다.

­땅땅땅!

그런 평온한 거리에 망치 소리가 크게 들렸다.

공사 소리.

“시끄럽네...”

카론도 나와 같이 평온함을 즐기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불편한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엥?””

그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곳을 봤더니 우리 둘은 같이 의문을 표했다.

건물을 짓고 있는 게 아니라 리모델링을 하고 있었는데 문에 있는 문양이...

“신전?”

내 신전이었다.

문에 떡하니 검에 뱀이 감싸고 있는 문양이 있었다.

카론이 나를 봤다.

“나...나도 몰라.”

뜬금없이 내 신전이 세워지고 있다고?

카론도 나도 아무런 행동을 하고 있지 않았는데 처음 오는 도시에 신전이?

사칭인가?사칭이라고 하기도 웃긴 게 유명한 신들 사칭을 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사이비 종교를 세우지 왜 내 신전이야?

나는 공사 인부에게 다가갔다.

“이 건물 무슨 건물인가요?”

망치질을 하고 있던 인부가 망치질을 멈추고 나를 봤다.

“신전인데, 그 무슨 신이었지? 나도 처음 들어본 신이라서 기억이 잘 안 나는 걸?”

사람들이 처음 들어본 신.

매일 우리가 나를 소개할 때 듣는 말.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내 신전 맞는데?

“원래 신전 짓는 건 교황이나 높은 신관들이 결정하는 거 아니야?”

렌이 카론에게 작게 말했다.

“맞...맞는데?”

우리가 건물 앞을 서성거리고 있자 건물 안에서 한 사람이 나왔다.

신관 복을 입고 있는 한 여성이었다.

“손님이신가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 비단결 같은 은발.

작지 않은 키에 오밀조밀하게 이쁜 이목구비.

그리고 흉악할 정도의 바스트.

내가 사람의 가슴을 뚫어지라 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크기가 크기인 만큼 눈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신관이신가요?”

“네~ 복수의 여신이신 로엔님을 모시고 있는 리아라고 합니다.”

다소곳 손을 모으며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

그녀의 손등에 내 문양이 있었다.

“저 죄송한데...”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머.”

그리고 그녀의 손등을 때 밀 듯 비벼보았다.

그린 것도 아닌데?

“로에나...”

렌은 그런 나의 뒷덜미를 잡고 떼어냈다.

“하하...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후후...”

카론은 나와 그녀를 번갈아 보더니 턱을 만졌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누가 신인지...”

카론...!

내...내가 너의 신이야!

그렇지만 그녀가 더 신 같아 보이는 건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나도 신이라고 하면 누님 같고 온화한 분위기를 상상하기는 하는데...

카리온과 페르세스도 그런 분위기와는 다르잖아!

엘로아의 분위기는 비슷하긴 한데 외형이 다르고!

“저 잠깐 들어가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이야기라도 들어봐야겠어.

문양을 그 신만 줄 수 있는 게 아니긴 했다.

내 담당 천사가 줄 수도 있다.

그런데 난 내 담당 천사의 얼굴도 본 적이 없는데...

시킨 일도 없고.

“네 들어오세요.”

그녀는 신전 안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 안에는 아직 공사 중이었다.

그녀는 공사장소를 지나 어떤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들어가 보니 그 방은 원래 쓰던 방인지 잘 꾸며져 있었다.

아마 응접실? 그런 용도로 쓰는 방인 것 같았다.

우리는 테이블을 중앙으로 앉았다.

“저희가 복수의 신님에 대해 궁금해서 이야기 좀 들을 수 있을까요?”

내가 하고 싶던 말을 카론이 정리해서 물었다.

“로엔님은 새로 탄생하신 신으로서 에레보스님과 같은 마신이고 자애로우신 신님이십니다. 가혹하고 험한 시련을 내리시는 다른 마신 분들과 다르게 사랑으로 품어주시는 분이죠.”

내가 그런다고?

누구도 사랑으로 품어준 적 없는 거 같은데...

