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42 전투에서 승리하는 방법.
* * *
그런 렌의 모습은 전장의 모든 이들을 주목하게 하였다.
모두 싸우던 것도 까먹고 렌을 바라봤다.
“늑대의 수호신이여. 저희를 보호하고 적들을 말살하소서.”
렌이 주문을 외우자 렌의 몸에 늑대의 형상이 감싸졌다.
적은 그 모습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렌은 엄청난 수의 마물들이 몰려오는 쪽으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
“크와아아아아아!!!”
마물들이 멈추지 않고 울부짖으며 성 쪽으로 다가왔지만 렌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위축되지도 않았다.
발걸음에는 자신감이 담겨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갈수록 오히려 마물 쪽이 압도되었다.
마물들의 달려오는 속도가 점점 더 느려졌다.
결국에는 렌은 앞으로 가고 있는데 마물들은 자리에 멈춰 섰다.
“크으으으으!!!”
마물들이 소리로 렌을 위협했지만 렌은 멈추지 않았다.
마물들은 지성체가 아니다.
그저 힘으로 시작해서 힘으로 끝나는 존재들.
그들은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이다.
저 한 명과 우리의 무리가 싸우면 진다는 것을.
이기더라도 많은 동료의 희생이 생긴다는 것을.
동료의 죽음은 곧 자신들의 약화를 말한다.
“덤벼 이 시발새끼들아.”
렌이 마물들에게 소리치자 그들은 한 걸음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기어이 도망가는 마물들도 한 둘씩 보였다.
하지만 이대로 이 마물들을 놓아준다고 이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럼 간다...”
렌은 마물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펑!!!!!!!!!!!
렌이 주먹으로 땅을 내려치자 렌을 감싸고 있던 기운들이 마치 털처럼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마물들이 그 기운에 찔려 죽었다.
“우리도 지원사격하라!!!!!! 절대 아군이 있는 곳으로 공격하지 마라!!!! 하늘에 있는 와이번 위주로 공격하고 아군이 없는 곳을 중점으로 공격하라!!!!!!”
영주의 외침에 병사들은 정신을 차리고 렌을 돕기 시작했다.
렌은 전장을 휘저으며 마물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저 아이만 만월에 영향받는 줄 알지?”
리비아의 지팡이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우리가 막아야 한다.’
우리도 물론 리비아가 만월 때문에 더 강해질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사용하면 렌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렌이 어느 정도 마물을 줄이면 사용해야 한다.
나는 내 기운을 끌어올려 주위에 기운으로 이루어진 바늘들을 만들었다.
“가라!!!”
내 손짓에 바늘들은 모두 리비아를 노리며 다가갔다.
“에이 이런 건 안 통하지.”
리비아는 지팡이를 든 반대쪽 손으로 보호막을 만들어 내 바늘들을 막았다.
평범한 보호막이라면 뚫을 수 있었을 텐데 광신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방패 같은 보호막이었다.
“엘리시!!!”
“알고 있어!”
엘리시는 신력을 끌어모아 리비아에게 레이저처럼 쐈다.
“넌 가만히 있어.”
리비아는 슬쩍 그 레이저를 피하더니 엘리시에게 지팡이를 휘둘렀다.
“소닉밤.”
그러자 엘리시의 주변에 공기 방울 같은 게 터지듯 충격을 받았다.
“우욱...!”
그러더니 엘리시가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코와 귀 그리고 눈에서까지 피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엘리시!!!”
“다음은 너야.”
나는 검을 그녀에게 던졌다.
“검이 없으면 어떻게 공격하게?”
그녀가 지팡이로 검을 쳐냈을 때 나는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잠깐 검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지고 지팡이는 하늘을 향하고 있다.
그녀는 뒤로 물러나 나의 주먹을 피하려고 했지만...
“내가 검이 하나 같지?”
방금 던졌던 건 내 기운으로 만든 검이었다.
그리고 진짜 검을 꺼내 그녀의 배를 노렸다.
그녀는 내가 주먹으로 치려는 줄 알고 조금 물러났지만, 검으로 찌를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큭.”
그녀는 지팡이를 든 반대쪽 손에 아까 만들었던 보호막을 작게 만들어 내 검을 막았다.
그저 반응속도로 한 임기응변.
그녀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이 정도까지는 예상했다고.”
저 밑에서 하나의 빛줄기가 올라와 리비아의 등쪽을 뚫었다.
“뭐?”
그녀는 어이없는 얼굴을 하며 아래를 보니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의 엘리시가 서 있었다.
입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긴 했지만, 눈에서 나오는 살기는 주변을 얼릴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황금빛 기운들이 흘러넘쳐서 공간을 일렁이게 만들었다.
일렁이는 기운들은 엘리시에게도 영향을 끼치는지 그녀의 파랑색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있었다.
“너 방심했어.”
“실...현인가?”
리비아는 미소를 지었다.
“후후... 완벽한 실현을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네?”
그녀의 눈이 렌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렌하고는 다른 은색 눈동자로 바뀌었다.
그리고 흰자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너희만 강화할 수 있는 줄 알아?”
