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 #45 수도로 가는 길.
* * *
카론 지낼만해?
어 별일 없으니까 천천히 와. 싸우고 오는 거니까 힘들 거 아니야.
아냐 하나도 안 힘들어.
렌만 힘들지.
나는 지금 렌에게 업혀서 가고 있으니 힘들지는 않았다.
힘을 너무 많이 사용했어...
지금 내 몸은 엉망진창 그 자체였다.
페나에게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내 힘 전부가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내가 실현을 한 것에 대한 부작용이 내 몸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온 몸이 쑤시고 힘이 없다.
그래서 수도로 가다가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차라리 카론에게 치료를 받으면 내 기운이 돌아오는 거라서 더 괜찮았겠지만 페나에게 치료를 받아서 상처만 나았을 뿐이었다.
엘리시... 신력이라도 좀 주고 가지...
그냥 엘리시만 원망했다.
“으에에에....”
“가만히 좀 있어.”
“으엑!!”
렌은 나를 흔들어서 자극을 줬다.
안 그래도 몸이 쑤셨기에 작은 자극에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렌... 나 죽어...”
“에휴...”
“렌 안 힘들어?”
“힘들지... 어쩌겠어. 빨리 수도로 가야지.”
렌도 몸이 쑤실 텐데.
지금 렌은 나를 업고 가방을 앞으로 메고 갔다.
내 무게도 좀 될 텐데 가방에다가 내가 검을 차고 있어서 그 무게 또한 있다고 생각하면...
“렌...! 내가 싸움 끝나면 진짜 큰 보상을 줄게! 너가 지금 세계를 구하고 있는 거야!”
미안한 마음에 과장된 행동을 하면서 렌의 등에 얼굴을 비볐다.
“좀 가만히 있으라고!”
“으에에에엑!!!”
렌은 그런 나를 마구 흔들었다.
나...나 죽어!!!
“가다가 마차라도 보이면 좀 빌려 타자.”
“나... 돈 없어...”
내 돈은 전부 전쟁에 투자했다.
로젤리아가 성수를 가져올 때 필요한 경비들을 내 돈으로 투자했다.
안 그래도 없는 돈 전부 끌어 모아서 사용했다.
“내가 낼 테니까 타.”
“렌...!”
렌! 내가 인과율이고 뭐고 진짜 좋은 축복 줄게!
이 정도면 우리가 렌 노후 자금까지 끌어다 쓰는 게 아닌가 싶었다.
“렌! 마차 마차!”
저 멀리 마차가 오는 게 보였다.
우리가 가고 있는 길로 쭉 가면 수도밖에 존재하지 않았기에 마차를 잡기로 했다.
“저기요!! 세워주세요!!”
우리는 그 마차를 잡았다.
손을 흔들자 그 마차가 우리 앞에 섰다.
“어... 흐읍...!”
마차를 끌고 있던 마부는 나를 보고 반응을 놀란 듯한 반응을 했다.
또 저런 반응인가...
이제 내 외모를 보고 놀라는 반응이 신기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냥 렌의 어깨에 얼굴을 박았다.
“저 저희 좀 태워주실 수 있을까요? 돈은 내겠습니다.”
“아...아뇨 돈 안 내셔도 됩니다. 근데 마차 뒤가 좀 더러워서.”
“그런 거면 괜찮습니다. 수도로 가시는 거 맞죠?”
“네... 맞습니다.”
마부가 마차 뒤로 가서 짐들을 대충 밀어줬다.
“감사합니다.”
“아뇨 아뇨. 당연히 돕고 살아야죠.”
다행히 착한 사람을 만난 듯싶었다.
우리는 마차 뒤에 탔다.
그 마차 뒤에는 짚들이 엄청나게 실려있었다.
덕분에 뒤에 누웠더니 푹신한 느낌이 좋았다.
“세상에 착한 사람들이 많아서 다행이야. 헤헤.”
내가 웃자 렌은 한숨을 푹 쉬었다.
“로에나는 눈치가 너무 없어. 나중에 돈 한두 푼으로 남자한테 보쌈당할 것 같아.”
“에이 렌 장난두.”
남자한테 보쌈 당하다니 내가 페나 같은 여자아이를 보쌈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내가 눈치가 얼마나 빠른데.
이번 전투에서 내 엄청난 눈치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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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수도가 보입니다.”
마부가 우리에게 말했다.
슬슬 날도 어두워지고 있어서 딱 좋을 때 도착했다.
아마 걸어갔으면 중간에 야영했을 텐데 다행이다.
마부는 성 앞에서 우리를 내려줬다.
“정말 감사해요.”
“아...아닙니다. 저야말로 정말... 정말... 영광입니다.”
“네?”
중간에 몬스터도 안 나와서 직접 도와준 게 하나도 없었는데.
차라리 무게가 좀 더 무거워져서 늦게 도착하게 하는데 일조했다.
민폐 덩어리인데.
“저희 도시를 구해주셨잖아요.”
응?
내가... 누군지 알아?
“로에나... 이 길은 수도하고 우리가 온 하르모니아 성에서 오는 사람만 다니는 길이야.”
아...
모...모르는 게 이상한 거였구나.
“아...아뇨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건데요.”
“아닙니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졸지에 내가 감사의 인사를 받고 말았다.
"저 죄송한데..."
"네?"
"아...악수 한 번만 해볼 수 있을 까요?"
"아...네..."
내가 그에게 악수를 해주자 그는 감격이라도 먹은 듯 눈물을 찔끔 흘렸다.
"크윽... 평생 가보로 간직하겠습니다."
내가 뭘 줬길래 뭘 가보로 간직한다는 거야?
그는 나와 악수한 손을 보며 감탄을 했다.
무슨 내가 아이돌도 아니고...