사람들을 구하고 다니기는 한다만...

내가 무슨 소리지 하면서 갸웃갸웃하고 있자 카론도 동감한다는 표정이었다.

나의 행적은... 광신도 패고... 부패 귀족 패고... 계속 사람 패고 다녔던 거 같은데...

“혹시 그런 이야기는 누구한테 들으셨죠?”

“저가 문양을 받을 때 들었습니다. 아! 로엔님이 직접 말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굉장히 겸손하신 분이라고 들었어요.”

본인이 자애로운 신이라고 말하는 건 좀 이상하긴 하지.

“그럼 누구한테 들으신 거죠...? 천사라든지?”

내가 묻자 리아는 놀란 얼굴을 했다.

“신앙심이 깊으신 분인가 보네요! 잘 알고 계시네요. 그런데 저는 천사분께 받은 게 아니라 로엔님의 대리신? 그런 분께 받았어요.”

“대리신이요?”

“네~ 이걸 말해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아는 곤란한 듯 볼을 손으로 매만졌다.

우리가 궁금하다는 얼굴을 하자 그녀는 미소를 짓고 말을 이어나갔다.

“저가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집에서 울고 있을 때 문양을 받았어요.”

“남자친구한테 배신이요?”

“바람이죠.”

아...

“저가 울고 있자 어떤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로엔님의 대리자라고 칭하며 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었죠.”

리아는 그때를 회상하는지 눈을 감았다.

“소녀의 목소리였지만 중후한 느낌이 있어 위엄있는 목소리였죠.”

소녀와 중후함?

안 어울리는 두 단어였지만 한 명이 생각나는 단어였다.

엘로아!

엘로아가 내 직무 대리를 하고 있구나!

100년 동안 유희 기간을 지내고 있는 동안 다른 신들이 대리를 해준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신도가 생기면 생길수록 일이 생기니까.

대리신을 하고 있는 동안 문양도 줄 수 있나보구나!

“그리고 저에게 임무를 내려주셨어요. 도시에 신전을 짓고 신도를 늘리라는 말이었어요.”

“그게 언제였죠?”

“음~ 아마 보름 전이었나요?”

그 때쯤이면... 내가 광신을 만나고 며칠 후네?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신도 만드는 걸 도와주려고 했나 보다.

안 그래도 광신에 집중하고 있어 원래 목적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엘로아가 도와주고 있었구나!

“정말 그때는 그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갈까도 생각하고 상대방 여자에게 나쁜 짓을 할까도 생각했어요.”

리아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그 표정을 보자 우리도 덩달아 표정이 안 좋아졌다.

“아!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하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리아는 방긋 웃었다.

“그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저가 행복하게 사는 거라고 대리자분이 말씀해주셨거든요. 저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고요.”

그 말을 들으니 나도 가르침을 받는 느낌이었다.

복수의 해석 방법.

나는 복수를 너무 일차원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상대방을 죽이고 갚아주는 복수.

나는 카론을 봤다.

카론도 느끼는 게 있다 보다.

상대방을 몰살시키고 절망시키는 게 복수의 끝이 아니다.

진정한 복수는 그 사람보다 내가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그 사람이 나에게 피해를 주고 이득을 취했다고 하더라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런 피해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더 행복해지는 삶.

그렇다고 일차원적인 복수를 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일차원적인 복수가 없다면 상대방도 배우는게 없을 테니.

상대방도 자신이 나쁜 짓을 하면 돌아오는 부매랑에 맞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어야 그런 짓을 안 하지 않겠는가.

.

나는 사실 카론에 대한 걱정이 마음속 한구석에 있었다.

광신도들을 전부 처리하면 그가 목표를 잃는 게 아닌가.

복수 후 허탈해지는 게 아닌가.

하지만 이 소리를 카론과 같이 듣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론의 목표가 사람들을 구하고 그 사람들과 같이 행복해지는 삶을 사는 게 될 수 있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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