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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59화 (59/138)

〈 59화 〉 #58 공작을 잡다.

* * *

나의 말과 함께 성물에서 내 기운이 퍼져 나갔다.

성물의 능력은 영역.

내가 넣은 기운을 일정한 공간까지 없애버리는 능력이다.

이런 성물을 생각해낸 것은 바로 에레보스에게 봉인 마법 푸는 법을 배울 때였다.

이 성물에 신력을 넣어서 주변의 신력을 없앤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법도, 기술도 사용할 수 없다.

신성력을 넣는다면 그 주위에서 신성력을 사용할 수 없고 마력을 넣는다면 그 주변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평범한 상황이라면 난 신력을 넣었을 거다.

신력을 넣는다면 신성력도, 마법도 못 사용할 테니까.

하지만 난 저번에 광신을 보고 한 가지를 깨달았다.

광신의 기운은 마신의 기운과 똑같다.

완전히 똑같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같은 계열인 것은 확실했다.

에레보스와 주신이 섞인 존재.

그 존재에게서 끌어다 쓰는 기운.

그래서 나는 마신의 기운을 넣었다.

저 녀석이 사용하는 건 마나가 아니었다.

광신의 기운.

공작이 사용하는 마법은 광신의 기운을 비틀어서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어떻게 만들어낸 기술인지는 모르겠지만, 불의 색깔과 효과들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저 녀석은 아마 통각의 사제겠지.

내가 불을 맞았을 때 엄청난 고통이 들어왔던 이유도 아마 그것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몸에서 느껴지던 고통은 아주 깨끗하게 씻어낸 듯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공작이 날렸던 파이어볼 또한 전부 사라져버렸다.

나는 신력으로 화살을 만들어 공작에게 쐈다.

“매직 쉴드!!!!”

공작이 큰 소리로 외쳤지만, 앞에 나타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으억!!!!”

공작은 속수무책으로 내가 날린 화살들을 맞아 바닥을 굴렀다.

“매직 미사일!!!”

이번에도 아무 변화가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나는 다시 화살들을 만들어 그에게 겨눴다.

그러자 목숨의 위협을 느꼈는지 그는 큰 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매...매직 쉴드!!!!"

이번엔 파랑색 보호막이 그를 감쌌다.

그냥 마나로 사용한건가?생각보다 두뇌회전이 빠른데?

그러니까 공작까지 올라갔겠지만.

하지만 그가 알았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신력으로 만든 화살들은 날라가 그가 만든 보호막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천천히 걸어갔고...

“잡았다. 이 새끼야.”

나는 신력으로 검을 만들어 그에게 겨눴다.

“이 악마 새끼야. 너는 내가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모자랄 것 같다.”

“네가...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이러는 것이냐!!!!!!!!!!!”

“밑도 끝도 없이 뭔 소리야?”

공작의 머리에 핏발이 섰다.

“네가 무력감에 대해 느껴본 적 있느냐? 인간 중 최고까지 올랐지만, 그 위에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계단을 본 그 기분을 말이다.”

공작은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인간의 끝을 봤다. 어떻게 하든 여기서 더 이상 오를 수 없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나는 신이 되려고 했다. 광신을 도우면 나를 신으로 만들어준다더군. 크흐흐...”

그러더니 갑자기 공작은 자세를 바꿔 나에게 무릎 꿇었다.

“내가 너를 황제로... 아니 신과 가까운 존재로 만들어주마. 제발... 제발... 목숨만은 살려다오.”

“...풉.”

나는 웃음이 튀어나왔다.

어이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웃음이다.

나는 머리를 숙이고 있는 공작의 머리채를 잡아 나를 보게 했다.

“너 미쳤냐?”

어이가 없지 않은가.

“인간은 신이 될 수 있어.”

나라는 존재도 있고 다른 뛰어난 사람이 신이 된 경우가 있다.

“너는 시발 무력감 같은 좆같은 핑계를 대며 니 행동을 합리화했을 뿐이야.”

나는 공작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짝!

“쿨럭...”

공작은 피를 내뱉었다.

“니가 죽인 사람들을 생각해봐. 그 사람들은 신? 황제? 그런 거 바라지도 않았어. 그냥 평범하게 가족과 지내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뭐? 니가 무력감을 느껴서 그런 짓을 했다고?”

나는 다시 한 번 후려쳤다.

­짝!

“너 같은 녀석은 내가 광신이라고 해도 신 안 시켜줘. 누가 보든 넌 그냥 좆같은 새끼일 거거든.”

나는 머리채를 잡고 공작을 끌어올렸다.

“으...으....”

그리고 주먹으로 공작의 얼굴을 갈겼다.

­빡!!!!!!!

“억!!!!”

공작은 땅바닥을 굴렀다.

어느 정도 시간이 되었는지 성물이 울렸다.

그리고 내 기운이 다시 나에게 스며들었다.

누워있던 공작도 그것을 느꼈는지 눈빛이 바뀌었다.

비굴하던 눈빛이 아니다.

“이런 시발.”

