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 #49 신전의 인정.
* * *
“와 여기 진짜 좋은데?”
“허허 다행입니다.”
드래곤 로드, 루카스가 건물을 마련해줬다.
내 신전이 될 건물.
물론 수도 중심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건물이었지만, 크기가 컸기에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교황이 있는 건물이니 크고 멋진 건물이어야 되지 않겠는가.
또 수도에 있으니 내 교단에서 가장 대표가 될 건물이다.
그런 건물 만큼은 좋은 건물을 쓰고 싶었다.
“일단 이 건물을 개축하는 데는 2주보다 더 걸릴 겁니다. 교황님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만 구성해두겠습니다.”
“네. 감사해요.”
“아닙니다. 그런 보상을 주시는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내가 주기로 했던 보상.
그건 바로 내 검이었다.
짧은 추억이지만 그래도 추억이 있는 검이긴 한데...
그 검은 사실 특별한 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검에 내 기운을 담아 성물 비슷하게 만들어줬다.
검의 능력은 자신에게 피해를 준 사람에게 저주를 주는 능력.
사용자에게 피해를 준 양이 크면 클수록 더 큰 저주를 내린다.
복수의 신인 나와 잘 어울리는 능력이다.
내가 콜로세움에서 따냈다는 점과 청각의 사제장의 팔을 잘랐다는 점에서 루카스가 더 높게 샀던 거 같다.
나름의 의미가 있긴 하지.
루카스는 이 검을 받고 무척 좋아하면서 즉위식 외에도 여러 가지 준비를 해주기로 했다.
“에레보스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아 에레보스는 따로 볼 일이 있다고 사라졌어요.”
뭐 에레보스는 바쁘니까.
그런데 신계로 가는 게 아니라 중간계에 볼 일이 있다고 했는데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다.
즉위식 때문에 볼일이 있는 건가?
그것보다 에레보스가 나에게 준 임무가 하나 있다.
그건 성물을 만드는 것.
교황이 즉위할 때 보통 그 신전을 대표하는 성물을 받는다고 한다.
페나도 즉위할 때 그 브로치를 받았다고 했지...
엘리시도 그렇게 성능 좋고 페나랑 잘 어울리는 성물을 줬는데 나는 뭘 줘야 할까.
엘리시보다는 더 좋은 걸 주고 싶은데.
페나랑 다르게 카론은 남자니까 장신구 같은 건 좀 그렇고...
“저 상단에서 물건들 좀 볼 수 있을까요?”
“아 성물 만드시려고요?”
“네... 물건들이라도 보면 뭔가 떠오를까 싶어서요.”
그것보다 카론은 잘하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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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나도 어떻게 보면 네 인맥이잖아.”
“그렇게 생각할 거면 로엔에게 부탁했지.”
카론과 렌이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비의 신전이었다.
그래도 친하게 지냈던 사람인데 즉위식에 초대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서 편지를 보냈다.
이럴 거면 같이 수도에 올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뭐 인정을 받는 신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겸사겸사 교단에 대한 인정도 부탁했다.
하지만 카론은 이 인정을 에레보스가 말한 것에서 제외했다.
이건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한 결정이었다.
“그럼 어디로 가게?”
“흐음... 무작정 신전에 하나씩 찾아가볼까...?”
막상 로엔이 없으니 제대로 된 결정을 못 했다.
언제나 로엔이 선택지를 주면 본인이 선택하는 형식으로 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내가 자립심이 없어지긴 했네...’
“그냥 에...보스님이 말씀하신 다른 마신 신전에 찾아가보는 건 어때? 그래도 각 마신전들끼리 친분이 있을 텐데...”
보통 섬기는 신들이 친하면 그 밑의 신전들도 친했다.
신들이 사이가 나쁘다면 신전들도 사이가 나빴다.
그 대표적인 게 페르세스와 카루아의 신전은 사이가 대단히 나빴다.
신관들은 그 신과 비슷한 사람들이다.
그저 그 신에게 마음에 들어 신관이 된 사람도 있지만, 신관은 신의 뜻을 따르는 사람.
그 신의 뜻은 신의 의견과도 같았기에 그 신과 닮아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그건 제일 마지막으로 하고 풍요의 신전에 가보려고.”
“풍요의 신전? 뭐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내가 원래 살았던 마을이 풍요의 신을 믿는 마을이었거든.”
이젠 가물가물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는 신전이라고 하면 풍요의 신전밖에 없었다.
그 신이나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실례합니다.”
신전에 들어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수도에 있는 신전이면 신관도 많을 텐데...
“실례합니다!!!”
“어! 안녕하세요.”
다시 크게 말하자 안에서 누군가 나왔다.
농사복을 입고 있는 한 여성이었다.
그런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가 그냥 평범한 시골 처녀 같아 보였다.
“혹시 신관님이나 신전을 대표하시는 분은 안 계신가요?”
“...전데요?”
“네?”
농부들이 입고 있을 만한 옷을 입고 있는 그 여성.
그 여성이 우리에게 손목을 보여줬다.
그 손목에는 풍요의 신 문양이 떡하니 새겨져 있었다.
그렇다면 그 여성이 풍요의 신전을 대표하는 신관장.
그런 사람이 왜 농사복을 입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일단 인사를 건넸다.
“어 죄송합니다. 저희가 못 알아봤네요.”
