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44 그녀가 싸우고 있는 동안...
* * *
4번째차원 미리아.
다른 차원과 특이한 차원.
이 차원은 마법이 엄청나게 발달한 차원이다.
대마법사가 수 십 명이나 되고 은둔해서 숨어있는 마법사들까지 센다면 100명 가까이는 된다.
또 마법에 관해 연구가 많이 되어 대부분의 사람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과학이 발달한 세계보다 더 편한 문명을 가지고 있는 차원.
보통 세계는 위에 있는 사람들이 차원의 힘을 대부분 차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차원에 경우는 대체로 사람들의 수준이 높았다.
수준이라고 하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말했다.
“야 카리온. 너 중간계를 멸망시킬 뻔한 신 아니야? 왜 이리 약해?”
내가 힘을 못 내고 있는 이유이다.
차원 자체에서 가지고 있는 힘이 강해서 내가 조금만 힘을 발현하더라도 차원이 무너진다.
“하...”
내 앞에는 도끼를 들고 있는 통각의 신관장이 서 있다.
내가 계속 쫓았던 상대.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고 근육이 없어 보였지만 크기가 어느 정도 되어 보이는 도끼를 다뤘다.
로엔은 청각의 신관장을 상대하고 있다던데...
하지만 로엔을 생각해줄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실현을 사용할 수 있다면 대가리를 몇 번이고 깨줄 텐데.
나는 눈 쪽으로 흐르는 피를 닦았다.
지금 몸은 엉망진창이다.
여기저기 베이고 터진 상처들이 온몸에 있었다.
그리고 저 녀석의 능력 때문에 엄청난 고통이 몸에 들어오고 있다.
상처가 없는 곳도 고통이 있어 어디가 다쳤는 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시발 그러니까 내가 좀 도와달라니까.’
이 녀석이 4번째차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신계에 도움을 요청했다.
미리아에서는정말 섬세하게 능력을 다뤄야 한다.
힘이 넘치는 차원이었기에 힘 조절을 잘못했다간 차원이 무너져버린다.
신계는 나하고 다른 신이 여기에 같이 왔다가 차원이 무너질까 봐 내 도움을 거절했다.
알아서 해 봐.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건방진 말.
페르세스가 왜 카루아를 싫어하는지 절실히 느꼈다.
이 일 끝나면 그 새끼 때리고 징계나 받으련다.
“야 끝이야? 그럼 좀 꺼져줄래? 나 할 일이 좀 많아서.”
내가 가만히 서 있자 신관장 녀석이 손으로 가라는 듯 휘저었다.
“건방진...”
인간 주제에 신에게 말버릇이 저게 뭐야?
과거에 인간을 그냥 죽이지 말고 싹수없는 놈들만 몰살시켰어야 했는데.
나는 기운을 꺼내 검을 만들었다.
사실 나는 검을 사용하는 게 특기가 아니다.
내 특기는 소환과 창조.
야 거기서 이상한 녀석들 소환하면 안 돼.
카루아의 말 때문에 답지도 않은 육탄전을 하고 있다.
하필 신관장들 중 가장 육탄전에 자신 있는 녀석에게 육탄전으로 싸워야 된다니.
이런 육탄전.
신관장 녀석은 나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도끼는 무게가 있어서 분명 휘두른 다음 빈틈이 많다.
그 녀석이 내려치는 도끼를 피한 후 팔을 잘랐다.
하지만 분명 팔을 잘렸는데도 그 녀석은 별 반응도 없이 다른 손으로 계속 도끼를 휘둘러 나갔다.
그리고 잘린 팔의 단면에서 광신의 기운이 나오더니 다시 재생되었다.
이 상황만 수십 수백 번을 반복했다.
저 녀석은 고통도 느끼지 않고 목이 잘리고 사지가 잘려도 재생된다.
그렇다고 무식하게 싸우는 게 아니다.
틈이 보이면 그 틈을 날카롭게 노려왔다.
‘못 피한다.’
나는 검으로 내 배를 노리는 도끼를 막았다.
그 도끼도 평범한 도끼는 아닌 것 같다.
“컥...!”
도끼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내 검과 같이 내 배를 갈랐다.
다행히 몸 자체가 두 동강 나지는 않고 배에 상처를 입으며 날아갔다.
대신 꼴사납게 바닥에 굴렀다.
“시...발 이게 무슨 꼴이냐...”
먼지를 털며 일어났다.
하... 더는 못 참겠네.
