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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52화 (52/138)

〈 52화 〉 #51 신호탄

* * *

즉위식 당일.

­언니! 죄송해요! 저가 코엔에서 할 일들이 있어서 즉위식은 못 갈 것 같아요!

페나가 엘리시를 통해서 나에게 전언을 보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심각한 일이 있나 보다.

페나 대신 비의 신전에서 다른 신관이 오긴 했다.

“와! 옷이 다르니까 정말 못 알아보겠는데?”

“하하... 옷이 날개이긴 한 거 같아.”

카론은 교황복을 입고 있었다.

신관복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었다.

신관복이었지만 다른 신관복과 달리 좀 더 기품 있어 보였다.

그리고 내 문양이 어깨에 새겨져 있었다.

“키도 좀 큰 거 같은데?”

매일 입던 옷이 아니라 이런 옷을 입으니까 카론의 달라진 모습이 보였다.

주근깨 있던 남자애 얼굴이 청년의 얼굴이 되었다.

아직도 어린 티는 못 벗었지만 그래도 처음 봤을 때보다는 성장한 게 느껴졌다.

나보다 키가 작았었는데 이제 나보다 약간 커졌다.

“로엔 그냥 관계자석에 앉는 게 어때?”

“에이 날 신이라고 소개할 수는 없잖아. 괜찮아.”

에레보스와 나는 관계자 석에 앉지 않고 아래서 즉위식을 보기로 했다.

우리를 소개할 때 너무 애매하기도 했고 관계자석에 앉을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에레보스가 자리를 비웠을 때 했던 일.

그건 바로 다른 신전들을 즉위식에 초대하는 일이었다.

각 마신전의 대표들이 전부 이 즉위식에 참여한다.

이게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한다.

마신전들은 전부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마신전들이 전부 신생 신을 지지한다고 나온다면 어떤 사람도 내 신전을 얕보지 못할 거라고 한다.

마신전들 외에도 빛의 신전이나 다른 신들도 지지하니 엄청난 스케일의 즉위식이라고 한다.

페나는 아주 소소하게 했다던데...

“카론씨 여기 계신가요?”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음...? 누구지?

여기는 관계자밖에 못 들어오는 장소였다.

그런데 내가 처음 듣는 목소리의 관계자가 있던가?

그 여성이 모퉁이를 돌아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카론을 봤다.

“어 카론씨 안녕하세요.”

“아 세레나씨 안녕하세요.”

뭐야 너가 아는 사람이야?

그 금발의 여성은 우리 앞으로 걸어왔다.

나보다 키가 크네.

“이 분은 누구시죠?”

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 좀 애매한데...”

카론은 우물쭈물하면서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이래서 관계자석에 앉지 않는다고 한 거다.

내 신분이 너무 애매하잖아.

“흐음...?”

“하하... 안녕하세요.”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세레나에게 인사했다.

내가 후드를 쓰고 있어서 그런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여성분이시네요?”

“아... 네...”

뭐야...

세레나는 내 키와 내 가슴을 슬쩍 봤다.

그러더니 미소를 지었다.

설마...

나도 그녀의 가슴을 봤더니 나보다는 커 보였다.

내가 여자였다면 기분이 좀 나빴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그런 모습이 귀여워보였다.

카론을 좋아하나?

“빛의 사제장인 세레나라고 합니다.”

세레나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 이 사람이 그 사제장이야?

“카론의 동료인 로에나라고 합니다.”

그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동료요?”

“아... 네...”

“로에나!! 어디 있어?”

저 멀리서 누군가 시끌벅적하게 날 찾으며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범인은 렌이었다.

“렌 무슨 일이야?”

렌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어두운 색의 드레스였는데 잘 어울렸다.

“로에나! 너 관계자석에 안 앉는다면서! 말 좀 해주지!”

“뭐 자랑이라고...”

“자랑은 아닌데 그럼 나도 너랑 같이 있었지...! 그런데 이분은 누구야?”

“아 안녕하세요. 빛의 사제장인 세레나라고 합니다.”

“아 네 렌이라고 합니다.”

세레나는 이번에도 렌의 키와 가슴을 스캔했다.

나는 이겼지만 렌은 이기지 못했다.

렌은 평소에도 많이 움직이고 운동을 많이 했기에 몸매가좋았다.

또한 키도 컸다.

여자들이 생각하는 아주 이상적인 몸매.

“크읏...”

아마 본인도 패배했다고 생각하나 보다.

“어...? 잠시만. 혹시 하르모니아 성에서 고블린들을 학살하셨다는 그분이에요?”

세레나는 깜짝 놀라며 카론에게 물었다.

“네. 본인이에요.”

“와...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엄청났다고 들었어요!!!”

세레나가 렌의 손을 잡고 흥분하며 말했다.

렌 축하해!!

저번에 본인을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면서 풀이 죽었던 렌의 모습이 생각났다.

이런 유명인도 알아보는 사람이 되었구나!

그런 모습에 렌도 부끄러워했다.

