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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49화 (49/138)

〈 49화 〉 #48 골드 드래곤.

* * *

카론과 렌은 일단 다른 신전들을 돌아다니겠다고 했다.

그런 카론네를 뒤로하고 나는 에레보스를 따라갔다.

“에레보스 아는 사람이라는 게 누구야?”

“아 사람은 아니야.”

“신이야?”

“신도 아니야.”

응?

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

“그럼 대체 누구야?”

“후후... 비밀. 보면 알 거야.”

에레보스는 앞장서서 어떤 건물로 향했다.

그 건물은 굉장히 크고 세련된 건물이었다.

“여...여기 상단 건물이잖아!”

작은 상단도 아니고 대형 상단 건물이었다.

지구처럼 높은 건물이 많은 곳도 아닌데 7층 8층은 되어 보이는 고층 건물이었다.

1층에서는 물건을 팔려고 오는 사람들이나 서류 처리를 하는 많은 사람이 보였다.

“따라와.”

내가 입을 벌리고 주위를 보고 있자 에레보스가 정신 차리라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것보다 후드는 왜 쓰고 다니는 거야?”

“하하... 내가 좀 유명인이거든.”

에레보스는 나와 같이 계단 쪽으로 갔다.

그러자 계단 쪽에 있는 병사들이 나와 에레보스를 막았다.

“누구십니까?”

그 병사는 에레보스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상단주를 만나러 왔다.”

에레보스가 당당하게 말했다.

상단주?

그렇게 높은 사람을?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닐 텐데 약속은 언제 잡아놨데?

“아 약속을 잡아두셨나요?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니 약속을 잡지는 않았다.”

“...?”

그 병사는 어떤 명단을 넘기다가 어이없다는 듯 에레보스를 쳐다봤다.

“상단주님은 한가하신 분이 아니라서 약속 없이 만나실 수 없습니다.”

그렇게 병사가 말하자 에레보스는 그 병사를 무시하고 계단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그 병사는 검을 꺼내 에레보스를 막았다.

“한 발자국만 더 올라가면 무력으로 제압하겠습니다.”

에레보스는 코웃음을 치고 올라갔다.

병사가 에레보스에게 검을 휘두르자 검을 가볍게 피하고 병사의 배를 차서 날려버렸다.

“보스!! 이래도 돼?”

“어 돼.”

병사가 날아가는 것을 보자 다른 병사들이 에레보스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슬립.”

에레보스가 말하자 달려오던 병사들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더니 한 명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결국 에레보스의 근처에 오기도 전에 전부 잠이 들었다.

“침입자다!!!”

“마법사!! 마법사하고 용병 오라고 해!!”

1층에 있던 직원들이 그 상황을 보고 비상종을 마구 흔들었다.

...

큰 사고를 친 거 같은데...

대체 상단주가 누구길래...

“전부 멈춰라!”

위 계단에서 누군가 걸어 내려오는 게 보였다.

금발을 한 한 노인이었다.

나이가 좀 있는지 주름이 많았지만 특이하게 금발에 새치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굉장히 위엄있는 모습이었다.

상단 주라서 그런가 카리스마가 있네...

어떤 집단을 대표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말 한마디에도 무게가 있었다.

“제 집무실로 오시죠.”

그 노인은 에레보스를 자기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상단주님 저 사람은...!”

“내 손님이다. 개인적인 손님이니 호위할 필요 없다.”

그 노인이 태연하게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별말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진짜 약속하고 온 거였어?그럴거면 저 사람도 병사들한테 말 좀 해놓아 주지.

사람들 다 쓰러뜨려 놓았는데...

에레보스는 별 반응 없이 노인을 따라갔지만 나는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그 노인의 집무실에 들어갔다.

에레보스는 거만한 자세로 상석에 앉았다.

매일 그래 왔던 것 같이 당연한 태도처럼 보였다.

대체 누구길래 저런 태도를 보이는 거야?

신들에게는 저런 태도를 보이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그렇다고 사람은 아니라고 했고.

“에레보스님! 이렇게 찾아오시지 말라니까요! 주변 사람들이 당황하지 않습니까!”

그 노인은 에레보스를 탓하는 것처럼 찡얼거렸다.

가벼운 말투는 아니었으나 친한 사람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님이라고 부르는데 친한 태도?

