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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54화 (54/138)

〈 54화 〉 #53 잊을 만 하면 나타나는...

* * *

“안녕하세요.”

“허허. 반갑습니다.”

황제의 편지가 온 지 2일째.

그 편지가 왔으면 공작에게 바로 반응이 올 줄 알았다.

일주일 뒤에는 정말 파멸로 보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공작도 이를 알고 있을 거고.

로드의 말에 의하면 황제의 편도 공작의 편도 아닌 중립 귀족들이 많다고 한다.

공작이 그런 일을 했다고 하면 황제 편에 들지 않더라도 공작을 조져줄 사람은 많다.

광신도가 무슨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작을 조질 자신은 있었다.

공작을 조진다면 여기 차원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겠지.

카론은 요즘 신전들이나 고위 귀족들을 만나면서 인사를 하고 있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치료를 해주기도 하고 좋은 사람이 있으면 축복을 내려주기도 했다.

그리고 카론이 교황이 되자 이 도시에 내 신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아마 서민들의 종교라는 타이틀이 사람들을 모으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았다.

또 그 중 신관들도 많이 생겼다.

엘로아가 한 건지 로젤리아가 한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신전에 사람이 늘어나니 일하기도 수월하고 보기에도 좋았다.

사람들도 다 좋은 사람인 것 같고.

“다 좋은데 왜 이렇게 한가해?”

대부분 일은 카론이 하고 에레보스는 로드와 같이 다녔다.

렌도 에레보스를 도왔다.

세레나는 원래 바쁜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은 다양한 일들을 했지만, 나는 카론의 호위만 하다 보니 너무 한가해졌다.

카론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웬만하면 밖에서 기다렸다.

들어가 봤자 지루하기만 하다.

암살하려고 하더라도 카론 정도면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갈 때까지는 버틸 수 있었다.

카론을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라면 내가 싸우더라도 장담을 못하니까...

카론은 이렇게 바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렌하고 육체를 수련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고 신성력 수련은 더더욱 열심히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마신의 기운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카론하고 비슷할 정도였다.

“하아아아암...”

한가하니 졸립다.

“졸린가봐~?”

“음 좀 졸립...?”

이 목소리.

이 말투.

이 기운.

­쾅!!!!!!

나는 신력을 담아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조금 과하게 담았는지 벽이 무너져버렸다.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너무 과한 거 아니야~?”

“모르는 사이가 아니니까 과하게 대응한 거지.”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상대.

나타난 사람은 이리나였다.

“카론을 잡으러 왔나?”

“음 잡을 수 있으면 좋긴 한데~ 그건 아니야~.”

나는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 기운을 이용해서 검을 만들었다.

“말이라도 들어봐 주면 안돼? 이러면 나 섭섭해~.”

“페르세스류 반달 베기.”

나는 짧게 검을 휘둘렀다.

절(?)이 공간마저 잘라버릴 수 있는 대규모 절단기술이라고 하면 이 기술은 범위가 좁지만, 상대방을 정확하게 베어내는 기술이다.

그녀는 피하지 않고 본인도 무기를 꺼내 내 기술을 받아쳤다.

그녀의 무기는 아주 큰 낫이었다.

검은색 해골이 정 중앙에 박혀있어 마치 사신이 쓰는 낫 같아 보였다.

“에이~ 저번에도 그렇게 인사가 과격해~.”

­덜컹!

“이게 무슨...!”

“로에나!!!! 괜찮아????”

“어 괜찮아.”

지금은...

저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이길래 이곳에 나타난 거지?생각해보니 여긴 신전이었다.

그것도 페르세스의 신전.

“공작이 보내서 온 건가?”

“아니~ 걔하고는 상관없어~ 그냥 너희가 너무 무난한 선택을 하니까 재미없어서 왔지~.”

“또 재미 때문인가?”

“그렇지~? 이제 나에 대해 조금 아는구나?”

“그럼 신장관들이랑 좀 싸우게 정보 좀 줘봐.”

이리나는 서운하다는 듯 얼굴을 꾸겼다.

“흐음~그게 제일 재미없을 거 같은데~?”

“신관장님 사람들 좀 지켜주세요.”

내 말을 듣고 신관장님은 신전 밖으로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우리가 이길 수 있으려나...

그래도 신관장 한 명을 이겨봤으니까 그냥 신도인 이리나 정도는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마음으로 이리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카론은 내 움직임에 연계해서 신성력으로 만든 화살을 쐈다.

이리나는 달려드는 나를 힘으로 밀쳐냈다.

“윽...!”

나를 밀치고 날라오는 화살들을 낫으로 쳐냈다.

“저번보다는 괜찮아진 거 같은데~?”

우리에게 충분한 빈틈이 있었지만, 그녀는 공격해오지 않았다.

저번과 같았다.

마치 약한 상대를 두고 장난을 치러온 사람 같았다.

그리고 그럴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도 내가 재밌는 걸 가지고 왔어~.”

그녀는 우리한테 뭔가를 설명하려는 듯했다.

장난스러운 얼굴로.

“그건~~...”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뒤를 돌더니 크게 낫을 휘둘렀다.

광신의 기운이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그 기운은 멀리 가지 못하고 사라지면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보스!!!!!!”

