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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42화 (42/138)

〈 42화 〉 #41 수성전

* * *

고요함.

그 고요함 속에는 많은 게 담겨있었다.

누군가는 긴장을 담았고 누군가는 의문을 담았다.

많은 중장비들과 병사들이 서 있는 성벽 위.

그와 비교되게 성문 앞에는 적은 없었다.

아니 적이라고 하면 기다림이 우리의 적일 것이다.

“만월인가...”

침 삼키는 소리조차 크게 들릴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늘에 만월이 보였다.

그녀가 말했던 만월이 하늘 위에 오르고 있다.

마치 우리가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 같이 달빛이 우리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줬다.

과연 비극의 주인공이 될지 영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 여성이 나에게 와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로에나님 준비하라고 하신 것 전부 준비했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그녀는 나의 담당 천사인 로젤리아.

내가 기도를 하자 바로 나를 찾아왔다.

나의 기운을 닮은 듯한 하늘색 머리를 하고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내가 전투를 준비하라고 하자 어디선가 갑옷을 가져왔긴 했지만...

지금은 날개와 천사의 링을 숨기고 있었다.

나중에 그녀의 흰 날개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지금은 싸움이 먼저였다.

“언제 오는 거야...”

엘리시는 내 옆에 쪼그려 앉아 볼멘소리를 냈다.

뭐 나도 같은 생각이긴 했지만...

지휘관 급인 댁이 그런 말을 하면 안되지...

­댕... 댕....

어디선가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그 종소리와 함께 구름에 가려져 있던 만월이 모든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 종소리가 끝날 때쯤 하나의 소리가 울렸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익!!!!!!!!!!!!

마치 피리 소리? 아니 그런 감성적인 소리는 아니었다.

차라리 칼로 철을 긁는 소리에 가까웠다.

“으... 뭐야!”

병사들은 그 소리에 귀를 막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 소리가 멈췄다.

“온다...”

나의 혼잣말과 동시에 성 자체가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성이 울리는게 아니라 땅이 울리는 거였지만...

저 멀리에 모래 폭풍이 오는 것 같은 무리가 보였다.

엄청난 크기의 코뿔소들.

­크워어어어어어어!!!!!!!!!!!

100마리가 넘는 코뿔소 마물들이 성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크기가 성문 크기보다 약간 작은 정도였다.

­땅땅땅땅!!!

“적이다!!!!!!!!!!”

“막아라!!!!!!!!!!!!!!!”

주위에 퍼져있는 지휘관들이 종을 울리고 소리 질렀다.

저대로 문에 박게 한다면 손도 못 써보고 패배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런 준비를 안 한 것은 아니었다.

다수의 사람이 있다 보니 마물에 대한 지식들도 많았다.

저런 마물이 올 거라는 건 예상한 바가 있다.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백전불패.

우리의 무기들과 공격 올 거 같다고 예상되는 마물들을 체크해 둬서 대응책을 준비해뒀다.

예상하지 못한 적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전부 대응할 수 있다.

그것보다 토끼 자식은 어디 있지?

“벽을 쌓아라!!!! 병기들을 준비해라!!!”

“파이어 월(Fire wall)!!!"

"어쓰 월(Earth wall)!!!"

마법사들이 마법으로 벽을 쌓았다.

평지였던 전장에 마법으로 만들어진 벽들이 세워졌다.

그리고 병사들은 엄청난 크기의 석궁 비슷한 걸 성벽에 올렸다.

그에 맞는 화살은 평범한 화살이 아니었다.

철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창이었다.

“쏴라!!!!!!!”

그 창들은 날아가서 코뿔소들에게 박혔다.

앞에 있는 코뿔소들이 그 창을 맞고 쓰러지자 뒤에 있는 코뿔소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지 못하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파놓은 참호들이 슬슬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흙으로 가려놨었기에 그들은 예측하지 못하고 참호에 빠졌다.

몇몇 코뿔소들은 참호에 빠지기도 하고 몇몇들은 자기 동료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또한 마법사가 세운 벽들에 막혀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야말로 혼미백산 상태가 되었다.

“하...하늘에!!!”

어떤 병사의 외침에 하늘을 보자 리비아... 그 토끼 새끼가 보였다.

그 토끼는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넌 나랑 놀아야지. 플라이.”

나는 그 토끼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검을 휘두르자 들고 있던 지팡이로 내 검을 막았다.

“너 나 이길 수 있어?”

“혼자서는 힘들 수도?”

리비아의 말에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죽어!!”

리비아의 뒤에서 엘리시가 황금색 검을 휘둘렀다.

리비아는 지팡이로 나를 밀치고 엘리시의 검을 피했다.

“둘이서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후후...”

엘리시가 못 믿음직하긴 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도움이 되겠지.

이 토끼자식은 나와 엘리시가 맡기로 했기에 토끼가 전장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히려 우리가 전장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

우리가 우리 팀에서 가장 강한 패니까.