“아...아니에요. 뭐 그렇게 한 건 없는데.”

“저가 들었는데 혼자서 마물 무리로 걸어가는 모습이 엄청났다고 들었어요! 추종자들도 엄청나게 많으신데...!”

추종자?

팬 같은 걸 말하는 건가?

세레나는 계속 하르모니아성 전투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슬쩍 거기서 빠져나올 준비를 했다.

그 전투를 말하면 무조건 나에 대해서 나올 테니까.

“카론! 그럼 난 보스랑 아래에 있을 게! 즉위식 끝나고 봐!”

“어...어! 좀 이따 봐!”

“어! 가시게요?”

세레나가 흥분해서 말하다가 내가 간다고 하자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네. 밖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네 다음에 뵙도록 해요.”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그 장소에서 나왔다.

세레나는 아까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 근데 하르모니아 성에서 여신이라고 불리셨던 분은 어디 계시죠? 저가 정말 그분의 팬이거든요.”

““...””

렌과 카론은 미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네? 저가 무슨 말실수했나요?

“아까 나갔던 로에나가 그 사람인데요?”

“...네?”

“생각보다 스케일이 크네...”

“일부러 일을 더 키운 거 같더라고.”

나와 에레보스는 사람들이 몰려있는 사이에 서 있었다.

즉위식의 절차는 이렇다.

인정을 해준 신전들이 하나씩 나와서 인증서를 읽는다.

그리고 교황은 미리 만들어 놓은 길을 걸으면서 시민들에게 인사한다.

마지막으로 파티를 즐긴다.

파티는 교황이 원하는 대로 진행했는데 크게 하는 경우는 황제가 직접 준비해주는 때도 있었다.

우리는 그냥 상단에서 아는 사람들끼리만 놀기로 했지만.

원래 이런 즉위식에는 귀족들도 많이 오는 편이었다.

하지만 크리브디스 공작의 눈치를 봐서 그런가 어떤 귀족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게 안 좋게 작용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좀 달라졌다.

귀족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시민들에게는 서민의 종교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전의 행보도 하르모니아성을 지키고 카론이 직접 농사를 도와준 일들이 있어서 서민들에게 폭발적인 인기가 생겼다.

하지만 불안한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이건 크리브디스 공작과 제국에 있는 광신도들을 잡기 위한 빌드업이지만 즉위식에 가지는 의미는 컸다.

세계에 교황이 한 명이 탄생한다는 뜻은 어떻게 보면 새로운 힘의 축 하나가 생긴다는 뜻이니까.

카론이 이런 큰 직무를 잘 감당할 수 있을지...

그저 한 마을의 소년일 뿐이었는데...

“좋은 교황이 될 거야.”

내가 불안한 표정을 했었는지 에레보스가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너가 좋은 신이 된 것처럼 저 친구도 좋은 교황이 될 거야.”

“내가 좋은 신이야?”

솔직히 내가 지금 제대로 신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잘 해왔는지도.

“그건 사람들과 다른 신들이 판단해주겠지. 하지만 내가 보기엔 넌 어엿하고 훌륭한 신이야. 그것보다 더 훌륭한 신이 되기도 할 거고.”

그런 말을 들으니 불안한 마음이 조금 사라지는 것 같기도 했다.

“시작한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즉위식이 시작했다.

그리고 단상 위에 카론이 올랐다.

카론은 당당하게 단상 위에 서서 여러 가지 말들을 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카론이 단상에 올랐는데 내가 더 긴장되서 정신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멋진 말들을 한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절차가 끝나서 이제 카론이 단상에서 내려와 뚫려있는 길을 걸어왔다.

카론은 그 주변에 서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기도 했고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그리고 내 앞까지 왔다.

나와 카론은 눈이 마주쳤다.

카론은 나에게 방긋 웃어줬다.

마치 그 웃음은 ‘나 어때?’, ‘멋지지?’ 같이 우리끼리 던지던 농담 같은 웃음이 아니었다.

그저 나 없이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

집에서 독립한 자식을 보고 있는 듯했다.

매일 내 뒤에 서 있던 카론이 아니었다.

그의 미소는‘이게 나다.’ 라는 미소였다.

그리고 나는 열심히 해보라는 의미의 미소를 지어줬다.

“로엔 그런 분위기도 좋긴 한데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이제 시작이지.”

“맞아. 이제 마무리의 시작이지.”

나와 에레보스는 카론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 무리에서 나왔다.

그리고 간 곳은 제국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곳.

귀족들과 황제가 회의하고 황제가 살고 여러 파티도 하는 곳.

황성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미리 적어둔 호소서를 그 앞의 병사에게 넘겼다.

“이게 뭔가요?”

병사는 우리 둘이 넘기는 호소서를 받고 어리둥절해했다.

“귀족들과 황제님께 넘겨주시죠.”

“누구 신데...”

“복수의 신 로엔님의 첫 번째 종. 카론님이 보낸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첫 번째 신호탄을 터트렸다.

제국을 바꿀 신호탄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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