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57 공작과 싸우다.
* * *
“로엔 잠시만.”
내가 바로 나가려고 하자 카론이 나를 붙잡았다.
“혹시 모르니까 이거 가져가.”
카론은 나에게 목걸이를 넘겨줬다.
내가 줬던 성물이다.
그 목걸이는 십자가처럼 생긴 목걸이다.
왠지 종교인 하면 이런 목걸이를 차고다니던게 생각이 나서 이 목걸이를 골랐었다.
“뭐 여기서 싸울 일도 없을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들고 가.”
거절하려고 했지만 카론이 걱정하는 눈빛을 나에게 보내자 마음이 약해져서 그 성물을 받았다.
“알았어!”
나는 지하 감옥에서 뛰쳐나왔다.
밖에 내리던 비는 어느 정도 그친 것 같았다.
저 멀리 동이 트고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신전으로 향했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기도하며 달려갔다.
신전 근처에 가자 엄청나게 큰 마나와 광신도의 기운들이 느껴졌다.
큰 마나는 로드인 것 같네...
그 마나가 느껴지는 쪽으로 가봤다.
“어...?”
갔더니 내 앞에 보였던 건 얼굴에 살짝 피가 튀겨있고 살벌한 얼굴을 하고 있는 카론이었다.
그리고 발밑에는 한 20명 가까이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카...론?”
“어 오셨습니까? 생각보다 빨리 오셨군요.”
아 맞다!
로드가 폴리모프로 모습을 바꾸고 있었지.
“로드 어떻게 된 거에요!”
“아 그냥 암살자 몇 명이 잠깐 왔었습니다.”
로드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런 거 치고는 주변이 박살 나 있었다.
다행히 신전에서 좀 거리가 있는 장소였는데 주변 나무들이 부러져있고 땅은 폭격이라도 맞았는지 파여있었다.
광신도들의 기운도 약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제단에서 만났던 녀석들보다는 강해 보였다.
“로드... 많이 강하구나...”
“하하... 이래 봬도 드래곤 로드입니다.”
“신전은? 신전은 아무 문제 없어?”
“네. 혹시 몰라서 보호 마법을 걸어놨는데 두 세 명 정도가 보호마법에 걸려 사라져버렸습니다.”
사라져버렸다라...
굳이 어떤 마법을 걸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무슨 불나방도 아니고 사라져버려.
“그것보다 지하 감옥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나는 지하 감옥에서 봤던 내용을 로드에게 말해줬다.
로드는 그 내용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 반응했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는데 어린아이라... 저가 생각한 것보다 악질이네요.”
“후...”
나는 머리를 식히려고 숨을 내뱉었다.
“일단 바로 공작에게 가시죠. 약점도 잡았겠다, 결정타를 쳐야죠.”
로드의 말을 따라 우리는 공작에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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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저런 괴물이...!”
한 복면을 쓴 사내가 빠른 속도로 도망치고 있었다.
암살자들이 단체로 행동할 때 철칙이 하나 있다.
상황을 보고 할 한 명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것.
그가 본 상황은 처참했다.
그건 전투가 아니었다.
유린.
사람이 개미를 가지고 노는 듯한 놀이.
같이 온 동료들은 약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고위 귀족이라고 해도 없애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아무도 모르게...
하지만 내가 봤던 상대는 사람 하나를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는 정도가 아니다.
큰 도시 하나 정도를 없앨 수 있는 정도.
차원이 다른 강함이었다.
그저 자신이 싸우는 조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만 감사하게 여겨야 했다.
한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사람들을 처리했다.
일단 하나 확실한 게 있었다.
그는 교황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교황이 아니다.
그가 사용한 건 마법이다.
함정을 판 건가?
일단 보고가 먼저다.
공작에게 이 사실을 알리러 공작 저택으로 향했다.
늘 들어가는 창문을 이용해서 공작 저택으로 들어갔다.
“공작님. 계십니까?”
트는 동이 창문으로 들어와 방 안을 밝히고 있었다.
“어 왔는가?”
공작은 자신을 반겼다.
“전멸 당했습니다...”
“전멸? ...누가 있었던 거지?”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교황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공작은 콧수염을 매만졌다.
“일단 알겠다. 그만 쉬게.”
“죄송합니다...”
복면을 사내는 고개를 숙이고 나서 뒤로 돌아 창문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자 그는 등과 배에 이상함을 느꼈다.
그가 자신의 배를 보자 자신의 몸을 통과한 막대기가 보였다.
막대기에는 꿀렁이는 보라색 기운이 감싸져 있었다.
“쿨럭...”
그는 피를 내뱉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공작을 보았다.
공작은 웃음을 짓고 자신을 보고 있었다.
“허허... 지옥에서 편히 쉬라는 소리였네.”
공작은 막대기를 뽑고 옆에 있는 손수건을 들어 막대기에 뭍은 피를 닦아냈다.
“마지막 방법을 사용해야겠군.”
이미 지하 감옥까지 들킨 상황에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가 준비해둔 마지막 보루.
그는 망토를 걸치고 떠날 준비를 했다.
그가 준비해둔 반란군이 있는 장소로.