"평생...평생! 이 손 씻지 않을 게요!"
"아뇨 씻으세요. 더러워요."
위생을 위해 씻어요...
@
“조심히 가세요!”
“네! 여신님도 조심히 가시길 바랍니다.”
마부는 마차에서 내려 나에게 90도로 인사했다.
그리고 먼저 마차를 끌고 수도로 들어갔다.
마차를 끄는데 나하고 악수한 손을 안 쓰는 건 기분 탓이겠지...
“렌 너 알고 있었지.”
“모르는 게 이상한 거였다니까?”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잠시만 그럼 수도로 들어가면 전부 날 알아보는 거 아니야?”
“당연하지. 영주가 수도에 보고하겠다고 했잖아. 너 지금 제국에서 제일 유명인일 걸? 어떤 식으로 소문이 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그럼 카론이 나 바보취급 할 텐데?
나는 수도에 들어가서 유명인 취급을 받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있었다.
카론의 놀림.
내가 정체를 숨기고 다니자고 했는데 내가 정체를 밝혀버렸다.
엄청 놀릴 거 같은데.
“으... 근데 난 여신이라고 밝힌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그럼 문제. 누가 범인일까?”
범인이라...
내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페나, 렌, 로젤리아 그리고...
“엘리시...”
“정답.”
정말 내 인생에 도움이 하나도... 아니 이번에 도움됐으니까 한 번만 도움되는 신이네...
렌은 주섬주섬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꺼낸 건 저번 축제 때 썼던 로브였다.
“이거 안 버렸네.”
“내가 가게에 가서 돈도 주고 왔어.”
...
나보다 더 철두철미하네.
“렌 엄청 꼼꼼한 성격이구나.”
“너가 덜렁거리니까 나라도 꼼꼼해야지.”
우리 파티의 살림꾼다운 말이었다.
나는 렌이 준 로브를 입었다.
“렌은 안 입어도 돼?”
“난 그때 모습이 변해있었잖아. 사람들이 못 알아보더라고.”
“어... 서운해?”
“아...안 서운해!”
하지만 렌의 표정이 서운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하긴 나라도 목숨 걸고 도와줬는데 본인만 못 알아보면 서운하겠다.
“내가 렌 유명인으로 만들어줄 게!”
렌 정도 외모이면 지구에서 아이돌도 가능할거야!
누님계 아이돌이면 엄청나게 잘 통할 거 같은데?
“그러지마. 제발.”
우리는 담소를 나누며 수도로 들어갔다.
카론 지금 어디야?
도착했어?
어 지금 수도야.
그럼 달빛 여관으로 와. 거기에 있으니까.
알았어.
“달빛 여관? 거기로 오라는데?”
“그래? 내가 아는 곳이야. 가자.”
렌의 안내를 받으며 여관으로 향했다.
좀 쉬었더니 걸을 만해서 업히지는 않았다.
그 여관에 들어가니 시끌벅적한 소리가 우리를 반겼다.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
활기차지만 훈훈한 분위기 같았다.
마치 다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같은 푸근한 분위기.
에레보스 같은 느낌이네.
“오랜만이네!”
그리고 저 멀리 어찌할 줄 몰라하는 카론과 수염 난 아저씨 한 명이 있었다.
이런 시끌벅적한 용병들이 있는 분위기에 위화감이 없었지만 난 저 사람이 누군지 안다.
아니 사람이 아니지.
저 신!
바로...
“어!!!!!!!!!!! 에레보....!!!! 읍!! 읍!!!”
내가 에레보스를 부르려고 하자 에레보스는 달려와서 내 입을 막았다.
그리고 나를 보며 방긋 웃었다.
뭐야 이 사람! 아니 이 신!
마신 중 가장 바쁜 사람이 왜 여기 있어!
그리고 카...카론! 아무 일 없다면서!
나한테 거짓말 한거야?
카론을 보자 카론은 정신이 하나도 없는 듯 하늘을 보며 멍만 때렸다.
“왜... 왜 여기 있어!”
“에이 가족 보러 오는데 굳이 이유가 있나?”
“로에나... 이분은?”
내가 소개하려고 하자 에레보스가 먼저 대답했다.
“나는 로엔의 아버지뻘인 사람이야.”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아...아버지?”
렌의 눈동자가 좌우로 엄청나게 흔들렸다.
마신의 아버지.
누구겠는가.
그리고 나를 로에나라고 부른 게 아니라 로엔이라고 부르면.
“아니 갑자기 여긴 왜 온 거야?”
“하하! 우리 딸이 장한 일을 했는데 아버지가 칭찬이라도 한 번 해주러 와야지.”
“한가하구나?”
“어허! 시간을 쪼개서 온 거야.”
“진짜?”
오... 감동인데.
“음...사실 요즘 놀고 있긴 해.”
...
이 아저씨가...
누구는 개고생을 하고 있는데...
“로로...로....로에나... 설마...”
“일단 자리에 가서 앉자. 배고프지? 카론하고 먹을 것 좀 시켜놨다.”
카론과 렌의 태도가 엘리시와 나를 봤을 때하고 차원이 달랐다.
카론은 긴장해서 자꾸 음식을 입이 아닌 볼이나 코로 가져갔고 렌의 동공은 대체 어디를 보는지 모르겠는 정도로 흔들렸다.
“하하...”
“로엔! 많이 먹어라!”
그런 말을 하면서 팔을 들어 카론과 어깨동무를 했다.
“쿨..쿨럭 쿨럭... 크으... 쿨럭.”
“어이구 이 친구 왜 이래?”
카론은 사례가 들린 듯 눈물을 찔끔 흘리며 기침을 했다.
미안하다.
이런 못난 아버지를 둔 친구라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