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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47화 (47/138)

〈 47화 〉 #46 에레보스가 움직이다.

* * *

“그래서...”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에레보스 왜 온 거야?”

그리고 목소리를 작게 하고 물었다.

“아 그냥 말해도 돼. 마법으로 막아놨어.”

“신계는 난리라는데 갑자기 왜 온 거야?”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고생하는데 나만 놀고 있을 수는 없지.”

엉?

놀고 있어?

“지금까지 놀았어?”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서류 작업만 했으니까.”

하긴 페르세스나 카리온이 구르는 거 보면 에레보스가 편하게 있기는 했다.

일반 신들의 대표라는 카루아 뿐만 아니라 에레보스까지 나선다면 광신도고 뭐고 다 때려부수겠지.

“그것보다 카리온에 대한 소식은 들었어?”

“카리온?”

“못 들었나 보네 엘리시한테 전해놨긴 했는데 너한테 말 안 해줬어?.”

으... 엘리시.

내가 엘리시가 떠나기 전까지 못 일어난 것도 있긴 하지만 렌한테라도 말해주지.

엘리시한테 뭘 바라는 것 자체가 우리 모두의 실수이긴 하지만...

이번 싸움에서 배운게 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카리온이 어떻게 됐는데? 어디 다쳤어?”

“지금 내려진 처벌로는 근신.”

“왜?”

“차원 하나를 아주 엉망으로 만들어버렸어. 물론 카리온을 그쪽으로 보낸 카루아의 잘못도 있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심했지.”

“설마... 차원이 무너졌어?”

카리온 차원을 부순 거야?

페르세스가 그랬다면 이해라도 갈 텐데 카리온이 그랬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에레보스는 카리온과 통각의 사제장이 싸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줬다.

차원 축이 휜 이야기와 페르세스가 시각의 사제장이랑 싸운 이야기도.

차원 축이 휜 정도라면 다른 차원에는 영향이 없긴 할 테지만 조금만 더 심했다면...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이야기는.

“그러니까 우리가 싸웠던 녀석이 사천왕 중 가장 약한 녀석이라고?”

“아니 감각은 5개니까 사천왕은 아닌데.”

“그 말을 하는 게 아니잖아.”

너무 허탈하네.

목숨 걸고 싸웠더니 ‘후후 그 녀석은 사천왕 중 최약체!’라는 소리를 들으니 있던 의욕도 사라지는 느낌이다.

뭐 생각보다 좀 약하긴 했는데 만월로 각성했으면 최약체 수준은 아니지 않을 까?

아니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슬퍼질 뿐이야...

그래도 유일하게 제일 큰 피해를 준 게 나라는 사실에 뿌듯해졌다.

“뭐 이제 카리온이 못 움직이는 만큼 나도 움직일 생각이니까 걱정하지 마.”

“카리온은 괜찮고? 크게 다친 곳은 없지?”

“건강하다 못해 결계가 쳐진 집무실을 부술 기세더라.”

“엥? 본인도 동의하고 갇힌 거 아니야?”

“너가 어떻게 됐는지 못 들었다고 징징대길래 그 소식만 알려줬어.”

“그럼 전언도 못 해?”

“그렇지. 그래도 엘로아가 노력하고 있으니까 금방 풀려날 거야.”

다행히네...

그것보다 이건 카루아 잘못 아니야?

능력을 못 쓰게 막으면서 거기에 카리온을 보내면 어떡해.

페르세스야 어차피 기본적인 무력이 있으니까 거기에서도 힘을 쓸 수 있을 텐데.

“너 지금 페르세스가 거기 갔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흡...!”

귀신이네...

어떻게 안 거지?

“너 표정에 다 나타난다. 페르세스가 거기에 갔다면 이길 수도 있었겠지만, 다시 한 번 생각에 봐 이기기만 할까?”

페르세스가 간다면?

“차원이 무너지지 않았을까?"

그러네...

페르세스는 화나면 물 불 안 가리니까 무슨 짓을 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도 카리온이니까 차원축이 휘는 정도에서 멈췄지...

“광신도를 잡는 것도 목표지만 중간계가 망가지면 말짱 꽝이라고. 그래서 더 못 잡고 있는 것도 있고.”

“그렇구나...”

일리 있는 말이었다.

신들이 다 나서고 있는데 못 잡는 게 조금 이상하긴 했어.

“그럼 에레보스는 이제부터 뭐 할 거야?”

“응? 너랑 같이 다닐 건데?”

“쿨럭!!! 쿨럭!! 크억... 쿨럭...”

카론은 아까보다 더 큰 소리를 내며 기침을 했다.

그런 카론을 보며 에레보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놀리려고 그러는 건가...

애 잡겠다...

“아니 제대로 어디로 갈 거야?”

“너랑 같이 다닌다니까?”

­땡그랑...

“맙소사...”

렌은 음식을 먹던 포크를 놓치고 입만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되지 친구들?”

에레보스는 카론의 어깨에 손을 올린 후 렌을 보며 방긋 웃었다.

“되...됩니다! 당연하죠! 영광입니다!”

“저...저희랑 같이 다니시면 불편할 수도 있는데... 아니 아니 너무나 환영입니다!”

렌과 카론은 벌떡 일어나서 영광이라는 듯 과장된 행동을 했다.

“안 돼.”

“엥? 너가 제일 환영할 줄 알았는데.”