오랜만에 눈이 돌아가 버렸다.
“시발 신계고 중간계고 나한테만 지랄이야?”
“뭐라는 거야?”
신관장은 도끼에 있는 피를 닦고 나에게 다시 다가왔다.
“하... 인과율이고 뭐고 시발 너의 그 싸가지 좀 고쳐줘야겠다. 내가 그런거 진짜 잘하거든.”
나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곳에 나타나라. 바알.]”
하늘에 큰 마법진이 하나가 그려졌다.
그곳에서 나오는 건 최악의 마왕이라고 불렸던 바알이었다.
마족 주제에 신에게 도전하려고 했던 마왕.
그때도 신계에서는 나를 보내서 막으라고 했지.
화가 났었지만 그래도 마계에서 일어난 일이라 지금같이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보상이 있어야 하겠다 싶어서 저 녀석을 봉인해놓고 잘 길들였다.
다른 신들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 같은 콜렉터가 저런 멋진 장식품을 놓칠 수 없었다.
아마 페르세스한테만 말해둔 것 같은데...
바알에게서 8개의 날개가 펼쳐졌다.
그 날개들은 모두 달랐다.
짝이 있는 건 검은색인 악마의 날개뿐이고 나머지 날개들은 모두 모양과 색깔이 달랐다.
이마에 큰 뿔 두 개가 나 있고 정장을 입고 있는 남성이었다.
“저 괴물은 뭐야?”
신관장은 바알을 쳐다봤다.
“바알 저 새끼 죽여.”
“알겠습니다.”
바알은 한 손에 엄청나게 큰 발톱을 세우고 신관장에게 달려들었다.
신관장은 그냥 발톱이 본인을 찌르든 말든 가만히 있었다.
푹
바알은 그러든 말든 신관장의 배를 뚫었다.
신관장이 자신의 배가 뚫리자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바알의 날개 하나를 잡았다.
“잡았네?”
그리고 도끼로 그 날개를 내려쳤다.
“윽...”
다행히 날개가 잘리지는 않았지만 너덜너덜거렸다.
바알은 발톱을 빼고 뒤로 물러났다.
“에이 아깝네. 원래 내가 벌레를 잡으면 날개부터 떼거든. 그래야 못 도망가니까.”
아 저 녀석은 내가 패고 싶긴 하네.
실현한다면 내가 직접 패줄 수도 있긴 한데 실현을 하면 차원 붕괴는 무조건이다.
아직 차원이 버티고 있는 거 보면 바알까지는 버틸만한 건가.
하지만 축이 흔들리는 건 살짝 느껴지긴 한다.
지금까지는 괜찮겠지만...
차원에 축을 흔드는 건 나와 바알만이 아니었다.
어차피 여기 차원에 있는 녀석들은 그 정도가 되지 않았지만 내 앞에 있는 저 신관장 녀석도 축이 흔들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커다란 기술을 쓰고 있지 않은데 일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몸을 치료하고 고통을 없애는 기술에 뭔가 있는 게 분명했다.
“카리온님 제대로 싸워도 되겠습니까?”
“마음대로 해.”
바알은 손에 마법진을 만들었다.
“죽어라.”
“쿨럭...”
바알이 말하자 신관장은 피를 토했다.
“죽어라.”
“흐흐...”
바알의 말에 몸이 망가지는 게 보였지만 신관장은 웃음을 흘렸다.
“너 차원 붕괴에는 관심 없냐?”
“너가 차원 붕괴는 어떻게 알고 있지?”
차원 붕괴는 신들만 알고 있는 기밀 중 기밀.
신관장은 내 말을 무시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후... 나도 이 차원에 조금 근간이 있어서 적당히 하고 있었는데. 그런 식이면 나도 못 참지.”
신관장의 눈이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에 도끼가 하나 더 생겼다.
“크르르르...”
그리고 마치 동물 같은 소리를 냈다.
“저 시발 새끼가...!”
신관장의 몸에 광신의 기운이 흘러넘친다.
그리고 축이 크게 흔들린다.
“바알! 멈춰! 차원 축이 흔들린다!”
“하지만! 지금 멈춘다면 저 녀석이 달려듭니다!”
내가 판단을 내리기 전에 차원 축이 휘어버렸다.
“이런 시발... 바알 멈춰. 일단 신계로 돌아간다.”
염려했던 대참사가 일어나버렸다.
