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60화 (60/138)

〈 60화 〉 #59 나의 색깔

* * *

서늘한 공간.

어느 정도 사람들의 형체와 얼굴 정도만 보였다.

그리고 제일 중심에 있는 남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통각.”

“네.”

“시각.”

“네에─.”

“청각.”

“네.”

“후각.”

“예. 교황님.”

“미각.”

“후욱... 후욱... 예...”

다섯 명의 신관장.

그리고 그 중앙에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 남자 옆에는 이리나가 서서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

청각의 사제장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다는 듯 인상을 꾸겼다.

“에레보스님의 봉인을 풀 제단은 다 만들어졌다.”

중앙에 앉아있던 남자가 말을 꺼냈다.

“이제 마지막 제물만 필요하다.”

“신입니까.”

“그렇다. 신이라는 제물. 그것만 바친다면 우리의 신이신 진정한 에레보스님이 이 세상에 나타나신다.”

그 남자는 한 사진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우리가 노리는 신의 사진이다. 청각의 사제장을 제외한 모두가 그 신을 잡으러 간다.”

남자는 칼을 꺼내 그 사진 중앙에 꽂았다.

“시간은 7일 뒤. 7일 뒤에 게시한다. 1차원에 있는 코엔이라는 도시다. 정확한 시간에 그곳으로 모이도록.”

““네.””

교황은 음흉하게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칼이 꽂혀있는 사진을 바라봤다.

청아한 하늘색 머리를 한 여인의 모습.

그 사진은 비의 신 엘리시의 사진이었다.

이야기를 마친 후 사제장들은 회의하던 방에서 나왔다.

“야 청각! 너 팔은 어디다 버리고 왔어?”

시각의 사제장이 장난치듯 청각의 사제장에게 말했다.

그에 대한 대답은 후각의 사제장이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초짜 신한테 잘렸다더군.”

“시발. 니네가 뭐 보태준 거라도 있어? 시각 너도 페르세스한테 맞고 도망쳤다면서.”

“맞고? 크크... 그래서 나는 팔 두 쪽 다 있는데? 너는? 어떻게 됐냐? 그리고 내 상대는 신계에서 무력으로는 제일 강하다는 페르세스였는데 너는? 너는?”

“이 시발새끼가...!”

청각의 사제장이 기운을 끌어올리자 시각의 사제장도 같이 기운을 끌어올렸다.

“조용히 해라.”

통각의 사제장이 말하자 둘다 기운을 내렸다.

그리고 통각의 사제장은 한숨을 쉬며 둘에게 말했다.

“하... 병신들도 아니고 맞고 다니지 마라.”

“후욱... 통각... 그 차원 내가 받기로 한 차원인데 후욱... 왜 부쉈어...”

“아이씨. 그 카리온 새끼가 자꾸 짜증 나게 굴잖아.”

미각의 사제장의 말에 짜증 내며 답했다.

“카리온 그 새끼는 내가 죽일 거니까 아무도 건들지 마.”

“후욱... 난 엘로아님만 있으면 돼... 후욱...”

“넌 뭐 아직도 님을 붙이냐...”

“후욱... 엘로아님은 엘로아님이야... ”

미각의 신관장은 육중한 몸을 이끌며 숨을 내뱉었다.

“뭐 어쨌든 슬슬 큰 싸움이 있을 예정이니까 다들 준비해놔. 청각은 언제까지 그러고 다닐 거야? 뭐 재생을 시키든 의수를 달든 뭐 좀 해놔.”

“으윽...”

통각의 사제장의 말에 청각의 사제장은 이를 갈았다.

자신도 팔을 재생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치료를 하더라도 팔이 다시 자라나는 일은 없었다.

차라리 잘린 팔이라도 되찾으면 치료가 가능하다고는 들었다.

그 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마...

“로엔... 그 씨발년...”

며칠 뒤 공작의 사망 소식이 우리의 귀에 들렸다.

정말 어이없는 일.

사망 사유는 과다출혈.

뭐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긴 했다.

다리 두 쪽이 허벅지 정도에서 잘렸는데 과다출혈로 죽을 만했긴 했다.

그래도 어이없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죽을 뻔했다고!

뭐 원래라면 죽진 않겠지만, 광신의 기운을 강하게 받으면 죽을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신의 감각은 굉장히 민감하다.

내가 목숨이 위험하다고 느꼈다면 진짜로 죽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광신의 기운이 마신의 기운과 같은 계열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내 예측이 맞을 것이다.

그런 상대가 갑자기 과다출혈로 죽었다는 소식이 들린다면...

뭐 말이 과다출혈이지 사실상 객사나 다름 없지 않는가.

에휴 그래도 좋게 끝났으니까.

그 이후에는 모두가 본인의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카론은 교황 직에 대한 일을 하고 로드는 상단 일을 했다.

카론의 교황 일은 대부분 서민들을 구호하는 일이었다.