“아니 너도 강화하는 줄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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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내려요.”
“어?”
“리비아가 처음부터 만월로 강화하고 온다면 비를 내려서 만월을 가려요.”
“그러면 렌의 능력은 못 사용하는데?”
엘리시는 내 말에 의문을 표했다.
“렌의 능력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 녀석이 만월로 강화하면 어느 정도 능력을 낼지 예상이 안가잖아요.”
“... 근데 만월을 가리는 것만으로 그 능력을 막을 수 있어?”
“네제가 렌에게 물어봤는데 흐린 날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들었어요. 사용하더라도 큰 변화는 없고요.”
“그럼 걔가 처음부터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온다면?”
“그럼 엘리시의 실현을 쓸거에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되면 제 실현도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실현은 2개.
나와 엘리시의 실현이다.
하지만 이 실현 2개를 전부 토끼 자식에게 사용할 수 없다.
내 실현은 마물들을 막는 데 사용할 것이다.
토끼 자식이 제대로 학살하려고 한다면 처음부터 능력을 사용하겠지만, 그 자식이 우리에게 한 말대로라면 그녀는 시간 끌기.
전력을 다할 생각도 없고 자신이 당한다는 생각은 더 없다.
그녀의 상대는 초짜 마신과 신계 최약 엘리시.
지금 온 신계가 광신도와 싸우고 있어도 이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신계 최약체 2명에게 진다는 생각은 추호도 못 할 것이다.
나는 그 방심을 노릴 거다.
토끼 자식을 죽이고 마물도 전부 없애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 2개의 실현을 토끼 상대하는 데 사용한다면 마물 몰살은 실현될 수가 없다.
마물 몰살을 하더라도 희생이 크겠지.
나는 토끼 자식이 방심했을 때 큰 타격을 한 번 주고 그녀의 각성까지 봉인할 것이다.
리비아의 실수는 본인이 시간 끌기라고 말한 거다.
시간 끌기인데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싸우지는 않을 거 아니야.
무슨 최종보스 전에 ‘여긴 나에게 맡겨.’ 하는 조연도 아니고.
그 방심한 사이 타격을 입혀 빠르게 전장에서 밀어낸 후 마물만을 상대한다.
방심.
참 무서운 단어다.
고려는 방심한 사이 이성계에게 나라를 빼앗겼고.
트로이는 방심한 사이 10년이나 버틴 전쟁에서 겨우 목마 하나 때문에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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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어 자식아.”
“축복의 비!!!!!”
“렌!!!!!!!!!! 도망쳐!!!!”
나는 렌에게 소리쳤다.
엘리시는 자신의 기운을 하늘로 쐈다.
전장에서 폭파하던 회색 기운은 자신의 기운을 거두더니 전장에서 사라졌다.
똑...똑...똑.... 쏴아아아아아...
그리고 하늘에서 비가 온다.
아주 달콤한 비가.
“이 씹....쿨럭...”
리비아는 피를 토하고 빛나던 은색 눈이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왔다.
“실현.”
나의 하늘색 기운이 전장을 울렸다.
그리고 내 어깨에 두 마리의 뱀이 생겼다.
하나는 하얀색이고 하나는 검은색.
나를 상징하는 두 마리의 뱀이다.
“하아... 너 정말 짜증 나게 하는구나?”
“넌 정말 광신도 맞는구나? 광신한테도 그 소리 들었는데.”
나는 웃음을 지으며 손에 하늘색 검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겨눴다.
“페르세스류...”
“소닉 웨이브!!!!!!!”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하늘로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그러자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났다.
나는 귀가 터질 것 같았지만, 귀를 막지 않았다.
“절(?)”
그리고 베었다.
그녀가 마치 사라질 것 같은 모습을 보였기에 최대한 빠른 속도로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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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뭐야...”
엘리시는 귀를 막고 하늘을 봤다.
위에 리비아는 온데간데없고 로엔만이 검을 들고 있었다.
“로엔!!! 괜찮아?”
엘리시는 바로 로엔 뒤쪽으로 가봤다.
로엔의 검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로엔!!! 벤거야?”
엘리시의 물어도 로엔은 대답하지 않았다.
“로엔?”
다시 불러봐도 로엔은 대답하지 않았다.
“로엔!!”
엘리시는 로엔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어? 엘리시 언제 왔어?”
로엔의 손에는 검 말고 하나를 더 들고 있었다.
“팔....팔을 잘랐어?”
“어? 뭐라는 거야?”
엘리시는 자세히 보니 로엔의 귀에서 피가 나고 있는 게 보였다.
‘고막이... 나갔나?’
엘리시는 로엔의 귀에 손을 대고 치료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 로엔은 그 손을 잡고 치료를 막았다.
“지금 내가 소리가 안 들리는 것 같거든? 이건 나중에 페나에게 치료해달라고 할 테니까 기운이 남으면 마물을 막아.”
로엔은 그 말을 하고 전장으로 날아갔다.
“로엔...”
엘리시는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 고통스러울 텐데.
“후배가 저런 결정을 했는데 선배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