“아닙니다. 혹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 저희는 복수의 신전에서 나온 사람들입니다. 저희가 곧 즉위식을 해서 그거에 관련해서 말 좀 나누고 싶은데...”
“복수의 신이요?”
“아 새로 생긴 신전입니다.”
그 여성은 우리에게 의심의 눈빛을 보냈다.
처음 들어보는 신전이니 그럴 수 있지...
“혹시 신관이세요?”
“네 저가 신관입니다.”
카론은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있는 문양을 그녀에게 보여줬다.
“허억... 교...교황님이셨군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새로 창단된 신전이라서 잘 모르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죠. 근데 저가 일이 좀 있어서 길게는 이야기를 못 하는데...”
“일이요?”
사실 신관장의 일이라고 하면 치료나 서류작업 그리고 신전을 대표해서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저런 복장을...
“아 근처에 있는 마을 농사를 도와주기로 해서요...”
...
이게 풍요의 신?
하긴 우리 농사를 지을 때도 가끔 신관이 오긴 했었다.
땅에 축복을 내려주기도 하고 농사도 도와줬다.
그런데 신전을 대표하는 신관장 조차 그런 일을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럼 저희도 농사 도와드릴게요.”
“어? 카론?”
“네? 교황님이 직접요?”
“네. 저도 농사를 자주 지어봐서 도움을 드릴 수 있어요. 땅에 축복을 내려주는 것도 저가 신성력이 많으니 더 편하지 않을까요?”
“저희야 감사하긴 한데... 뭐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요...”
하긴 신전을 보더라도 돈이 많아 보이는 신전은 아닌 것 같았다.
농사를 직접 짓는 농부들이 돈을 많이 가지고 있을 리가 없으니 헌금도 적겠지.
하지만 우린 돈이 필요한 게 아니니까.
“대신 저가 즉위식을 할 때 교단 인정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인정이요? 도와만 주신다면 그런 거 100번이고 해드릴게요!”
그렇게 렌과 카론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카론 근데 여기 말고도 다른 신전의 인정도 필요한 거 알지?”
“그렇지... 그래도 시간은 적당히 있으니까.”
2주라는 시간.
많은 시간도 아니지만 적은 시간도 아니다.
풍요의 신전처럼 다른 신전도 쉽게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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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나님 여기에도 물건이 있습니다.”
“아 네. 여기 물건도 아직 다 못 봐서요.”
나는 신전을 확인하고 다시 상단에 와서 성물로 만들 물건들을 보고 있었다.
정말 좋은 무기와 예쁜 장식품들이 많았지만 어떤 영감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여기에 있는 물건 아무거나 준다면 카론이 좋아는 하겠지.
하지만 내가 주는 게 물건만 줘야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능력을 줘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신성력이 있다면 어차피 웬만한 능력들은 사용할 수 있으니 특이한 능력을 주고 싶었다.
“보통 성물들에는 뭐가 있어요?”
“뭐 에레보스님의 성물 같은 경우는 성배나 축복의 목걸이나 여러 가지가 있죠. 다른 신분들 같은 경우는 농기구같이 정말 특이한 성물도 있습니다.”
농기구...
성물이라기엔 너무 막 다루는 물건이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성물은 정말 함부로 못 다루는 그런 물건들을 생각했는데 너무 틀에 박힌 사고인가...
나는 상단의 창고를 뒤지며 고민을 했다.
“상단주님!! 큰일 났습니다!!”
어떤 남자가 우당탕하면서 창고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데 그래?”
“크리브디스 공작 쪽에서 압수수색 명령이 들어왔습니다.”
“압수수색? 그거에 크리브디스 공작? 그 사람이 뭔데 우리 상단을 압수 수색을 한다는 건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밖에 난리가 났어요!”
우리가 밖에 나가보자 병사들이 깽판을 치면서 서류들을 가져가고 있었다.
“안됩니다!! 그건 오늘 빨리 처리해야 되는 서류에요!”
“뭐라는 거야! 압수수색을 하는데 그런 게 어디 있어?”
병사가 상인들을 밀쳐내면서 서류들을 전부 가져가고 있었다.
“지금 뭐하는 거요! 아무리 크리브디스 공작이라고 해도 아무런 심증도 없이 상단을 압수 수색을 합니까!!”
로드는 그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대표로 보이는 기사가 한 문서를 로드에게 넘겼다.
“탈세한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수사에 협조하시죠.”
“아니 겨우 세금 몇 푼 한다고 이러는 거요! 우리가 아무리 돈을 중시한다지만 그런 한 두 푼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소!”
“저희는 공작님의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로드는 주먹에 힘을 꽉 줬다.
분노한 모습.
“지금 실수하는 거요. 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마음대로 하시죠. 일단 수사 협조를 위해 동행해주셔야 합니다.”
까득.
로드의 어금니가 갈렸다.
그리고 나를 봤다.
“죄송합니다. 썩을 자식이 방해하는 것 같군요. 일단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로드는 기사를 따라갔다.
크리브디스 공작과 로드 그리고 즉위식.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이 상단이 우리를 도와준다고 하자 방해하는 거 아닐까?
그런 직위를 가지고 광신도인 것도 화나는 일인데 감히 내 주변 사람을 건드려?
맞았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건 호구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오랜만에 참교육 좀 해줘야겠네.
나는 엉망이 된 상단을 보고 이를 갈며 밖으로 나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