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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39화 (39/138)

〈 39화 〉 #38 축제

* * *

“그동안 고마웠다.”

벨과 나는 악수를 했다.

“로에나 생각이 바뀐다면 리케르도 가문에 꼭 찾아와!”

렌과 약속했던 장소까지 도착했다.

이들도 결국엔 수도가 도착점이긴 했지만 여러 도시를 들려야 했기 때문에 따로 가기로 했다.

우린 목적이 있으니까.

“로에나 나도 너의 실력에 관심이 많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루디엄 가문에도 한 번 들려다오.”

그래도 같이 있던 동료라고 은근 정이 들었나 보다.

“알았어 벨!”

“벨님이라고 불러라.”

처음 내가 반말했을 때와 다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꼬맹이는 이름이 뭐야? 리케르도는 가문 명이잖아.”

벨의 이름은 알아놓고 꼬맹이의 이름을 안 물어봤었네.

“난 리케르도 룬이야. 나중에 꼭 한 번 우리 가문에 찾아와! 엄청난 대우를 해줄 테니까!”

“그래! 나중에 보자!”

우리는 그들과 헤어졌다.

“역시 사람이 추가되는 건 별다른 감흥을 못 느끼는 데 없으니까 허전하네.”

내 옆에서 계속 조잘대던 꼬맹이, 아니 룬이 없으니 많이 조용해진 느낌이다.

“그런 데 있으면 귀찮잖아.”

"흐음...그건 맞지.”

그렇게 담소를 나누다 보니 성이 보였다.

“여기가 하르모니아 성인가?”

하르모니아 성.

남쪽에서 수도로 가려면 들려야 하는 성으로 들리지 않고 가려면 험한 산을 넘거나 빙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이 성의 별명은 제국의 방패.

과거에 마물들이나 다른 왕국들이 제국을 공격하려고 할 때 이 성을 못 뚫고 멸망한 사례가 많다.

“지금 아마 축제를 하고 있을 거야.”

“축제?”

“이제 가을이 다 지나겠으니 신께 수확물 일부를 바치면서 다음 년에도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지.”

“축제가 커?”

“엄청 크지. 이 축제를 구경하러 다른 성들에서도 많이 오는 편이야. 유명한 축제니까.”

엄청 기대되는데?축제라는 건 말만 들어봤지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

한국이 축제 문화가 발달하여 있던 것도 아니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갈 환경이 되었던 것도 아니고.

내가 대학이라도 갔으면 대학교 축제라도 즐겨봤을 텐데.

뭐 이미 지난 일이니까.

우리가 성에 들어가니 성 안에서는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노점상들이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고 인부들이 사다리를 타고 등불을 설치하고 있었다.

쭉 들어가 보니 영지의 저택인지 큰 건물이 있었다.

건물이 외형이 정말 예뻤지만 제일 눈에 띄는 건 온 마을 사람들을 전부 볼 수 있게 만들어진 큰 테라스였다.

마치 공주님이 그 자리에 나와 손을 흔들 것 같은 테라스.

그리고 그 테라스 아래에 나무로 만들어진 제단이 준비되어 있었다.

“저 나무로 만들어진 제단에 수확물 일부를 넣고 태우는 거야.”

“오오...”

그런데 테라스 아래서 나무를 태우면 테라스에 있는 사람이 연기를 잔뜩 먹을 것 같은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그럼 여기서 이제 결정할 때야.”

“결정?”

렌과 카론이 멈췄다.

“축제. 보고 갈 거야?”

“엉?”

당연히 보는 거 아니었어?

“우리 목표는 빠르게 수도에 가는 거잖아.”

맞긴 하는데...

“보면... 안될까?”

“그래 구경 좀 하다가 가자!”

렌은 그 대답을 원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든단 말이지.”

렌과 나는 축제를 구경할 생각에 들떴는데 카론만 혼자서 심각한 얼굴을 했다.

“카론 무슨 문제 있어?”

“아냐 그냥 뭔가 싸한 느낌이 들어서.”

싸한 느낌?

광신도인가?

신력을 펼쳐 주변을 봤지만, 광신도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뭐 별일 없겠지.

우리는 숙소를 잡고 거리로 나왔다.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소리.

분명 밤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거리에 나와 있었다.

꼬치를 들고 다니면서 먹는 사람.

마법으로 쇼를 하는 사람.

장신구를 팔고 있는 사람.

등등.

많은 사람이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아까 인부들이 달아놓은 등불 덕분에 거리는 대낮만큼 밝았다.

붉은빛들이 거리를 비춰 사람들의 가슴을 더 뜨겁게 해주는 듯했다.

그 덕분에 신나는 축제 분위기가 더 뜨겁게 느껴졌다.

“와 사람 진짜 많다...”

나와 카론은 촌놈들 마냥 입을 벌리고 주변을 구경했다.

“사람 많으니까 길 잃지 않게 조심하고.”

““네.””

우리는 유치원생 마냥 렌에게 착 달라붙은 뒤 주변을 구경했다.

아까 봤던 테라스 쪽으로 갔더니 쌓아놨던 나무들을 태우고 그 주변에서 사람들이 춤추고 있었다.

오오...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장면.

로맨스 주인공들이 이런 곳에서 춤추겠지...

나랑 카론은 사람들이 춤추고 있는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리고 포장해온 꼬치를 꺼내 들어 입에 물었다.

“저기 누가 나오는데?”