“와이번이다!!!!!!! 마법사들 준비!!!!”

“고블린과 오크들이 몰려온다!!! 용병단 준비!!!”

동물들을 이용해 정찰하고 있던 테이머들이 크게 소리 질렀다.

“저희도 저거 막으러 가야 되는 거 아니야?”

리비아는 우리를 도발했다.

“내 친구들은 약하지 않거든.”

­뿌우우우우!!

뿔 피리 소리가 전장을 울렸다.

그러자 누군가 성문에서 뛰어내려 전장 중앙으로 걸어갔다.

“렌 파이팅!!!!!!”

그리고 페나가 목소리가 들렸다.

전장으로 걸어나가던 사람은 뒤를 돌아 페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잘 돼야 할 텐데...”

“뭐? 렌 너 혼자서 전장으로 나간다고?”

우리끼리 모여서 작전 회의 중 렌이 말도 안 되는 작전을 꺼냈다.

“응. 몸집 큰 녀석들은 감당 못해도 작은 녀석들만 오는 건 내가 막을 수 있어.”

“아무리 만월이 되면 강해진다고 해도...”

렌은 신도 아니고 영웅도 아니고 교황도 아니다.

그런 평범한 사람을 전장 중앙에 내보내라고?

그건 전장으로 내보내는 게 아니라 사지로 내모는 행동이다.

“로에나.”

렌은 나의 눈을 정확히 바라봤다.

그녀의 눈은 올곧고 의심도 없고 맑았다.

“믿어봐.”

...

“나 안 죽어.”

“그럼 안전장치를 하는 대신 나가는 걸 허락하는 건 어떨까요?”

페나는 우리 둘을 중재했다.

“안전장치?”

“저에게는 엘리시님이 주신 성물이 있거든요.”

페나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날개 모양의 브로치를 꺼냈다.

“페나! 그거 내가 너만 쓰라고 준 거잖아!”

“에이 상황이 상황인 만큼 뭐든 다 동원해야죠.”

페나는 나이도 어린데 점점 더 능글맞아지는 것 같았다.

나중에 크면 얼마나 능글맞아질지...

“그래서 그게 뭔데?”

“하루에 한 번 자신이 정해놓은 위치로 이동할 수 있어요.”

오... 엘리시 치고는 인과율도 크게 신경 안써도 되고 유용한 성물을 줬는데?

“이걸 성 안으로 지정해놓으시고 위험하면 들어오는 거죠.”

“좋아. 나도 그렇게 하면 찬성.”

“저도 찬성입니다.”

아무 말도 없던 로젤리아도 내가 동의한다는 말에 같이 동의함을 표했다.

“로젤리아한테 표를 주는 건 반칙 아니야?”

엘리시는 불만이 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선배도 천사 데리고 와요.”

“맞습니다.”

로젤리아가 또 내 편을 들자 엘리시는 화를 내며 씩씩댔다.

“난 반대! 반대! 렌은 전장에 나가지 말고 성물은 페나가 가지고 있어! 너 그거 한 번도 사용 안 했는데 남한테 바로 주면 어떡해!”

엘리시는 결사반대를 외쳤다.

그러더니 페나는 한숨을 푹 쉬더니 브로치를 자신의 팔에 대충 끼웠다.

브로치가 빛나더니 엘리시의 품으로 페나가 순간이동했다.

“됐죠! 사용했어요! 엘리시님! 이제 됐죠?”

페나는 엘리시의 품에서 애교를 부리며 눈을 빛냈다.

“으...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해.”

엘리시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었지만 페나의 애교를 보더니 사르르 녹아내려버렸다.

그리고 페나는 성공했다는 듯 나에게 엄지를 올려 보였다.

‘요즘 애들 무섭네...’

“후...”

렌은 긴장을 푸는 듯 숨을 내뱉었다.

솔직히 이들을 혼자서 전부 상대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오늘의 컨디션은 최고.

만월도 떠있고 작전들도 계획대로 되고 있다.

“나도 로엔의 동료야.”

난 로엔의 동료로 있을 때 언제나 열등감에 잡혀있을 수밖에 없었다.

교황들과 천사 그리고 신까지 있는 파티.

절대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할 동료들이다.

그런 곳에 그저 용병질이나 하고 있는 늑대 수인이라...

너무 초라하잖아.

그래도 나도 회색 늑대족에서는 수장의 딸이다.

지금은 몰살당하고 없지만 내가 수장의 딸이고 수장이 죽은 이상 이젠 내가 수장이다.

최소한 우리 동료들의 체면 구기지 않을 정도는 보여줘야 수장의 명성을 드높이지 않겠는가.

“시발 한 번 해보자고.”

렌은 뚜둑 소리를 내며 목을 풀고 만월의 기운을 받았다.

렌의 눈동자가 마치 보름달처럼 노란색이 되었다.

그리고 몸에서는 흰색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회색 머리에서 빛이 났다.

마지막으로 달의 여신 같은 모습으로 그녀의 모습이 변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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