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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65화 (65/138)

〈 65화 〉 #64 노아스

* * *

“이 녀석한테 부탁하면 다 들어줄 거야.”

“귀찮은 건 딱 질색인데...”

카리온이 노아스를 노려보았다.

“그... 좀 민폐인 거 같은데?”

“아니야 그런 거.”

“뭐가 아니야. 맞지.”

“너 자꾸 그럴래?”

노아스는 굉장히 졸린 눈을 하고 있었다.

만사가 귀찮아 보이는 모습.

“내가 도와준 건 기억 못 해?”

“으음... 그때는 고맙긴 했는데... 애보기는 좀 아니지...”

“애 아니에요!”

나는 노아스의 말에 반박했다.

그러자 노아스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애인데?”

“아니에요!”

“애 보기든 뭐든 날 도와주기로 했었잖아. 약속은 지켜.”

“으으...”

"노아스가 도와주기로 했었다고?"

정령과 신들은 교류가 별로 없는 걸로 아는데.

그것보다 왜 도와주기로 약속 한 거지?

무슨 내기라도 했나?

카리온은 내 생각에 답변이라도 해주는 듯 말했다.

"내가 예전에 도와준 적이 있었거든."

“뭘 도와줬었는데?”

“이 녀석이 귀찮다고 일을 안 해서 사고가 터졌었는데 내가 뒷수습을 도와줬어.”

“으... 그 때 왜 너한테 도움을 청했을까...”

일을 도와줬는데 별거 아닌 일로 한 번 도와주는 거면 카리온이 착한 거 아닌가?

사실 신들이 사고가 터졌다고 말하는 스케일은 많이 큰 경우였다.

왜 나쁘다고 하는 거지라는 눈빛으로 노아스를 쳐다보자 노아스가 말을 꺼냈다.

“이번이 71번째 도움이야.저 녀석이 나쁜 거 맞으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마.”

“71번째...요?”

“그거 도와주는 대가로 거절권 없이 100번 도와주기로 했거든...”

내가 카리온을 보자 카리온은 엄지를 척 들었다.

사기꾼...

뭐 그때 급한 건 노아스였으니 노아스가 허락한 거였겠지만...

고리대금업자랑 똑같은 느낌 아닌가.

뭐 그래도 내 편이니까.

덕분에 이득도 봤고.

굳이 이 이야기를 더 해봤자 카리온만 이상한 사람이 될 거 같네.

나는 그냥 철면피를 깔고 노아스에게 방긋 웃어보였다.

“노아스님 잘 부탁할게요!”

“...마신 맞네.”

그런데 나를 애라고 말하고 마신이라고 말하는 거 보니까 나를 아나?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성격은 아니라서 잘 모를 텐데.

“카리온, 노아스님한테 나에 대해 말해줬어?”

“후후...”

“너, 너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노아스의 졸린 눈이 약간 커졌다.

“너 신계든 정령계든 어디든 엄청나게 유명인이야.”

“저가요?”

“너가 탄생했을 때 쯤에 소문이 돌았지.마신 중 별종이 탄생했다고.”

“별종이요?”

내가 그렇게 특별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뭐 너가 탄생한지 얼마 안됐을 때 별종이라는 소문 때문에 대충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신관장의 팔을 잘랐다면서.”

“하하... 운이 좋았죠.”

“저 카리온 자식은 신관장 때문에 차원 하나를 망쳐놓고, 페르세스도 놓쳐버렸는데 병아리 마신이 팔을 잘랐다고 하니 유명해질 수밖에 없지.”

으음... 듣고 보니 뭔가 부끄러워졌다.

노아스의 말투는 시근퉁한 느낌이었지만 내가 대단하다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헤헤...”

나는 고개를 숙이며 뒷머리를 긁었다.

카리온은 내 그런 모습을 보며 흐믓하게 웃었다.

“뭐 어쨌든 슬슬 시작하자.”

“뭘 도와주면 되는데?”