우물우물.

어떤 아저씨의 말에 사람들은 위를 쳐다봤다.

위를 보니 테라스에 누군가 나오고 있었다.

중절모를 쓰고 남자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긴 생머리를 한 여성이었다.

특이하게 중절모에 토끼 귀가 쫑긋하고 나와 있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올 것 같은 모습?

어디선가 툭 하고 떨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주변과 어울리는 모습.

정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토끼 같네.

회중시계만 있으면 딱 그 토끼인데.

그 토끼 수인은 테라스의 난간에 기대더니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엉?”

우리한테 손 흔드는 거 맞지?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리 봐도 우리한테 손 흔드는 거 같은데?

나는 입에 꼬치를 물고 어색하게 손을 살짝 들어 그 사람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우리... 맞지?”

카론도 테라스를 보고 있었다.

“누군지 알아?”

“모르는데?”

“근데 왜 손 흔드는 거지?”

우리 셋은 그 사람을 빤히 올려봤다.

­잘들 놀고 계신가요??

어?

우리의 귀에 어떤 소리가 울렸다.

전언을 날리는 건가?

하지만 나한테만 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카론과 렌에게도 들렸는지 귀를 잡고 나를 봤다.

또 주변 사람들도 전부 귀를 잡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렇게 재밌는 축제 동안 저가 더 재밌게 해드리려고 왔습니다.

두 번째 전언을 듣자마자 하나를 깨달았다.

광신의 기운.

전언이 들릴 때마다 테라스에 있는 사람에게 광신의 기운이 나온다.

“먼저 칠까?”

카론이 나에게 물었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일단 좀 지켜보자.”

­제가 준비한 것은 한 사람을 잡는 겁니다!

사람?

­그 사람은 로에나라는 사람인데요! 은발에 청안을 한 미소녀입니다! 그런 사람은 지금 이 도시에 한 명밖에 없습니다!

그 말을 하자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에게 주목되었다.

뭐? 나?

나를 알아?

­잡는다면 테라스 앞에 와서 저에게 소리쳐주세요! 저는 테라스 위에 있겠습니다! 잡는다면 보상으로 1000골드를 드리도록 하죠.

1000....1000골드???????

가만히 앉아서 불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한두 명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시작합니다!!!

그 소리가 들리자 하늘 위로 폭죽이 쏴졌다.

불꽃놀이가 시작했다.

하늘에 수 놓은 듯한 불꽃들이 퍼졌다.

그와 동시에...

“도망가!!!!”

카론의 외침이 들렸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꼬치를 내던지고 뛰기 시작했다.

넓게 퍼지는 불꽃과 다르게 사람들이 내 주위로 모이기 시작했다.

“잡아라!!!”

“으아!! 뭐야!!!!”

우리 셋은 냅다 뛰기 시작했다.

뒤에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따라왔다.

그리고 뛰는 우리를 보면 볼수록 따라오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는 게 느껴졌다.

“바인드(Bind)!!!”

바닥에서 검은 손이 나와서 내 다리를 잡았다.

윽!!! 마법도 써?

나는 신체 강화를 해서 힘으로 검은 손을 뿌리쳤다.

“잡았다!!”

그러자 우리 앞에 갑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나타나서 앞을 막았다.

“렌! 카론!”

나는 바인드에 잡혀서 약간 뒤처졌기에 카론과 렌이 앞으로 뛰쳐나가 그 사람을 후려쳤다.

“억!!!”

분명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둘은 강해졌는지 갑옷에 금을 내며 그 사람을 날려버렸다.

“가자!!”

“쫓아라!!”

으!!!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로에나 골목으로!!!”

그렇지.

저쪽은 쪽수가 너무 많다.

평범한 시민들일 텐데 공격을 할 수도 없다.

골목쪽으로 들어가서 숨어야 된다.

카론은 달리다가 옆에 있는 노점에서 뭔가를 가지고 뛰기 시작했다.

“카...카론! 그거 도둑질!!”

“그게 중요해? 빨리 이거 입어!!”

카론은 뛰면서 나에게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로브를 건내줬다.

나는 그걸 둘러서 머리색이 보이지 않도록 숨겼다.

­저도 하루 종일 기다릴 수는 없으니 시간은 제단의 불이 꺼질 때까지로 하겠습니다!

“어디 갔어!!!”

“방금 로브를 입는 걸 봤어! 로브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사람을 찾아!”

으... 그걸 또 봤네.

어?

카론은 로브를 두 개 챙겼는지 본인도 로브를 입었다.

“내가 시선을 끌게 일단 빠져나가서 모습을 숨겨.”

“카론!”

“괜찮아 어차피 난 잡혀도 아무 것도 없으니까. 렌하고 같이 모습을 숨기고 있어.”

카론은 좀 이따 보자는 말과 함께 골목에서 뛰쳐 나갔다.

“저기 로브를 입은 사람이 있다!!!”

사람들은 카론을 보고 쫓기 시작했다.

“별 일 없겠지...”

“카론도 약하지 않으니까 도망갈 수 있을 거야.”

렌과 난 골목에서 나왔다.

“어디로 가야... 어!”

우리가 골목에서 나와 길을 가다가 반가운 그림을 봤다.

어떻게 보면 반갑긴 한데...

들어가기 좀 꺼리기도 하는...

“비의 신전이네?”

엄청나게 작은 건물.

초라해 보이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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