“내가 왔으면 바로 뛰어나올 것이지 뻐팅겨?”

“뻐팅기다뇨... 힘을 숨기고 오셨으면서 저가 오신지 어떻게 압니까?”

“말대꾸를 해?”

“... 죄송합니다.”

그 노인은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저분은 누구십니까?”

그 노인은 나를 가리켰다.

“복수의 신 로엔이다.”

“복수의 신? 아~ 이번에 제국의 방패에서 마물들을 다 막으셨다던~.”

역시 상단 주라서 그런지 정보가 빨랐다.

그것보다 거기서 복수의 신이라고 밝힌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어차피 내 정체를 아는 것 같으니 답답해 보이는 후드를 넘겼다.

“오~~! 굉장히 미인이시네요!”

“그 입 다물어라. 그 혀 때문에 목이 날아가기 싫으면.”

“넵...”

“하하...”

아래에서만 해도 그렇게 위엄있는 태도였는데 에레보스에게 꼼짝 못하는 모습이 좀 우스꽝스러웠다.

나는 그런 딱딱한 분위기라도 없애기 위해 노인에게 악수를 청했다.

“로엔이라고 합니다.”

“아 저는 드래곤 로드 직을 맡은 골드드래곤 루카스라고 합니다.”

“드래곤이요?”

이 사람 드래곤이야?그것도 드래곤 로드?

드래곤이 있다는 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드래곤은 폴리모프로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들었는데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스며들어 있었어?

그럼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 드래곤이 있을 수도 있었다는 소리인가 싶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와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것보다 에레보스님이 갑자기 어떻게 오신 겁니까? 저번에 엘로아님이 오셔서 광신도에 대해 알려주시고 가셨는데. 뭐 다른 이야기라도 있습니까?”

엘로아도 여기에 왔었어?

얼굴이라도 보고 가지...

아쉬운 마음이었으나 바쁘니까 그랬겠지 싶었다.

“너 즉위식 좀 도와라.”

“즉위식이요? 허허 무슨 새로운 황제라도 옹립하실 예정입니까?”

에레보스는 불쾌하다는 얼굴을 했다.

처음 보는 에레보스의 얼굴에 살짝 놀라웠다.

신계에서는 보여주지 않던 얼굴인데.

“알면서 묻지 마라.”

“알겠습니다. 로엔님의 교황 말씀하시는 거죠?”

노인은 책장으로 가더니 어떤 공책을 꺼냈다.

“즉위식 크기나 세세한 점은... 로엔님께 물으면 되겠습니까?”

“하하... 저도 잘 몰라서 알아서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즉위식 날짜는 어떻게 할까요?”

“2주 뒤.”

에레보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 2주 뒤요?”

로드는 들고 있던 책을 떨어뜨리면서 입을 벌렸다.

“부...불가능!”

“해.”

“아... 안돼! 어떻게 2주 만에 즉위식을 준비해!”

로드는 말도 안 된다는 소리라는 듯 소리쳤다.

당황했는지 반말도 마구 튀어나왔다.

“어...어떻게 안 될까요? 저희가 좀 급해서.”

“그...그렇게 부탁하셔도...”

그 노인은 떨어뜨렸던 공책을 주웠다.

“사용할 수 있는 돈도 빠듯할 거 같은데... 정말 딱 맞을 거 같기도 하고...”

“할 수 있어.”

“할 수야 있겠죠...”

로드가 공책에 이것저것 적기 시작했다.

“부탁할게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로드의 눈빛이 약해졌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저가 약해지잖아요...”

“로엔의 교단은 커질 거다. 좋은 투자라고 생각해. 뭐 정 안된다면 너의 라이벌 상단으로 가겠다.”

“아...아니! 그건 반칙이잖아요!”

에레보스가 그렇게 말하자 로드의 쓰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리고 에레보스가 나에게 작게 말했다.

“골드 족속은 돈에 미쳐있는 녀석들이라서 해줄 거다. 이런 투자처를 놓치려고 하지 않을 거야.”

왠지 사기 치는 느낌이긴 했다.

내 교단이 그렇게까지 커질까 싶기도 하고...

“아 진짜 힘든데...”

로드는 혼잣말하면서 우리의 눈치를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그...그럼! 저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해주실 건가요?”

“보상이요?”

