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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56화 (56/138)

〈 56화 〉 #55 지하 감옥.

* * *

돌문을 들어가자 미로가 우리를 반겨줬다.

뭐 미로의 해결법에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한쪽 벽에 손을 대고 가는 방법이나 자기가 왔던 길을 표시하면서 가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제일 쉽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그냥 답지를 보는 거.

아무리 어려운 미궁이라도 답지보고 가서 모르는 사람은 바보다.

그리고 우리는 바보다.

“야... 그 거기에서 왼쪽 아니야?”

“아니 왼쪽으로 가면 함정이잖아.”

미로의 지도 복잡하게 그려져 있어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못 찾는 이유는 방향을 잃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함정들이 표시되어있기는 했지만, 정확히 어떤 함정인지 나타나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조건 지나가야 하는 함정도 그려져 있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한다면 이 함정이 발동되지 않겠지만 그런 방법까지 지도에 적혀있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지나가면서 알아보는 방법밖에...

우리가 발동시켜버렸던 함정은 화살이 마구잡이로 날라오는 화살이었다.

그 화살을 피하면서 도망가다 보니 우리가 있는 장소를 잃어버렸다.

“하... 나침반 같은 거라도 있으면...”

원래부터 길치여서 제대로 길을 못 찾는데 미궁에서 지도가 있다고 길을 잘 찾게 되는 건 아니었다.

“오늘 안에 여기서 나갈 수 있어?”

“그러게... 이대로면 불가능한데...”

“위를 뚫고 미로 위를 걸어가면 되지 않을까?”

“위가 그냥 막혀있으면 어떡하게. 광부처럼 돌이라도 팔 거야?”

그러네...

지하 미로이다 보니 그럴 확률이 더 높았다.

“잠시만... 위가 전부 돌이라고?”

우리가 내려온 계단은 은근히 길었다.

그런데 그 계단만큼 위에 가 막혀있다면 우리가 무슨 짓을 하든 위에 있는 사람이 알 방법은 없다.

“야 그냥 벽을 부수자.”

“뭐?”

이 미로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엉킨 실타래처럼 헷갈리게 되어있지 큰 미로는 아니다.

뭐 그 외에도 조금만 잘못 가도 함정들에 걸려서 죽을 확률이 높다.

아마 죄수를 이송하는 사람을 고려해서 만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벽에서 마나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것 보면 마법이 걸려있는 벽도 아니었다.

나는 바로 내 기운을 모았다.

“방향은 알아?”

“틀리면 한 번 더 쏘지 뭐.”

“야 힘 조절해...”

“알았어.”

저번에 엘리시가 신력을 레이저처럼 쐈던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지나갈 정도의 크기 정도로 조절한 후...

살짝 모자라도 되니까 뒤까지 뚫리지 않을 힘.

­콰가가가가가!!!

내 기운은 빔처럼 나가 벽을 부숴버렸다.

힘 조절은 잘 됐는지 아직 벽이 남아있어 보였다.

“그럼 가볼까?”

“그런데 이렇게 뚫어놓으면 나중에 감옥에 있는 이상한 새끼들도 나오는 거 아니야?”

“......몰라 알아서 하라고 하지 뭐.”

거기까지 생각해줄 정도로 친절하면 우리가 침입자인가.

손님이지.

다행히 벽은 아주 예쁘게 뚫렸고 미로 끝까지 도달했다.

미로 끝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여기로 들어가면 이제 감옥인가?”

“아마 그러겠지. 후딱 끝내자.”

내가 그 철문을 열려고 하자 내 앞에 어떤 검은 기운이 나타나 내 팔을 잡았다.

그 검은 기운은 사람의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형태로 바뀌고 있었지만, 사람은 아니었다.

머리에 솟아있는 두 개의 뿔.

그리고 검은색 박쥐 날개.

마족의 모습이었다.

“누구인가.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문을 열 수 없다.”

“오...! 이 문에 계약된 마족이야?”

마족...!!!!!!!

어떻게든 하늘이 우리를 돕나 보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그 마족에게 물었지만, 카론은 마족을 보고 깜짝 놀라 바로 전투태세를 취했다.

“로에나 떨어져! 마족이다!”

아 얘는 저번에 내가 마왕이랑 있었던 거 못 봤지.

“당장 이 문에서 손 떼라 침입자. 그 팔 평생 못 쓰기 싫다면 말야.”

그 마족은 나를 보며 음습하게 웃었다.

“야 너 나 누군지 몰라?”

나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 마족에게 물었다.

하긴 마왕도 나에 대해서 잘 몰랐으니...

뭐 모르면 알려주면 되지. 음음!

“죽여주마.”

그 마족은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아 철문을 잡고 있는 내 팔을 베려고 했다.

나는 팔을 빼서 마족이 휘두르는 검을 피했다.

“이게 미쳤나...”

친절하게 나에 대해 알려주려고 했으나 갑자기 머리에 피가 쏠렸다.

화나네?

대화를 하려고 하는 사람한테 검부터 휘둘러?

누가 그따위로 가르친 거야?

“야 너 누구냐?”

“나는 마계 백작 루타비아다. 너희 같은 인간들이 내 이름을 알게 된 것을 감사하게 여기며 죽어라.”