공작이 죽고 나서 남아있던 잔당이 서민들의 재산을 약탈하고 죽였기 때문에 이들을 소탕하는 게 대부분의 일이었다.

그리고 로드는 원래 해야 하던 상단 일에 공작 재산들을 나라로 환원하는 일을 맡았다.

아마 공작에게 로드의 상단이 당했던 것을 생각해서 황제가 로드의 상단에다가 그 일을 맡긴 것 같았다.

그리고 렌은 그런 로드와 카론을 도와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남았다.

카론과 로드를 도와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굳이 그 일들을 하지 않았다.

둘 다 나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아니었기에 여유롭게 있을 수 있었다.

내가 놀려고 그런 건 아니었다.

나에게 할 일이 남아있었다.

이제 남은 신관장과 광신에 대한 생각.

나는 공작과 싸우고 많은 것을 느꼈다.

에레보스와 카리온 등등과 같은 색깔의 부족.

이대로 가다간 내가 누구도 이길 수 없다.

청각의 신관장이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방비한 이리나 조차 이기지 못했으니까...

다른 신관장들이랑은 싸우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알 수가 있다.

이 사실을 공작과 싸우고 많이 느꼈다.

그리고 나는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나의 색깔을 찾으려고.

나는 내 신전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고민을 했다.

‘과연 강해지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에레보스와 카리온 같은 방법은 안 된다.

에레보스는 몇억 년을 쌓아놓은 노하우로 이뤄진 기술이었다.

마치 수 십개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한 기술.

아마 신계의 어떤 신도 따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카리온.

카리온도 똑같다.

오래된 시간 동안 모으거나 창조해낸 소환수들을 가지고 있다.

뭐 이렇게 말하면 페르세스나 엘로아도 똑같겠지.

나는 나만의 장점을 살려서 나만의 능력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뭐인지가 중요하겠지.”

갑자기 백지 도화지를 주고 너랑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그려보라고 말한다면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나는 천천히 내 능력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신력, 마신의 기운, 언령이 대표적이다.

페르세스가 알려준 무술도 있었지만, 그걸로는 한계가 있다.

“내 장점이라...”

나는 신력과 마신의 기운 두 종류를 하늘에 띄어놓고 고민을 했다.

이 두 가지 종류의 기운...

내 장점...

“아무런 생각도 안 나네...”

차라리 페르세스한테 무술 교육을 받거나 에레보스한테 신력 교육을 받는 게 나으려나.

아니야.

그럼 달라지는 게 없어.

카리온이나 페르세스도 전부 자신이 고민해서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전투방법을 고른 거 일 거 아니야.

나의 장점...

나의 장점...

나의...

나의......

“로엔 뭐 해?”

누군가 나를 깨웠다.

어 잠깐 졸았네...

풀밭에 누워서 고민하다 보니 노곤해져서 잠이 들고 말았다.

“어 렌!”

“왜 밖에서 졸고 있어. 잘 거면 들어가서 자.”

“아냐...”

내 장점에 대해 고민해야 되는 걸...

아니지.

굳이 내 장점을 내가 답해야 할 필요는 없지!

“렌!”

나는 기대되는 눈으로 렌을 쳐다봤다.

“뭐야 그 부담스러운 눈빛은...”

“내 장점이 뭐라고 생각해?”

“엥? 갑자기?”

렌은 내 질문에 머리를 긁적였다.

“뭐 착한 거?”

“아니 그런 거 말고. 내 장점! 내가 싸울 때 이런 점이 좋았다던가.”

“솔직히 능력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랑 차원이 다르니까... 대부분이 장점이긴 한데...”

그래도 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은 싸움을 보기도 하고 직접 싸우기도 했다.

실전 경험은 카론과 나보다 훨씬 많은 베테랑.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창의성?”

“엥?”

“가끔 신기한 행동을 하는게 장점인 것 같은데?”

“왜 확실하게 ‘장점이야!’ 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같은데?’야...”

렌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게 좋게 작용할 때도 있는데 조금 덜렁거린다든가 못 믿음직해 보일 때도 있거든.”

“그...그런가...?”

창의성이라...

뭐 물건들이라도 뚝딱뚝딱 만들어야 하나?

“근데 뭐 때문에 그래?”

“내 색깔을 찾고 싶어서.”

“색깔?”

“나는 그동안 신계에서 배웠던 능력들만 사용해서 싸웠는데 그렇게 싸우기엔 이제 상대가 너무 강해. 배운 것만으론 한계를 느꼈어. 새로운 능력이나 기

술이 필요해.”

내가 진지하게 렌한테 말하자 렌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럼 도서관이나 그런 곳에 가보는 건 어때?”

“도서관?”

“카론한테 허가증을 달라고 하면 줄 거야. 도서관에서 책이라도 보면서 답을 찾아봐.”

“음... 그럴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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