“어떤 조건이 있어야 후원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상단이라는게 이득을 위해서라면 쉽게 움직이지만, 이득이 없다면 황제가 와도 움직이지 않는 족속이거든요.”

“음... 뭘 드려야 만족하실까요?”

“헤헤... 저에게 주는 축복이라든지... 아니면 나중에 저희를 위해 무조건 움직여주기로 약속을 해주시면 됩니다.”

“저거 빼고 다른 거 해주면 돼.”

“에레보스님!”

에레보스가 그렇게 말하자 로드는 씩씩대면서 에레보스에게 따졌다.

“내 가족한테 사기 칠 생각 하지 마라.”

“가족이요? 그냥 신이 아니라 마신님이십니까?”

“아... 네.”

로드의 눈이 커졌다.

“오호...”

로드가 호기심을 보였지만 난 로드에게 뭘 줘야 할지 고민했다.

카론에게 짐을 지워주기는 싫은데...

안 그래도 다른 신전의 인정을 받으려고 많은 조건을 걸 텐데 나중에 짐을 지워준다면 진짜 교단이 휘청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2주 안에 해야 하면 시간이 급박하니 일은 바로 착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건은 천천히 고민해보죠. 저가 만족하는 보상을 주시겠다고 약속만 해주시면 됩니다.”

“네! 약속드릴게요!”

그렇게 로드와 우리는 즉위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조용한 방.

그곳에는 한 남성이 의자에 혼자 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다.

그리고 보라색 포탈이 하나 생겨 어떤 여성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리나 오랜만이군.”

공작은 책상에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공작! 벌써 축배를 드는 거야~? 조금 이르지 않나?”

“허허 사실상 거의 끝난 일들 아닌가. 이제 마무리 단계라고 들었는데.”

“뭐 그렇지~?”

이리나는 공작이라고 부르는 사내에게 방긋 웃어 보였다.

“그래도 조심해야 할 걸? 새로운 교황 소식은 들었어?”

“안 그래도 청각의 사제장님이 말해주시고 갔다. 팔이 하나 잘리셨더군.”

“내가 조심하라고 말해줬는데도 그렇게 다쳤네~ 뭐 자업자득이지~.”

이리나는 그가 마시던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음~ 맛있네~.”

“왜 온 거지?”

“이제 마지막 단계를 밟는다는 걸 알려주려고~. 이게 쉽지 않은 일인데 너도 협력해~.”

“허허! 사람을 만 명정도 바치는 일보다 힘든 일일까... 무슨 일을 하면 되지?”

“그냥 네가 광신도라는 걸 소문내고 다녀. 다들 너에게 주목되게.”

공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나보고 죽으라는 소리인가?”

“아니 이목 좀 끌라고.”

이리나의 표정도 사나워졌다.

“무슨 일인데 내가 이목을 끌어야 하는 거지? 하던 것처럼 신관장들이 이목을 끌면 되는 거 아닌가? 그들은 강하니까 도망가기도 편하고.”

“신관장들은 이제 카루아님을 소환할 준비 해야지~.”

“그럼 나보고 신계를 상대하라는 소리인가?”

“뭐 그렇지?”

“어이가 없군.”

공작은 이리나가 들고 있던 와인잔을 뺏고 와인을 들이켰다.

“무슨 일인데 내가 이목을 끄는 거지? 그리고 왜 이 차원에서?”

“신. 신을 제물로 바쳐야 돼.”

“...신?”

“마지막 제물은 겨우 인간 같은 걸로 안 되지. 이 차원에 나와 있는 신이 있거든.”

신이라니...

요즘 난리 치고 있는 그 신생 신을 말하는 건가.

안 그래도 이번에 수도로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 교황이 수도를 들쑤시고 다닌다는 소식도.

“내 목숨은 보장해 주는 건가?”

“지금 모든 신관장들이 이 차원에 있으니 아마?”

“후후... 좋다. 해주지. 약속했던 건 전부 주는 거지?”

“에이~ 네가 한 게 얼마인데 전부 주지~.”

이리나는 날카로웠던 표정을 풀고 평소의 장난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리고 선반으로 가서 와인잔 하나를 꺼내 그 잔에 와인을 따랐다.

“우리의 목표를 위해 건배~.”

“후후... 건배.”

­짠.

잔과 잔이 부딪치며 영롱한 소리를 냈다.

잔의 소리는 같았지만 둘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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