이리나가 시간을 끌면 된다고 했을 때 광신도들을 수도 근처에 있는 숲에 모았다.
그리고 자신 가문의 기사들과 병사 그 외의 용병이나 다른 사람들도 모았다.
‘기다리기만 하면 내 승리다.’
그는 말을 타고 사람들이 있는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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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텔레포트로 카론하고 거기 있는 아이들을 빼내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굳이 공작과 싸우셔도 되지만 질 것 같으면 잠깐 빼셔도 됩니다. 공작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쉽지 않은 상대일겁니다.”
“알겠어요.”
나는 공작 저택으로 달렸다.
공작이 도망칠 수 있는 확률이 분명히 있다.
이미 우리가 지하 감옥을 알아냈다는 사실도 알고 있으니까.
광신의 기운이 온다?
기운을 숨기고 있는지 미세한 기운이었지만 자신 쪽으로 광신의 기운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앞에 말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보였다.
후드를 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기운으로 검을 만들었다.
확신했다.
중간에 있는 저 사람, 공작이다.
나는 검을 높이 들고 땅으로 내려쳤다.
“페르세스류 대지 가르기.”
큰 진동파가 생겨 그들에게 날아갔다.
공작은 말을 발 받침대처럼 사용해서 높이 뛰었다.
진동파는 말들과 옆에 있던 두 사람만 맞고 공작은 땅으로 착지했다.
공작은 쓰고 있던 후드를 넘겼다.
“벌써 나왔나 보군.”
“쫄보도 아니고 왜 도망가려고 해?”
나는 공작을 도발했다.
“크흐흐... 대의를 도모한다는 행위라고 해두지.”
“대의를 도모하려고 도망가는 거잖아.”
“너 같은 건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 거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나는 검의 날로 공작을 노렸다.
“덤벼.”
공작은 막대기를 앞으로 세웠다.
그리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검은 마법진이 공작 앞에 나타나 마법진 앞에 검은색 불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무슨 기술이지?
검은색 마법진.
처음 보는 기술이다.
분명 나무 인형들을 이용하는 것 보면 통각 쪽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마법진을 사용하는 건 마법 계열이라고 들었는데.
일단 마법사에게 마법을 사용하도록 자유롭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나는 바로 그의 근처로 파고들었다.
“파이어볼!”
공작이 외치자 하나였던 불덩이가 여러 개로 변해 날라왔다.
‘벤다.’
날라오는 불을 베어냈다.
그 불은 반으로 갈려 내 양쪽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공작 쪽으로 가려고 하자 뭔가 이상했다.
검에 붙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내가 불을 끄려고 검을 몇 번 휘둘러 봤지만 불은 점점 커져서 손잡이 쪽까지 오려고 했다.
“뭐야?”
“채인 라이트닝!!”
내가 불을 이상하게 보고 있자 공작은 다시 나에게 마법을 날렸다.
이번에도 평범한 마법 같아 보였지만 날라오는 건 검은색 번개였다.
나는 검을 버리고 날라오는 번개를 오른쪽으로 피했다.
검은색 불이 내 기운으로 만든 검을 태웠다.
뭔가 많이 비슷한 상황을 봤던 것 같다.
신력을 침식했던 광신의 기운.
마치 그것과 비슷한 상황처럼 보였다.
정보가 부족하다.
이번엔 신력으로 여러 개의 화살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에게 쐈다.
갑자기 아까 공작과 같이 오던 두 사람이 일어났다.
날라오는 화살에 몸을 날렸다.
‘나무 인형!’
신력의 화살들이 박혀 얼굴이 드러났는데 그 안에 있던 건 공작과 똑같은 얼굴이었다.
“파이어 애로우.”
공작이 주문을 외우자 그 나무 인형들을 뚫고 검은색으로 불타는 화살이 여러 개 날라왔다.
나는 손에 검을 아직 만들지 않은 상태였다.
오른쪽.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몸을 날리는 순간 공작은 또 주문을 외웠다.
“파이어월.”
내가 몸을 날리는 쪽에서 검은색 불기둥이 하나 솟아올랐다.
나는 이미 몸을 날린 상태라서 피하지 못하고 왼쪽 어깨 쪽이 그 기둥에 스쳐버렸다.
“으으윽...!”
어깨에 검은색 불이 붙었다.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냥 화상의 고통이 아니었다.
뼈에 사무칠 듯 온몸에 고통이 새겨진다.
원래라면 이 정도는 그렇게 큰 상처가 아니다.
치료한다면 별 영향이 없다.
하지만 고통으로 인해 집중하기가 힘들다.
“끄으으으으...!”
이를 꽉 물었다.
분명 어깨에 불이 붙었는데 말도 안 되는 아픔이 들어온다.
“끄으... 감각...차단...”
너무 큰 고통에 감각을 차단하려고 했다.
하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
맨 처음 들었던 어깨의 고통은 약해졌지만 온몸에 사무치는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일단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몸을 일으키니 품속에 넣어놨던 목걸이가 떨어졌다.
“파이어볼.”
공작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여러 개의 불덩이를 날렸다.
피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밑져야 본전이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성물에 내 기운을 넣었다.
“발동.”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