나는 이 녀석을 죽이지 않고 여기서 끔찍한 고통을 받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공작의 앞에 포탈이 열리는 것을 보고 나는 검을 꺼내 공작을 베려고 했다.

“윽...!”

나에게 성물을 사용한 반동이 찾아왔다.

갑자기 들어온 마신의 기운이 어지러움을 유발했다.

“반달 베기...!”

나는 휘청거리면서 포탈로 기어들어가는 공작에게 검을 휘둘렀다.

“으아악!!!!!!!”

그러자 공작의 두 다리가 잘렸다.

공작은 굳은 의지로 다리를 놓고 포탈로 들어갔다.

그리고 포탈은 닫혔다.

시발...

나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필... 하필... 이럴 때 실수를...

­로엔! 로엔! 어떻게 됐어!

내 귀에 카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게...

너무 미안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처음부터 큰 기술을 사용했어야 했는데 너무 간을 봤다.

그리고 나의 약함을 깨달았다.

이제까지 너무 약한 상대들과 싸우다 보니 나의 성장을 생각하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

카론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놓...쳤어...

나는 죄책감이 가득 차서 카론에게 할 말이 없었다.

차라리 내가 아니라 카론이 나왔다면... 아님 에레보스나 로드가 왔더라면...

­괜찮아. 지금 갈게. 장소만 말해줘.

카론의 말이 있은 후 카론은 나에게 왔다.

아이들과 함께.

“언니!!!! 정말 감사해요!!!”

“누나!!! 감사해요!!!”

아이들은 주저앉아있는 나에게 달려와 안겼다.

“어...?”

“네가 구한 아이들이야.”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분명 카론에게 한 소리 들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카론의 얼굴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그런 큰 잘못을 했는데...

거의 조조를 눈앞에서 놓아준 관우급이었다.

아주 멍청한 모습.

카론은 그런 나를 보며 방긋 웃었다.

“공작? 좋은 기회였지만 못 잡으면 어때. 금방 다시 잡으면 되지.”

“그래도...”

“네가 잘못한 거 아니야. 넌 전력을 기울였겠지. 그러니까 더 그렇게 슬퍼하는 거겠고.”

“내가 놓치는 바람에 희생자가 나올 수 있어...”

“하지만 네가 구해준 이 아이들과 다른 사람들만큼 나오지는 않겠지.”

아이들의 밝은 얼굴들을 봤다.

몇몇 아이들은 감사하다고 말하며 울고 있었고 누구는 정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아이들을 구했으면 된 거 아닐까?”

카론은 맞지 않느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 맞아.”

나는 자리에서 힘차게 일어났다.

“그래. 그렇게 앉아있을 시간 없어. 다음 생각을 해야지.”

나는 카론을 보며 방긋 웃었다.

“고마워.”

그러고 보니 한 사람이 안 보였다.

“로드는?”

“으윽... 버러지 같은 녀석...”

공작은 엉금엉금 기며 포탈에서 나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이 만들어놓은 거점이었다.

“흐...흐흐... 이깟 다리 신이 된다면...”

“니가 신이 된다고?”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보니 회색 머리를 한 여성이 있었다.

머리 위에서는 늑대귀가 쫑긋쫑긋 움직였다.

“주제를 알아야지.”

“누...누구냐!!!”

공작은 렌에게 소리쳤다.

“이 녀석 어떻게 할까요?”

렌은 옆을 보며 말했다.

공작은 렌이 바라본 쪽을 봤다.

거기에는 한 금발 노인이 앉아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너...너! 상단의...!”

자신이 망치려고 했던 상단의 주인.

루카스가 앉아있었다.

“생각보다 노력해주셨나 보네. 무슨 구더기 같은 모양새로 선물을 보내주신 거 보니까.”

“뭐...뭐! 구더기???”

공작은 자신을 저런 식으로 모욕하는 걸 처음 들었다.

“딱 꾸물꾸물거리는게 구더기인데? 아님 거머리인가? 다른 사람들의 피를 쪽쪽 빨아먹었잖아?”

로드는 뭔가 깨달은 듯 손뼉을 쳤다.

“구더기도 맞네! 사람들 시체 먹으면서 그렇게 큰 거 아니야!”

“이...이놈!!!!!!!!!”

공작은 손에서 마법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손을 들자마자 팔에서 큰 고통이 느껴졌다.

들었던 팔을 보니 거기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옆에는 자신의 오른손이 나뒹구르고 있었다.

“으...으악!!!!!!!!”

“아이... 시끄러워...”

그러자 옆에 있던 천이 날라와 공작의 입속에 처박혔다.

“읍...! 읍읍!!!!”

공작은 밀려드는 공포에 소리치려고 했지만 입속에 있는 천 때문에 그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를 뿐이었다.

“아이... 왜 그래...”

로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작에게 다가갔다.

“읍...흐읍...흐으읍...!”

자신에게 천천히 걸어오자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공포감이 몸을 휘감았다.

눈물, 콧물 할 것 없이 얼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로드는 쪼그려 앉아 공작을 보며 방긋 웃었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로엔이 준 하늘색 검을 뽑았다.

“웃어 새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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