“그... 정령왕의 기운? 그런 걸 원하거든요.”

“정령왕의 기운?”

“정령의 힘을 말하는 거야.”

“그런 거면 나 말고 그냥 다른 정령들한테 시켜.”

노아스는 귀찮다는 듯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마신의 기운과 신력 그리고 언령을 그 기운과 섞을 거야.”

“어?”

“섞을 거라고.”

“그게 가능해?”

“모르니까 해봐야지.”

노아스는 나를 째려봤다.

째려본 게 맞나?

솔직히 노아스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어서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다.

“하하... 평범한 정령의 힘은 제 기운을 버티지 못한다고 들어서요...”

“뭐 그렇겠지.”

노아스의 손에서 물방울이 나오듯 기운이 나왔다.

“나는 기운만 공급해주면 되는 거지?”

“네!”

나는 노아스가 준 기운을 빤히 쳐다봤다.

갈색을 띠고 아주 평온한 느낌을 주는 기운이다.

나는 내 마신의 기운과 신력을 꺼냈다.

그러자 카리온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넌 안가?”

노아스가 카리온에게 물었다.

“어 한동안은? 내가 가면 너가 제대로 일 안 할 거잖아.”

카리온은 근신에서 풀리고 따로 일을 받지 않아서 나랑 같이 있기로 했다.

페르세스는 신관장들을 못 찾은 게 살짝 화났는지 조금만 더 찾아보겠다고 했다.

­중간계는 다 뒤져본 거 아니야?

­한 번 마계에 가보려고. 그 녀석들을 숨겨줄 만한 애들은 아니긴 한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런 곳에 숨어있을 수도 있잖아.

그 말을 한 후 페르세스는 마계로 향했다.

나는 담소를 나누고 있는 노아스와 카리온을 뒤로 하고 3개의 기운을 쳐다봤다.

나는 신력과 마신의 기운 그리고 정령의 힘까지 강제로 섞기 시작했다.

그 기운들은 부딪힐 때마다 스파크를 내고 서로를 밀어냈다.

강제로 힘을 사용해서 점점 더 그 기운들을 압축했다.

그리고 결국.

­쿠콰아아아아아아아아!!!!!!!!

폭발음을 내면서 충격파가 주위로 퍼져 나갔다.

안 그래도 흙이 잔뜩 있는 곳이라서 우리는 모래범벅이 되어버렸다.

“풉...”

노아스는 몸 자체가 모래로 이루어져서 그런지 모래를 뒤집어써도 스르륵 사라져버렸지만 카리온과 나는 달랐다.

카리온이 모래를 뒤집어써서 엉망이 된 얼굴을 노아스가 보더니 웃음을 참지 못했다.

카리온은 얼굴과 몸에 묻은 모래를 털어냈다.

“그... 미안...”

나는 카리온에게 사과했다.

카리온은 잠깐 동안 말이 없었다.

화...났나?

으...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카리온은 말을 꺼냈다.

“음... 내 생각에는 섞는 방법이 잘못된 거 같아.”

“어?”

“이미 기운이 자기들끼리 반발하고 있는데 그걸 힘으로 밀어붙여 봤자 똑같이 폭발하겠지.”

그렇긴 하다.

그전에도 서로 섞이기 전에 폭발해버렸었다.

난 정령의 힘을 듣고 그게 윤활제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것보다 언령은 어떻게 섞을 거야?”

“어... 내가 몇 가지 생각해봤는데...”

“응.”

“[기운이 나오게 해주세요.]”

그러자 내 앞에 어떤 기운 하나가 생겨났다.

“이...이렇게?”

“너 앞에 있는 기운이 뭔데.”

“그... 신력...”

그 기운은 영롱한 황금색을 띠고 있었다.

누가 봐도... 아니지 신들이 본다면 누구나 신력이라고 생각할 영롱한 황금색이었다.

“그럼 신력이 두 개가 섞이는 거잖아.”