내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에레보스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만 봐도 다들 올라가서 토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같이 다닌다고?

아마 일주일 정도 같이 다니면 둘 다 밥을 제대로 못 먹어서 쓰러지겠다.

“에레보스는 다른 일들 봐. 여긴 우리가 처리할 테니까.”

“어... 따로 일이 없는데? 휴가도 썼고.”

“뭐? 휴가 썼어?”

휴가를 써 놓고 일을 한단 말이야?

이게 진정한 워커홀릭이 아닐까?

그것보다 이런 상황에서 에레보스의 휴가를 받아준다고?

“흠 많이 혼란스럽네.”

“그럴 게 뭐 있어. 그냥 일이나 일찍 끝내고 놀자고. 그게 좋지 친구들?”

“맞습니다!”

“네 네!”

언제부터 신한테 이렇게 충성심 깊고 착한 애들이었다고 이러냐...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치고 에레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오늘은 내가 따로 잡은 숙소가 있어서 난 거기 가서 잘게. 내일 봐!”

“그냥 신계로 돌아가...”

“에이 로엔 자꾸 그러면 서운해.”

에레보스는 장난스럽게 웃음 짓고 손을 흔들며 가게에서 나갔다.

그리고 우리도 카론이 미리 잡아놓은 숙소로 올라갔다.

“어후 무슨 최고의 마신이 갑자기 나타나...”

“이거 꿈 아니지?”

렌과 카론은 자신의 볼을 때리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야... 나도 신이야...”

“아니 너하고 분위기부터가 다르잖아.”

나는 그럼 엘리시랑 동급이라는 소리인가...

그것보다 내가 보기엔 그냥 동네 아저씨 같았는데 무슨 분위기야.

지금까지 내가 본 신 중 진짜 신 같은 분위기를 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차라리 저번에 만났던 내 신도가 제일 신 같은 분위기였다.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신들이 다르게 보이는 건가?음음 일리 있는 소리야.

엘리시의 제대로 된 모습을 봤다면 페나는 진작 엘리시를 버렸겠지.

페나가 엘리시를 버리면 내가 꿀꺽하고 페나를 납치해 가야지.

“그것보다 카론. 너가 조사한 것들 좀 말해봐.”

“응? 아 맞다.”

카론은 에레보스를 만났다는 여운에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일단 고위 귀족이 광신도에 들어가 있다는 건 이미 예정된 사실이었지.”

“그렇지.”

그 왕눈이랑 같이 있었던 귀족이 해준 말이 있으니까.

“내가 여기 저기 둘러봤는데 이 도시 곳곳에 광신의 기운이 숨겨져 있어.”

“가까이 가면 느껴진다는 거야?”

“그렇지. 그리고 제일 먼저 뒤져야 하는 곳을 몇 개 추려봤는데 제일 중요한 곳은 제국 지하감옥이야.”

“지하 감옥? 딱 냄새가 나는데?”

“중요한 점은 제국을 대표하는 감옥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지.”

설마 황제도 관련이 있는 건가?황제까지 관련되어 있다면 이 제국 자체를 갈아엎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스케일이 너무 큰걸?

무슨 사람들 모아서 반란이라도 일으켜야 해?

그냥 황제만 제거하고 다른 황제를 옹립하는 방법도 있기는 한데...

“그리고 다음으로는 크리브디스 공작 저택.”

“엥? 저택? 그냥 사는 집?”

“어 이 쪽은 그 귀족이 ‘크리...’ 하고 죽어서 누가 있을까 찾아봤더니 크리브디스 공작이 있더라고.”

“그것 때문에 중요하다는 거야?”

뭐 공작의 저택 안에 고문장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한데...

“뭐 그런 점도 있고 그것보다 크리브디스 공작 본인 자체에서 광신의 기운이 나오고 있어.”

본인에게서 기운이 나온다라...

지금까지 가담하던 귀족들은 자금이나 다른 정치적 문제로 가담했었는데 직접 광신도가 된 귀족이 있다는 뜻인가...

우리가 싸울 때 언제나 유리한 지점을 가져갔던 이유는 내가 강했던 이유도 있지만, 수적인 강세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번 제단을 부술 때 광신도는 한 명밖에 없었으니 내가 1:1을 해서 별 골치 아픈 점이 없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말이 달라진다.

내가 2명 혹은 3명까지 상대하고 카론이나 렌도 한 명씩 상대해야 하는데...

“뭐 내가 알아본 건 이 정도 이것 말고도 몇 가지 정보가 있긴 한데 그리 중요하지는 않아서 생략할게.”

“그래 수고했어. 혼자서 많이 알아봤네.”

“혼자서 알아본 건 아니고... 조금 도움을 받았어.”

“도움? 누구한테?”

카론이 아는 사람이라고 해봤자 원래 살던 마을 사람들과 나랑 만났던 사람들밖에 없을 텐데?

“그 고자 남작 지금 수도에 있던데? 길가다가 발견해서 이용 좀 했지.”

고자? 남작?

아! 그 변태새끼!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

“걔 잘 지내?”

“하하... 잘 지낸다고 해야 할지... 뭔가 착한 사람이 된 느낌?”

나의 교육이 사람 하나를 바꿔놨군.

후후...

이제 치료해줘야 하나...

됐다. 오늘은 좀 쉬고 내일 한 번 얼굴이라도 봐야겠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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