겨우 바알이 기술 하나 사용하고 상대방이 기술 하나 사용했다고 차원이 붕괴하다니...
무슨 이런 개복치 차원이 다 있어?
우리가 물러나려고 하자 신관장의 눈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럼 잘 가~.”
그리고 신관장은 손을 흔들더니 사라져버렸다.
하...
“가자.”
그리고 나도 신계로 이동했다.
@
쾅!!!!!!!
“4...4차원이 붕괴했다고?”
“붕괴한 건 아니고 차원 축이 휘었어.”
내가 카루아에게 말해주자 카루아는 책상을 치며 일어났다.
“아...아니 무슨 짓을 했길래...”
“아무것도 안 했어. 신관장 녀석이 붕괴시킨 거나 다름없어.”
실현도 안 하고 어떻게 신 혼자서 차원을 붕괴시키겠어.
그 정도로 개복치면 차라리 그 차원에 강한 녀석들을 죽여서 차원의 힘을 조절해야지.
“차원축이 휘었다라... 하... 일단 복구라도... 아니... 일단 알았어...”
차원이 붕괴한 게 아니라 축이 휘었을 뿐이라서 복구는 가능했다.
그 차원에 사는 사람들은 좀 고통받겠지만.
내가 카루아의 집무실에서 나가려고 하자 카루아는 나를 멈추게 했다.
“카리온. 너 한동안 근신이야. 집무실에서 일만 하고 다른 곳 돌아다니는 거 금지. 다른 신 만나는 것도 금지. 처벌은 조금 숨통이 트이면 결정할게.”
“그래~ 드디어 휴가인가.”
“근신이야.”
나는 내 집무실로 돌아갔다.
아 시발.
로엔에 대해서 못 물어봤는데?
난 아차 싶은 마음에 집무실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닫힌 문이었다.
갇혔네...
@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카루아가 회의 시작을 알렸다.
처음으로 에레보스가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엘로아가 마신 대표 자리에 앉아있었다.
페르세스는 일하러 간 상태였고 카리온은 근신 중이었기에 엘로아만 자리에 앉아있었다.
“지금까지 광신들의 행적을 정리하면 청각의 신관장과 통각의 신관장, 시각의 신관장만이 모습을 드러낸 상태입니다.”
카루아가 세 가지 영상을 띄었다.
“새로 탄생한 복수의 신 로엔이 청각의 신관장을 막고 팔까지 베어내는 성과를 냈습니다. 저희가 분석한 결과 청각이라는 종파는 직접 싸우는 종파가 아닌 각 종파를 서포트 해주는 종파입니다. 싸우는 장면을 보더라도 전투력이 매우 약한 걸 볼 수 있죠.”
카루아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통각의 신관장. 이 녀석이 매우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가장 사람을 많이 죽인 종파로 힘도 매우 강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을 합니다. 그렇다고 생각 없이 행동하지는 않고 아주 용의주도합니다.”
카루아는 카리온이 싸웠던 장면을 띄웠다.
“카리온이 실현을 안 하긴 했지만, 저 정도로 밀리는 모습을 보면 제일 주목해야 하는 신관장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띄웠다.
“시각의 신관장. 이 녀석은 직접 모습을 드러낸 두 녀석과 다르게 페르세스가 직접 끄집어낸 녀석입니다. 물론 도망치기는 했지만, 페르세스가 상대라서 그런가 전투력이 약해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너무 페르세스가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바람에 능력에 대해 알 수는 없었습니다.이상입니다.”
카루아의 말이 끝나자 엘로아가 입을 열었다.
“카리온은 의도해서 저지른 일도 아니고 일의 특수성이 있지 않은가. 한 번 선처해주는 게 어떤가.”
“지금은 광신도 관련한 회의지 카리온의 처우에 대한 회의가 아니므로 기각하겠습니다.”
엘로아는 굉장히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이번엔 카루아가 엘로아에게 물었다.
“그것보다 에레보스는 아직도 아무 말 없습니까?”
“그 말도 그만하도록 하지. 에레보스가 직접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이상 우린 어떤 행동도 할 생각이 없다. 대신 로엔이 성과를 냈으니 된 거 아닌가.”
엘로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지금 상황이 상황인데 서로 이렇게 감정싸움 해봤자 좋은 게 없을 텐데요.”
“너가 우리를 배려해 줄 생각은 없는가?”
카루아와 엘로아는 서로 노려봤다.
“후... 그럼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서로의 집무실로 갔다.
어떤 응어리만을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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