그 마족은 살기를 내뿜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저 새끼가...

나는 그런 마족에게 내 기운을 내뿜어줬다.

“뭐...뭐야...?”

그 마족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눈이 엄청나게 커졌다.

“뭔가 익숙한 느낌 아니야?”

내가 응? 너희 상관이랑 응? 사우나도... 아니 사우나는 아니고...

음주운전에 걸리고 경찰한테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정치인 같은 자세를 취했다.

“야 네 상관 누구야?”

마족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흐...흑....죽...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야 잘하자... 아무리 내가 기운을 숨기고 있던 것도 아니고.”

“그... 제가 문을 지키는 게 일이라서 상대가 누구든 막아야 해서...”

“그럼 나도 막아야겠네? 에레보스가 와도? 막아봐.”

“죄...죄송합니다!!!!”

그 마족은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나한테 잔소리를 들었다.

얼굴은 눈물 콧물로 범벅되었다.

남자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좀 꼴불견이긴 했지만 그만큼 사죄한다는 의미겠지 싶었다.

“로에나... 그만 가자...”

카론은 마족이 불쌍했는지 상황을 끝내려고 했다.

“그래. 내가 바쁘지만 않았어도 너 여기서 3일 동안 나한테 잔소리 들었어. 알아?”

내가 가장 싫어하는 형벌.

했던 말 또 하면서 앞뒤 상황 다 떼어놓고 네가 잘못했다고 말하기.

이게 굉장히 고통스러운 벌이다.

분명 처음에는 내가 별로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계속 듣다 보면 내가 잘못한 거 같아진다.

그리고 똑같은 말만 계속 듣다 보면 ‘정신 나갈 것 같아요!!’ 가 저절로 나온다.

쟤가 저렇게 벌벌 떨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

“에휴 그래 계약자 말을 잘 듣는 것도 좋은데 잘해야지.”

“죄송합니다...크흑...”

“그래 열심히 하고 우리 갈게?”

“네...?”

마족이 놀란 얼굴로 날 봤다.

지나가는거 안된다고 말하려는거냐?

“막게?”

“아... 아닙니다! 그...그냥 가시는 건가요?”

“그래 간다~ 나중에 내가 밥이라도 사줄게.”

이게 참된 상관이지.

벌을 주더라도 밥 한끼 사주면서 응어리를 풀어주는.

내가 은근히 당근과 채찍을 잘 쓰는 거 같아.

나는 손을 흔들면서 철문을 열고 들어갔다.

남아있던 루타비아는 로엔이 사라진 철문만 바라봤다.

자신이 한 행동은 머리가 100개라도 부족할 정도의 신성모독.

감히 자신들을 굽어살펴주시는 마신께 검을 겨눴던 일이다.

로엔이 마신이라는 걸 알자마자 본인이 불지옥에 떨어질 것을 예상했다.

아니 차라리 불지옥 정도면 감지덕지했다.

마신이 직접 처벌을 내리지 않더라도 다른 마족들이 안다면 평생 고문을 당할 정도였는데 그냥 넘어가다니...

이번 새로 탄생하신 마신님께서는 자애롭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저 정도로 자애로우신 분일 줄은 몰랐다...

“흑....크흐흑... 무서웠어...”

하지만...

로엔은 철문을 열며 생각했다.

‘마왕한테 애들 교육 좀 하라고 말해야겠네...’

로엔은 그 말이 사형선고보다 더 큰 영향이 갈 말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난 이런 생각을 했다.

‘감...옥이라고?’

아무리 봐도 여기는 감옥이 아니었다.

마치 신전 같았다.

창문은 없지만 제일 앞에 교단이 있고 신도들이 앉을 수 있을 만한 의자들도 있었다.

“더 들어가 보자.”

교단 앞쪽에 문 하나가 있어 그곳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복도가 하나 나왔다.

그 복도에는 여러 개의 문이 존재했다.

“어... 누구십니까?”

그리고 어떤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은 마치 수녀님이 입을 만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쪽이야말로 누구시죠?”

우리는 물음을 물음으로 답했다.

그러더니 그 사람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침입자!!! 침입자다!!!!!!!!!!”

카론은 그 사람이 소리치자 바로 뛰쳐나가 그 사람을 제압했다.

별다른 힘이 없어 보이는데?

주위를 둘러보더라도 광신의 기운은 느껴지지만 그렇게 강한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은 여기서 범죄자들을 고문하는 제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범죄자들을 고문하는 거면 '범죄자들을 구해줘야하나?'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윽...! 누가 보낸 녀석들이지?”

굳이 대답해줄 이유가 없었다.

나는 복도에 있는 문 하나를 열었다.

그곳에는 어린아이들과 방금 봤던 사람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마치 선생님이 교육을 하는 모습이었다.

칠판이 있고 그 앞에서 아이들에게 뭔가를 교육 중 같아보였다.

“이런 시발...”

앞에 적혀있는 내용은...

어떻게 고문을 해야 사람이 고통을 많이 느끼는지에 대한 내용.

그걸 보자마자 온갖 욕이 떠올랐다.

여기는 감옥 같은 곳이 아니었다.

교육장소.

광신도들을 키워내는 학교 같은 곳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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