에레보스였다.

그는 주머니에 한 손을 넣은 채로 하늘에 떠있었다.

“넌 뭐냐?”

“... 이럴 수가...”

이리나는 적잖게 놀랐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왜 여기 계시는 겁니까...”

“내가 어디 있든 너가 무슨 상관이지?”

“분명... 저희와 뜻이 맞지 않습니까... 그동안 침묵하신 이유도...”

“아니. 난 너희랑 뜻이 맞지 않아. 나랑 뜻이 맞는 존재는 주신과 마신들뿐이야.”

침묵?

에레보스가 침묵했다고?

처음 듣는 소리다.

뜻이 맞다는 소리를 보면 광신도를 암묵적으로 에레보스가 받아줬다는 소리인가?

“이건 저희가 생각지도 못했군요... 아버지가 움직이실 줄이야...”

“너 같은 놈들을 자녀로 둔 기억 없는데?”

에레보스는 자신의 기운을 손에 모았다.

아주 영롱한 보라색.

광신의 기운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광신의 기운이 끈적한 느낌이라면 에레보스의 기운은 영롱하고 깨끗한 느낌이다.

“일단 내 가족을 건드린 값은 받아야지?”

“감히 싸울 생각 없습니다.”

“아니 누가 싸우자고 했냐?”

에레보스는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그 기운이 나뉘어 엄청난 속도로 이리나에게 달려들었다.

“죗값을 받으라고.”

이리나는 그 기운들을 막으려고 했지만 전부 막지는 못했다.

다리에 한 곳, 배에 한 곳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대체 수 십개의 약한 상처들이 생겼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내가 생각하지도 못해본 응용법이다.

분명 똑같은 정도의 기운을 가지고 있을 텐데 응용법 차이가 말이 안 된다.

저렇게 작은 기운을 저런 속도로 다루려면 기운 하나하나 통제 해줘야 한다.

그 정도 정신력을 이용해야 저런 속도를 낼 수 있을 텐데 그는 여러 개의 기운을 저렇게 다뤘다.

마치 여러 명의 사람이 조종하는 느낌으로...

“장난치려고 왔다가 뼈도 못 추리겠네요... 사제장님 듣고 계시죠?”

이리나가 갑자기 하늘을 봤다.

뭐지?

그러더니 검은색 포탈이 하나가 생겨 이리나를 빨아들였다.

에레보스는 딱히 그거에 대한 대응을 안 했다.

그리고 우리의 귀에 한 가지 소리가 울렸다.

­조금 장난치려고 했는데 좀 아쉽네요~

죽을 뻔했는데 장난치는 목소리로 말하는 것 보니 쟤는 진짜 재미에 목숨을 바치는 녀석인 것 같다.

재미 아티스트 그런 건가?

어떤 면에서는 존경스럽기까지 하네...

­사실 나는 공작의 약점을 알려주러 왔어~.

공작의 약점?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저번에는 자기 부하들을 바치더니 이번엔 공작?

공작은 여기 차원을 대표하는 광신도 아니던가.

그런 녀석까지 소모 패로 사용한다고?

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이리나의 선택으로 그러고 있는 건지 많은 의문이 든다.

­지하 감옥. 지하 감옥을 가 봐.

그 말을 끝으로 이리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로엔 난 여기서 헤어져야겠다.”

“어? 왜?”

에레보스는 자신의 기운을 거뒀다.

“난 이리나라는 녀석을 쫓으마.”

“어떻게?”

“방금 내 기운의 파편이 이리나라는 녀석한테 붙어있어서 추적이 가능해.”

그런 응용법도 있어?

처음 듣는 응용법이다.

에레보스가 오래 살아온 만큼 페르세스나 카리온에 비해 마신의 기운 응용법이 엄청났다.

뭐 페르세스는 육체로 싸우고 카리온은 소환해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에레보스의 싸움을 보니까 더 그런 것 같다.

“그럼 여긴 어쩌고.”

처음에는 같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할 거로 생각했지만, 에레보스는 동료들에 잘 스며들었다.

그냥 간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아쉬워할 정도로.

그리고 나는 안정감이 들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에레보스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도 했다.

내가 불안한 얼굴을 하자 에레보스는 자세를 낮춰 나와 눈을 마주쳤다.

“로엔 잘 들어.”

그리고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난 믿고 있어.”

그리고 에레보스는 모습을 감췄다.

짧은 말.

위로의 말도 아닌 짧고 담백한 한 마디.

그런 한 마디였지만 자신감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나는 마신이다.

수많은 차원에서 수많은 사람을 책임져야 할 마신.

그런 마신이 저런 공작 하나 제거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겠는가.

에레보스가 없어진 공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믿고 맡겨.”

“살짝 분위기 깨서 미안한데...”

카론이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 배상 어떻게 해?”

카론은 엉망이 된 신전을 가리켰다.

벽과 천장은 전부 베이고 무너져있는 상태.

주변 가구들도 대부분이 부서졌다.

...

“교황님! 수행원님 괜찮으십니까!”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걸로 보였는지 페르세스의 신관장이 건물로 들어왔다.

그리고...

“세상에 맙소사... 페르세스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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