“내가 언령을 실체화시켜보려고 했는데 어떻게 하더라도 반응하지 않더라고.”

“그렇겠지. 언령은 세계가 너의 말을 들어주는 힘인데 세계 그 자체가 힘의 실체지.”

“그럼 세계 일부를 여기에 섞어야 하나?”

“흐음... 뭐 그럴 수도 있지.”

카리온도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은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난 그럼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게.”

­쾅!!!!!!!!!!!!!

“으...”

나는 보호막에 울리는 폭발을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벌써 14번째 시도.

터지기만을 반복했다.

처음 5번은 살짝 비틀어서 시도를 해봤다.

언령으로 만든 물건을 같이 섞어보기도 했고 언령을 실체화하려고 노력했다.

그 이후로는 계속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세 가지 기운만 계속 섞어보았다.

결과는 실패였다.

“하암~~~~~~.”

그렇게 모래가 휘날리고 폭발음이 들리는데도 노아스는 졸린 지 하품을 크게 했다.

카리온도 나름대로 시도를 해보고 있었지만 그럴만한 성과는 없었다.

“섞는다라...”

나는 신력과 마신의 기운, 정령의 힘까지 공중에 띄워놓고 고민을 했다.

첫 번째 문제는 언령이었고 두 번째 문제는 섞는 게 문제다.

골치 아프네...

언령은 세계에게 부탁하는 힘...

내 말에 힘을 주는 힘...

간절함...

에휴 세계에게 부탁해서 이뤄주는 힘이면 근원을 만들어달라고 한다면 만들어줘야 되는 거 아니야?

...

잠시만.

만들어준다고?

나는 머릿속에서 번뜩 한 가지 경우를 떠올렸다.

신력도 마신의 기운도 정령의 힘도 전부 실체가 보였기 때문에 언령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언령이 과연 섞여야 할 힘인가?

섞이는 힘이 아닌 섞어주는 힘이 아닐까?이런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 책을 생각해보면 연구자들은 몇십 년에 거쳐서 그 실험을 했었다.

그리고 결국엔 신력을 만들어냈다.

그들의 연구에는 간절함이 있었다.

간절함이 세계... 차원에 닿은 게 아닐까?

그래서 언령과 같은 힘을 낸 거고.

어디선가 들었었다.

말에는 힘이 있다고.

정말 별거 아닌 사람이더라도 그 사람의 말에는 힘이 있다고.

간절하면 세계가 그 말을 들어준다는 말도 있다.

뭐 장난도 살짝 섞여 있는 말이긴 했지만 간절함이 담긴 말은 그만큼 어떤 힘이 있다는 소리였다.

나도 그 말은 맞다고 생각하고...

나는 세 종류의 힘을 바라봤다.

“[섞어주세요.]”

그 세 기운이 빙빙 돌아갔다.

“어?”

내가 놀란 듯 말하자 카리온과 노아스도 내 기운을 봤다.

그 기운들은 아까와 다르게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물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핑핑 돌아가더니...

­콰지지지지직...

갑자기 스파크가 일어났다.

그리고...

­펑!!!!!!!!!!!!!!!!!!!!

아까보다 더 큰 폭발이 일어났다.

“으... 퉤 퉤.”

나는 뭔가 될 거 같은 느낌 때문에 입을 벌리고 있었더니 모래가 입속으로 다 들어가버렸다.

어?생각해보니 분명 보호막을 내 앞에 치고 있었는데 보호막이 깨져버렸다.

약한 보호막이 아니었는데...

보호막이 깨질 정도의 폭발이라고?

“뭔가 답을 찾은 거 같네.”

뭔가 어안이 벙벙했는데 카리온이 그런 말을 하자 성공했다는 느낌이 확 다가왔다.

아니 정확하게는 실패인데 방법 자체가 성공이다.

“카리온!!!”

내가 신나서 카리온의 이름을 부르자 카리온은 미소를 지어줬다.

“그 감각 잊지 말고 계속 해 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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